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잊지 못한 한국인 베스트 원.
enten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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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9 23:54
제가 지난 겨울 중국여행하면서 맞닥드린 한국인분이 계십니다.
중국 운남성 따리 여행을 가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굉장히 유명한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시죠.
숙박업소와 식당. 그리고 여행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분이죠.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하시더군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분.
하지만 패키지 여행에 대해 거부감이 많은 저로서는...
그 분과 만날 일이 전혀 없었기에 아무 상관 없을 줄 알았어요..
문제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시작하더군요.
운남성 여행에서 가장 공들였던 코스가 어떤 섬이예요.
휴양지로 유명한 섬인데 숙박시설이 2종류 있어요.
나름 3성급 호텔 하나(당연히 비싸겠죠?) 와 가격대 있는 민박 (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 전용)
자료 조사를 해보니..
한국인 패키지 팀이 없는 날에는 개인 숙박도 가능하다고 해서 섬에서 1박을 계획했어요
섬에 들어간 당일... 민박집을 찾아갔더니.. 하필 전 날에 한국인 패키지 팀이 예약을 했다는
거예요. 거의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에서 독점 이용하는 곳이라.. 어쩔 수 없는 일.
선택의 여지 없이 비싼 호텔에서 묵어야 했어요.
값을 좀 깍고 호텔 방에서 묵었는데.. 오후에 호텔 직원이 전화를 하더군요.
저녁 먹으려면 지금 예약을 하라구.
.. 사실.. 호텔 방값만으로도 이미 예산 초과였던지라 저녁까지 호텔에서 먹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배타고 섬 밖에 있는 마을에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간단히 과일 몇개 사가지고 돌아
왔어요. 저녁 5시가 되니 배도 끊기더군요.
... 일출을 보려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그랬더니 평소 아침을 안먹는데도 그 날은 배가
고프더군요. 가격이 좀 비싸도 아침을 먹어야 겠더라구요.
저녁이라고는 전 날 4시 경에 먹은 밥 한공기가 전부.
섬 구경 다닌다고 바지런히도 쏘다녀서 그런건지.
공기가 좋아서 그런건지..
여튼.. 배가 고파 죽겠더라구요.
문제는.. 아침 7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식당이 문을 안여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그 민박집으로 찾아갔어요. 그 민박집은 식당을 겸한 곳이거든요.
갔더니 중국 아줌마가 열심히 요리를 하고 계시더라구요.
밥 먹으러 왔다고 하니까 지금은 음식을 팔지 않는데요.
한국 패키지 팀 예약이 꽉차서 안된다네요. 호텔 식당은 왜 문을 안여냐고 물어봤죠.
저녁이 되면 호텔 직원들도 모두 섬을 떠난데요.
직원들이 아침 첫 배를 타고 들어와서 호텔 문을 여는거고.. 그떄까지는 아무도 없답니다.
식당은 점심때나 되야 문을 열거라더군요. 어흑.. 몰랐던 제가 죄인거죠.
뭐.. 할 말도 없고.. 음식 냄새 맡으니 배는 더 고프고..
어쩔 수 없이 호텔로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에 어젯밤 섬에 들어온 한국인 아줌마, 아저씨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더니 깜짝 놀라시면서 어떻게 혼자 왔냐고 하시더군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호텔이 다 좋은데 아침을 못먹게 됐다고 했더니..
자기네 팀에 껴서 밥을 먹자고 하시더라구요. 숟가락 하나 얹는게 뭐가 힘드냐며...
사실.. 제가 주변머리가 없습니다. 변죽좋게 덥석.. 덥석.. 친해지는걸 잘 못해요.
호텔로 그냥 돌아갔는데.. 정말 배가 고프더군요.
허기진 배는 없던 용기도 만드나 봅니다. 다시 그 민박집으로 돌아갔어요.
주방은 모든 음식 준비를 다 끝냈는지 아무도 없구요.
주방 옆에 길게 차려진 식탁에는 서너명의 사람들이 수저를 세팅하고 계시더군요.
그 중에 한 분이 딱 눈에 들어왔어요.
한국서 여행준비 하면서 사진으로 여러차례 보아온 그 게스트 하우스 주인분이셨어요.
' 혼자 호텔에 묵고 있는데. 여차여차 해서 아침을 못먹게 되었다...'
