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일본여행, 그리고 지진 ...
얼마전에 좋아하는 미쿡가수 (잭 존슨) 콘서트를 보러 일본에 다녀왔어요.
작년에 티켓팅 해두고 항공권도 제주항공에서 저렴하게 나와서 두달전에 발권해놓고,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다 드디어 3월 9일 일본땅을 밟았더랬지요.
3월 10일에 콘서트를 보고, 3박 4일 일정이라 11일에는 콘서트를 보느라 노곤해진
몸도 쉴겸 나고야시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고흐 120주년 전시를 보러 갔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음료 한잔 마시고 가려고 자판기 앞에 섰는데, 갑자기 울렁 하는거예요.
자판기가 흔들흔들하고 저도 서있는데 땅바닥이 울렁울렁 하길래,
지진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한 저는 그걸 지진이라 생각도 못하고,
어제 콘서트가 너무 격렬하게 피곤했나? 아님 과음? 이런 생각을 하며, 동행인에게,
"오빠, 저 피곤한가봐요. 막 어지럽네요. 자판기가 막 달려들어요."
했더니,
"어, 나만 그런거 아니었네? 갑자기 어지러워서 담배 때문에 그런 줄 알았는데..."
라는 답이 돌아와서. "그럼 이건 지진?" <<<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라-;;;
외교부 문자로 동북지역 지진,쓰나미 발생이라고 문자가 계속 들어오긴 했는데
미처 연관짓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중부에 있는 나고야에 있어서 그런가? 이런느낌;]
지진이라는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니까 생소한 경험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어요.
그때가 오후 세시 반경이었어요.
그리고 주변도 너무나 평화로웠기 때문에 몇분간 지진인가 아닌가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전시보러 미술관 들어갔는데, 미술관도 흔들흔들 하더라구요.
안에 있는 사람들도 아무런 동요가 없길래, "아, 자주 있는 일인가보구나." 하며,
두어시간 전시 보고 나와서 쇼핑센터에서 4월에 태국갈 때 쓸만한 보조가방을
뭘 사야할지 정말 태평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한국에서 메세지며 전화, 카톡, 페이스북이며 트위터 푸시가 정신없이 들어오는거예요.
어디냐고, 뭐하냐고-;; 살아있으면 대답해달라고 (...)
평소 연락 뜸하던 동생한테도 서너번 전화가 들어와서 실내라 연결상태가 나빠서 그러는데
무슨일 있냐고 문자 보내니 "언니 연락 안되서 완전 무서워서 계속 전화했어요." 라며,
지금 일본 지진때문에 난리 났다고-;;;;
회사에서도 전화오고 아빠는 저랑 연락 안된다고 도쿄에 있는 친구한테 연락해서 물어보고;;
쇼핑중에 번거로워서 전화 안받았는데 정말...죄송했습니다 ㅠㅠ
그때까지도 실감 못하고 있다가 집[게스트하우스] 돌아와서 뉴스 보니까 ...
정규방송 전부 취소하고 지진 특보만 보내고 있더라구요.
낮에 안일하게 "귀찮게 왜이렇게 전화질이야!" 라고 생각했던게 미안해서-;;;
도쿄에 있는 친구들 안전 확인 하고 -다행히 전부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어요 ㅠㅠ-
집이랑 회사, 그리고 안부를 물어봐주신 모든 분들께 "저 안전해요! 나고야는 안전해요!"
라는 메세지를 보내고서야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답니다.
집에 와서는, 태국 갔을때도 시위때문에 걱정하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또 뭐냐고-;;;
그래가지고 4월 여행 보내겠냐고 하시는데;;; 으음...
저는 지진 발생했던 지역과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울렁거림이 느껴졌는데,
센다이나 도쿄에 계시는 분들은 그 공포감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네요.
요즘 일본관련 뉴스만 보면 눈시울이 자꾸 뜨거워져서 일부러 안보려고 합니다.
12일날 돌아와서 뉴스 보면서 계속 울었거든요...보도를 너무 무섭게 하는거 같아요 ㅠㅠ
도쿄에 있는 친구는 수퍼마켓에 생필품이 동나서 걱정이라고...
수퍼마켓 사진 찍어서 보내줬는데 뭐라 해줄말이 없더라구요.
오늘도 여진때문에 어지럽다는 문자를 받고서,
더 큰일이 생기지 않기를, 이 상황이 빨리 마무리 되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태국, 라오스 쪽은 이상기온으로 지금 예년에 비해 무척 서늘하다고 하던데,
이래저래 뒤숭숭한 일들이 많아 괜히 불안불안 합니다. 별일없어야 할텐데.
부디 여행중이신 분들, 안전여행 하시길 기원합니다-!
괜시리 복잡한 마음에 글남겨 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