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같았던 후유증이 지나가고 ... 저도 사진 몇 장 :-)
케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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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4 01:04
오랜만에 정신을 차리고 글을 남겨 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주말이네요.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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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을 다녀온건 아니지만 ...
짧게- 그냥 일상에 쉼표를 찍고 왔어요.
매년 그냥그냥, 친구들 만나러 가는 도쿄에.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아빠와 함께.
(그리고 아버지의 친구분과, 그 분의 아들도 함께 ^^;)
다녀왔어요.
늘 혼자 가서는,
1~2주 정도 친구네 집에서 밥이나 먹고 뒹굴대다가 조용하게 있었던 곳인데...
복작복작하게 여럿이서 떠난건 또 처음이라 새로운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짧은 시간을 여행한건 처음이라 저에게는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만 가득한 휴식이었다고 해야할까요,
휴식치고는 다녀와서 너무 힘들어서 일주일 내내 "괜찮아?" 소리를 들었지만요.
정말이지 하나도 안괜찮았어요 - _-;
일주일 만에 사진을 찾아오고,
필름정리를 하고 나서야 "돌아왔구나," 하는 기분입니다.
태국 다녀와서도 한달 내내 정신줄 놓은 사람처럼 지냈는데,
이번엔 좀 짧게- 하지만 폭풍처럼 지나갔네요,
...마치 올 여름의 날들 처럼.
저는 올해 휴가를 너무 질러서 연차도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출발은 아버지와 함께했지만 첫날만 같이 보내고 저는 도쿄에만 있다가
금방 와야만 했어요. 근데 그 혼자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외로울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던거 있죠.
혼자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던 날 아빠한테 문자가 왔어요.
"그렇게 빨리 갈 거, 뭐하러 왔냐?"
아니 그게 ㅡ,.ㅡ;;;;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이 곳을 떠나 잠깐만이라도 쉬었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치앙마이가 너무너무 가고 싶었는데 ...
(맨날맨날 동행인이랑 치앙마이~~ 치앙마이~~~ 이러고 있습니다 -_ㅠ)
2박 3일로 치앙마이 다녀왔다간 하늘 위에서만 보고 올 듯한 기분이 들어서. 음.
여튼 자꾸 딴 짓만 하는 기분이지만,
사진을 찾아와서 보니까, 마음이 정말 콩밭에 가있는게 재밌기도 해서-
요약하자면 일본에서 태국놀이 하다가 왔어요 -_-;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냥 암꺼나에 슬쩍 올려봅니다.
기타국가 여행기에 올리기에도 너무 별거 없어서.
여행기는 쓰지 않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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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비행기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젠 몸이 피곤해서 일정이 짧아도 그냥 오후가 편하네요.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네시. 시내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일곱시...
가는 동안 해가 완벽하게 저물어 가는 풍경을 보는 기분부터가 새로웠달까요.

저녁을 먹고 뒷골목을 수상하게 돌아다니다가 이뻐보이는 간판에 넋을 잃어주는 것은,
전세계 어디에다 데려다 놔도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번 여행, 짧은 일정 중에서도 단 하루를 아빠와 함께 했지만-
최근들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하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그동안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뤘던 얘기들을
풀어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저희 아버지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블랙커피와 함께,
이후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저는 제 짧은 일정을 또 원망했답니다.
혼자 떠나기, 쉬워요. 남자친구와 떠나기, 쉽죠.
친구와 떠나기도 참 쉬워요.
근데 막상 가족과 떠나는 일은- 왠지 제 나이 (스물아홉) 쯤 되면,
괜시리 어색하기도 하고 새삼스럽기도 하다는 생각에 선뜻 제안하기가
그랬었는데. 이번에 생신선물로 티켓 끊어 드리길 잘한 것 같아요 ;-)
저 착하죠? (...뭐, 남들 다 하는거;;; 죄송해요 -_ㅠ)

