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글 기념 이야기보따리 세번째 - 태국인들의 파티문화
[명사] 카사노바, 호색가
Playboy
[명사] (돈많은) 한량
어제는 이클립스를 보고왔어요. 소녀들의 환타지를 마음껏 자극해주는 아주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벨라냔은 참 복받은 아이입니다. 한손엔 에드워드 한손엔 제이콥... 양손의 꽃이어라....)
어느덧 세번째 글이네요. 게시판을 제가 도배하는거 같아서 송구스럽습니다 =]
그래서 두편에 나눠 올릴거 무리하게 한편에 올리려고 하오니 다소 길더라도 재밌게 봐주세요
정말 깁니다. 시간 있으실때 나눠서 보셔여~^-^;
오늘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저 두단어에 대해서 사담을 나누며 제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보려 합니다.
카사노바와 플레이보이중에 어느 쪽이 더 질색이냐고 한다면, 아무래도 당연히 카사노바 쪽이겠죠?
플레이보이보다 좀더 전문적인 꾼(?)같은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카사노바에 비하면 플레이보이는 귀여운 수준 같기도 느껴지고, 뭐 기본적으로 둘다 그닥 썩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만...
제가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가 하면요..
제 태국 친구들 중에 저런 류(?)의 아이들이 의외로 참 많았어요.
사실 이렇게 얘기하면 흠잡는 얘기가 될 수도 있고, 태국 남성에 대한 섣부른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에 약간 망설여집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다 완벽하지 않잖아요. 그냥 몇몇에게는 이런 면도 있구나 라는것 정도로 들어주심 감사하지요 =]
중국으로 유학오는 대부분의 태국아이들은 혼혈 즉, 하프 아니면 쿼터가 많아요. 화교도 굉장히 많았고요.
실제로 그애들은 일반적인 태국사람들이 사는 수준의 아이들이 아니고요, 레벨이 좀 다릅니다.
흔히들 말하면 "좀 사는" 애들이었으니까요.
저녁에 심심풀이로 카드게임 (태국식 블랙잭)같은걸 치는데 우리나라돈으로 만원씩 왔다갔다합니다.
저희 한국 사람들은 고스톱 칠때 점당 십원-0-;;으로 장난삼아 치는데 그애들은 한번에 판돈이 막 몇만원씩 왔다갔다 하지요. 십만원 넘은적도 종종 봤습니다.
보통 중국 물가로 한달을 산다고 가정하면 일반적인 유학생이라면 20~30만원이면 충분합니다.
진짜 매일 술먹고 흥청망청 하지 않는한 말이죠.
하지만 태국애들이 쓰는 돈은 대충 어림잡아 봤을때 적게는 50~100정도 쓰는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 태국이 부자나라인줄 알았습니다. -_-;
처음 구남친과 데이트를 하는데 이놈이 저한테 돈을 못쓰게 하는겁니다.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의지의 한국인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오기가 발동해서 꿋꿋하게 냈습니다. 제가 나이가 3살이나 더 많았기 때문에 《누나텃세》를 부린거죠.
근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놈의 씀씀이가 감당이 안됩니다.
기본적으로 먹고싶은것과 사고싶은것은 아무런 고민없이 지릅니다. 한번 마트가서 장을 보면 대략 5만원이 넘습니다.
중국 물가를 고려했을때 일주일에 3번 장을 보는데 일주일이면 15만원입니다. 순수하게 간식거리와 술, 안주거리로만 말입니다.
밥은 아예 나가서 따로 사먹으니까요 -_-;
어느날은 갑자기 필이 왔다면서 기타를 쳐야겠다고 합니다. 기타는 중국에 일렉기타 1개 가져왔고 태국 집에 두개가 더있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통기타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가서 15만원주고 기타 지릅니다.
구남친네는 부자가 아닙니다. 근데 잘삽니다. (뭔가 아이러니하군요)
이자식은 제가 본이래 가장 많은 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학하고 있는 녀석입니다.
중국에서 1년반, 뉴질랜드에서 1년, 일본에서 1년째 유학중입니다. 고로 태국어, 중국어, 영어, 일어 다 자유자재로 합니다..
아르바이트같은거 해본적 없습니다. 집에서 다 필요한만큼 지원해 줍니다. (쓰다보니 욱합니다-_-)
이것 때문에 진짜 많이 싸웠습니다. 제가 감당이 안되지만 저한테 맞춰서 덜쓰라고 할수도 없지 않습니까? 원래 쓰던게 있는데...
