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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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태국에서.

간큰초짜 21 740

제가 태국에 처음 간 게 현지 지사설립을 위한 실사 목적으로 예비지사사장님 모시고
2003년 3월 21일이었습니다. 당시 전 유흥도 즐기지 않고, 골프도 몰랐기에
호텔(이름 기억안남. 돈무앙공항 근처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묵었던 곳)에서
늘 수영만 하고 놀았습니다. 예비지사장은 아침에는 골프, 오후에 잠깐 실사미팅,
저녁엔 술에 쩔어 한달을 아주 즐겁게 보냈습니다.(결국 지사장으로 못왔지만...)

인터넷도 자유롭지 않아 태사랑에서 알려준 싸눅카드로 모뎀으로 인터넷을 쓰는게
전부다였습니다. 3-4일 호텔에서만 지내다 안되겠다 싶어 밖으로 나가보기로 하고
태사랑을 본격적으로 뒤지기 시작했죠.
(예전에도 여러번 글을 올렸지만, 저는 태국에 오기 전 여러 좋지 않은 선입견들로
태국발령이 너무 싫어 사표를 낸 상태였습니다. 아프리카 콩고 정도로 생각했었죠)

그때 처음 카오싼을 가봤고, 혼자서 파타야를 당일치기로 다녀왔고, 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한마디 안되는 예비지사장 버려두고 며칠을 신나게 다니며 태국을 경험하면서
서서히 태국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노트북과 디카를
들고 다니면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사무실에 창고정리를 하다가 노트북 하드디스크가 몇개 있길래 외장으로 연결해서
무슨 자료가 있나 싶어 보는 중에 'thaidiary.doc' 파일이 보여 열어봤습니다.
제가 2003년에 처음 태국 가서 썼던 그 일기파일이었습니다. 10개도 채 안되는 일기였지만,
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몇개만 옮겨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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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27일 더럽게 덥고 더럽게 맑다.

일주일째다. 아...너무 덥다. 식욕도 없고 의욕도 없다.
집에 가서 환희(제 딸..당시 5개월)랑 마눌이랑 보고 싶다.

......중략.......

박지사장은 오늘도 술 퍼마시고 있나보다. 더운데 좀 자제하시지..
난 아직 경영기획실 소속인데, 실장님한테 이거 어떻게 보고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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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28일 덥......................................다.

오늘은 thailove.net에서 알려준 카오산이라는 곳을 갔다왔다.
택시 타기전 호텔직원이 기사한테 말을 잘해줘 편하게 잘 갔다 왔다.
며칠전에 택시기사한테 당한거 생각하면....바로 앞에 있는 타이파닛을
모른다고 몇바퀴를 돌고...하긴 우리나라도 그런 사례가 많다고 하니
뭐 태국이라고 사람 사는곳인데 뭐 다르랴...

카오산에 한인가게가 몇개 보이던데 다들 더워서인지 사람도 개도 축 쳐져있어서
들어가보지 못했다. 나야 올만에 보는 한국사람이지만, 그 사람들은 늘 보겠지?
아 근데..무슨 개가 그리도 많은지...무서워서 뒈지는줄 알았다.

................중략................

수쿰빗? 스쿰윗? 아무튼 한국식당이 많다는 곳에 들렀다 왔다.
가오리지갑 몇개 사고 마사지 받았다. 마사지를 하는지 간지럽히는건지..
1시간 넘게 고역이었다. 밥먹으로 들어갔더니 박지사장 거기서 술마시고 있다.
꼬라지 보기 싫어 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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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16일 매일 덥다.

방으로 배달된 방콕포스트를 펼쳐들었다.
다른건 몰라도 여기 사람들도 덥긴 덥나보다. 어제 방콕이 40도.
덥다는 기사가 많이 올라와있다. 약간 다행이다...나만 더운줄 알았는데.
이제 며칠만 더 있으면 집에 간다. 우리 딸이랑 마눌이가 나 없이 이렇게
오래 있었던 적이 없어서 많이 심심하겠다.

