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글 기념 이야기보따리 마지막 - 태국 음식 더하기 빼기
Lantian
22
1034
2010.08.09 02:13
바야흐로 일주일도 안남았습니다.
그래도 가기 전에는 요 이야기보따리 시리즈는 끝내놓고 가야..
다녀와서 여행기를 홀가분하게 올릴것 같아서요 :)
하마터면 어제 무더위에 컴퓨터 그래픽 카드가 녹아내릴뻔 했어요.
다행스럽게도 청소만으로 다시 살아났기 때문에 아직 수명이 연장되었지만요..
너무 더워서 기력이 딸려 글 쓰는것도 힘드네요 ..헐;
오늘은 낫을 위해 포토영상을 만들었어요.
전에 한국 친구가 태국 다녀갔을 때 찍은 사진들을 못받았다고 해서 제가 대신 가져다 주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사진 담는 김에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서 영상을 만들었지요.
BGM은 "너에게난, 나에게넌"으로 깔구요.. 여러가지 효과를 주느냐고 꽤 걸렸는데..
만들고 보니 넘 뿌듯하네요 ^-^*
아직 이 친구는 이걸 몰라요. 도착해서 저녁에 다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깜짝시사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별로 대단한건 아니지만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
잠깐 같이 감상해 보실까요 =]
영상속의 인물들은 제 친구들도 있지만 일반인 분도 계셔서 여기서만 봐주세요 ^^;;
친구들을 보는 문제도 대충 잘 해결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여러가지 문제로 좀 친한 그룹이랑 아닌그룹이 나뉘는 바람에 골치 아팠거든요.
그래도 다들 절 배려해서 시간을 나눠서 보는걸로 합의해줬어요. =]
뭐 그게 당연한거지만, 그래도 잡음없이 다 고루고루 만나게 되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일정은 8박9일인데.. 해야할 일과 만나야할 사람은 한트럭이라 벌써부터 숨이 턱하니 막혀옵니다.
안그래도 더운데 강행군을 해야하네요.. ㅠ_ㅠ
뭐 그래도 태국을 가는것만으로도 여러사람 염장을 지르고 있는데 -_-말이죠..
결국 오늘은 영상 만든다고 스케쥴을 제대로 짜지도 못했네요. 친구들과 만날 약속만 대충 정하고만 말았어요.
요즘 완전 눈코뜰새 없는거 같아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태국 친구중 한명이 다음주에 올지도 모른다는 연락을 받아서...가기전에 만나게 되면 또 시간을 빼야하니까요.
그래서 스케쥴은 급한데로 굵직하게 짜놨어요. 낮에 정 할거 없으면 카오산거리를 배회라도..쿨럭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짤막한 사족을 집어넣고 ..
본론 고고~
[태국음식]
태국 음식 어때요?
전 예전에 한 4~5년전쯤에 회사에서 한번 전체 회식을 태국음식점에서 했던 적이 있어요.
아 맛있어요. 신세계예요. 최고예요. 같은 감탄사는 안나오더군요.
뭐랄까 "이 맛은 뭐지?"란 반응이었네요.
단순히 생소한 맛이 아닌, 그보다 좀 더 기분 나쁜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깨름칙한 기분이었어요.
똠냥꿍은 한입먹고 바로 패스했지요. 그래서 태국 음식은 치우고 롤초밥이나 줏어먹은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는 저는 다신 태국음식은 입에도 안대겠다고 다짐했지요.
그땐 몰랐지요 2년 후에 -_- 그렇게 거부했던 태국음식을 즐겨 먹고 있을줄이라곤.....
제 친구들 중에는 자칭 타칭 요리사가 3명 있습니다. 더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이 3명은 대부분 요리를 아주 잘(!) 하는 축에 속합니다.
[P'팽] 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생긴건 기무라탁쿠야 비슷하게 생겨서 기타도 잘치고 운동도 잘하는 친구입니다.
친구지만 저보다 한살 오빠기 때문에 약간(?) 어려운 구석도 있습니다.
요리 하는걸 즐겨하는 남자기 때문에 끼니때만 되면 매번 멋진 솜씨를 발휘하곤 합니다.
간단하게 수키나 똠냥꿍은 그냥 일상적으로 만들줄 아는 요리구요..
이름을 알수 없는 각종 고기요리 생선요리 해산물요리 등등..
한번 상을 차릴때마다 감탄해 마지 않지요.
