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콘도
그래왔던 것처럼 송끄란에 맞춰 태국에 가 볼까 고민을 하던 차였다.
친구는 현지 가이드 겸 여행 동행자로 나에게 달콤한 제안을 했다. 사실 여행 스케쥴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패턴을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고민이었던 점은 작년 송끄란때 가지고 있던 모든 옷이 다 젖어버려 세탁도 못하고 곤란했던 점이 있었기때문이다.
태국에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 문의한 숙소의 세가지 요구사항은 교통이 편하고, 깨끗하고 편리한데다가 가격까지 착한 곳이었다. 사실 어느정도 지점에서 타협은 해야 하지만 그래도 세가지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도시생활에 치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모든걸 훌훌 버리고 문명을 살짝 등지고 시골로 떠나는게 자유로워 지는 길일까?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오는 전화도 계속 받아야 하고, 수시로 체크해야 할 메일들이 있다. 비록 몸은 다른 지역에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은 하는게 프리랜서로 살아남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껏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여행이라는 것은 많은 것들을 담보로 한다.
도시민과 휴양지의 중간쯤 있는 곳이라면 여유를 가지면서도 완충지대가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관광은 더 이상 관심이 없었고, 일상을 그곳으로 옮겼을 때 큰 이질감이 없어야 한다는게 스스로 가지고 있던 원칙이었다. 여기서 오전에 짐에 가서 땀을 흘리듯 방콕에서도 그러길 원했고, 수영을 하고 책을 읽고 메일을 체크하는 일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밤에는 축제를 즐기는 마치 불금과도 같은 매일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장소가 중요했다. 시골로 떠날 수도 있었지만, 수많은 인파와 페스티벌을 즐기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고 떠나도 100밧이면 충분했던 나나역과 아속역 사이의 트렌디 콘도는 여러모로 주요한 결정이 되었다.
짐을 풀고 길을 걷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다. 지난 일요일은 슈퍼선데이였다. 리버풀과 맨체스터시티의 경기가 있었던 날.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나 콘도 주변에 위치한 스포츠펍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축구 경기를 보는 맛은 흡사 영국의 한 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었다. 듣자하니 최근 이런 류의 스포츠펍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여유를 가지며 축구경기에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었다.
많은 사진을 찍진 않은 이유는, 사진 찍는 일에 마음 팔려 정작 제 눈으로, 마음으로 먼저 보는 걸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거추장스러운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으로 실컷 즐기고 입으로 실컷 맛보고 돌아온 여행. 바로 내가 원했던 것이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게 편안하고 익숙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에서의 생동감을 느끼는 것과 현재의 삶을 이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어디에서 머물고 있느냐'는 문제인 것 같다. 이것은 단지 방콕만을 두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에 많은 도움을 준 친구와 많은 편의를 제공한 '드림포유' 방콕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2014-04-24 17:02:21 게스트하우스정보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