사정 설명을 하고 나서.. ' 여기서 좀 밥을 사먹을 수 없을까요?' 하고 물었는데..
- 지금도 서러운게. .. 당당하게나 물어볼걸.. 비굴하게 왜 그렇게 쪼그만 목소리로 물었을까요.
그 게스트 하우스 아저씨.. 큰 소리로 대답하시더군요.
' 여기는 저희 팀 말고는 아침을 먹을 수 없어요. '
본인 게스트 하우스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 들으라는 의미였겠죠.
그 여행 프로그램이 비싸거든요.
아까 호텔로 돌아가며 만난 한국인 아줌마들이 여기 오는데 돈이 얼마나 드냐고 제게 물어
보셨거든요. 하지만.. 사실.. 여행 프로그램과 1인 배낭 여행을 금액으로 비교하면 안되거든요.
여행 프로그램은 봉고도 빌려야 하고, 민박도 예약없이 아무때나 쓸 수 있고..
그야말로 돈만 내면 다 되도록 모든 일정을 여행사가 준비해 놓는 상품이기 떄문에 1인 배낭
여행과 비교할 수 가 없는 거니까.. 아주머니들한테 그렇게 말씀 드렸어요.
난 혼자 싸게 온 대신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하게 왔다고..
당장 아침도 굶고 있지 않냐고.. 그랬더니 아줌마들이 막 같이 가서 밥 먹자고 다들 그러셨거든요
그 말에 용기를 내서 왔던건데... 공짜로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을 지불할 용의로 간건데..
그 아저씨.. 어찌나 큰 소리로 자기네 팀 말고는 아침 먹을 수 없다고 외치는지...
내가 삼사일을 굶은것도 아닌데 도저히 밥 달라고 못하겠더군요.
돌아오면서.. 어찌나 뒤통수가 뜨겁던지...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너무 창피했습니다. 돌아오면서 울컥.. 서럽더군요.
내가 돈도 없는데 그런 취급을 당했더라면.. 정말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다행히도-?- 전 돈이 없어 여행사를 이용 못하는게 아니라..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이동해야 하는 그런 여행을 싫어해서.. 돈이 더 들떄가 많지만.. 혼자 다니는 편이거든요.
정말.. 먹는것 같이 사소한 일로 이런 취급을 당하니.. 정말 서운터군요.
호텔로 돌아왔는데.. 아까까지는 굳게 닫혀있던 식당 문이 열려있더라구요.
들어가서 직원을 찾았어요. 아가씨 한명이 주방에서 나오더군요.
밥을 주문하니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국수는 괜찮냐고 묻길래.. 국수 아니라 뭘 주더라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지경인지라.
달라고 했습니다.
잠시 뒤에 아가씨가 국수 한 그릇을 가져왔는데...
너무 배가 고팠던걸까요??
아님 서러워서 그랬던 걸까요,..? ( 원래 스트레스 받으면 엄청 먹는 타입 )
게눈 감추듯 홀딱 먹고는 아가씨를 또 불렀어요. 한 그릇 더 달라고.,
아가씨.. 눈을 똥그랗게 뜨더라구요. 겸연쩍어서 너무 배가 고파 그렇다고 변명까지.. ㅎㅎ
이번 국수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나중에 보니까.. 이 아가씨.. 자기 국수 먹고 있는데 제가 부른거 더라구요.
먹다 말고 다시 물 끓이고 국수 만들려니 시간이 조금 더 걸렸던 거죠.
국수 두 그릇을 배터지게 먹고나서 계산하려고 아가씨를 부르니까..
( 아가씨.. 자기 국수 먹느라 쳐다도 안봅니다. ㅎㅎ)
그런데 충격...
아가씨가 저보고 ' 뭘 돈을 내냐고. 나 먹을 국수 한 그릇 더 만든건데..'
그냥 가라더군요. 어찌나 미안하고 또 미안한지...
그런줄 알았으면.. 그 아가씨 국수나 제대로 먹게 한 그릇만 먹는건데...괜히 또 달라고 해서..
나 떄문에 퉁퉁 불은 다 식은 국수를 먹고 있더라구요.
너무 고맙더라구요. 호텔 방에 돌아와 선물로 뭐 줄거 없나.. 아무리 짐가방을 뒤져봐도..
