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김치 좀 담궈달라고 노래를 부르는 외국인 친구
Sunny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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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8 19:58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지난 주말에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해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한국인에게 새치기를 당하고 분개했던 W 라는 외국인 친구에 관련된 이야기예요.
이 친구는 김치를 참 좋아해요.
저는 보통 김치 한달 먹을치를 월말에 한꺼번에 만들어 놓거든요. 그러면 꼭 뺏어가는 친구가, 이 W 라는 친구와 또 한명은 친절하고 순박한 우리 태국인 수의사 언니랍니다.
W 가 처음에는 그냥 잘 익은 배추 김치만 즐기더니, 이제는 업그레이드 되서 볶은 김치, 김치 볶음밥까지 소화해내더군요. 이제는 김치볶음밥 해먹겠다고 김치 달라고 할 정도예요.
근 두어달 동안 너무 귀찮아서 (사실 플스3과 LCD TV 와 스타2 에 빠져있었던 까닭....;) 김치를 계속 안 담궜더니. W 가 결국은 닥달을 하더군요.
W: 김치 먹고싶어 먹고싶어..
S: 알았어 조만간 만들어 줄께.. 귀찮아 죽겠어..
계속 안만들었죠 -_-
W가 기다리다 지쳐 결국은 탑스에서 김치를 사와서 먹었는데 시고 맛도 없다고 난리난리를 부립니다.
W: 파는 김치 뭐야 국물도 없고 시고 맛도 없고! 니 김치가 최고야.. 내가 재료 사가지고 올께, 니가 만들어주라 응? 응? 응? ..
S: 아휴.. 알았어 알았어. 이번엔 진짜로 만들어 줄께.
집에 있는 재료 빼고 필요한 나머지 재료를 종이에 적어줬습니다.
배추, 사과, 파 .. (적고보니 참 적더군요. 그걸 사러 가기 귀찮아서 안샀으니..)
약속한 일요일, W 가 배추가 가장 크고 싱싱하고 좋은 마크로에 가서 장을 봐왔습니다.
신이 마구 나서 장봐온 봉다리를 셋팅된 테이블에 꺼냈는데.. 아뿔싸 !!!!
싱싱하고 튼튼한 양배추 3개... ..................................
...
절일 소금에, 젓갈에, 설탕, 한국 고춧가루 다 준비됐는데 양배추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연이야 있기야 있죠.... 국사모 게시판에도 살짝 쓰기는 했는데..
준비 재료를 쓸때 제가 chinese cabbage 를 쓰기 너무 길고 귀찮아서 그냥 cabbage 라고 써서 줬거든요. 설마 김치를 진짜 양배추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 전날 써서 줄때도 국산 배추를 네이버에서 사진 찾아서 보여줬는데!
W, 안그래도 전화할까 말까 망설였다네요.. 마크로가 다른데보다 크다고 했는데, 왜 이 양배추들은 다른데랑 크기가 똑같은걸까.. 하면서 이게 아닌가봐 라고 ㅡㅡ...........
어떻하겠어요 제 잘못이지 ㅠㅠ
바로 나가서 동네서 후줄근하고 작은 배추 너댓개 사왔어요. 마크로까지 보낼 이유가 없었다는 ..
그래도 능력자라고 ㅋㅋㅋ 불쌍한 배추로도 완전 맛있는 배추 김치를 만들어 손에 들려 보내줬다는거 아입니까 ㅋㅋㅋㅋ 겉절이 맛을 보더니 "야~~~~~ 이거야~~~~~" 하는데 미안하고 고맙고 하더라구요... 다 먹으면 담번에는 꼭 바로 바로 만들어 주겠다고 속으로 장담을 했어요.
덩그러니 남은 양배추 3개.. 대체 뭐해먹냐 이걸로.. 샐러드 해도 한달 넘게 먹겠다 이러고 있다가
검색해보니 양배추로도 김치를 만들더군요? 몰랐어요.
2개만 시험삼아 소금에 절였다가 남은 양념을 발라줬더니, 오호호... 이거 맛나네요. 상큼하니~
S: 다음번에 혼자 만들 수 있겠어? 레시피 적어주고 고춧가루랑 젓갈같은거 주면?
W: 응!!! 해볼께!! 자신있어!
