그냥 힘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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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모

그냥 힘들어서...

미키냥 5 1808


 그냥 힘든데 말할 곳이 없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지금 제 태국인 남친과 사귄지는 5개월이 되갑니다. 여전히 수업도 같이 듣구요.
 그리고 그 룸메 오빠도 제 남친과 같이 살고 있지요. (제 다른 게시글을 읽으신 분은 아실거예요)
 저와 제 남친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구요.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제가 그 룸메 오빠에게 져주기로 했다는 걸까요. 
 

 그 오빠가 남친이랑 어디 나가서 놀고 싶어하면 남친이랑 원래 있던 계획도 취소하고...
 그 오빠가 저랑 남친이 데이트 약속이 있는걸 불쾌해하면 데이트 취소하고...
 그 오빠가 다같이 가자고 물어보면 전 다른 약속 있다고 빠져주고...(예의상 물어본거니까요)
 그 오빠가 남친집에 있을 때는 단 한번도 그 집을 방문하지 않았죠. 두번인가 아침에 숙제를 가질러 잠깐 들렸는데 그 오빠가 화가나서 집을 나가버린 일이 있었거든요.


 예전에는 그 오빠랑 같이 요리도 해먹고, 쇼핑도 다니고 좋았던 기억들이 있는데
 이젠 왜 내가 죄 지은 사람처럼 서로 얼굴도 못보고 서로 서먹해져버린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우연히 얼굴 마주치면 거짓웃음을 달고 안부인사만 물어보는 사이가 됬죠.


 이렇게 되어버린 상황을 후회한다는건 아녜요. 제 선택이었고, 아직도 옳다고 생각해요. 
 전 앞으로 두달후에 미국을 떠날꺼고... 제 남친은 누군가 돌봐주는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참 슬픈건... 
 "난 그 오빠가 이성적으로 이해가 안된다. 그 오빠 행동이 태국 문화에서는 이해가 되는 행동이냐?" 라는 식으로 제 남친에게 따지고 들어가면 제 남친은 "나도 몰라"라고 하거나 항상 그 오빠 편을 들고 있다는 거죠. 남친이 제 편을 들어주길 바라는게 아녜요. 적어도 제 앞에선 중립을 지키거나 최소한 절 달래줄 수는 있잖아요. "네가 좀만 참아" 이런말 한마디만 해주면 난 정말 평생동안도 참을 수 있는데...

 그리고 부모님께도 사랑한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라난 저로서는... 제 남친이 룸메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게 이해가 안되요. 서양인들이 동성 친구에게 "I love you, my friend"하는건 이해가 되도, 동양인 남자 둘이 서로 사랑한다고 하는건 정말로 전 이해가 안되요. 

 그냥 친구와 여친을 비교하는 것은 우습지만, 그래도 저 사람에게 있어서 난 항상 뒷전이구나 라는 사실을 느낄때... 남친이 쓸때없는 자존심을 지키려고 배째라는 태도로 나올때, 내 자존심은 반푼어치도 안되는 구나, 저 사람에게 있어서 나란 사람은 그 쓸때없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버릴 수 있는, 그정도 밖에 안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제껏 제 스스로 외모, 학벌, 성격 다 합쳐도 어디가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사람 곁에 서면 쓰다버린 휴지조각처럼 구겨져 버리는 제 자신이 싫어요. 제가 어디가 모자라서 이런것들을 다 받아주고 있는지... 사랑하는게 죄더군요. 남친이 제게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해주고 애정표현도 많이 하지만 제 눈에는 그저 그 순간이 좋아서 "사랑한다"를 연발하는 단순한 빈껍데기로 밖에 들리지 않아요. 그저 10살난 아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수준 말예요.


 그냥 힘이 드는데, 말할 곳도 없네요. 이런 이야기를 제 남친에게 꺼내면 결국은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난 너 사랑한다고, 하지만 믿기 싫으면 믿지마."라는 태도로 나옵니다... 대체 제가 무슨 잘못을 한걸까요...? 

 긴글, 죄송합니다.
5 Comments
프로선수 2010.03.16 10:59  
한국커플처럼 소유하려 하지말고 서로 이해할려고도 하지마시는편이 속 편하실거에요. 그냥 사랑만하세요. 그게 제일 편하실거에요.
태국갈래욧 2010.03.16 17:57  
지난글 읽어보셨나요? 남친의 룸메가 정상이 아니랍니다 .;;에휴..

힘들어 하지마세요.헤어지라고 하고픈데. 억울하시겠네요 ..
SunnySunny 2010.03.17 14:29  
제말이 그말입니다.. .지난 글에는 룸메가 정상이 아니었는데... 이번글을 보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친분도 룸메의 영향을 적지않게 받은것 같네요...
미국으로 가고 나면 더 좋은 사람 straight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미키냥의 남친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 아무래도 되돌리기 힘들어진 것 같아 보이네요. (글로만 보았을때는요.)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jjjjin 2010.03.30 03:12  
이 글 쓰신지 조금 되셨네요 지금은 덜 힘들으시 상태면 좋겠어여ㅠㅜ 저라면 2달뒤에 떠나니깐 저와함께 더 있어달라고 할텐데, 남친 나중까지 생각해주시는게  너무 좋아보여여, 하지만, 그전에 먼저 덜 힘든 길을 택하셨으면 좋겠어여! 남친한테 미키냥마음을 더 전하고 남은시간 두분이서 행복하게 보내시다가, 한국들어가시면 좋겟어여 힘내세요!!
미키냥 2010.04.07 13:30  
글쓴지 반달이 되었네요 .상황이 좀 변해서 보고? 하러 왔어요. :)
 그 룸메 오빠는 결국 커밍을 해서 제 남친에게 고백을 했고, 제 남친은 딱 잘라서 거절했습니다. 남친 말에 따르면 자기는 게이가 아니라고 여러번 말했지만도 못알아 들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룸메오빠의 커밍이 나름 쇼크였는지 남친이 4일간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 룸메오빠랑 한방을 쓰거든요; 남친의 행동에 그 룸메 오빠는 또 상처받아서 집나가고... -0-
 
  방 계약이 9월까지라 현재 다시 같이 살고 있긴 하지만 그 룸메 오빠는 다른 곳에 이미 방을 얻어서 다음주에 나갈 계획이라더군요. 그리고 그 룸메 오빠 가문이 태국에서 무슨 "귀족급"이라면서 제 남친에게 실수하는거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던데 -0-; 자기에게 사랑받는것을 행운으로 여겨야 하는걸 모른다고 남친에게 말했다고 하더라구요; Napapol이 태국에서 유명한 가문인가요-0-??? 처음에는 둘이서 거의 이주일간 말도 서로 안하더니 지금은 쪼금 풀려서 대화 정도는 한답니다. 남친도 좀 더 독립적으로 살려고 하는지 자전거도 사고... 그 형이 오해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약간 거리를 유지하고 있네요. 저로선 잘된 일이지만 제가 두사람 사이를 그렇게 만든건가 싶어서 미안하기도하고...(남친은 룸메 오빠가 사람을 잘못 고른것이지 제탓이 아니라고 하긴 하지만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그 룸메오빠까 정말 방을 나갈지도 의문이고, 그렇게 겉으로는 친절하고 자상해보이는 그 룸메 오빠가 귀족이니 뭐니 하면서 계급차별?같은 이야기를 했다는것도 믿어지지 않고... 사람이 겉보기와는 매우 다른 가봐요;;
 
 시간나면 다시 와서 글 남길께요, 태사랑 님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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