아버지 일행을 이즈지역으로 티켓 끊어서 보내드리고,
저는 혼자 도쿄에 남아서 친구들을 만나기 직전까지.
여섯시간 정도를 혼자 보내게 되었는데,
혼자 있는 것 쯤이야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이상하게, 유난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게 ...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여행지에서 기분이 쐐- 할때는 "익숙한" 곳으로 도피하는게 최선인가 봅니다.
전세계 어딜가도 똑같은 컨셉인 이 곳. 때마침 친구한테 전화가 ...
"어디야?"
"응, 지유가오카 스타벅스. 커피마셔."
"너 혼자 심심할까봐 전화했지. 완전 궁상이다."
"그러게."
그렇습니다 -_- 궁상녀 기운 만만한 상태로 다니고 있었던거죠.
한시간쯤? 앉아서 혼자 지지리 궁상 떨다가 이건 아닌것 같아서 일어났어요.

좋아하는 티셔츠샵에서 정신줄 한번 놓고.

좋아하는 장난감샵에서 정신줄 두번 놓고.
플레이모빌이라고 제가 이베이에서 빈티지 시리즈까지 낙찰받아 구매하는 (...) 장난감 ;;;

앤틱샵에서 정신줄을 세번 놓았습니다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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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친구들 만나러 신주쿠로 돌아가니 테이블이 이지경.

동행인과 함께 왔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짓들을 맘껏 해봤습니다.
"언니 이러는거 오빠가 아셔?" ... 모르십니다 (...이젠 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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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가면, 꼭 만나는 친구가- 뭐 사실 친구가 다 거기에 있지만;;;
저와 5년전에 함께 태국에 있었던 일본친구 "카츠" 입니다.
뭔가 이 아저씨 (저보다 여섯살이 많아요)
소심하게 구글지도 한장을 프린트 해왔는데, 저를 데려간 곳은-
어떤 수상한 빌딩의 옥상이었어요.

빌딩 옥상에 아시안 푸드코트! 에어컨 없음! 스러운 이 곳은
한국식당도 있고 인도요리점, 파키스탄, 말레이지아,베트남 등등의
요릿집들이 있었고, 우리가 갔던 곳은 뭔가 남국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일본의 남쪽 섬. "오키나와" 식당 이었어요.
태국풍 종이등에 써진 오리온은 오키나와 지역 특산 맥주라고 하네요.

친구가 시켜준 여러가지 음식중에 "쏨땀" 스러운 샐러드가 있었는데요-
제가 보자마자 "이거 쏨땀이야?" 이랬더니, "똑같지?" 라며.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똑같은 오키나와식 그린 파파야 샐러드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태국처럼 피쉬소스가 아닌 일본의 간장으로 드레싱을 내서 맛은 확실히 다른...
아 그리고 맵지도 않았구나 - _-;
"그래 생긴게 똑같네. 너땜에 쏨땀 먹고 싶잖아. 책임져. 내년에 무조건 태국 가."
해서 내년에 제 맘대로 태국멤버 확정입니다.
카츠는 팟타이와 쏨땀 오타쿠 일본인이거든요.
"히키네 집에 있었을 때 매일 먹었는데."
"세달이나 있었으면서 세달 내내 매일 먹은거야?"
"응."
"레알 부럽다..."
진정 부러움에 몸을 떠는 저, 케이토 -_-;
히키가 만든 쏨땀은 진짜 맛있거든요.