섬에서 1박만 할 예정으로 작은 배낭에 지갑과 사진기, 책 한권 들고 들어왔을 뿐..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섬을 떠나기 전에 아가씨한테 정말 고맙다고 인사만 하고 왔어요.
.. 멀리 이역땅에서 만난 한국인 동포는 넘쳐나는 음식에 숟가락 하나 얹을 수 없다는데..
한번 보고 다시는 만나지도 않을 외국인에게 아침 먹다말고 국수를 두 그릇이나 끓여준
중국인 아가씨...
이 날 이후로.. 왠만하면 중국인이 잘못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되요.
그 아가씨한테 받은 국수 두 그릇의 값은.. 너무 귀했거든요.
따리로 돌아오고.. 여행 말기에..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워서 그 한국식당엘 갔더랬죠.
정말.. 웬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게 된다고. 밥 먹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들어오시더군요.
맛있게 먹던 된장찌개가 소태로 변하더군요. 밥을 다 먹고 그 테이블에 가서 인사를 했어요.
이 번엔 저도 웃으면서 큰 소리로. '덕분에 그 날 아침.. 아무것도 못먹었네요. ' 라구요.
그랬더니.. 본인도 할 말은 없었나 봅니다.
그 아가씨냐고.... 그 날.. 같이 먹자는 말을 깜빡 잊고 못했다나 뭐라나..
변명이 너무 같잖아서 썩소가 절로 나오더군요.
그 만남 이후로.. 절대 그 식당 다시 안갔습니다.
사실.. 음식 맛은 따리에서는 제일 괜찮았지만..
내 돈이 그 아저씨 심술보 채우는데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굶는게 낫더군요.
아직도 따리를 생각하면.. 그 아저씨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오늘.. 친구들을 만났는데.. 애들이 중국여행 어떘었냐고.. 물어봤거든요.
그 사건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제가 쫀쫀한 인간인건가요?
집에 돌아왔는데도... 그때 서러웠던 맘이 아직까지 잊히질 않네요.
배 터지게 밥 먹고 지금도 오징어 씹고 있어요.
아휴.. 열받아.
재외 한국인 여러분..
어느 장소., 어느 때라도... 굶주려 하는 한국인 여행자 보면..
제발 내치지 말아 주세요.
몇달이 지나도 그 서러움이 어제 일만 같습니다.
ㅠ.ㅠ
중국 운남성 따리 여행을 가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굉장히 유명한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시죠.
숙박업소와 식당. 그리고 여행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분이죠.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하시더군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분.
하지만 패키지 여행에 대해 거부감이 많은 저로서는...
그 분과 만날 일이 전혀 없었기에 아무 상관 없을 줄 알았어요..
문제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시작하더군요.
운남성 여행에서 가장 공들였던 코스가 어떤 섬이예요.
휴양지로 유명한 섬인데 숙박시설이 2종류 있어요.
나름 3성급 호텔 하나(당연히 비싸겠죠?) 와 가격대 있는 민박 (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 전용)
자료 조사를 해보니..
한국인 패키지 팀이 없는 날에는 개인 숙박도 가능하다고 해서 섬에서 1박을 계획했어요
섬에 들어간 당일... 민박집을 찾아갔더니.. 하필 전 날에 한국인 패키지 팀이 예약을 했다는
거예요. 거의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에서 독점 이용하는 곳이라.. 어쩔 수 없는 일.
선택의 여지 없이 비싼 호텔에서 묵어야 했어요.
값을 좀 깍고 호텔 방에서 묵었는데.. 오후에 호텔 직원이 전화를 하더군요.
저녁 먹으려면 지금 예약을 하라구.
.. 사실.. 호텔 방값만으로도 이미 예산 초과였던지라 저녁까지 호텔에서 먹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배타고 섬 밖에 있는 마을에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간단히 과일 몇개 사가지고 돌아
왔어요. 저녁 5시가 되니 배도 끊기더군요.
... 일출을 보려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그랬더니 평소 아침을 안먹는데도 그 날은 배가
고프더군요. 가격이 좀 비싸도 아침을 먹어야 겠더라구요.
저녁이라고는 전 날 4시 경에 먹은 밥 한공기가 전부.
섬 구경 다닌다고 바지런히도 쏘다녀서 그런건지.
공기가 좋아서 그런건지..
여튼.. 배가 고파 죽겠더라구요.