그래서 저도 요리를 좋아하는지라 부엌으로 종종 구경가곤 했어요. 그러면 이것저것 팁 같은걸 알려줍니다.
가령 예를들면 어떻게 하면 마늘을 쉽게 까고 썰수 있는지.. 국물내는법 등..
그리고 제가 해보겠다고 난리치면 훠이훠이~ 저리가라고 쫓아내기도 하는 근엄한 요리사이기도 합니다. ㅋ
예전에 돼지 허벅지 갈비 찜 요리를 배우기로 했는데, 시간이 안돼서 못배웠네요. 안타깝습니다.
태국요리는 일반적으로 자주 먹는 요리가 있고, 기념일때나 특수할 때 먹는 요리가 있지요.
이 형님은 어느쪽이냐 하면 일반적으로 자주 해먹는 요리보단 기념일적인 요리, 즉 화려한 진수성찬용 태국음식을 잘 만들었습니다.
워낙 손이 크셔서 한번 할 때마다 아주 많이 해서 여럿 해먹이셨죠.
그리고 [쌩]이란 친구가 있습니다.
아 위에 팽과 쌩은 단짝 친구였습니다.
왜 과거완료형으로 말하는가 하면... 사실 이 문제가 발단이 되서 현재까지 애들이 패가 나눠지게 된 원인이기도 하지요.
사실 아주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사람 맘이란게 참 그런것 같습니다.
아주 많이 친했기에 더 믿기 힘든 배신, 그리고 그만큼 믿을 수 없는 오해 이런것들이 얽히고 섥히다 보니
둘 사이가 태평양만큼이나 멀어졌네요. 그래도 과거엔 정말 매일매일 요리를 같이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답니다.
이 친구는 일상 요리의 대가입니다.
냉장고에 별 재료가 없는거 같은데도 이친구 손을 한번 타면 그럴싸한 한끼가 뚝딱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팽이 쉬는 날에는 이 친구가 밥담당을 했지요.
저랑 유일하게 동갑인 친구여서 제가 많이 의지하고 그랬어요. 태국 남자지만 한국여자인 제편을 들어주는 몇안되는 아군이지요 ㅋ
근데 이 친구가 만드는 음식은 하나같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피팽도 잘만들지만 뭐랄까 베이스는 이쪽이 더 좋은거 같아요.
제가 첨에 중국 땅을 밟고 나서 얼마 안가 태국아이들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음식을 대접해준 친구가 이친구랍니다. 그때도 정말 진수성찬으로 차려줬었는데 지금껏 잊을수가 없네요.. 그맛은..
그리고 그날은 같이 초대받아서 온 구남친과 처음 알게됀 날이기에 더 그런가 봅니다.
어쩌면 저랑 구남친을 이어준 메신저 역할을 한 녀석이기도 하지요.
이젠 어엿한 수산업 사장님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마지막 한명이 제 구남친입니다.
자랑할건 못되지만 그래도 나름 이녀석 중국에 있는 동안 제게 매일 요리해주고 그랬습니다.
워낙 요리를 잘해서 재료만 준비해다주면 혼자 알아서 잘했지요.
팟타이도 만들어주고 그랬으니까요.
그래도 칼질은 제가 더 잘해요!!(뿌듯)
덕분에 10키로 찐건 다 이놈 탓입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으면 음식 만든거 친구시켜서 갖다주곤 했답니다.
전 이녀석이 바베큐 구워줄때가 젤 좋았어요. 그때만큼은 안싸우고 사이좋게 꽁냥꽁냥 거렸던거 같네요 ㅋㅋ
처음에 얘네들이 태국음식을 만들어서 저한테 대접했을때 저는 살짝 거부감이 있었답니다.
예전의 그 기억들이 새삼 생각난 것이지요.
똠냥꿍을 첨 먹으면 확 화장품냄새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비누향인가?
그래도 나름 정식으로 저녁식사에 초대해 줬으니 저도 진지하게 임해야겠다 싶어서 눈 딱 감고 한입 먹어봤습니다.
어라? 그 이상한 향냄새가 안나는거 아니겠어요?
뭔가 이상한 겁니다. 제가 먹었던 거랑은 너무나도 다른 맛에 숟가락들고 멍하니 있으니 친구들이 통역친구(한국인)에게 물어봅니다.
음식맛이 이상하냐고, 니친구 왜저러냐고.. 말이죠
통역인 : 언니 맛 이상해요?