오른쪽의 잔해가 오키나와식 쏨땀 (내맘대로) 이고, 새롭게 나온-
오키나와라면 단연 이 것. 이라는 고야 참프루. 라는 요리인데요.
하하하.
팍치 드실 수 있으면 부담없이 드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드셔보시길 ;-)
저도 처음 먹어봤는데 제가 상상하던 맛이어서 완전 맛있게 먹었거든요. ^^
요거 말고도 여러가지 요리가 있었는데,
남쪽 열대지방 요리라서 그런지 태국동네 요리랑 많이 닮았더라구요.
땅콩소스에 버무린 돼지귀, 라던가.
밥먹는 내내 태국얘기만 줄줄 하다가 괜히 향수병만 도졌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여기에다가 글을 올리고 있는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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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깐 시간을 두세시간쯤 되돌려서 말이예요.
시부야에서 신주쿠에 친구 만나러 가는 길에 있었던 구글 프레이즈 광고를 보고,
저도 모르게 셔터를 꾹 눌렀답니다.
"태국(타이)은 가깝다."
시부야에 있는 태국요리점을 검색하라는 구글의 심플한 광고지만,
미처 태국여행의 열기가 식지 않은 저같은 사람이 보니까 가슴에 확 꽂히더라구요.
그래, 가깝지...하며 또 언제 가려나. 하면서 친구 만나러 가니까,
비주얼이 쏨땀인 오키나와식 쏨땀이나 사주고 있고 - _-;;; 일부러 이러는건가?;
사실 제가 혼자 돌아다니면서 쇼핑하다가 일본의 수입식품점에서-
레토르트 태국커리를 세일하길래 그린,레드,옐로우 이렇게 하나씩 사왔거든요.
그걸 본 카츠가 "너 태국에서는 일본과자 사더니 일본와서는 태국커리야?"
왜이러실까? 한국에서 기념품으로 한국 김 사갔습니다. 엄마가 추천해줬거든요.

근데 이렇게까지 세일 한다고 쌓여있는데 안사오는게 이상하지 않은가요? (...)
어제 저녁으로 먹어봤는데 더 안사온 걸 후회할 정도로 맛있더라구요. ㅠㅠ
뭔가 사이즈가 유독 크다고 생각했는데 안에 건더기가 거대해!!! 그린커리에는 무려
생라임잎이 두장이나 들어있었어요!! 1인분인데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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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 그래서 어쩌다 보니까 카츠와는 내년에 태국에 동행하게 될 것 같고,
-둘다 적당주의자라 적당히 5월쯤이 어때? 이런식으로 얘기가...-
저는 저녁먹고 호텔에 밤 열두시에 체크인 했습니다 - _-; 그냥 길에서 잘걸.
짧은 일정만큼 하루를 48시간 처럼 보내야했던 거지요.

밤 열두시에 체크인하고 어둠의 자식처럼 이러고 있다가 뻗었습니다.

2박 3일이라는 말도 안되는 일정으로 휴식은 개뿔 이라는 생각으로-
조식 먹고 호텔 정원에서 한량처럼 빈둥거리다가,

방에서도 짐싸면서 빈둥거리다가 ... (필름은 어느새 여섯롤 째)
술을 네병이나 샀더니 20인치짜리 캐리어에 다 들어가지 않아 난감했어요.
태국커리를 샀던 그로세리에서 비아씽캔을 팔았는데 집었다 놨다를 백번 하다가 놓고 온걸
살짝 안심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병은 봤어도 캔은 못봤었는데...
+
돌아오는 날은 저녁비행기였는데,
그다지 여유롭지는 않아서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책방만 들렀다가 공항에 가려고
시내에서 살짝 외곽으로 나가면 있는 동네에 잠깐 들렀습니다.
제가 이쁘게 낡은 느낌을 참 좋아하는데, 그 동네가 딱 그렇더라구요.


그 책방까지 걸어가는 길에 몇군데의 태국요리점이 있었는데요,
느낌이 참 묘해서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되더라구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런치를 먹어보고 왔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뚝뚝. 이라는 이름이 참 정겹더라구요 ;-)