문제는.. 아침 7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식당이 문을 안여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그 민박집으로 찾아갔어요. 그 민박집은 식당을 겸한 곳이거든요.
갔더니 중국 아줌마가 열심히 요리를 하고 계시더라구요.
밥 먹으러 왔다고 하니까 지금은 음식을 팔지 않는데요.
한국 패키지 팀 예약이 꽉차서 안된다네요. 호텔 식당은 왜 문을 안여냐고 물어봤죠.
저녁이 되면 호텔 직원들도 모두 섬을 떠난데요.
직원들이 아침 첫 배를 타고 들어와서 호텔 문을 여는거고.. 그떄까지는 아무도 없답니다.
식당은 점심때나 되야 문을 열거라더군요. 어흑.. 몰랐던 제가 죄인거죠.
뭐.. 할 말도 없고.. 음식 냄새 맡으니 배는 더 고프고..
어쩔 수 없이 호텔로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에 어젯밤 섬에 들어온 한국인 아줌마, 아저씨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더니 깜짝 놀라시면서 어떻게 혼자 왔냐고 하시더군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호텔이 다 좋은데 아침을 못먹게 됐다고 했더니..
자기네 팀에 껴서 밥을 먹자고 하시더라구요. 숟가락 하나 얹는게 뭐가 힘드냐며...
사실.. 제가 주변머리가 없습니다. 변죽좋게 덥석.. 덥석.. 친해지는걸 잘 못해요.
호텔로 그냥 돌아갔는데.. 정말 배가 고프더군요.
허기진 배는 없던 용기도 만드나 봅니다. 다시 그 민박집으로 돌아갔어요.
주방은 모든 음식 준비를 다 끝냈는지 아무도 없구요.
주방 옆에 길게 차려진 식탁에는 서너명의 사람들이 수저를 세팅하고 계시더군요.
그 중에 한 분이 딱 눈에 들어왔어요.
한국서 여행준비 하면서 사진으로 여러차례 보아온 그 게스트 하우스 주인분이셨어요.
' 혼자 호텔에 묵고 있는데. 여차여차 해서 아침을 못먹게 되었다...'
사정 설명을 하고 나서.. ' 여기서 좀 밥을 사먹을 수 없을까요?' 하고 물었는데..
- 지금도 서러운게. .. 당당하게나 물어볼걸.. 비굴하게 왜 그렇게 쪼그만 목소리로 물었을까요.
그 게스트 하우스 아저씨.. 큰 소리로 대답하시더군요.
' 여기는 저희 팀 말고는 아침을 먹을 수 없어요. '
본인 게스트 하우스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 들으라는 의미였겠죠.
그 여행 프로그램이 비싸거든요.
아까 호텔로 돌아가며 만난 한국인 아줌마들이 여기 오는데 돈이 얼마나 드냐고 제게 물어
보셨거든요. 하지만.. 사실.. 여행 프로그램과 1인 배낭 여행을 금액으로 비교하면 안되거든요.
여행 프로그램은 봉고도 빌려야 하고, 민박도 예약없이 아무때나 쓸 수 있고..
그야말로 돈만 내면 다 되도록 모든 일정을 여행사가 준비해 놓는 상품이기 떄문에 1인 배낭
여행과 비교할 수 가 없는 거니까.. 아주머니들한테 그렇게 말씀 드렸어요.
난 혼자 싸게 온 대신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하게 왔다고..
당장 아침도 굶고 있지 않냐고.. 그랬더니 아줌마들이 막 같이 가서 밥 먹자고 다들 그러셨거든요
그 말에 용기를 내서 왔던건데... 공짜로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을 지불할 용의로 간건데..
그 아저씨.. 어찌나 큰 소리로 자기네 팀 말고는 아침 먹을 수 없다고 외치는지...
내가 삼사일을 굶은것도 아닌데 도저히 밥 달라고 못하겠더군요.
돌아오면서.. 어찌나 뒤통수가 뜨겁던지...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너무 창피했습니다. 돌아오면서 울컥.. 서럽더군요.
내가 돈도 없는데 그런 취급을 당했더라면.. 정말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다행히도-?- 전 돈이 없어 여행사를 이용 못하는게 아니라..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이동해야 하는 그런 여행을 싫어해서.. 돈이 더 들떄가 많지만.. 혼자 다니는 편이거든요.