나 : 아니.. 어라 내가 먹었떤 거랑 다른건가? 아닌데.. 외양은 똑같은데 맛이 다르네?
통역인 :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조작된거 아닐까요 ㅎㅎ
나 : 이게 원래 이런맛이었나?
통역인은 제 말을 그대로 통역해줬고, 친구들은 풋-하니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건 당연하답니다. 왜냐하면 이 똠냥꿍에는 썅차이가 안들어갔거든요. (아 썅차이는 팍치의 중국말입니다.)
나름 외국인 대접한다고 한국인이라면 질색 팔색하는 팍치를 빼준거죠.
그때 친구들이 그랬어요. 태국음식을 단계별로 접하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거라고요..
아마 그때가 초기단계가 아니었나 싶네요.
그리고 향이 강한 음식 대신 쉽게 먹을 수 있는 볶음이나 고기 요리로 준비해줬더라구요.
중국음식과 별반 다를게 없어서 맛있게 먹었네요.
그리고 나서 제가 본격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때마다 철마다 바베큐파티에 수키파티에..
음식을 점점 광범위하게 접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젠 본격 매운(!)단계까지 접하게 되었죠.
태국 음식 매운건 뭐라 설명이 안되게 맵지요. 우리나라처럼 얼큰하게 매운것도 아닌, 일본처럼 코가 싸한것도 아닌..
말 그대로 혀에서 불이나는 타는 듯한 매움입니다.
하루는 제가 학교를 갔는데 듣기수업 선생님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결근하셨지요.
너무 이상하게 생각한 나머지 교무실 가서 물어봤습니다.
듣기 수업 선생님은 중급반 담임이십니다. (저는 그때 초급반)
근데 가르치는 클래스 학생중에 어떤 태국학생 하나가 요리를 해서 선생님께 드렸는데...
그걸 먹고 설사병에 걸려서 못나오신다는 황당한 얘길 들었습니다.
전 하도 기가막혀서 애들한테 물어봤습니다.
나 : 야, 누가 팅리선생님한테 음식줬어?
폰 : 어 내가 며칠전에 음식 해드렸는데
나 : 너냐? 대체 뭘 해드렸음?
폰 : 그냥 태국 카레.. 조금 맵게 해서
나 : 조금이 아닐텐데..
폰 : 왜? 선생님이 맛있으시대?
나 : 3일째 결근중이시다
폰 : 헉! 왜!?
나 : 너 땜에 설사병 나셨다 으이구!
폰 : 에엑!
그 악마의 카레 이름은 모르겠지만 약간 누리끼리한것이 고기가 잔뜩 들어있었어요.
월계수잎이 조금씩 보이는... 암튼 보기엔 그렇게 안매워 보이는데..
저도 한입 먹고 이틀 내내 설사병 걸렸었죠...
이젠 매운거 무서워요 ㅠ_ㅠ
NAM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태국애들이 잘 해먹는 수제 소시지예요.
남 파우더가 있어서 갈은 돼지고기를 사다가 같이 반죽해서 랩으로 싸서 24시간 숙성시키면 훌륭한 수제소시지가 탄생되는거죠
겨울에 정말 자주 먹는 맥주 안주이기도 해요.
근데 여기에도 쥐똥고추가 들어갑니다. 보통 잘게잘게 다지는데 귀찮은 애들은 그냥 왕건으로다 퍽퍽 집어 넣어요.
먹다 잘못 먹으면 입에서 불납니다. 결국 이녀석 때문에 피똥쌌잖아요ㅠㅠ
오븐에 구워서 익혀먹는데 짭짤한것이 아주 맛이 기가막힙니다.
이걸 먹으려고 맥주는 뒷전입니다 ㅋㅋ
한국올때 몇개 뽀려와서 해먹어 봤는데, 그때 그맛은 안나더군요 ㅠㅠ 아쉬웠어요.
RAB이라는 요리는 구남친 특제 다이어트 전용 음식이었어요.
전 이제 RAB의 냄새만 맡아도 몸서리 친답니다.
매일 살뺀다고 주구장창 저거만 해먹었어요. 나름 황제다이어트일까요?
덕분에 저도 만드는 법을 배워서 종종 해주게 되었지만...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
썅차이가 담뿍 들어가기 때문인데요..
이 썅차이 때문에 맨날 구남친과 싸웠어요.
전 한국사람입니다. 김치 없이 못살아요. 걘 태국사람이죠. 썅차이 없인 못살아요.
그러다 보니까 밥상머리에서 맨날 다투는 겁니다.