W는 진짜 배추 김치 먹고. 저는 양배추 김치 먹고 있습니다 요즘 ㅎㅎㅎ
양배추 김치로 김치 볶음밥해도 맛나데요? 어젠 고추장 불고기에 같이 넣어서 볶아 먹었는데 .. 입맛이 되살아 났어요. 밥 두그릇 뚝딱. ㅋㅋ
이건 불쌍한 배추 절인다고 기다리면서 나눈 대환데요.
W: 그거 알아? 남아공에는 한국음식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아무도 한국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 처음 태국왔을때의 나처럼.
S: 한국 레스토랑도 없나보네. 그럼 김치도???
W: 응. 내가 이번에 하도 가족들이랑 친구들이랑 스카이프 하면서 김치 타령을 하니까, 대체 김치가 몬데? 하고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설명을 ...
-W 와 친구 F 의 대화-
F: "김치가 뭔데?
W: "양배추로 만든 한국 요리야.
F: "양배추? -_- 볶거나 삶아?
W: "아니.. 생거...
F: "생........... 양배추???
W: "응.. 매운 생 양배추..
F: "맵고? 생거라고? 양배추가? 절대 상상도 안간다... 그런게 맛있다고?
W: "됐어.. 알지도 못하면서.. 너넨 여기 와서 직접 먹어봐야돼 ...
제 친구 토종 한국인 같애요 어떨때 보면.. 지금 임신 초기 인데.. 맨날 김치 노래를 불러대요.
김치 담궈주자 마자 한시간 뒀다가 바로 김치 볶음밥 만들어 먹고는 맛있어 죽는줄 알았다고 하질 않나.. 김치 선전을 하질 않나.. 이젠 김치 찌개 만들어달라고 그럽니다 숩김치 숩김치! ㅠㅠ... 아 구찮다고...
좋았던 것,
김치 직접 만드는 과정을 함께 보고 나서는, "김치가 몸에 참 좋을 것 같아. 여러 가지 재료가 참 많이 들어가는구나."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자랑 좀 해줬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있지, 김치를 먹어서 SARS 도 안걸리고 신종플루도 안걸렸다고 그런다. 그만큼 면역 체계에 도움이 되는거야. 팍팍 먹어! 애기도 좋아할거야." ㅋㅋㅋㅋㅋㅋ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예요.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이눔의 글이.. ㅜㅜ ;;
담번엔 간결하고 재미있게 쓰도록 노력해볼께요 ㅋㅋ
오늘의 길고 지루하고 정신사나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 모두들 ^^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한국인에게 새치기를 당하고 분개했던 W 라는 외국인 친구에 관련된 이야기예요.
이 친구는 김치를 참 좋아해요.
저는 보통 김치 한달 먹을치를 월말에 한꺼번에 만들어 놓거든요. 그러면 꼭 뺏어가는 친구가, 이 W 라는 친구와 또 한명은 친절하고 순박한 우리 태국인 수의사 언니랍니다.
W 가 처음에는 그냥 잘 익은 배추 김치만 즐기더니, 이제는 업그레이드 되서 볶은 김치, 김치 볶음밥까지 소화해내더군요. 이제는 김치볶음밥 해먹겠다고 김치 달라고 할 정도예요.
근 두어달 동안 너무 귀찮아서 (사실 플스3과 LCD TV 와 스타2 에 빠져있었던 까닭....;) 김치를 계속 안 담궜더니. W 가 결국은 닥달을 하더군요.
W: 김치 먹고싶어 먹고싶어..
S: 알았어 조만간 만들어 줄께.. 귀찮아 죽겠어..
계속 안만들었죠 -_-
W가 기다리다 지쳐 결국은 탑스에서 김치를 사와서 먹었는데 시고 맛도 없다고 난리난리를 부립니다.
W: 파는 김치 뭐야 국물도 없고 시고 맛도 없고! 니 김치가 최고야.. 내가 재료 사가지고 올께, 니가 만들어주라 응? 응? 응? ..
S: 아휴.. 알았어 알았어. 이번엔 진짜로 만들어 줄께.
집에 있는 재료 빼고 필요한 나머지 재료를 종이에 적어줬습니다.
배추, 사과, 파 .. (적고보니 참 적더군요. 그걸 사러 가기 귀찮아서 안샀으니..)
약속한 일요일, W 가 배추가 가장 크고 싱싱하고 좋은 마크로에 가서 장을 봐왔습니다.
신이 마구 나서 장봐온 봉다리를 셋팅된 테이블에 꺼냈는데.. 아뿔싸 !!!!
싱싱하고 튼튼한 양배추 3개... ..................................
...
