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내쫒겨 밥 못먹은 사연?
하하하 제목을 쓰려니까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사실대로 쓰니까 너무 웃기네요 ㅋㅋ
사실은 조금 아래에 보면, entendu 라는 분의 "절대 잊지 못한 한국인 베스트 원" 이라는 글이 있어요.
방금 이 글을 읽고 나니, 저도 불현듯.. 수년전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쓸까 말까 하다가 뭐 몇년전인데.. 어떤 분의 리플과 같이 술안주 삼아? 한번 꺼내볼까 합니다.
전 왔다갔다 30분이면 섬을 다 돌 수 있는 아무것도 없는 - 호텔과 편의점만 있는 - 란타 섬에 일년을 살았었는데, 일년이 다 될때즈음이었습니다. 한국음식이 너무너무 먹고싶었던 겁니다.
네이버를 클릭해가며 음식 사진을 보고 침을 흘리는 것으로는 더이상 도저히 만족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차를 끌고 길을 헤메어가며 9시간을 걸려 푸켓에 도착했습니다.
길도 많이 헤멨지요? ㅎㅎ 우기여서 두번 타야하는 페리도 참 오래 기다렸고요.....
아무것도 계획한 것이 없었고. 푸켓에 한국 음식을 먹으로 간다. 이게 전부였어요.
9시간 헤메어가며 도착한 푸켓.
물론 인터넷으로 밥집 이름 몇개 적어왔는데, 어리버리했지요 뭐 알겠습니까 반넉 티 빌라삼. 타운에 사람들 아무도 못알아듣고 ㅋ (한글로 빌라삼이라 적혀있으니 뭔삼인지 알게 뭡니까 -_- 숫자 3인지는 난중에 알았다는..) 암턴 간신히 한명이 알아듣고, 빌라 쌈 여기서 좀 멀어요,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가면 나옵니다. 라고 해서 또 막 헤멨지요.
결국 반넉 (시골집) 밥집은 못찾았고. 타운쪽에 워디 대학교인지 컬리지인지 암턴 학교 옆에 붙어있는 한정식집을 발견했습니다.
이름 밝혀 말어 ㅡㅡ 에잇........... 안밝힐테니 열장사 하셈...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거의 열시간을 차안에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근데도 기뻤지요. 한국음식을 드디어! 먹을 생각에요.
세상에 메뉴가 한상이네요.. 김치 한조각만 먹어도 눈물날 상태인데 !
물론 가격대는 최고입니다 ㅋㅋ 후덜덜~ 1인당 500밧에서 1000 밧 정도 였던 것 같아요.
반나절 운전해서 밥먹으로 왔는데 밥값이 문제?
밥만 먹으면 됨.
한정식 코스 머머 일인분 주세요. 태국인 직원에게 시켰습니다.
직원이 되돌아옵니다.
안판답니다.
넹??? 이해가 안되는 상황... 왜 안팔아요? 장사 안해요? 문 닫았어요? 밥이 없어요?
1인분은 안판다고 마담이 말하십니다.
혼자 생각했지요 '마담은 개뿔 식당 주인이 뭔 마담이냐 마담은 마담뚜도 아니고....'
그래, 주방으로 갔습니다. (뭐 아시겠죠, 태국인이 지칭하는 마담이란 한국인 주인 여자라는거...)
나: (비굴모드) 저기요 멀리서 왔는데 밥 좀 파시면 안되나요?
마담: (버럭모드) 1인분 팔면 암것도 안남아요!
나: (다시 개비굴모드) 어쩌고 저쩌고 제발 플리즈 ~
마담: (짜증모드) 안판다니까요 다른데 가세요
나: (초비굴모드 돌입) 돈 더 드릴테니까 돈 2인분치 드릴테니까 상은 1인분만 차려주세요.
마담: (여전버럭짜증피곤모드) 그렇게 안팔아요.
이때 저는 정말 . 화가 머리끝까지 났고 욕이 이빨 앞까지 나왔었습니다.
얼마나 쳐 돈을 벌길래 밥먹으러 온 같은 나라 사람한테 이따위로 대접을 하는지, 돈 더 준다고 해도 거절하는 이유는 대체 뭣때문인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고 마치 하인을 대하는 태도로 손님을 대하는 것은 뭔 ??????? 머같은 상황인지... 싶었지만.....
전 시골 섬에서 올라왔고, 어떻해도 안판다고 거절하는데 밥을 훔쳐다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뭐 여기서 밥내놔라 싸운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욕한다고 기분이 나아질 것도 아니고... 나보다 나이도 있으시고 (아줌마)...
그냥 알겠습니다.. 조용히 말하고 천천히 나왔습니다.
식당엔 손님 하나도 없었고, 전 창피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 속이 상하고 기분이 나빴었지요.
그나저나 이제 어디를 또 어떻게 헤메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요.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고 있으려니 교민 잡지 같은 것이 눈에 띄네요.
그래 그 잡지 들고 나왔지요, 헤메면서 볼라고요.
태국인 직원이 막 뛰어나옵니다.
잡지 가져가시면 안된답니다.
에이ㅆ!! 아주 다 해 쳐먹으셈 - 이라고 혼자 생각했지만 역시 네. 하고 줬습니다.
정말 제가 착했던 걸까요? 미련했던 걸까요?
결국 도착한 곳. 어딘지 아시나요.. ^^ 빌라 3 건너편에 있는 한인 타운 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미 캐나다에 가서 사시지만.. 저를 눈물짓게 한 우리 이모.
한인 타운에 이모네 라는 작은 식당을 하시는 분이었지요. 메뉴가 다 100밧이었고,
찌개를 시켰는데 이모가 이것도 주시고 저것도 주시고, 얼마나 정을 느끼게끔 해주셨었는지요.
몇달 안되어 저는 푸켓으로 아예 직업을 잡고 이사를 왔고,
이모가 캐나다에 가기 위해 한국으로 되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정을 나누었습니다.
가시는 날에도 처음 푸켓에 올때 끌었던 그 오래된 제 차를 끌고, 공항까지 같이 갔습니다.
저는 태국에서 처음으로 태국에 사는 한국인을 만나 그런 수모를 겪었고, 그 뒤로 수년이 지났으나 태국에 사는 - 푸켓에 사는 한국인과 알고 지낼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요 .. ㅎㅎ 지금도 아는 사람은 세명 네명 정도.. 일부러도 알고싶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얼마전에 요왕님과 고구마님, 아로미님을 통해 요술고구마 라는 참 마음씨 좋으신 교민분을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 이런 한국인도 있구나.. 참 진심이 느껴지는구나. 싶었습니다.
뭐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겠지요?
좋은 사람이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이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암턴.. 오늘 사설은 이만 마쳐요...
참.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으실지도 모르는데, 첨간 식당, 퇴짜맞은 식당, 거기 두번다시 가본적 없습니다. ^^;; 나뿐 마담 ! 흥! 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