걔 딴에는 자기가 만든 음식인데 썅차이만 골라내는게 싫은가 봅니다.
전 당연히 취향을 존중해야 하니까 안먹어도 된다는 주의구요.
하루는 걔가 잔머리를 굴려서 제가 썅차이를 건져먹으니까 이젠 보이지도 않게 자잘하게 다져넣는거 아니겠습니까
무슨 초딩들 당근 먹이는것도 아니고...
그래서 저도 복수로 태국음식에 김치 국물 집어넣고 막 그랬습니다 -_-; 네 저희 쫌 많이 유치했어요.
뭐 어쨌든 구남친의 스파르타식 특단의 조치덕에 이젠 썅차이를 골라내진 않을 정도는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녀석은 저에게 그닥 큰 호감을 주지 못하고 있네요. 향이 너무 비호감이예요.
썅차이만큼이나 태국음식에서 빠지면 섭하는 재료가 바로 쥐똥고추죠
중국에서는 "라지아오"라고 불러요. 매운 고추죠.
요 쥐똥고추는 제가 처음에 멋모르고 마늘 다지듯 손으로 주물럭거리면서 다져봤거든요.
진짜 첨엔 몰랐으나....
때는 늦으리ㅠㅠㅠㅠㅠㅠ
나중에 그 여파가 후폭풍으로 밀려오는데..
손목을 잘라내고 싶었어요. 너무 얼얼하고 화끈거리고 진짜 미치겠는거예요.
밥도 못먹고 훌쩍 거리고 있으니까 친구들이 얼음가져온답시고 난립니다.
그래도 아파요. 그러더니 [긱]이란 친구가 주방에서 뭘 한가득 가져옵니다.
쌀통을 들고왔어요. 손을 넣고 비벼보랍니다. 놀랍게도 얼얼한게 싹 가시지 않겠어요?
그래서 애들 밥먹을때 저는 쌀통에 손 푹 박아놓고 열을 식혔답니다 ㅋㅋ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진짜 그 매움의 강도란...
제가 중국에 있는동안 김국(?)을 되게 자주 먹었어요.
태국식 장이 있는데 이름은 모르겠어요. 까나리액젓 비슷하게 생긴 소스인데요.
냄새가 진짜 아 코막고 피할 정도로 구려요.
그래도 음식에 넣으면 기가막히게 풍부한 맛을 냅니다. 그냥 액젓같아요.
거기다 고기 갈은거 뭉쳐서 넣고 두부넣고 파넣고 끓이다가 마른김을 한주먹 적셔서 넣습니다.
그럼 그게 김국이 되는건데요 태국에선 자주 먹는 일상식이라네요.
해장으론 그만입니다 요녀석... ㅎㅎ
먹은 종류도 많고 다양하지만 제가 이름까진 다 기억을 못해서..
아쉽네요. 더 많은 음식을 얘기하고 싶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ㅋ
태국은 정말로 음식 문화가 잘 발달한 나라 같아요.
쏨땀만 하더라도 종류가 수십가지나 되잖아요?
장 종류만 몇만가지 된다니... 진짜 대단한 나라 같습니다.
이번에 수키 소스 사오려구요. 그 소스만 있으면 뭘 해도 무적입니다 :)
참 간단한 수키 레시피는 ...
닭다리와 무로 육수를 내구요. 다른건 필요 없습니다.
거품 제거하고 거기에 야채를 넣습니다. 야채는 아무거나 좋아요. 쑥갓이나 이파리가 넓적한것도 좋아요. (상추류는 별로)
흰 배추를 썰어서 넣고요. (애기배추가 맛있어요)
그리고 전분+얇게 썬 돼지 고기+ 후추를 계란 흰자와 함께 버무려 하나씩 떼어서 넣어줍니다.
피시볼을 넣고 마지막으로 계란 노른자를 풀어서 냄비 위에 한번 쭉 둘러줍니다.
그렇게 보글보글 익으면 먹어줌 됩니다. 별거 없죠? 초간단해요. 호호 취향에 따라 버섯이랑 실곤약도 추가하면 맛있어요.
소금간을 안하는 이유는 장이 짜기때문입니다. 안해도 맛있어요 ㅎㅎ 국물맛이 어휴~
아 이제 이야기 보따리 시리즈가 끝이 났네요..
아직도 못다한 에피소드가 많은데 이걸 다 기억해서 풀어내려면 역시 매개체가 필요할것 같습니다 ㅎㅎ
이제는 여행기입니다 !