............중략................

그간의 실사결과와 미팅내용을 모두 정리해서 보고서 작성완료했다.
경영기획실장님이 메일로 보내라는데, 모뎀으로 보내다가 2번 실패했다.
내일 수쿰빗 나가서 다시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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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20일 덥지만 상쾌하다

오늘 밤 비행기로 들어간다. 현지 협력업체 한국직원 소개로
잘한다는 마사지 집을 다녀왔다. 온몸의 뼈와 근육이 제자리로 찾아가는 느낌.
시원한게 참 좋다. 마사지집 이름도 시원하다 라는 뜻이라는데 태국말이라
잘 모르겠다.

박지사장이랑 쇼핑했다. 월드트레이드센터에 가서 엄마랑 장모님 드릴
실크제품(짐톰슨), 직원들 줄 백을 20개 넘게 샀다. 엄청 싸다.
이거 우리나라 가져가서 좀 팔아볼까? 이름이 뭐였더라...나라야?
우리 실장님은 술을 안드시니 가오리 지갑 최고 좋은걸로 샀다.
마눌이는 출장경비 남겨서 현금달란다. 그래도 화장품 몇개 사다주야지..

...........중략...........

박지사장 경비 사용전표 이제서야 던져준다. 아...욕나온다.
많이도 썼네...이걸 언제 정리하라고..한국 가자마자 바로 부산 출장인데...
한달동안 술값만 14만바트가 넘는데다가 골프장도 왜 자기가 내는지...
접대 받아도 부족할 판에...한달 동안 혼자 쓴 돈이 23만바트.
이 분 지사장으로 오시면 좀 피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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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가 쓴 일기 보니까 그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당시 전표정리한 파일에 환율 계산을 "27"로 했네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환상적인 환율입니다.

다른 일기를 보니 더운 날씨푸념과 택시기사 욕을 엄청 많이 했었네요.
지금 생각해봐도 그땐 택시한테 정말 많이 당했습니다.

한달동안 태국 있으면서 전 5킬로 정도 살이 빠졌습니다.

물론 나중에 태국에 정식발령 받아서 간 후로 완전히 적응해서
살이 엄청 쪘지만요. 그때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혼자 태국 생활한게
나중에 큰 도움이 됐었지요.
21 Comments
SunnySunny 2010.08.09 12:50  
너무 재미있게 잘 보았어요. 콩고에서 뿜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큰초짜 2010.08.09 14:38  
태국 처음 오기 전 태사랑에 풍토병이랑 전염병 주사 어디서 맞는지
물어봤다가, 욕 실컷 얻어먹었습니다. ㅎㅎ
날자보더™ 2010.08.09 13:01  
날짜 옆에 적힌 <오늘의 날씨>의 변화만 봐도
점점 태국을 향해 마음을 여셨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간큰초짜 2010.08.09 14:37  
태국 근무하면서 쓴 일기도 있는데..
하루 하루가 행복한 멘트들로 넘쳐납니다.
한국으로 리턴발령 받고 나서 쓴 일기는 지금 봐도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ㅎㅎ
날자보더™ 2010.08.09 15:17  
그것도 올려주셔요...ㅎ
간큰초짜 2010.08.09 18:20  
^^ 딱 하나만...

본사에서 오란다. 차장에 팀장 승진이란다.
창사이래 최연소 팀장이란다. 실장이 신경 많이 썼단다.
뭐하자는거야? 그만 둔다는 사람 억지로 보내놓고
이제 정들어 살만한데..아니 내 세상됐는데..오라고?
아..안갈수도 없고, 가자니 이제 내 인생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생각했는데...

