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을듯 해서 제 이야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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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을듯 해서 제 이야기나..

올드레몬 12 2603
주말마다 계속 비가 내리는 군요.
오늘은 잠도 안오고.. 재즈 음악들만 듣고 있습니다.


작년에 만난 그녀..
결국 4일뒤에 한국에 옵니다.
짐싸서 아예 저랑 살러 옵니다. ^^

그녀를 만나러 방콕에 날아갔던 날이 눈에 선한데요..
인터넷으로 알게되어 많은날을 대화하다 공항에서 처음만나 포옹하던 순간부터..
택시를 타고 시내로 달려가며 서로의 팔이 닿으면서 느끼던 서로의 온기..

한해 마지막 밤 방콕의 불꽃놀이를 보며 쵸코파이 케익을 만들어 서로 오래오래
사랑하자며 약속하던 순간..
차오프라야 강을 따라 올라가던, 바람부는 배안에서 황혼에 빛나던 그녀의 얼굴..

어떻게 하다가 태국인을 만나고..
태국인의 싱그런 그 머릿결에 향기를 맡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반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게 아주 어려우면서도 한편 우연하게도 발생하더군요.

수많은 한국에서의 만남들을 거절하고 배낭 여행길에 만난 그녀가..
영원토록 함께하고픈 사람이 되어버렸네요.
저의 지나간 한번의 상처를 묻어주고, 만 스물다섯 꽃같이 아리따운 나이에 고국의 삶을 접어놓고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로 옵니다. 도대체 내가 왜 좋은지.. 의심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지만
결국은 이렇게 살게 되는군요.

..

오늘밤 그녀는 그녀의 친구들과 방콕에서 마지막 이별 파티를 갖고 있습니다.
파티래봐야 부페식당에서 저녁먹고 수다떠는 정도겠지만..
그녀의 친구들이 그녀의 한국행을 축하해준다네요.

4일여뒤..
돌아오는 목요일밤 방콕에서 한 거무잡잡한 아가씨가 커다란 가방을 들고 공항을
나오기로 했습니다. 이번이 두번째 한국행 입니다.
저도 태국을 다섯번을 가봤고 그녀 역시 우리집에도, 부모님께도... 다녀갔었습니다.


오늘 전 빌라 하나를 전세 계약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큰 아파트에서 살다가 이젠 같이 살아야 할 사람이 생겼으니까요.
추석명절동안 짐을 옮기고 몇가지 구입하고.. 그녀와 함께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그다지 좋지 못한 빌라지만...
둘이 함께 한다는 사랑으로 가득 채워야 겠습니다.


어제는 종로에 있는 영사과에 가서 제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를 번역영문,
공증과 영사인증을 받았습니다. 제 옆에 한분을 만났는데 그분도 중국분과 혼인을
하러 오셨더군요.

저보고.. 태국부인 얼마?냐고.. 묻더군요. 무슨말인지 잠시 생각해보니.. 국제결혼센터를
통해 결혼을 하는줄 알고 비용을 묻는듯.. -_-;
여차저차 대화를 해보니.. 본인은 동남아는 아주 못살고 가난한 줄로.. -_-;;


대학나오고 저랑은 영어로 대화가 되는데, 부모님하고가 걱정입니다.
얼른 한국어 강좌에 보내야 할 듯 하네요.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왜 젊디 젊은 대학나온 처녀가 한국의 노땅? (나이차이가 좀 많이 납니다. ^^)한테
시집오느냐.. 와서 돈벌려고 그러는거 아니냐, 도망가는건 아니냐.. -_-;

이전 그녀가 직접와서 함께 지내며, 외모나 말투나 하는 행동을 보시더니..
어느덧 그녀를 데리고 셋이서 공원에도 가고 시장도 가서 옷도사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하셨더군요..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헤어지던날 아쉬어 펑펑 울던 그녀..


그녀가 오는날 밤에 직접 운전해서 찾아오시겠다고들 하네요..
전 직장에서 퇴근 후 바로 가 그녀를 보고 좋아 죽을듯 웃거나, 울거나.. 키스하고 막 그러고
싶은데.. 부모님이 오신다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해야겠습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회사에서도 일은 잘 안되고..
매일같이 손꼽아 그녀를 기다립니다. 결국 4일 뒤까지 왔군요.

그녀가 오면.. 20날 월요일이자 샌드위치데이 날에 태국대사관으로 갈 겁니다.
가서 혼인신고 마치고.. 기다렸다가 1주일후 혼인신고확인서 받아 구청에서 한국 혼인신고
해버리고... 혼인관계증명으로 외국인출입국에서 등록과 함께 F2비자를 신청해야죠..
전 태국에 안가고 한국에서만 모두 결혼신고를 끝낼 계획입니다. 일사천리로...