더 재밌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
커밍 쑨~★
그래도 가기 전에는 요 이야기보따리 시리즈는 끝내놓고 가야..
다녀와서 여행기를 홀가분하게 올릴것 같아서요 :)
하마터면 어제 무더위에 컴퓨터 그래픽 카드가 녹아내릴뻔 했어요.
다행스럽게도 청소만으로 다시 살아났기 때문에 아직 수명이 연장되었지만요..
너무 더워서 기력이 딸려 글 쓰는것도 힘드네요 ..헐;
오늘은 낫을 위해 포토영상을 만들었어요.
전에 한국 친구가 태국 다녀갔을 때 찍은 사진들을 못받았다고 해서 제가 대신 가져다 주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사진 담는 김에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서 영상을 만들었지요.
BGM은 "너에게난, 나에게넌"으로 깔구요.. 여러가지 효과를 주느냐고 꽤 걸렸는데..
만들고 보니 넘 뿌듯하네요 ^-^*
아직 이 친구는 이걸 몰라요. 도착해서 저녁에 다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깜짝시사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별로 대단한건 아니지만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
잠깐 같이 감상해 보실까요 =]
영상속의 인물들은 제 친구들도 있지만 일반인 분도 계셔서 여기서만 봐주세요 ^^;;
친구들을 보는 문제도 대충 잘 해결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여러가지 문제로 좀 친한 그룹이랑 아닌그룹이 나뉘는 바람에 골치 아팠거든요.
그래도 다들 절 배려해서 시간을 나눠서 보는걸로 합의해줬어요. =]
뭐 그게 당연한거지만, 그래도 잡음없이 다 고루고루 만나게 되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일정은 8박9일인데.. 해야할 일과 만나야할 사람은 한트럭이라 벌써부터 숨이 턱하니 막혀옵니다.
안그래도 더운데 강행군을 해야하네요.. ㅠ_ㅠ
뭐 그래도 태국을 가는것만으로도 여러사람 염장을 지르고 있는데 -_-말이죠..
결국 오늘은 영상 만든다고 스케쥴을 제대로 짜지도 못했네요. 친구들과 만날 약속만 대충 정하고만 말았어요.
요즘 완전 눈코뜰새 없는거 같아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태국 친구중 한명이 다음주에 올지도 모른다는 연락을 받아서...가기전에 만나게 되면 또 시간을 빼야하니까요.
그래서 스케쥴은 급한데로 굵직하게 짜놨어요. 낮에 정 할거 없으면 카오산거리를 배회라도..쿨럭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짤막한 사족을 집어넣고 ..
본론 고고~
[태국음식]
태국 음식 어때요?
전 예전에 한 4~5년전쯤에 회사에서 한번 전체 회식을 태국음식점에서 했던 적이 있어요.
아 맛있어요. 신세계예요. 최고예요. 같은 감탄사는 안나오더군요.
뭐랄까 "이 맛은 뭐지?"란 반응이었네요.
단순히 생소한 맛이 아닌, 그보다 좀 더 기분 나쁜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깨름칙한 기분이었어요.
똠냥꿍은 한입먹고 바로 패스했지요. 그래서 태국 음식은 치우고 롤초밥이나 줏어먹은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는 저는 다신 태국음식은 입에도 안대겠다고 다짐했지요.
그땐 몰랐지요 2년 후에 -_- 그렇게 거부했던 태국음식을 즐겨 먹고 있을줄이라곤.....
제 친구들 중에는 자칭 타칭 요리사가 3명 있습니다. 더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이 3명은 대부분 요리를 아주 잘(!) 하는 축에 속합니다.
[P'팽] 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생긴건 기무라탁쿠야 비슷하게 생겨서 기타도 잘치고 운동도 잘하는 친구입니다.
친구지만 저보다 한살 오빠기 때문에 약간(?) 어려운 구석도 있습니다.
요리 하는걸 즐겨하는 남자기 때문에 끼니때만 되면 매번 멋진 솜씨를 발휘하곤 합니다.
간단하게 수키나 똠냥꿍은 그냥 일상적으로 만들줄 아는 요리구요..
이름을 알수 없는 각종 고기요리 생선요리 해산물요리 등등..
한번 상을 차릴때마다 감탄해 마지 않지요.
그래서 저도 요리를 좋아하는지라 부엌으로 종종 구경가곤 했어요. 그러면 이것저것 팁 같은걸 알려줍니다.
