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일 새로 시작한지 이제 한달 반.
말이 새로 시작하는거지 프리랜서라는 업무의 특성상 
두세달에 한번씩은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하게 되기에
회사와 사람들과 내용만 약간 다를 뿐이지 똑같은 일을 하는거나 매한가지라
설레긴 커녕 '여긴 전에 있던 곳보단 낫겠지...'라는 기대조차 집어치운지 오래다.
어쨌든 배운게 도둑질이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싫다고 싫다고 해도 한동안 쉬면 또 슬그머니 일이 하고싶어지는 몹쓸병에 걸린 관계로 
쉬러 내려간 지방에서 또 하던 짓거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엔 좀 더 빨리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이 찾아왔다.
그냥...뭐랄까...여기선 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다.
내가 했던 말을 매번 자기 생각인양 똑같이 읊고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가 당췌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먹어서 두번 세번 말을 해줘야 하는 사람도 있고 
일을 할 때 너무나 당연히,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그걸 짚어주면 잔소리한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팀원간의 화합이 중요한데 어쩌고 운운하며 
내심 나를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인물처럼 묘사하는 사람도 있다.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 태클로 받아들여지고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게 되려 우스워 보이는 이 분위기는 뭘까.
애초에 내 업무의 영역을 이해는 커녕 우습게 보는 분위기가 깔려있는 게 말 안해도 느껴진다. 
그리고 난 실력도 없으면서 오만한 그들의 모습이 우습다.
그렇게 매일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나도 좀 여우처럼 살살 웃으며 달래가며 내 공을 은글슬쩍 생색도 내고
그렇게 노련하게 사회생활을 하고싶은데 참 그게 적성에 안맞다.
좋게좋게, 둥글둥글하게, 그리고 대충대충 욕 안먹을 정도만 해야지...
하루에도 몇번씩 다짐하는데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열을 내고 내 속을 다 꺼내서 갉아먹고 있다. 
문제는...이렇게 해봤자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내 눈의 대들보는 안보이고 남의 눈의 티끌은 잘 보인다 했던가.
항상 옥 보다는 티가 더 눈에 띄는 법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평가하는데는 다들 선수 아닌가.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나 회의가 들 때마다 각종 여행사 항공권을 뒤진다.
태국, 인도, 발리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 태평양, 대서양, 남미, 북미, 
심지어 듣도보도 못했던 온두라스와 남극까지 뒤져봤다.
항공권 검색한것만 보면 세계일주를 하고도 남는다.
올 연초에 태국에서 진통제를 실컷 맞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유효기간이 딱 5개월이었나보다.
약발이 다됐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어 죽겠다.
결론은....
세계일주 경비 대 줄 여행 스폰서 구함. 
혹자는 차라리 투기를 하겠다고 내게 대꾸해줬지만...ㅎㅎ 
그렇다.
이것은 나의 구인광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