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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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봄길 6 270

사람들은 기꺼이 죽음을 여행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할까요?
몇 주전에 뉴스보도를 통해서 얼굴도 한 번 못본 어떤 이가 스스로 이 세상을 떠난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터넷 포털에서 몇 번 그를 느낀 게 다였는데... 그에게는 그것이 인간을 만나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고 합니다.
저는 소위 막장 포털들을 잘 찾아다닙니다. 거기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막가는 얘기들을 들어주고 그 속에 도드라진 그들의 상처를 나름 보담아보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점 하나(.)를 아이디로 쓰던 그가 몇 달 동안 다소 기운 빠진 모습으로 간간히 올리던 글을 저는 그닥 주의하지 못했습니다. 마음 한 켠에 저는 왜 아무 것도 그에게 하지 못하였는가 자문해봅니다.
소위 명문대를 졸업하고 40살이 되기까지 그가 은둔형외톨이로 다른 폐인들의 막가는 글에서 단지 동병상련을 느끼고만 있을 때 나는 왜 그를 들어주고 그에게 말을 걸지 못했는가 안타까워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점 하나로도(.) 자기를 드러낼 자신이 없어 마냥 머뭇거리고만 있을... 소위 눈팅만 하는 제2 제3의 많은 점들을 향해 속삭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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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하여-아이디 '점 하나'를 아쉬워하며

IP : 220.73.118.XXX

자살.
의외로 생경한 느낌이 들기보다 오히려 친근해보이는 그런 문제입니다.

나는 한 5년 전에 의학적으로 사망진단을 받은 사람입니다. 암이나 외과적인 손상이 아니라 몸기능이 80%쯤 망가졌기에 더 절망적이었지요. 너무 고통이 심해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정말 죽는 것보다, 아픈 것이 더 어렵더군요. 그러나 견디고 또 견뎠습니다. 그리고 3년여를 고통과 싸우다 모든 예상과 달리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년 전에 나는, 인생에 겪을 수 있는 죽음의 모든 고통을 다시 겪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던 조카가 갑자기 죽었습니다. 이 아이는 부모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할머니 품에서 극난한 어려움 속에 자란 아이였습니다. 자이툰부대를 자원했고 제대한 후 그러다가 그냥 죽고 말았습니다.
병든 삼촌에게 조금도 짐이 안 되려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기대지 않던 아이였습니다.
그러던 아이가 그 일이 있던 두 달 전에 차비가 없어 아무 데도 다니기가 어렵다고... 알바해서 학교를 다니려는데 돈 5만원만 보내줄 수 있는가 전화를 했습니다. 그것이 그 애가 나에게 기댄 모두였습니다. 그리고 영영 떠나기 일 주일 전... 힘든데 삼촌 어디 조용한 기도원 아는데 있음 알려 달라 하였습니다.

그 아이가 떠나고 3개월을, 오직 울고 또 울고 밤낮을 잊어버린 채 아파해야만 했습니다. 그것은 내 몸이 아파 죽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던 그 아픔에 비할 바가 없는 그런 아픔이었습니다.
그리고 4개월 후 어머님이 병으로 떠나시고 삼오날 누님이 병으로 떠났습니다.

떠난 이들은 모를 것입니다. 오히려 사는 것이 얼마나 용감한 것인지, 사는 것이 얼마나 그토록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는 것인지...남은 자들은 오직 그 떠난 이들을 얼마나 그리워하며 살아야만 하는지...

떠나고 싶은 이들이여...나는 그대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대들은 자기를 위하여 세상을 떠나기보다 세상을 떠날 정도로 오히려 가족을, 벗들을 갈망한다는 것을...

그럴진대 사랑하는 이들이여, 당신의 아파하는 모습, 힘들어하는 당신의 그 모습... 그것이...

그대들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그대들이 가까이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그대들...제발 다시 기억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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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픕니다. 그대들의 눈망울, 슬픔으로 가득찬 그대들의 착한 눈빛들이...


6 Comments
하대장 2008.04.18 02:53  
  잘 느끼고 갑니다.
정글 2008.04.18 07:42  
  인생의 종착역은 죽음이겠지만 여행의 종착역은 집입니다.
깜씨 2008.04.18 08:10  
  육신은 떨어지겠지만 혼은 언제나 함께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고 죽음 이후는 이 생보다 더 아름다울거라고 믿습니다 그러기에 죽음의 이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프거나 슬프지 않다는 것을..
깜씨 2008.04.18 08:12  
  책-신과 나눈 이야기 -  초강추!!!!  아름다운 책입니다
여행2 2008.04.18 09:44  
  네 옜날에 우연히 읽었었는 데  다시 읽고 있습니다..
신과나눈이야기 추천 한방.......
큐트켓 2008.04.18 11:44  
  왜 사람은.. 곁에서 떠나고 난후에야.. 아쉬워하고..후회를 하는걸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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