가령 예를들면 어떻게 하면 마늘을 쉽게 까고 썰수 있는지.. 국물내는법 등..
그리고 제가 해보겠다고 난리치면 훠이훠이~ 저리가라고 쫓아내기도 하는 근엄한 요리사이기도 합니다. ㅋ
예전에 돼지 허벅지 갈비 찜 요리를 배우기로 했는데, 시간이 안돼서 못배웠네요. 안타깝습니다.
태국요리는 일반적으로 자주 먹는 요리가 있고, 기념일때나 특수할 때 먹는 요리가 있지요.
이 형님은 어느쪽이냐 하면 일반적으로 자주 해먹는 요리보단 기념일적인 요리, 즉 화려한 진수성찬용 태국음식을 잘 만들었습니다.
워낙 손이 크셔서 한번 할 때마다 아주 많이 해서 여럿 해먹이셨죠.
그리고 [쌩]이란 친구가 있습니다.
아 위에 팽과 쌩은 단짝 친구였습니다.
왜 과거완료형으로 말하는가 하면... 사실 이 문제가 발단이 되서 현재까지 애들이 패가 나눠지게 된 원인이기도 하지요.
사실 아주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사람 맘이란게 참 그런것 같습니다.
아주 많이 친했기에 더 믿기 힘든 배신, 그리고 그만큼 믿을 수 없는 오해 이런것들이 얽히고 섥히다 보니
둘 사이가 태평양만큼이나 멀어졌네요. 그래도 과거엔 정말 매일매일 요리를 같이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답니다.
이 친구는 일상 요리의 대가입니다.
냉장고에 별 재료가 없는거 같은데도 이친구 손을 한번 타면 그럴싸한 한끼가 뚝딱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팽이 쉬는 날에는 이 친구가 밥담당을 했지요.
저랑 유일하게 동갑인 친구여서 제가 많이 의지하고 그랬어요. 태국 남자지만 한국여자인 제편을 들어주는 몇안되는 아군이지요 ㅋ
근데 이 친구가 만드는 음식은 하나같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피팽도 잘만들지만 뭐랄까 베이스는 이쪽이 더 좋은거 같아요.
제가 첨에 중국 땅을 밟고 나서 얼마 안가 태국아이들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음식을 대접해준 친구가 이친구랍니다. 그때도 정말 진수성찬으로 차려줬었는데 지금껏 잊을수가 없네요.. 그맛은..
그리고 그날은 같이 초대받아서 온 구남친과 처음 알게됀 날이기에 더 그런가 봅니다.
어쩌면 저랑 구남친을 이어준 메신저 역할을 한 녀석이기도 하지요.
이젠 어엿한 수산업 사장님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마지막 한명이 제 구남친입니다.
자랑할건 못되지만 그래도 나름 이녀석 중국에 있는 동안 제게 매일 요리해주고 그랬습니다.
워낙 요리를 잘해서 재료만 준비해다주면 혼자 알아서 잘했지요.
팟타이도 만들어주고 그랬으니까요.
그래도 칼질은 제가 더 잘해요!!(뿌듯)
덕분에 10키로 찐건 다 이놈 탓입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으면 음식 만든거 친구시켜서 갖다주곤 했답니다.
전 이녀석이 바베큐 구워줄때가 젤 좋았어요. 그때만큼은 안싸우고 사이좋게 꽁냥꽁냥 거렸던거 같네요 ㅋㅋ
처음에 얘네들이 태국음식을 만들어서 저한테 대접했을때 저는 살짝 거부감이 있었답니다.
예전의 그 기억들이 새삼 생각난 것이지요.
똠냥꿍을 첨 먹으면 확 화장품냄새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비누향인가?
그래도 나름 정식으로 저녁식사에 초대해 줬으니 저도 진지하게 임해야겠다 싶어서 눈 딱 감고 한입 먹어봤습니다.
어라? 그 이상한 향냄새가 안나는거 아니겠어요?
뭔가 이상한 겁니다. 제가 먹었던 거랑은 너무나도 다른 맛에 숟가락들고 멍하니 있으니 친구들이 통역친구(한국인)에게 물어봅니다.
음식맛이 이상하냐고, 니친구 왜저러냐고.. 말이죠
통역인 : 언니 맛 이상해요?
나 : 아니.. 어라 내가 먹었떤 거랑 다른건가? 아닌데.. 외양은 똑같은데 맛이 다르네?