걔 말은 그겁니다. 모자라면 자기돈을 더 쓰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제가 그지입니까? -_-.. 조금 덜먹고 덜쓰면 되지 왜 그렇게 펑펑 써야 합니까;; 꼭 그거 안사면 죽는것도 아닌데..
제가 자린고비는 아니지만 전 쓸데없이 마구 사서 버리는걸 싫어합니다. 먹을것도 딱 그날 먹을것만 사고싶은데 구남친과 쇼핑을 하면 항상 오버풀입니다.
뭐 적당히 능력도 있고 자기가 벌 능력이 있으면 그정도 쓰는건 상관이 없죠.
하지만 둘다 학생이고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번 돈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제가 번돈이 맞긴 합니다만)
돈은 모름지기 형편에 맞춰서 써야하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얘기가 또 샛길로 빠졌군요..흠흠..
아무튼 구남친에 한정된게 아니고, 대부분의 유학생이나 암튼 좀 산다하는 애들의 씀씀이들은 대부분 저렇습니다.
거기다 외모는 하프나 쿼터면 정말 본토 태국인들보다 이쁘고 잘생겼습니다. (2세를 생각하면 국제결혼도 괜찮을 듯 합니다)
친구중에 "에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조금 늦게 1달 정도 연수들으러 왔는데, 이 친구는 다른 민족의 피가 8명까지 섞였습니다. 미국, 태국, 중국, 인디안, 프랑스... 등 키가 190인데다 외모는 줄리엔강 같습니다.
굉장히 서구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매력이 강렬해서 지금도 인상에 깊이 남아있는 친구죠.
제 구남친도 하프입니다. 태국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피부 하얗고 별명은 짝퉁 에릭입니다.
이렇듯 돈도 많고 외모도 좀 받쳐주다보니 뭐 부족한게 있을까요. 외국에 나왔으니 이제 쌈쌈한 애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클럽에서 이쁜 여성을 물색합니다. 일단 기숙사를 한바퀴 둘러보고 괜찮은 사람이 없으면 클럽으로 직행합니다.
타학교 학생을 소개받기도 하는데 극히 드물지요.
뭐 굳이 여기서뿐 아니라 세계 어딜 가도 유학생 문화는 대충 비슷하지요, 파티와 여자, 술 그래도 약은 없습니다. (중국은 약하다 걸리면 외국인도 사형이거든요-_-;)
그럼 저도 외국 나가면 그래도 인기있는 한국여성이니까 대쉬를 받지 않았겠냐고 물어보신다면.. 제 대답은 No입니다.
저 말고 다른 한국애들은 다른 태국애들한테 최소한 한번 이상 대쉬를 받았답니다. 하지만 전 없습니다.
왜일까요?
못생겨서요?
그것도 틀린말은 아닙니다 하하;
이 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태국애들의 이상한 습성(?)에 대해서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저도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태국 남자 애들은 여자에 관해서는 선의의 경쟁, 공정한 경쟁같은 개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하면 가령 기숙사에 A라는 여학생 새로 들어왔다고 하면 순식간에 소문이 퍼집니다. 싱글 남학생들에겐 단비같은 소식이지요.
이 여학생이 이쁘고 어리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뭐 그냥저냥 무난해도 OK입니다.
그럼 선수 빨리 치는 아이가 일등입니다. 뭐가 일등이냐.. 한명을 밀어주기 하는겁니다;
한마디로 친구가 찜한 여자는 건들지 않기라는 암묵적인 룰이 발동합니다. (완전 유치하지 않습니까.. 요즘 초딩도 이러고 안놉니다)
구남친이 저를 처음 본게 제가 중국에 여행오고나서 3일 후였으니까 정말 저는 친구들을 사귀면서도 걔들 뇌리속에는 "란티엔은 구남친이 좋아하는 애" 라고 각인된거죠.
그러니 다들 저를 여자로 안보는 겁니다. 하하하. 뭐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여자로 볼 이유가 없지만 말입니다 -_ㅠ
그러다 보니 저는 그들에게 아주 편한 존재가 되버린거죠. 격식따위 쌈싸먹고, 다른 한국여자들 앞에서는 떠는 내숭도 날려버린지 오래입니다.