김실장님께 전화해서 따졌다. 5년이라면서 왜 1년도 안돼서 부르냐고!
처음엔 그렇게 안갈려고 하더니..기껏 생각해서 승진시켜줘 연봉올려줘
힘들게 다시 불렀더니 왜 지랄이냔다...
[중략]
쿤 오(당시 회사 지사장 드라이버)가 슬퍼한다.
쿤 뽀(당시 회사 여직원)가 오늘 울어줬다.
집 빼야 한다고 하니까 콘도 관리인 아줌마가 놀라면서 좋아하는듯..(디포짓?)
[중략]
브루파빌리온 음악도 많이 그립고...6개월만에 겨우 얼굴 트고 통성명한 파혼요틴 여가수 쿤잽의 귀여운 노래도 이제 못듣겠네...아, 타이마사지..한국은 비싸다는데..어떡하지? 사흘에 한 번은 받아야 하는데..
[중략]
그래 그래 그래도 이제는 보고싶은 딸래미랑 마눌이랑 같이 살 수 있겠네!
[후략]
날자보더™ 2010.08.10 15:24  
아이고...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이랑 정을 나누기 무서워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근다고...헤어지기 겁나서 사람사귀는게 무서워요...
여하튼 이번 짧은 일기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sarnia 2010.08.09 13:08  
따님이 여덟 살이네요. 환희라고 했던가요? 저는 아들 만 하나라 딸이 있는 분을 보면 참 부러워요^^

그건 그렇고......

묻고답하기 게시판에 올리기는 좀 이상한 질문이라서요~ 

큰 뱀 있잖아요. 아나콘다는 아닐거고 보아 같은 종류..... 그 큰 뱀을 목에 걸고 사진을 찍은 걸 봤는데, 어디 가야 뱀을 목에 두를 수 있는지 아시는 분 있으면......
간큰초짜 2010.08.09 14:36  
한국 나이로 9살이죠. 2학년. 아빠는 엄마와 자기 아래라고 생각하는....
홍익여행사 2010.08.09 15:13  
수상시장에서 찍으실수 있고 기념품 파는 친구라 사진찍는 값은 안받더군요.
http://hongiktravel.com/bbs/board.php?bo_table=B02&wr_id=1 여기에 나온 사진중에 있습니다.
나그네3 2010.08.09 17:32  
캄보디아 똔레호수 휴게소에서 그냥 목에 둘러주더군요.  안 물어 하면서..
미객 2010.08.09 13:22  
안녕하세요.
짜오프라야강 투어하시면 뱀목에걸고 냅따튀세요.
그담일은 책임못집니다.ㅎㅎ
본인이 뱀목에두루고튀니까 뱀쇼매니져 박장대소하더군요..ㅋ
오래전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수쿰빗 한인프라자에서 알려주어 선착장가서 일인당 300밧인가 500밧인가주고
티켓끈으면 헨드모터달린배타고 뱀농장 악어농장 왕궁 그외 수상잡화점이나
현지인들 낚시하는거등 본기억이납니다.

뱀농장 뱀쇼도보여주며 큰뱀을 목에두루고 여러컷찍을수있습니다.

다가오는 여행 건강하시고 행운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sarnia 2010.08.09 13:36  
ㅎㅎ 미객님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파타야에서만 쭉 지낼 것 같습니다. 수쿰빗 한인 플라자에서는 한약방에서 누구 부탁을 받고 뱀쓸개를 산 적이 있습니다.

