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으로 빨래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 (오마이 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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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으로 빨래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 (오마이 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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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으로 빨래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유정열 기자 yoo7532@hanmail.net

오후에 주말농장에 가서 토마토를 따오자는 아내의 말을 듣고 딸아이와 같이 호미 두 자루를 들고 밭으로 갔습니다. 태풍이 그친 뒤라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거리가 아주 깨끗해졌습니다. 20분 정도 걸어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밭에 가려면 다리를 하나 지나야 합니다. 그런데 다리를 지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낯익은 외국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출근길에서 마주치는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직장에 출퇴근하는 길옆에 기계제작을 하는 조그만 일터가 있는데 그는 거기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키가 매우 크고 신체가 아주 건장한 사람입니다. 외모로 보아 동남아에서 온 사람인 것 같습니다.

주로 쇠를 깎고 다듬는 일을 하고 있으며 가끔 차를 끌고 다니기도 합니다. 때로는 목공일을 맡아 일을 하고 있으며 아침에 일터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기도 합니다. 그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아무리 힘든 일을 한다지만 옷차림이 너무 더럽고 초라하다는 겁니다. 같이 일하는 한국인 동료들은 그 사람에 비해 훨씬 나은 옷을 입고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더 들었는지 모릅니다.

우리 가족은 밭을 향해 옆길로 들어섰고 그는 한 손에 많은 빨래더미와 합성세제를 들고 개천을 기웃기웃하고 있었습니다. 빨래를 하러 나온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그릇도 없이 손에다가 많은 빨래와 합성세제를 들고 나온 것이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그는 물이 흐르는 개천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거기에서 아무런 도구도 없이 빨래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적지 않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개천의 물은 많이 불어났지만 거기에서 빨래를 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웠습니다. 더군다나 그릇이나 빨래판 하나 없는 상태에서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아내는 그 모습을 보고 불쌍하다고 했습니다.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가까운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했더니 아내는 더욱 관심을 갖고 내게 말을 했습니다. 도대체 주인이 누구인데 저렇게 빨래를 들고 돌아다니게 하느냐고 화를 냈습니다. 아내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외국인 노동자가 빨래더미와 합성세제를 들고 개천가를 배회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가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소규모의 공장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 쉽게 그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숙소로 걸어가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외모는 분명히 우리와 다르지만 그리운 조국을 떠나 먼 이국 땅에 와서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 경기가 있을 때에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 대형 스크린을 준비하여 경기를 중계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같이 가서 처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렇게 많은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녁 8시 30분에 한 경기인데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서 우리나라를 열심히 응원해주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그러한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고마운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빨래더미와 합성세제를 들고 개천만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 모습만 보고 우리들은 밭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에서는 개천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까지 내린 비 때문에 밭이 엉망이었습니다. 새로 빤 운동화를 신고 갔는데 진흙 때문에 신발 위까지 다 묻고 걸음을 옮기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방울토마토가 우리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딸아이는 가게에서 사다먹는 방울토마토를 직접 따는 것이 신기한지 밝은 모습으로 빨갛게 익은 것을 따서 봉지에 담습니다. 대부분 아직은 초록빛을 띠고 있습니다. 고구마와 땅콩, 고추와 딸기 등이 양은 많지 않지만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마치 큰일이나 하는 것처럼 손에 들고 간 호미는 비가 많이 온 탓에 전혀 쓸모가 없었습니다.

주위의 다른 밭을 둘러본 뒤 일찍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시 개천가를 나와서 보니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바라만 보다가 그냥 딴 곳으로 간 모양입니다. 아내는 거기에서 또 그의 생각이 났는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너무 잘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그런 소식을 자주 들은 데다가 오늘 외국인 노동자의 초라한 모습까지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그를 내가 처음 본 것은 정확히 생각은 나지 않지만 적어도 일 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얼굴에 전혀 즐겁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표정을 보이지 않습니다. 무표정의 얼굴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나갈 뿐입니다. 그를 머리에 떠올리면 안타깝게도 때와 기름에 절은 초라한 옷차림이 먼저 생각납니다. 그것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 동안 어떻게 빨래를 해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어디에서 사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요즘 시대에 집에서 빨래를 하지 못하는 곳이 있는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숙소에서 빨래를 할 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그릇에 담은 것도 아니고 손에 빨래할 많은 옷들과 합성세제 한 봉지를 들고 빨래하러 개천으로 나왔을 리가 없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불법체류인 관계로 사업주들의 부당한 횡포와 저임금,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인권침해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오늘 본 그 모습만 보고 그의 주변을 전부 다 그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 땅에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활수준도 안 돼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만약 진짜로 주거하는 곳에서 빨래조차 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참으로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와 동료 직원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라고 업신여기고 그들의 비참한 생활에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우리 모두의 잘못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옛날 시골에 살 때에 개천에서 아낙네들이 빨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지금 그런 모습을 사진으로 보면 옛 추억이 아름다운 정으로 되살아납니다. 그러나 요즈음 개천에서 빨래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습니다. 그 모습은 이젠 흘러간 기억 속에 남아있을 뿐입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빨래하러 개천으로 나온 모습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의 비참하고 초라한 모습에서 우리들의 자화상이 부끄럽게 그려졌습니다. 그들이 이 땅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하고 환한 미소를 지을 때에 우리들의 모습도 자랑스럽게 떳떳하게 그려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02/07/07 오후 7:11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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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저의 잡글을 달아보면, 여행할때의 한국인의 좋은 모습도
바람직하지만... ^^;
한국에 있을때 이리저리 외롭고, 고달픈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해, 타국에 있는 또다른 우리나라사람으로 비춰봤음 하는
바램입니다. ^^;
외국에서 시원한 미소를 받았던 분들은 우리나라에 온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답례를 해줘야겠지요.

한가지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젠가 병원에 있을때 오른손 모든 손가락이 다 짤린
중국인 불법체류 아자씨를 본적이 있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큰뜻? 품고 온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생길줄은 그 아자씨도 몰랐겠지요.
(손가락 잘린 외국인 노동자들 정말 많습니다.
보상도 힘들고...태국인들, 우즈베키스탄사람들...)

하루는 공장에서 대표?로 나온사람이 그 아저씨에게
큰소리에다 더더군다나 반말로 할때에는 제가
속이 넘 상하더랬습니다.
워낙 겁이 많아서, 지가 반말하지 말라구 말하고 싶었지만
맘속에만 담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깐 ^^; 좀더..상대방을 생각해주는 이 세상이 되었음
하는 바램으로 재잘대봤습니다. ^^;
죄송합니다. 글 대따 길었쬬? ^^;
교과서적이구, 건설적인것 워낙 싫어하지만,

그 손가락 잃은 자짱면 아자씨가 생각나서요. ^^;
잘 웃으시궁, 식사도 씩씩하게 잘 하시궁...
중국어는 정말 잘 하셨는데... ^^*
2 Comments
노바디 1970.01.01 09:00  
지금  아침 7시에여..  꼴딱 날새서 정신이 엄따.<br>다쉬.........<br> ^^ 맘도 이쁜가 부다...<br><br>  ㄴ ㅑㅎ ㅏㅎ ㅏ
노바디 1970.01.01 09:00  
^^  맘이 이쁘나부다..<br><br>  자나깨나뉨 ~~~  팟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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