저는 진짜 태국애들의 본성을 완전 절절하게 체험한거죠. 이게 그렇게 드문 체험이라고 하더군요.
보통 타인 앞에서 자신을 잘 포장해서 감추는 편인 태국사람들 성격으로 봤을때, 제가 보는 애들과 다른사람들이 보는 애들의 이미지에는 상당한 갭이 있는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저와 구남친 사이엔 비밀이 없다보니, 구남친을 통해서 알게되는 아이들의 "본심" 같은걸 많이 알게됐죠.
대부분의 태국 남자애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지극정성을 다합니다.
문앞에 과일 걸어놓기 부터, 케이크 사다주기, 부탁하는거 다 들어주기, 기사노릇도 해주기, 정말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습니다.
하지만 태국 남자 그렇게 인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번번히 차입니다.
그러면 또 클럽가서 마음을 달래줄 여자를 찾는 겁니다. 그렇게 마음을 치유(?)하고 다시 다음날 새롭게 대쉬합니다.
걔네들은 일본여자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다음이 한국여자입니다.
저도 꽤 많이 시달렸습니다. 한국여자 중 친구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말이죠.
하지만 전 소개시켜 주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제 친구들이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저도 한국여자니까요.
그럼 왜 저는 태국남자와 사귀느냐고 하신다면, 대답은 제 구남친은 특이하기 때문입니다.
이 놈도 여자를 좋아하는건 맞는데, 여자보다 음악과 축구를 더 좋아합니다. 하루종일 방에 틀어박혀서 기타치고 축구게임 합니다.
여자 쫓아다니기 보다는 친구들과 축구하고 영화보는게 좋은 아입니다.
하지만 제 친구들은 구남친 같지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외국여자를 사귀어 보고 싶은 것일 뿐입니다.
서로 좋아하게 되서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거라면 도와줄 수 있겠지만, 뻔히 다른 목적이 눈에 보이는데 소개시켜 줄순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태국애들한테 물어봤습니다. 대체 왜 너네는 일본이나 한국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거냐고 말이죠.
제가볼때 태국여자애들 진짜 이쁩니다. 완전 늘씬하고 까무잡잡하면서도 건강미가 완전 예쁜데 말이죠.
그애들 말이 피부색 때문이랍니다. 태국에서는 못생긴 여자보다 까만여자가 더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하얀피부를 가진 여성이 최고 매력녀라고 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구석기시대도 아니고, 피부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는건데...
그리고 일본여자와 한국여자는 예쁘고 매력적이고 피부도 하얗고 성격도 좋고 어쩌고... (-_- 짜식들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친구 중에 모모군이 있습니다.
이 친구 유학생 중에서 두번째로 잘사는 부잣집 아들래미 입니다. 하지만 절대 돈자랑 같은건 하지 않습니다.
그냥 3대가 놀고 먹어도 많은 돈이 있어서 일을 할 필요가 없단 얘기만 들었습니다.
여자친구가 3명입니다. 그 여자친구들이 다른 여자친구의 존재를 안답니다.
진짜 저는 컬쳐쇼크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곧 뭐 결혼도 아니고 능력되면 여자친구 여럿 만날수 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부분에 대해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마음의 방이 무슨 대리점 마냥 여러개 입니까-_-;
근데 자긴 한국여잘 못사귀어봤다면서 꼭 사귀고 싶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본토생김새라서 인기가 많이 없습니다. 귀국 할때까지 소원을 성취하지 못했습니다 =]
그래도 이 친구들은 남자친구로서는 별로지만, 친구로서는 끝내줍니다 '-' )=b
기본적으로 여자에 대한 배려가 차원이 다릅니다. 이쁜여자한테만 잘하고 못생긴 여자한테는 쌩까는 그런 양아치들이 아닙니다.
항상 먼저 배려해주고, 챙겨줍니다. 갑자기 심심하다고 들이닥쳐도 웃으면서 놀아주는 녀석들이 흔하진 않죠.
맨날 이쁜여자 소개시켜달라고 귀찮게 조르는것만 빼면 참 백점짜리 친구일텐데 말입니다.
저녁에 슈퍼갔다가 무거워서 아무한테 전화하면 달려와서 들어줄 정도로 착합니다. 지조만 갖추면 진짜 완벽한거죠.
