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힘들어서...
미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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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6 02:24
그냥 힘든데 말할 곳이 없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지금 제 태국인 남친과 사귄지는 5개월이 되갑니다. 여전히 수업도 같이 듣구요.
그리고 그 룸메 오빠도 제 남친과 같이 살고 있지요. (제 다른 게시글을 읽으신 분은 아실거예요)
저와 제 남친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구요.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제가 그 룸메 오빠에게 져주기로 했다는 걸까요.
그 오빠가 남친이랑 어디 나가서 놀고 싶어하면 남친이랑 원래 있던 계획도 취소하고...
그 오빠가 저랑 남친이 데이트 약속이 있는걸 불쾌해하면 데이트 취소하고...
그 오빠가 다같이 가자고 물어보면 전 다른 약속 있다고 빠져주고...(예의상 물어본거니까요)
그 오빠가 남친집에 있을 때는 단 한번도 그 집을 방문하지 않았죠. 두번인가 아침에 숙제를 가질러 잠깐 들렸는데 그 오빠가 화가나서 집을 나가버린 일이 있었거든요.
예전에는 그 오빠랑 같이 요리도 해먹고, 쇼핑도 다니고 좋았던 기억들이 있는데
이젠 왜 내가 죄 지은 사람처럼 서로 얼굴도 못보고 서로 서먹해져버린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우연히 얼굴 마주치면 거짓웃음을 달고 안부인사만 물어보는 사이가 됬죠.
이렇게 되어버린 상황을 후회한다는건 아녜요. 제 선택이었고, 아직도 옳다고 생각해요.
전 앞으로 두달후에 미국을 떠날꺼고... 제 남친은 누군가 돌봐주는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참 슬픈건...
"난 그 오빠가 이성적으로 이해가 안된다. 그 오빠 행동이 태국 문화에서는 이해가 되는 행동이냐?" 라는 식으로 제 남친에게 따지고 들어가면 제 남친은 "나도 몰라"라고 하거나 항상 그 오빠 편을 들고 있다는 거죠. 남친이 제 편을 들어주길 바라는게 아녜요. 적어도 제 앞에선 중립을 지키거나 최소한 절 달래줄 수는 있잖아요. "네가 좀만 참아" 이런말 한마디만 해주면 난 정말 평생동안도 참을 수 있는데...
그리고 부모님께도 사랑한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라난 저로서는... 제 남친이 룸메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게 이해가 안되요. 서양인들이 동성 친구에게 "I love you, my friend"하는건 이해가 되도, 동양인 남자 둘이 서로 사랑한다고 하는건 정말로 전 이해가 안되요.
그냥 친구와 여친을 비교하는 것은 우습지만, 그래도 저 사람에게 있어서 난 항상 뒷전이구나 라는 사실을 느낄때... 남친이 쓸때없는 자존심을 지키려고 배째라는 태도로 나올때, 내 자존심은 반푼어치도 안되는 구나, 저 사람에게 있어서 나란 사람은 그 쓸때없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버릴 수 있는, 그정도 밖에 안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제껏 제 스스로 외모, 학벌, 성격 다 합쳐도 어디가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사람 곁에 서면 쓰다버린 휴지조각처럼 구겨져 버리는 제 자신이 싫어요. 제가 어디가 모자라서 이런것들을 다 받아주고 있는지... 사랑하는게 죄더군요. 남친이 제게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해주고 애정표현도 많이 하지만 제 눈에는 그저 그 순간이 좋아서 "사랑한다"를 연발하는 단순한 빈껍데기로 밖에 들리지 않아요. 그저 10살난 아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수준 말예요.
그냥 힘이 드는데, 말할 곳도 없네요. 이런 이야기를 제 남친에게 꺼내면 결국은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난 너 사랑한다고, 하지만 믿기 싫으면 믿지마."라는 태도로 나옵니다... 대체 제가 무슨 잘못을 한걸까요...?
긴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