회사에서도 다들 알고있는데.. 이틀 전 제 생일날도 모두 모여 케익 촛불켜주고 노래해주었는데..
제 와이프 오는 날, 공항으로 나가는 퇴근길.. 모두들 저에게 박수쳐줄텐데.. ^^
일전에 그녀가 한국에 왔을때 함께 회사행사에 소개를 시켰었습니다. 다들 놀라더군요.^^

베란다에 MTB 자전거가 두대가 나란히 있습니다.
그녀의 것과 내 것..
엉덩이 아플까봐 푹신한 안장으로 교체해주고..
주말이면 간지럽게 그녀의 귀에 속삭이고.. 때론 이국 타이미소의 속삼임으로 절 깨워줄,
그녀와 함께 도시락을 만들어 공원으로 함께 자전거 타러 갈 생각입니다.
덕분에 MTB 산악동호회에서 출석율 저조로 강퇴당할 위기가...

한국에 와서 무엇이 갖고 싶냐고 물었더니...
옥션에서 언더웨어 속옷셋트를 조회한 것을 보여주네요.. ^^
여자 아니랄까봐 속옷셋트, 가을옷, 슈즈..를 고르는 군요.. 돈 좀 써야할듯..

태국에서 결혼식은 내년6월초로 계획잡았습니다.
그때까지 신솟 잘 모아야 할텐데요.. ^^

"신솟 다 지불하고 난 가난해지면 뭐해먹고 살지? 한국은 물가가 너무 비싸서
채소도 못 먹고 사는데..." 그랬더니..
"오빠~ 태국에 가서 살자.. 나 고향에 우리엄마 땅도 있고. 큰 집도 우리엄마 꺼야.."
허걱~~

그녀는 결혼한 오빠랑 달랑 엄마 하나.. 그렇게 셋이 가족입니다.
첨 알았네요. 고향에 집도 있어 친척들에 살라고 맡겨 놓고 외국에 나가셨답니다.
땅도 있어서 농사지을만큼도 된다고...하하..

저 나이먹고 일하기 싫어짐 태국사람처럼 될랍니다.
태국가서 게으르게 놀면서 그녀가 농사진거나 얻어먹고.. -_-;;

노년은퇴 후 갈곳이 생겨 기쁩니다.
꼬박꼬박 최고 등급으로 국민연금 걷어간 정부가 미웠는데.. 그때 받을 생각하니
나쁘지만도 않네요.. ^^

내가 뭘 잘했는지..
생각해보면 그리 불우이웃 돕지도 않고 살았는데..
아무래도 동남아에서 복이 날아왔나 봅니다. ^^

아무튼....
잘 살아보렵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닭갈비도 많이 사줄랍니다.^^

오.. 전화가 왔는데 이 시간까지 뭐 노래도 들리고.. 부페에서 무진장 먹고 놀고 있다네요.
신기한건 아무리, 어떤 자리라도.. 술은 입에도 대질 않네요..
맥주 한모금도.. 원래 그런건가 친구들도 술한모금 안마시더군요. 아무리 내가 권해도..

여러분들도 이쁘고 좋은 사랑 많이하세요..
그녀랑 살면서 종종 살아가는 이야기 올려보겠습니다. ^^

혹시나.. 제 태국 여행기, 그녀를 만나러 간 여행기는 태국메인 게시판, 태국여행기에서
제 닉넴으로 조회해보심 좀 있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 Comments
룽애 2010.09.12 00:53  
축하드려요 부인이 너무 예쁘시네요
예쁜 사랑하세요 ^^ 부럽네요
올드레몬 2010.09.12 01:03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래요..
마린콥스 2010.09.13 06:42  
넘어야 할산이 이제 시작이네요 ^^  귀찮더라도 내시간 쪼개서 많이 가르치는게 나중에 편한겁니다 ㅋㅋ 나중에 식사 한번해요 저희 집이랑 멀지 않던데요 ㅋㅋ 추하드려요
올드레몬 2010.09.13 19:12  
하하.. 감사합니다. 마린콥스님 덕분에 수월하게 개념정리 했습니다. 그런데요.. 아무리 전화하고 또 물어보고 또또또 물어봐도 태국대사관에서는 태국인의 번역공증이 필요없다고 하네요. 오히려 화를 낼 정도... 한부를 방콕에 남겨두고 필요하면 번역공증해 보내라하고.. 그냥 태국문으로 제출키로 했습니다. 태국대사관인데 원본문서를 번역공증 업무도 당연 할것이라 생각되네요.. 감사합니다.
homelessjk 2010.09.13 20:41  
정말 정말..축하드립니다~~~~앞으로 이쁜사랑하세요~~~~조만간 만은걸 여쭐께요~~~
올드레몬 2010.09.16 09:03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살겠습니다. ^^
폰똑카 2010.09.14 14:18  
축하드려요~~ 
한국에서 사시게될 부인 외롭지 않게 더많이 사랑해 주세요~~
예쁜사랑 하세요^^
올드레몬 2010.09.15 00:29  
네.. 외롭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goodtogo 2010.09.14 19:08  
님이 쓰신 여행기 읽은 기억이 나요. 그때 너무 글을 잘쓰셔서 참 인기 많았었는데 우와 결혼까지 하시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올드레몬 2010.09.15 00:30  
^^ 너무 부끄럽습니다. 칭찬이 너무 과하여 우쭐거리고 싶습니다. ^^
기뮤 2010.09.16 12:08  
아아~너무 축하드려요~ 전 반대로 제가 태국신랑에게 1달 뒤에 가요!! :) 행복하게 사세요!!
촌놈포차 2010.09.25 04:12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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