물론 지조 있는 애들도 있습니다.
"잭"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여자친구가 태국에 있습니다. 꽤 오래동안 떨어져 있어서 늘 전화로만 안부를 전합니다. 하지만 잭은 여기서 한눈 팔지 않고 공부만 합니다.
친구들과 축구하고, 학원가고, 학교가고, 영화보는게 스케쥴의 전부입니다.
어떤 이쁜여자가 들이대도 관심없습니다. 오로지 전화기만 들고 다닙니다. 다같이 왁자지껄 놀다가다도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여자친구 전화 받아야 한다면서요.
제가 그래서 하루는 물어봤습니다.
여자친구와 그렇게 오래동안 떨어져 있는데 불안해 하지 않냐고 말입니다
그 친구말이 그래서 매일 국제전화하는거랍니다. 불안해 할까봐요. 자기는 그 여자친구 말고는 다른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다네요.
그래서 제가 떠봤습니다.
여기서 외롭지 않냐, 잠깐 만나는 정도라면 여자친구도 이해해 주지 않을까? 했더니..
그녀석은 또 이러더군요, 여자친구도 태국에서 힘들게 자기를 기다려주는데 자기가 어떻게 그렇게 하냐면서요..
이놈은 진짜 남자중의 남자였지요!
그래서 잭은 저한테 점수를 후하게 땄습니다. 흐흐..
한국 여자애들한테 가장 인기가 많았던 태국애도 "잭"이었구요.
귀엽게 생긴데다 적당히 놀땐 놀면서도 자기 할일을 매우 충실하게 했던 모범생이었거든요.
마치 태국판 이승기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중에서는 한결같이 자신의 사랑을 지키는 지조있는 마음 때문에 더 좋게 보이지 않았나 싶네요.
대체 서론이 이렇게 길어지면 본론은 언제 써내려갈까요.
슬슬 각설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주제에 대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지요. 하핫
[파티문화]
태국애들의 파티문화는 태국에서 이뤄지는 "풀문파티" 이런 개념이 아닌, 유학생들의 분위기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전체 태국인들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일부 젊은층의 문화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한국인처럼 음주가무 좋아하는 민족이 없다고 하지요.
한국사람 한번 놀때 얼마나 화끈하게 놉니까, 외국사람들이 월드컵때만 보면 한국사람들 완전 열정적이라고 하잖아요?
제가봤을때 이런 한국사람 못지 않게 화끈하게 노는 친구들이 태국친구들 같습니다.
한국사람들의 정신력과 체력이면 밤을 꼬박 새고 힘들게 담날 일하고 기절하는 체력이라면 ..
태국 애들은 네버엔딩 무한 체력 입니다. 단순히 올나잇의 개념이 아닙니다.
한번 파티 열면 그야말로 아침에 동트고 아침먹고 나서 산책까지 깔끔하게 하고 쉽니다.
파티에 죽고 못살고, 일주일에 일곱번 여는 파티..
태국애들은 주로 외국애들하고도 같이 어울리긴 하지만 주로 자기들끼리 어울립니다.
한학기에 한번정도 가장 큰 파티를 엽니다. 학교에 있는 전 태국인들이 참석하는 큰 파티죠.
기숙사 2층에 있는 대강당을 오픈해서 엽니다. 엄청난 술과 음식들과 기기들이 셋팅됩니다. 아 진짜 저희같이 삼겹살에 소주파티 이런게 아닙니다.
파티셋팅 하는거 진짜 배우고 싶습니다. 음악 조명 어디서 구해왔는지 참 요란하게도 꾸며놉니다.
심지어 이 기숙사에 빵빵한 우퍼스피커도 들고 온 친구도 있습니다. -_-
이 파티에는 오로지 태국사람만 초대받습니다.
전 그날 다른 친구네 홈파티를 가느라고 본행사엔 참석을 못했습니다. (재밌는 구경거리를 놓쳤어요!)
그래서 좀 늦게 뒷풀이에 참석했습니다. 진짜 난리도 아닙니다. 분명 제가 늦게갔는데도 이제 시작이랍니다. 그때가 새벽 2시였는데 말이죠.
우리나라 대학 동아리 MT때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게임하고 벌주왔다갔다하고, 진실게임에..
그날 얼마나 놀았는지 그담날 다들 기절해서 기숙사가 전부 정전된거마냥 적막감마저 들더군요.