절일 소금에, 젓갈에, 설탕, 한국 고춧가루 다 준비됐는데 양배추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연이야 있기야 있죠.... 국사모 게시판에도 살짝 쓰기는 했는데..
준비 재료를 쓸때 제가 chinese cabbage 를 쓰기 너무 길고 귀찮아서 그냥 cabbage 라고 써서 줬거든요. 설마 김치를 진짜 양배추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 전날 써서 줄때도 국산 배추를 네이버에서 사진 찾아서 보여줬는데!
W, 안그래도 전화할까 말까 망설였다네요.. 마크로가 다른데보다 크다고 했는데, 왜 이 양배추들은 다른데랑 크기가 똑같은걸까.. 하면서 이게 아닌가봐 라고 ㅡㅡ...........
어떻하겠어요 제 잘못이지 ㅠㅠ
바로 나가서 동네서 후줄근하고 작은 배추 너댓개 사왔어요. 마크로까지 보낼 이유가 없었다는 ..
그래도 능력자라고 ㅋㅋㅋ 불쌍한 배추로도 완전 맛있는 배추 김치를 만들어 손에 들려 보내줬다는거 아입니까 ㅋㅋㅋㅋ 겉절이 맛을 보더니 "야~~~~~ 이거야~~~~~" 하는데 미안하고 고맙고 하더라구요... 다 먹으면 담번에는 꼭 바로 바로 만들어 주겠다고 속으로 장담을 했어요.
덩그러니 남은 양배추 3개.. 대체 뭐해먹냐 이걸로.. 샐러드 해도 한달 넘게 먹겠다 이러고 있다가
검색해보니 양배추로도 김치를 만들더군요? 몰랐어요.
2개만 시험삼아 소금에 절였다가 남은 양념을 발라줬더니, 오호호... 이거 맛나네요. 상큼하니~
S: 다음번에 혼자 만들 수 있겠어? 레시피 적어주고 고춧가루랑 젓갈같은거 주면?
W: 응!!! 해볼께!! 자신있어!
W는 진짜 배추 김치 먹고. 저는 양배추 김치 먹고 있습니다 요즘 ㅎㅎㅎ
양배추 김치로 김치 볶음밥해도 맛나데요? 어젠 고추장 불고기에 같이 넣어서 볶아 먹었는데 .. 입맛이 되살아 났어요. 밥 두그릇 뚝딱. ㅋㅋ
이건 불쌍한 배추 절인다고 기다리면서 나눈 대환데요.
W: 그거 알아? 남아공에는 한국음식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아무도 한국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 처음 태국왔을때의 나처럼.
S: 한국 레스토랑도 없나보네. 그럼 김치도???
W: 응. 내가 이번에 하도 가족들이랑 친구들이랑 스카이프 하면서 김치 타령을 하니까, 대체 김치가 몬데? 하고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설명을 ...
-W 와 친구 F 의 대화-
F: "김치가 뭔데?
W: "양배추로 만든 한국 요리야.
F: "양배추? -_- 볶거나 삶아?
W: "아니.. 생거...
F: "생........... 양배추???
W: "응.. 매운 생 양배추..
F: "맵고? 생거라고? 양배추가? 절대 상상도 안간다... 그런게 맛있다고?
W: "됐어.. 알지도 못하면서.. 너넨 여기 와서 직접 먹어봐야돼 ...
제 친구 토종 한국인 같애요 어떨때 보면.. 지금 임신 초기 인데.. 맨날 김치 노래를 불러대요.
김치 담궈주자 마자 한시간 뒀다가 바로 김치 볶음밥 만들어 먹고는 맛있어 죽는줄 알았다고 하질 않나.. 김치 선전을 하질 않나.. 이젠 김치 찌개 만들어달라고 그럽니다 숩김치 숩김치! ㅠㅠ... 아 구찮다고...
좋았던 것,
김치 직접 만드는 과정을 함께 보고 나서는, "김치가 몸에 참 좋을 것 같아. 여러 가지 재료가 참 많이 들어가는구나."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자랑 좀 해줬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있지, 김치를 먹어서 SARS 도 안걸리고 신종플루도 안걸렸다고 그런다. 그만큼 면역 체계에 도움이 되는거야. 팍팍 먹어! 애기도 좋아할거야." ㅋㅋㅋㅋㅋㅋ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예요.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이눔의 글이.. ㅜㅜ ;;
담번엔 간결하고 재미있게 쓰도록 노력해볼께요 ㅋㅋ
오늘의 길고 지루하고 정신사나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 모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