그리고 이 곳이, 노마도 (nomad ::: 유목민 ... 의 일본식 발음 ㅠㅅㅠ) 라는-
Traveler's Bookshop, 바로 여행자들을 위한 서점입니다.
오기 전날 우연히 알게 되서 일정이 안되더라도 무조건 들러야 겠다는 생각에
마지막날 동선 같은거 무시하고 일단 갔습니다. -덕분에 역에서 삽질했지만 잊어버렸어요.
예쁘게 낡은 동네에 할아버지들 앉아서 쉬고 계시는 놀이터 앞에 뜬금없이 있더라구요.
이 곳의 주인이 여행중에 어떤 동네에서 일반서점 말고도 여행자들을 위한 서점이
따로 존재하는 것을 보고 일본에도 그런 가게를 내고 싶어 만든 책방이라고 합니다.
(아마 그 주인은 태국을 여행하지 않았을까요? ^^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말이예요)
여행에 관한 주제를 가진 모든 책들을 총망라 해놓은 곳이어서,
이 곳에 머문 고작 30분 동안 저는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아시아" 코너에 찰싹 붙어서 말이예요.
특이한건 출판사 별로 나눠둔게 아니라 "국가" 별로 나눠져 있더라구요.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론리플라넷이 진심으로 론리해보였던 서점이었어요 ;-)
[요건 디카로 슬쩍 찍어둔 사진 :) ]

그 서점에서 구매한 책이예요. 제목도 웃겨요. 파쿠파쿠! 팍치-
팍치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의 레시피가 나와있는 책이더라구요 ㅋㅋ
뭔가 요리 할때마다 팍치가 대량으로 남는 저에게 딱이라서 안살수가 없었어요 ^ㅡ^;;;
조만간 이 책에 나와있는 레시피로 요리 한번 해보려구요. 큭.
그리고 짧은 여행이지만 그 서점에서 엽서를 사서, 쓰는 것도 잊지 않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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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났던 귀여운 강아지.
너무 "나 일본 강아지" 느낌이라 사진을 안찍을수가;;; 나라마다 동물들도 참 다르네요-

아쉬움? 그딴거 느낄 겨를도 없이 100미터 달리기 하듯 ...
이래저래 할일의 반도 못하고 돌아와서는 정신 못차리다가 이제 숨 좀 돌리는 느낌입니다.
으아- 뭔가 간단하게, 정말 간단하게 하려고 했는데 뭔가 또 줄줄 써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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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와서는, 그랬어요. 좀 힘들었어요.
사실은 예정대로라면 3일이 아닌. 1주일 정도, 그 시기에 태국에 있었어야 했었거든요.
방콕행 티켓을 취소하면서 속상한 마음에 무리해서 다녀왔던 여행이었기 때문에,
마음의 방향은 자꾸 다른 곳을 향해 있었나 봅니다. 사진에서 다 나오네요. 하하하.
그래도 일상에 살짝 브레이크를 걸어 준 덕분에,
제가 진짜로 원하는 것, 해야할 일과 내려 놓아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꽤 명확해졌어요.
길든 짧든, 여행이란,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참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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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p.s_
가을맞이 폭식의 현장.
마음의 양식은 폭식해도 됩니다.

알랭 드 보통, 몇권인가를 읽어보고도 저랑 맞지 않아서 저 책만큼은
그동안 미뤘는데... 50% 세일 하길래 일단 (...비교적 세일에 약한 여자)
그리고 plantubig님이 추천해주신 여행길에 함께하기 좋은 책,
"영혼의 자서전" 양장으로 된 아이들로 다녀와서 데리고 왔습니다.
다시한번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추석 전 주에 3일 동안 또 강원도로 캠핑가거든요.
-정말 회사 그만둔 사람같이 놀러다니는군요 ㅠㅠ
뭘하고 시간을 보낼까- 했는데 즐거워 질 것 같습니다 ;-)

밑에서 세번째에 있는 책은 이 책이예요.
지친 영혼을 위한 달콤한 여행 테라피.
원서 제목은 Change your Life through Travel 이구요 ;-)
제목에서부터 지나치게 위로를 받아서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여행기라기 보다는 여행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안내서랄까...
그럼,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
간만에 올렸더니 말이 너무너무 많네요, 죄송해요, 엉엉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