하지만 요런 공식적인 파티도 재밌지만 저는 수키(샤브샤브)파티와 바베큐파티를 더 좋아했습니다.
역시 파티에는 모니모니해도 음식이 빠지면 안되죠?
이 소규모파티는 약 20명안팍으로 구성됩니다. 일정금액을 내서 함께 시장봐서 음식을 해먹고 노는거지요.
제 구남친은 요리를 잘합니다. 기숙사에서 가장 요리 잘하는 태국 남자 셋중에 듭니다. (으쓱)
수키는 뭐 말 안해도 어떤지 아실거고, 샤브샤브처럼 재료다듬고 전기스토브에 끓여서 먹습니다.
약간 고향분위기(?)같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지요. 그리고 거기서 빠질수 없는 수키소스... 아 진짜 이 소스 뭔가요?
중국에서 팔지 않아서 태국에서 애들이 한번 들어올때마다 박스째 공수해 옵니다. 그래도 학기말쯤 되면 없어서 못먹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저도 수키 만드는 법을 배워왔는데, 아직 해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
메인은 '바베큐 파티'입니다.
진짜 태국애들 바베큐 기가막히게 굽습니다. 이분들도 손이 크셔서 그런지 한번에 재료를 어마어마하게 준비합니다.
돼지고기 10키로, 닭고기 10키로, 해물 10키로쯤 준비합니다.
해물도 오징어 이런거 아닙니다. 가리비나 새우처럼 고급재료로 준비합니다. 그날은 가리비 배터지게 먹는 날입니다 *-_-*
그리고 5층 옥상에 올라가서 어디서 사왔는지 화로에 숯을 넣고 구울 준비를 마칩니다.
저는 추우니까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냄새가 복도로 솔솔 향이 퍼지면 꾸물정거리며 올라갑니다.
팀은 두팀으로 나뉩니다. 굽는팀과 써는팀 ㅋㅋ
보통 이런때는 여자들은 사이드 준비하고 옆에서 집어 먹습니다. 요리도 남자가 다하고 저희는 치우는것만 좀 거듭니다.
전에 제가 해보겠다고 했다가 와- 연기먹고, 눈따갑고.. 아무나 하는게 아니더라고요.
[돼지고기] [닭고기] [해물]
이렇게 일렬로 되어서 굽습니다.
큼직하게 굽고 다 구워지면 다른 애들이 먹기 좋게 썰어줍니다. 그럼 그걸 특제소스에 찍어서 먹는거지요.
물론 거기에 사방에 등을 켜놓습니다. ㅋㅋ 어디나 잊지 않고 따라오는 [등] 아이들입니다.
맛있는 바베큐를 먹고 술도 좀 들어가고 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배불러서 배 두둘기고 있으면 삼삼 오오 모여서 기타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다같이 합창하면서 부르는게 재밌더군요.
다른 나라아이들도 같이 어울렸으면 좋았는데, 다들 소심하다보니..
나중에 어떤 아이는 학기 끝날때쯤 저한테 그러더군요.
제가 부러웠대요. 자기도 같이 바베큐파티 즐기고 싶었는데 소심해서 껴달라 소리를 못했답니다.
그럴땐 그냥 철판깔고 한국소주 한병 들고 유쾌하게 방문하면 즐겁게 어울릴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그정도로 아이들은 오픈마인드에 사람사귀는걸 좋아했거든요.
그래도 바베큐파티는 규모가 어느정도 되다보니 자주는 못합니다.
한학기에 많아야 두세번 정도 되겠네요.
그다음에 자주 여는게 "생일 파티"입니다.
태국 아이들은 써프라이즈를 해서 놀래켜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써프라이즈란 별거 없습니다.
생일 맞은 당사자에게 밤 12시 땡 치자마자 기숙사 복도 불을 전부 소등하고 케이크에 불붙여서 기습 방문 하는 것입니다.
보통 12시니까 자고있던가, 아니면 다른일을 하고 있다가 습격(?)을 받는 거지요.
솔직히 생일 맞는 애들이 한두명도 아니고 하나하나 챙겨주면 자기생일날 해줄거란 낌새쯤이야 쉽게 채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날은 놀래켜주는애들과 놀라야하는 당사자의 두뇌게임이 펼쳐집니다.