통역인 :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조작된거 아닐까요 ㅎㅎ
나 : 이게 원래 이런맛이었나?
통역인은 제 말을 그대로 통역해줬고, 친구들은 풋-하니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건 당연하답니다. 왜냐하면 이 똠냥꿍에는 썅차이가 안들어갔거든요. (아 썅차이는 팍치의 중국말입니다.)
나름 외국인 대접한다고 한국인이라면 질색 팔색하는 팍치를 빼준거죠.
그때 친구들이 그랬어요. 태국음식을 단계별로 접하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거라고요..
아마 그때가 초기단계가 아니었나 싶네요.
그리고 향이 강한 음식 대신 쉽게 먹을 수 있는 볶음이나 고기 요리로 준비해줬더라구요.
중국음식과 별반 다를게 없어서 맛있게 먹었네요.
그리고 나서 제가 본격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때마다 철마다 바베큐파티에 수키파티에..
음식을 점점 광범위하게 접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젠 본격 매운(!)단계까지 접하게 되었죠.
태국 음식 매운건 뭐라 설명이 안되게 맵지요. 우리나라처럼 얼큰하게 매운것도 아닌, 일본처럼 코가 싸한것도 아닌..
말 그대로 혀에서 불이나는 타는 듯한 매움입니다.
하루는 제가 학교를 갔는데 듣기수업 선생님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결근하셨지요.
너무 이상하게 생각한 나머지 교무실 가서 물어봤습니다.
듣기 수업 선생님은 중급반 담임이십니다. (저는 그때 초급반)
근데 가르치는 클래스 학생중에 어떤 태국학생 하나가 요리를 해서 선생님께 드렸는데...
그걸 먹고 설사병에 걸려서 못나오신다는 황당한 얘길 들었습니다.
전 하도 기가막혀서 애들한테 물어봤습니다.
나 : 야, 누가 팅리선생님한테 음식줬어?
폰 : 어 내가 며칠전에 음식 해드렸는데
나 : 너냐? 대체 뭘 해드렸음?
폰 : 그냥 태국 카레.. 조금 맵게 해서
나 : 조금이 아닐텐데..
폰 : 왜? 선생님이 맛있으시대?
나 : 3일째 결근중이시다
폰 : 헉! 왜!?
나 : 너 땜에 설사병 나셨다 으이구!
폰 : 에엑!
그 악마의 카레 이름은 모르겠지만 약간 누리끼리한것이 고기가 잔뜩 들어있었어요.
월계수잎이 조금씩 보이는... 암튼 보기엔 그렇게 안매워 보이는데..
저도 한입 먹고 이틀 내내 설사병 걸렸었죠...
이젠 매운거 무서워요 ㅠ_ㅠ
NAM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태국애들이 잘 해먹는 수제 소시지예요.
남 파우더가 있어서 갈은 돼지고기를 사다가 같이 반죽해서 랩으로 싸서 24시간 숙성시키면 훌륭한 수제소시지가 탄생되는거죠
겨울에 정말 자주 먹는 맥주 안주이기도 해요.
근데 여기에도 쥐똥고추가 들어갑니다. 보통 잘게잘게 다지는데 귀찮은 애들은 그냥 왕건으로다 퍽퍽 집어 넣어요.
먹다 잘못 먹으면 입에서 불납니다. 결국 이녀석 때문에 피똥쌌잖아요ㅠㅠ
오븐에 구워서 익혀먹는데 짭짤한것이 아주 맛이 기가막힙니다.
이걸 먹으려고 맥주는 뒷전입니다 ㅋㅋ
한국올때 몇개 뽀려와서 해먹어 봤는데, 그때 그맛은 안나더군요 ㅠㅠ 아쉬웠어요.
RAB이라는 요리는 구남친 특제 다이어트 전용 음식이었어요.
전 이제 RAB의 냄새만 맡아도 몸서리 친답니다.
매일 살뺀다고 주구장창 저거만 해먹었어요. 나름 황제다이어트일까요?
덕분에 저도 만드는 법을 배워서 종종 해주게 되었지만...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
썅차이가 담뿍 들어가기 때문인데요..
이 썅차이 때문에 맨날 구남친과 싸웠어요.
전 한국사람입니다. 김치 없이 못살아요. 걘 태국사람이죠. 썅차이 없인 못살아요.
그러다 보니까 밥상머리에서 맨날 다투는 겁니다.
걔 딴에는 자기가 만든 음식인데 썅차이만 골라내는게 싫은가 봅니다.
