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실려온 청년을 보며...
며칠전 카오산 동대문에서 전화가 왔다. 심한 복통과 팔다리 경련까지 하는 환자가 있어 응급실로 보낼테니 돌봐달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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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탄생일 빗속을 뚫고 택시에 실려온 21살의 청년은 카오산에서 1주일이상 과다하게 음주를 하다 탈이 난 상태였다. 전날밤 너무 통증이 심해 엠블란스를 타고 큰 병원에 갔는데 약만 받아왔다는 청년.
받아온 약은 현재 이 청년의 증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약이라며, 응급실 담당 의사 간호사 모두 고개를 절개절개 흔들었다.
응급실에서 혈관주사를 맞고 배에 온찜질을 30여분정도 하자 복통은 거의 사라졌지만, 심한 설사와 구토 때문에 탈수증상이 있어, 본인은 입원을 희망했다.
내일 출국예정이라 남은 돈도 별로 없고, 여행자보험도 들지 않았다는 청년
1인실 외국인 병실은 너무 비싸기에, 병원동료에게 부탁해서 5층 태국인 병실에 입원시켰다. 통증과 탈수로 인해 밤새 잠을 못 잤는지 5층에서 본인 침대에 눕자마자 잠을 자려는 청년을 억지로 깨워 병원에서 나온 죽만 먹이고 나서 재웠다.
다음날아침 출근하자마자 5층 병실에 갔다. 밤새 링겔을 맞으며 수면을 취한 청년은 그날 바로 귀국하겠다고 짐을 챙기고 있었다.
1200밧을 예상했던 병실 입원료는 600밧만이 나왔고, 총 병원비 4900 밧을 지불하고나서, 본인은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 청년을 보면서 예전에 내가 했던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다.
당시 나도 여행자보험을 들고 갔으면 좋았을 것을......
이제는 여행자보험을 들고 싶어도 들 수 없는 몸이 되었는데... 하하하
옛일을 생각하면서 혼자 조용히 웃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