놀래켜주는 애들은 몰래카메라를 준비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들려고 하고,
놀라야 하는 당사자는 준비해준 성의를 봐서 어떻게 하면 이미 알고있음에도 리얼하게 모른척 놀라줘야 할까를 고민하는겁니다. ㅋㅋㅋ
그러다 보니 너무 뻔한 레퍼토리로 상황극이 보여집니다.
생일자는 잠을 잡니다. 자는 시늉을 한시간 전부터 합니다.
쌩쌩하니 놀다가 갑자기 11시에 "나 졸려 먼저잘게"합니다. 평소 밤 12시면 대낮 보다 더 쌩쌩해야할 사람이 말입니다.
그럼 저희는 11시부터 준비를 합니다. 선물을 챙기고 케이크를 챙깁니다. 폭죽과 함께 기숙사 불을 소등하고 12시 땡치자마자 방문을 신나게 두들깁니다.
그럼 생일자는 모르는척 기지개를 치며 문을 열어줍니다.
그럼 다같이 생일축하해! 하고 서프라이즈-_-를 해주는 겁니다.
솔직히 조금 유치하기는 한데, 이것도 태국애들 문화의 일부인것 같습니다.
신나게 한시간가량 축하하고 얼굴에 케이크팩좀 해주시고, 선물 공개식겸 신나게 놀다가 이제 끝나서 갑니다.
저도 받아봤습니다. 가을에 생일이었거든요.
의외로 쑥스럽기도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축하해준 경험은 난생 처음이어서 얼떨떨하기도 했죠.
하지만 일생에서 한번쯤은 요런 생일상도 받아볼 맛이 있을것 같습니다 =]
어느날 기숙사 게시판에 벽보가 하나 나붙었습니다.
1층부터 5층, 그리고 학교 게시판에도 같은 벽보가 붙었습니다.
태국어로 크게 써있고 그 밑에는 중국어로도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바로 얼마후면 다가올 "국왕생일파티"였습니다.
담날 저녁 7시에 손에드는 양초를 하나씩 지참하고 옥상으로 모이라는 공지였습니다.
또 한번 태국사람들이 다 모였습니다.
저는 촬영을 도와주는 명목으로 참석했습니다 =)
노트북과 스피커를 세팅하고 옥상에서 전등을 셋팅합니다.
국왕의 일대기가 실린 영상을 틀어줍니다.
손에든 양초에 불을 붙이고 경건하게 국왕의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도 부르고 기도도 합니다.
정말 놀랬습니다. 태국사람들에게 국왕의 존재는 이정도로 거대하고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 아이들의 손목에는 노란색 팔찌가 하나씩 끼워져있습니다. "I love king" 이라고 새겨진 팔찌였죠.
뭐랄까 평소에 웃고 떠들고 하는 장난끼 가득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아주 예의바르게 예식(?)을 마치더군요.
그리고는 늘 평소처럼 돌아와서 가볍게 맥주를 하며 국왕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현재 국왕이 얼마나 훌륭하고 존경받을 사람인지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하고
차기 국왕이 될 왕세자얘기도 합니다. (-_-망나니라고 하던데요)
그리고 국왕생일에는 자기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전한다고 합니다.
고로 국모 생일에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겠죠?
뭔가 우리나라엔 없는 문화가 생소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왕이 아직 존재했다면 이렇게 되었을까요?
봄 4월에는 태국에 송크란 축제가 있지요.
제가 유학하던 때는 저는 태국 문화에 대해 전혀 무지했기 때문에 송크란 축제란게 뭔지 몰랐습니다.
그저 송크란 축제 전날 구남친이 저한테 내일 물조심하라고 일러줍니다.
저는 무슨 자다가 봉창이냐고, 내일 비온단 예고 없었다고 했습니다.
구남친 더이상 말 안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습니다. (이놈도 한패였습니다)
다음날 정말로 기숙사에서 물벼락 맞았습니다.
그것도 양동이 한가득으로 말이죠.
이미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로 상황을 보니 다들 손에는 물총이 하나씩 들려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어제 놀이공원 갔다왔다면서 장난감 물총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그게 놀이공원에서 상품으로 탄 줄 알았습니다.
오늘을 위한 준비였을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죠. 아 진짜 배신감에 치를 떱니다.
구남친은 자긴 전날밤 미리 경고해줬다고 말하고 토낍니다.
