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진, 찾아왔어요. :-)
케이토
34
912
2010.07.20 02:32
3박 4일, 전라도 루트 :-)
다녀왔습니다.
멀쩡히 출근 잘했다가 그날 밤부터 시름시름 앓다가 덜컥 여름감기에 걸렸어요.
지금도 정신이 멍- 하지만 코가 너무 나와서 (...) 잠을 잘 수가 없네요.
그러니까 일단 사진을 좀, 히히.
생에 처음 밟아보는 전라도땅, 저는 외국에라도 나가는 것 처럼 설레었어요.
주말에 현상 맡겼다가 게으름 피우다 이제 찾아온, 필름에 남긴 기록들 입니다.
다 올리기에는 생각보다 많이 찍은 사진들이 어쩐지 감당불가여서...일부만 슬쩍-
올려봅니다.
장마와 함께 시작 된 첫날.
궂은 날씨 덕분에 조금 더 특별한 기억이 된 것 같아요.
맑았으면 어쩐지 평범하게만 느껴졌을 지도 모르지요 :-)
첫날의 목표는 "나주곰탕" 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네시간을 달려 도착한 나주.
이 곳까지, 오로지 이걸 먹으러 온 대견한 자신을 위해 약간 더 비싼 "수육곰탕" 먹었습니다 :-)
너무 맛있었어요 ㅠㅠ 남의 살은 즐기지 않지만 이건 완전 감동의 도가니탕...아니 나주곰탕!
늦은 점심을 먹고, 한시간여를 더 달려 도착한 무안. 홀통 유원지.
시즌이 아니라 썰렁한 가운데, 비구름이 물러가는 풍경을 만났습니다.
살짝 보이는 하늘은 이미 저녁으로...
자주 가는 동해와 사뭇다른 느낌의, 서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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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일동안 가지고 다닌 "집" 입니다. :-)
처음 치고는 꽤 갖추고 시작했지만 그래도 부족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더라구요.
홀통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 목포를 들러 연포탕과 낙지비빔밥을 먹고,
두번째 목적지인 해남으로 향합니다.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던, 풍경. 땅끝으로 가는 길.
빠이 외곽의 시골길을 달리는 느낌과 무척 비슷해서 꽤 감상적이 되어버렸었죠.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요.
땅끝, 해남.
바다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캠핑장에 자리를 잡습니다.
또다시 흐려지는 날씨...이 곳에서 "조난느낌"을 받았었죠,
정말 평생 밖에서 구경할 비는 여기서 다 보고 온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레알" 캠핑장. 홀통유원지와 사뭇다른 시설이며 풍경이었어요.
쾌적한 캠핑의 끝을 보여주는 온수샤워장과 무선인터넷...
캠핑장이라는 신세계를 경험해보기에 충분한 곳이더군요 ;)
캠핑 자체가 목적이 되버린 여행이어서,
전라도에서의 별다른 풍경을 담지는 못했지만-
이런 여행도 꽤 괜찮은 기분이 듭니다. 또 가면 되니까요.
뭐든 처음이 힘들다고 하잖아요 :-D
조난느낌의 하룻밤을 보내고,
3일째는 늦게 출발한 덕분에 해남에서 4시간이 소요되는 남원행을 포기하고,
가까운 보성으로 이동합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바닷가 근처에도 가기 싫었는데...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해남을 벗어나는 길에 있던 작은 포구에 내리기도 했었어요.
제방에 갯강구 작렬. 차에서 내려 걸어가니 무슨 강구들이 홍해 갈라지듯...
그리고, 보성,
말로만 듣던 보성이었는데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좋더라구요.
목적지를 제암산으로 잡았기에 녹차원과는 반대방향으로 이동했는데,
제암산 가는 길이 그렇게 마음에 남습니다.
마음에만 남겨와서 사진은 안남아 있네요 (...보느라 넋을 잃었거든요)
왠지 모르게 시선을 끄는 아무렇게나 핀 꽃.
너무 오랜만에 보는 "사루비아" :-) 어릴때 화단에 잔뜩 심었었는데 말이예요, 반갑더라구요.
마지막 날 아침,
제암산에서 녹차밭 가는 길에 "쭈쭈바" 사먹으려고 내린 작은 마을이예요.
차를 세운 곳 옆에 있던 구멍가게에 들어가 아이스크림 있냐고 물으니 없다고 하시길래,
건너편 가게에 가서 "쭈쭈바" 두개를 집었죠.
"얼마예요?"
"가격 안붙어 있으면 천원. 붙어있으면 700원이야."
"엥?"
"부르는게 값이여. 가격표시 안하고 그러기로 했대."
"아..."
"여튼 전화하느라, 미안해."
그렇게 이천원을 내고 쭈쭈바를 하나씩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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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가본 곳은 왠지 혼자 못가 본 저같은 사람은, 이런 표지판 조차도 감동입니다.
대한다원의 녹차밭 :-)
보성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관광지 느낌이라 고즈넉함은 없었지만-
전 그냥 이런 초록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 그거 하나로 대만족입니다.
(제가 뜬금없지만 이런 느낌을 좋아합니다. 말로는 뭐라고 해야할지...오래 된 듯한?)
보성 차밭에서 시작 된 4일째, 즉 마지막 날은-
담양을 들러 이른 저녁을 먹고 죽녹원에 들렀다가 서울로- 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다니다 보면 가끔 돌발행동도 해주고 해야하잖아요.
그래서 담양들러 오는 길에 서해안 고속도로 타다가 변산반도 까지 찍고,
집에 오니 밤 12시. -ㅅ- 차가 호박으로 변하기 전에 가까스로 돌아왔답니다.
아하하.
그래서, 담양. 그 곳에서는 떡갈비를 먹었어요 :-)
밥 사진은 없고 밥먹고 나와서 또다시 좋아하는 "낡은 느낌" ...
그리고 담양의 대나무숲, 죽녹원.
모기가 너무 많아 반도 못가 산책을 포기하고 말았지만,
언젠가 시원해 진다면 다시한번 들러보고 싶은 곳입니다.
외국을 여행하는 것과는 또 다른 감상을 갖게 하는 전라도 여행이었습니다.
캠핑에 치중하다보니 "그 곳"에 가면 "그 것" 이라는 것들은 절반도 못하고,
못보고 온 기분이지만. 그렇잖아요. 또 가면 된다는 것.
어느 곳을 여행해도, 그 곳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 갈 수 있는거 아니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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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이야기,
담양의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길도 무척 예쁘더군요.
그리고 제가 바로, 냄비밥 하기 1급 기능사입니다, 후후.
손바닥 만한 코펠에 커리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고 있기도 하구요 :-D
저 접시는 다이소에서 "앗, 팟타이~?" 이러면서 낼름 집어왔는데-
made in Thailand. 왠지 낯설지 않았던 이유가, 팟타이 담아주는 접시 같아서 말이예요.
고럼, 담에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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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왠지 콧물이 멈췄으니 이만 자야겠어요 ㅋㅋㅋ
* 뭘 이렇게 또 줄줄 썼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