큰 뱀이 훈련이 된 모양이지요. 물거나 목을 조이면 큰일인데......
미객 2010.08.09 13:57  
비얌이 저렇게물려고 합니다...ㅋㅋㅋㅋ
아래답글사진참조...
고구마 2010.08.09 16:24  
하하..저도 예전 일기 꺼내보면
아~ 그때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면서 그때 상황이랑 상대방 표정도 생각이 나는 때가 있구요..
아니 그때 이랬단 말이아?...아 ~한동안 잊고 있었던 건데 다시 생각하니 짜증이 난다!!
하면서 혼자 생쑈를 할때도 있어요.
저도 태국에서 10,000밧 인출하면 한국 통장에 260,000원 인출 기록 잡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다 흘러간 이야기가 되버렸네요. 그때는 나름 한국 경기도 좋고 게다가 바트는 저리 저렴해서 여행할 맛이 났는데...^^
간큰초짜 2010.08.09 18:05  
ㅎㅎㅎ 그쵸? 게다가 전 회사경비로 살던 때라 바트화 환율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제 돈으로 태국 다니기 시작하니까..환율에 따라 태국에서의 모든 수준이 달라지더군요.
전 지금 생각나는거 중에 많이 짜증나고 안타까운게 27정도 할때 환전해서 그냥 갖고 있던
20만바트를 아무리 생각해도 가까운 장래에는 쓸일이 없을듯 해서 당시 환율인 30으로
태국 놀러가는 선배한테 팔았는데..얼마 안지나 그게 38까지 올랐을때 저도 태국에
갑자기 놀러가게 되면서 쌩돈을 환전했었더랬죠. 비지니스 항공료 날라갔었죠~
Lantian 2010.08.09 20:43  
덥지만 상쾌하다...
과연 저 두 단어가 함께 공존하는 날이 올까요?
전 덥지만 상쾌하다란 표현이 과연 어떤걸지 상상도 안되네요...
가기 전부터 기분이 울적해지고 있습니다.
더위는 저의 최대 약점이예요.
저도 태국 친구가 보내준 나라야가방 쓰고있어요
리본이 앙증맞아서 예쁘더라구요 :)
간큰초짜 2010.08.09 23:19  
덥지만 상쾌한...
한국에선 결코 느낄 수 없지만,
태국에선 종종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로 태국에 도착하는 첫날 많이 느꼈습니다.
과거 돈무앙 시절 공항 대합실을 나와 택시승강장으로 갈때
그 훅~ 들어오는 뜨거운 바람속의 상쾌함(?) 아는 분은 다 아실걸요.

첫날 도착해서 땀 삐질삐질 흘리면 먹는 매운 팟크랏파오무쌉을 한입 먹을때도 그런기분이..
케이토 2010.08.09 22:58  
저 초등학교 다닐적에 일년에 10개월은 태국에 계셨던 저희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셨을까요..? :-)
전 늘 출장선물을 기다리는 철없는 아이였답니다 ㅋㅋ 아버지의 발령으로 온 가족이 태국으로
이주해야 될 뻔 했을때 엄마의 결사반대로 결국 회사 그만두신...;;; 지금 생각해보면,
유년시절을 방콕에서 보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
지금처럼 이렇게 막연하게 그립거나 이런 느낌은 없을지도...

간큰초짜님이 태국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는 기분입니다, :-)
뭔가 읽을수록 입가에 미소가 절로...ㅋㅋㅋㅋㅋ
간큰초짜 2010.08.09 23:29  
전 당시 지금 9살짜리 딸이 태어난지 넉달 밖에 안돼서 와이프와 한국에 당분간 있다가
돌지나고 다 들어와 살기로 했는데, 돌 지나고 가족들 데려올려고 방 세칸짜리 큰 집으로
옮긴지 두달만에 한국 리턴발령 받았습니다.

아직도 와이프는 그때 도대체 무슨짓을 할려고 혼자 살았는지 묻습니다.
전 정말 결백하고 착하고 바르게 살았지만, 못내 의심스러운가 봅니다. ㅎㅎㅎ
(마사지 아지매들한테 제 몸을 맡긴것과 잽이라는 여가수와 말도 안통하면서
아주 가끔 맥주 마신거 외에는...)
dulban23 2010.08.10 10:26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믿으면서도 여자들은 가끔 유도심문을 하기도한답니다

그리고  나쁜짓을했다고 다 들 말해도..우리신랑은 안그래
끝까지 또 믿어주는게 한국 마눌님들입니다.. (드라마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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