바로 화장실 들어가서 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와서 복수해줍니다.
물난리가 납니다. 기숙사에서 때아닌 물싸움입니다.
물총이 없으니 뭐라도 만들긴 해야겠고 해서 플라스틱 물병을 찾습니다. 그리고 뚜껑을 구멍내서 물총 비슷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걸론 역부족입니다. 주방에서 주전자를 찾았습니다. -_-물을 한가득 담은 후 코너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한명씩 앞으로 쓰러질때마다 주전자로 물 뿌려줬습니다. 시원하게~
처음엔 4층에서 시작한 물난리가 다음날엔 3층 그담날엔 2층 이런식으로 내려갑니다.
졸지에 물청소 해준 셈입니다. 진짜 어마어마한 물이 기숙사에 흘러넘칩니다.
더 신기한건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다들 감기걸리기 직전에 딱 멈춥니다. 그러더니 쓰레받기와 걸레를 총동원해서 다시 예전 모습으로 복구합니다.
물한방울 안남기고 딱 닦고나서야 놀이를 끝냅니다.
노는것도 화끈하지만 치우는것도 칼같습니다.
3일 내내 물벼락 맞았더니 감기 걸렸습니다..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겪어본 송크란 축제 대박입니다 +_+)b
평소에는 그냥 기숙사 방에서 간단하게 파티를 엽니다.
그래도 늘상 10명이 넘는 애들로 꽉꽉 차있기 때문에 늘 정신없습니다.
시끄럽기도 시끄럽지만, 뭐 할말이 그렇게 많은지 다다다다다- 아주 귀가 따갑습니다.
술 좀 마시다가 기분이 취하면 바로 가무에 들어가 주십니다.
노래 틀어놓고 춤추는 겁니다.
페도라 하나를 가져와서는 페도라를 쓴 사람이 독무를 추는 겁니다.
그럼 그아이를 둘러싸고 환호를 보내주는거죠. 페도라는 돌아가면서 씌워집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통아저씨 춤 췄습니다 *-_-*
실제로 말로 쓰니 어색할거 같지만 그 분위기 진짜 재밌습니다. 음주가무의 신세계입니다.
하루는 주말에 아침9시에 일어나서 밥먹으려고 공용주방 쪽으로 가는데 복도에 주점방이 아직 열려있길래 들어가 봤습니다.
술에 쩔은 폐인 네명이 여전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더군요.
12시간을 달린거냐고 물으니까 그렇다네요. 그러면서 란티엔도 한잔해! 이러는 겁니다.
독해도 저렇게 독할줄이야...
자기들은 태국에 돌아가면 이렇게 모이기도 쉽지 않고, 술도 마실 기회도 없으니 더 아쉽다고 합니다.
대부분 졸업하기 직전이나 졸업하고 난 후이기 때문에 이젠 돌아가면 취업을 해야하거든요.
뭐 그래서 유학온김에 마지막 청춘을 불태워보자! 라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지금 그렇게 하라면 못하겠지요. 역시 젊을 때만의 추억이란게 있으니까요.
제가 구남친에게 배운 태국 음식중에 "랍(무)"란 요리가 있습니다.
돼지고기랑 양파와 팍치를 잘게 썰어서 끓인 요리죠.
그때 친구들한테 만들어줬는데 한입 먹더니 -ㅠ- 하더군요...맛이 없대요.
하나도 안맵다고 하네요. 그래서 열받아서 태국식 고추가루를 크게 다섯숟갈로 팍팍 넣어줬더니 그제서야 맛있게 먹더군요.
먹으면서 입은 얼얼한지 땀흘리고 그러면서도 맛있다고 꾸역꾸역...
아! 지금 생각났군요.
이 [폰]이란 친구가 어떻게 해서 저와 입술박치기를 하게 됐냐면요.
그때 학교에서 행사가 있어서 행사 끝나고 애들끼리 놀다가 무슨 내기를 한 모양입니다.
저는 내기내용을 못들었는데 벌칙이 소주 2병 원샷이랍니다.
이것들이 죽을라고 환장했습니다. 아무리 건강한 청년도 소주 두병 나발 부는거 쉽지 않습니다.
제가 극구 뜯어말렸는데도 결국 이 친구가 벌칙을 수행했습니다. 진로 두병을 원샷했답니다.