전 당연히 취향을 존중해야 하니까 안먹어도 된다는 주의구요.
하루는 걔가 잔머리를 굴려서 제가 썅차이를 건져먹으니까 이젠 보이지도 않게 자잘하게 다져넣는거 아니겠습니까
무슨 초딩들 당근 먹이는것도 아니고...
그래서 저도 복수로 태국음식에 김치 국물 집어넣고 막 그랬습니다 -_-; 네 저희 쫌 많이 유치했어요.
뭐 어쨌든 구남친의 스파르타식 특단의 조치덕에 이젠 썅차이를 골라내진 않을 정도는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녀석은 저에게 그닥 큰 호감을 주지 못하고 있네요. 향이 너무 비호감이예요.
썅차이만큼이나 태국음식에서 빠지면 섭하는 재료가 바로 쥐똥고추죠
중국에서는 "라지아오"라고 불러요. 매운 고추죠.
요 쥐똥고추는 제가 처음에 멋모르고 마늘 다지듯 손으로 주물럭거리면서 다져봤거든요.
진짜 첨엔 몰랐으나....
때는 늦으리ㅠㅠㅠㅠㅠㅠ
나중에 그 여파가 후폭풍으로 밀려오는데..
손목을 잘라내고 싶었어요. 너무 얼얼하고 화끈거리고 진짜 미치겠는거예요.
밥도 못먹고 훌쩍 거리고 있으니까 친구들이 얼음가져온답시고 난립니다.
그래도 아파요. 그러더니 [긱]이란 친구가 주방에서 뭘 한가득 가져옵니다.
쌀통을 들고왔어요. 손을 넣고 비벼보랍니다. 놀랍게도 얼얼한게 싹 가시지 않겠어요?
그래서 애들 밥먹을때 저는 쌀통에 손 푹 박아놓고 열을 식혔답니다 ㅋㅋ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진짜 그 매움의 강도란...
제가 중국에 있는동안 김국(?)을 되게 자주 먹었어요.
태국식 장이 있는데 이름은 모르겠어요. 까나리액젓 비슷하게 생긴 소스인데요.
냄새가 진짜 아 코막고 피할 정도로 구려요.
그래도 음식에 넣으면 기가막히게 풍부한 맛을 냅니다. 그냥 액젓같아요.
거기다 고기 갈은거 뭉쳐서 넣고 두부넣고 파넣고 끓이다가 마른김을 한주먹 적셔서 넣습니다.
그럼 그게 김국이 되는건데요 태국에선 자주 먹는 일상식이라네요.
해장으론 그만입니다 요녀석... ㅎㅎ
먹은 종류도 많고 다양하지만 제가 이름까진 다 기억을 못해서..
아쉽네요. 더 많은 음식을 얘기하고 싶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ㅋ
태국은 정말로 음식 문화가 잘 발달한 나라 같아요.
쏨땀만 하더라도 종류가 수십가지나 되잖아요?
장 종류만 몇만가지 된다니... 진짜 대단한 나라 같습니다.
이번에 수키 소스 사오려구요. 그 소스만 있으면 뭘 해도 무적입니다 :)
참 간단한 수키 레시피는 ...
닭다리와 무로 육수를 내구요. 다른건 필요 없습니다.
거품 제거하고 거기에 야채를 넣습니다. 야채는 아무거나 좋아요. 쑥갓이나 이파리가 넓적한것도 좋아요. (상추류는 별로)
흰 배추를 썰어서 넣고요. (애기배추가 맛있어요)
그리고 전분+얇게 썬 돼지 고기+ 후추를 계란 흰자와 함께 버무려 하나씩 떼어서 넣어줍니다.
피시볼을 넣고 마지막으로 계란 노른자를 풀어서 냄비 위에 한번 쭉 둘러줍니다.
그렇게 보글보글 익으면 먹어줌 됩니다. 별거 없죠? 초간단해요. 호호 취향에 따라 버섯이랑 실곤약도 추가하면 맛있어요.
소금간을 안하는 이유는 장이 짜기때문입니다. 안해도 맛있어요 ㅎㅎ 국물맛이 어휴~
아 이제 이야기 보따리 시리즈가 끝이 났네요..
아직도 못다한 에피소드가 많은데 이걸 다 기억해서 풀어내려면 역시 매개체가 필요할것 같습니다 ㅎㅎ
이제는 여행기입니다 !
더 재밌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