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두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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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두그릇

굳펠라스 2 1786
저녁무렵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아이가 동생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초라한 차림의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방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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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철이가 주문을 받기 위해 아이들 쪽으로 갔을 때    
큰 아이가 동생들에게 물었다.    
"뭐 시킬까? "    
"자장면."    
"나두......"    
"아저씨, 자장면 두 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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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철은 주방에 있는 아내 영선에게
음식을 주문한 후 난로 옆에 서 있었다.    
그때 아이들의 말소리가 그의 귓가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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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언니는 왜 안 먹어?"    
"응, 점심 먹은 게 체했나 봐.    
아무것도 못 먹겠어."
   
일곱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말했다.    
"누나, 그래도 먹어.
얼마나 맛있는데."    
"누나는 지금 배 아파서 못먹어.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맛있게 먹어."
   
큰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남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언니.. 우리도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같이 저녁도 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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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영선이 주방에서 급히 나왔다.    
그녀는 한참동안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 혹시 인혜 아니니? 인혜 맞지?"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엄마 친구야.
나 모르겠니? 영선이 아줌마.    
한 동네에 살았었는데, 네가 어릴 때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엄마 아빠 없이 어떻게들 사니?"    
그녀는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인정이도 이제 많이 컸구나."
    
그제야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다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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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은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자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내왔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그녀는 내내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가라.
차 조심하구.     
자장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알았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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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길을 총총히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처마 끝에
매달려 제 키를 키워 가는    
고드름처럼 힘겨워 보였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 영철은 영선에게 물었다.
"누구네 집 애들이지?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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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나도 모르는 애들이에요.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음식을 그냥 주면 아이들이    
상처받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엄마 친구라고 하면
아이들이 또 올 수도 있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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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주방 바로 앞이라 안에까지 다 들리던데요."    
"이름까지 알고 있어서
나는 진짜로 아는 줄 알았지."    
"오늘이 남동생 생일이었나 봐요.    
자기는 먹고 싶어도 참으면서
동생들만 시켜주는 모습이 어찌나 안돼 보이던지....."
    
영선의 눈에 맺혀 있는 눈물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2 Comments
빨갱이장 2016.03.10 18:17  
아직도 살만한 세상 이네요.
민트초코프라페 2016.06.22 14:16  
감동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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