소주 드링킹의 매우 나쁜 예지요.
그러고 다른 방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이놈이 술에 취해서 홍야홍야 거리며 방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곤 제 옆에 털썩 앉습니다.
저는 걱정이 좀 됐죠. 완전 취한거 같은데 재워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애들이 괜찮답니다.
그래서 괜찮은지 알고 또 신나게 놀고 있는데 게임에서 이 폰이 이겼습니다.
술은 잔뜩 취한데다 기분은 최고조를 달리고 옆을보니 이성같은 생물체가 있으니까 저도 모르게 저를 끌어앉다가 입술이 부딪힌 겁니다.
저는 완전히 기겁했고, 친구들은 눈깜짝할 사이에 이미 [폰]을 밟아서 조용히 끌어낸뒤 방에 갖다 쳐박더군요.
제가 표현이 격한게 아니고 실제로 저렇게 하더라고요.
저는 계속 영혼이 이탈한 상태로 멍-하니 있으니까 친구들이 흔들어 댑니다. 괜찮냐고요.
다행스럽게도 그자리에 구남친이 없어서 그 사고는 소리소문없이 묻혔지요. (구남친과 폰은 같은반 짝꿍입니다-_-;)
그리고 그자식은 다음날 술깨고 나서 저한테 싹싹 빌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강펀치라도 날려줘야하는건데, 고의가 아니었으니 봐주기로 했죠.
뭐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웃고 넘기는거죠 뭐~ 하핫 =]
이번에 놀러가게되면 또 얼마나 왁자지껄하게 놀지 기대가 됩니다.
아니면 이제 다들 직장인이고 나이도 있으니 점잖빼려나요?
하하, 그래도 그 놀기 좋아하는 본성은 어디 못갈 것 같네요.
뭔가 정신없이 써놓고 보니 태국애들은 놀기만 하는애들 같네요.
흐흐, 절대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부 하는 애들은 장학금도 타고, 공부 할거 다 합니다.
[곤]이라는 친구는 그 학년 유학생 중에서 수석을 차지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답니다.
그래서 늘 아는척을 많이 했던 좀 재수없는 친구였죠..킁...
아 여름에만 있던 야외파티도 빼놓을 수가 없겠네요.
여름엔 덥기 때문에 기숙사 앞에 약간의 공터가 있습니다.
난간 같이 생겨서 쭉 앉을 수 있게 되어있죠.
그 앞에서 박스같은거 깔아놓고 수다도 떨고 기타치면서 노래도 부릅니다.
바닥에 누워서 하늘에 별도 보면서 말이죠.
거기선 별이 참 잘보였어요.
외롭고 심심한 유학생활을 할 겨를이 없을정도로 정말 바쁘게 지냈던것 같아요.
제가 이 친구들 덕에 중국어를 2개월만에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매일같이 떠드는데 중국어가 안 늘래야 안 늘수가 없는거죠.
정말 지금은 한없이 아련하기만 한 추억입니다.
덕분에 전 한국 돌아와서 놀러다닐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ㅋㅋ
평생 놀걸 그 한해동안 다 논 기분이랄까요.
그래도 여전히 노는건 즐겁습니다.
더 나이먹어서 완전히 지치기 전에 한번 더 이렇게 놀아봤으면 좋겠습니다 =]
다음편엔 말많고 탈많은 한국말 배우기 편입니다.
닉쿤이 하는 한국말 귀엽죠?
실제로 태국사람이 하는 한국말 들어보시면 빵빵 터집니다.
하지만 이 한국말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도 많은데요..
그럼 다음편에서 뵙죵~
커밍 쑤우우운~~~~♡
+
이번편은 진짜 길군요... 다 적는데만 다섯시간이 걸렸습니다. 헐~
사진 세장올라가요~
유럽리그시즌만 되면 기숙사내 남자아이들은 저렇게 옹기종기 모여서 축구를 봅니다.
이때만은 국적불문하고 맨유vs리버풀로 나뉘지요.
참 흐뭇한 광경입니다.
생일파티의 한장면입니다.
저렇게 케이크팩하고 선물도 주고받고..
써프라이즈 생일 파티의 백미는 다같이 떼창으로 부르는 생일축하노래가 아닐까요?
바베큐파티때입니다.
고기 굽느라 정신없는 애들입니다.
이젠 저 바베큐를 저장소에 못먹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