정말.. 먹는것 같이 사소한 일로 이런 취급을 당하니.. 정말 서운터군요.
호텔로 돌아왔는데.. 아까까지는 굳게 닫혀있던 식당 문이 열려있더라구요.
들어가서 직원을 찾았어요. 아가씨 한명이 주방에서 나오더군요.
밥을 주문하니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국수는 괜찮냐고 묻길래.. 국수 아니라 뭘 주더라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지경인지라.
달라고 했습니다.
잠시 뒤에 아가씨가 국수 한 그릇을 가져왔는데...
너무 배가 고팠던걸까요??
아님 서러워서 그랬던 걸까요,..? ( 원래 스트레스 받으면 엄청 먹는 타입 )
게눈 감추듯 홀딱 먹고는 아가씨를 또 불렀어요. 한 그릇 더 달라고.,
아가씨.. 눈을 똥그랗게 뜨더라구요. 겸연쩍어서 너무 배가 고파 그렇다고 변명까지.. ㅎㅎ
이번 국수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나중에 보니까.. 이 아가씨.. 자기 국수 먹고 있는데 제가 부른거 더라구요.
먹다 말고 다시 물 끓이고 국수 만들려니 시간이 조금 더 걸렸던 거죠.
국수 두 그릇을 배터지게 먹고나서 계산하려고 아가씨를 부르니까..
( 아가씨.. 자기 국수 먹느라 쳐다도 안봅니다. ㅎㅎ)
그런데 충격...
아가씨가 저보고 ' 뭘 돈을 내냐고. 나 먹을 국수 한 그릇 더 만든건데..'
그냥 가라더군요. 어찌나 미안하고 또 미안한지...
그런줄 알았으면.. 그 아가씨 국수나 제대로 먹게 한 그릇만 먹는건데...괜히 또 달라고 해서..
나 떄문에 퉁퉁 불은 다 식은 국수를 먹고 있더라구요.
너무 고맙더라구요. 호텔 방에 돌아와 선물로 뭐 줄거 없나.. 아무리 짐가방을 뒤져봐도..
섬에서 1박만 할 예정으로 작은 배낭에 지갑과 사진기, 책 한권 들고 들어왔을 뿐..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섬을 떠나기 전에 아가씨한테 정말 고맙다고 인사만 하고 왔어요.
.. 멀리 이역땅에서 만난 한국인 동포는 넘쳐나는 음식에 숟가락 하나 얹을 수 없다는데..
한번 보고 다시는 만나지도 않을 외국인에게 아침 먹다말고 국수를 두 그릇이나 끓여준
중국인 아가씨...
이 날 이후로.. 왠만하면 중국인이 잘못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되요.
그 아가씨한테 받은 국수 두 그릇의 값은.. 너무 귀했거든요.
따리로 돌아오고.. 여행 말기에..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워서 그 한국식당엘 갔더랬죠.
정말.. 웬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게 된다고. 밥 먹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들어오시더군요.
맛있게 먹던 된장찌개가 소태로 변하더군요. 밥을 다 먹고 그 테이블에 가서 인사를 했어요.
이 번엔 저도 웃으면서 큰 소리로. '덕분에 그 날 아침.. 아무것도 못먹었네요. ' 라구요.
그랬더니.. 본인도 할 말은 없었나 봅니다.
그 아가씨냐고.... 그 날.. 같이 먹자는 말을 깜빡 잊고 못했다나 뭐라나..
변명이 너무 같잖아서 썩소가 절로 나오더군요.
그 만남 이후로.. 절대 그 식당 다시 안갔습니다.
사실.. 음식 맛은 따리에서는 제일 괜찮았지만..
내 돈이 그 아저씨 심술보 채우는데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굶는게 낫더군요.
아직도 따리를 생각하면.. 그 아저씨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오늘.. 친구들을 만났는데.. 애들이 중국여행 어떘었냐고.. 물어봤거든요.
그 사건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제가 쫀쫀한 인간인건가요?
집에 돌아왔는데도... 그때 서러웠던 맘이 아직까지 잊히질 않네요.
배 터지게 밥 먹고 지금도 오징어 씹고 있어요.
아휴.. 열받아.
재외 한국인 여러분..
어느 장소., 어느 때라도... 굶주려 하는 한국인 여행자 보면..
제발 내치지 말아 주세요.
몇달이 지나도 그 서러움이 어제 일만 같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