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아시나요?
한인업소와 여행자간의 마찰이 가끔씩 눈에 띄는 군요. 한인업소 혹은 여행자와 아무런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지 않는 그냥 순수(?) 교민으로써 짧은 생각 적어보려고 합니다. 특별히 한인업소를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다만, 여행자들이 그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뿐입니다.
- 치앙마이 한인업소 이야기.
치앙마이에는 한국식당이 많지 않다. 고작해야 네다섯 군데고, 그나마도 내가 사는 곳과는 그리 가깝지 않다. 치앙마이에 살고 있는 나는 사는 곳과 가까운 미소네를 가끔 이용한다. 엄밀하게는 이따금 밥만 먹으러 가는 것 뿐이다.
치앙마이에 거의 같은 시기에 자리를 잡게된 인연이 있어서 가끔이나마 미소네를 가지만 내 입맛이 까다로운 건지 사실 음식이 맛있지는 않다. 심지어 나오는 반찬이나 밥의 양이 적어 불만일때도 많다. 이는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도 대체로 인식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식당업을 전문적으로 해온 사람들도 아니고 더군다나 재료도 다른 이국에서 만든 음식인데, 한국의 여느 식당들과 같은 눈높이로 평가하는 것도 곤란할지 싶다.
반면 얼굴이 두꺼우신건지 사장님, 사모님 모두 아주 바쁠때를 제외하고는 갈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럴때는 조금전의 불만도 자연스럽게 누그러지게 마련이다.
같은 업종의 코리아 하우스 사장님이나 사모님도 이는 별반 다르지 않다. 조금이라도 내가 관계맺고 있는 한인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그러하다. 어쩌면 여행자들과 한인업소간의 이해관계가 나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한인업소를 찾아갔을때는 나도 공짜밥을 먹어본 적 없는 손님인 셈이다.
또한 치앙마이 한인업소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 나와 여행자들간 간극이 크다면 모를까, 그렇지는 않은것 같다. 간혹 두 업체에 대한 음해성 글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다녀가는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은 대체로 만족을 얻고 돌아가지 않는가. 장사 일년 열두달 하는 업소 주인들이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여행 커뮤니티에 여차하면 공개될 게 뻔한데 손님들에게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선별적으로 친절을 배풀지는 않을 것이다.
방콕의 한인업소를 이용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사정이 치앙마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 태국에서 먹고 산다는 것.
태국이 여행자들에게 천국인 듯 하지만, 발붙이고 사는 교민들 다수에게는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나름대로 부푼 꿈을 앉고 틈새이민을 떠나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진돈 까먹고 전전긍긍하는 사람들 숱하다. 태국을 좀 만만하게 본 경향도 있지만, 실제로 '먹고 살기' 쉽지 않은 나라다.
외국인이기에 자국민과는 다르게 대하는 '태국만의 상식'. 틈만나면 찾아와 뜯어낼것 없나 살피는 이민국 직원과 관광경찰들, 이를 피하기 위해 태국인 명의로 가게를 차렸다가 훗날 뒤통수 맞는 예는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다.
잘 모르는 여행자들은 가끔 '태국에서 한달 1~2만밧이면 살 수 있다면서요?'라고 묻는다.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월급 1만밧이 되지 않는 태국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외국인은 절대로 그리 살 수 없다. 같은 뚝뚝이를 타도 태국어 발음이 네이티브가 아니면 태국인과 같은 값에 이용하기 어렵다. 한두달은 가능할 수 있으나 평소 김치를 비롯해 최소 서너가지 반찬을 두고 밥을 먹던 사람이 현지인처럼 매일 카우팟과 꾸엣띠여우만 먹고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같은 태국에 살면서도 그들과 같게 쓸 수 없는 외국인의 한계. 그리하여 부푼꿈 버리고 돌아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 여행업계 관행의 책임을 혼자 감당해야 할 가이드 전선에 어쩔 수 없이 내몰리기도 하는 것이다.
돈쓰기 좋은 태국은 그러나 틀림없이 벌기는 어려운 곳이다. 그렇다고 태국에 사는 교민들을 두둔하고자 함은 아니다. 어찌됐건 다들 스스로 선택한 삶이므로...
- 다시 한인업소에 대하여.
한국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회다. 특히나 어떤 타이틀 혹은 권위를 갖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은 그 잣대가 더욱 날카롭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보지만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혹은 정작 평가해야 할 전문성보다 우위에서 도덕적 기준을 드리밀때도 있다.
엄밀하게 보자면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되는 것이고, 정치인은 정치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여러 덕목을 두루 갖추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가 사회에 구체적인 무슨 피해를 주는 등 어떤 법률을 어기는게 아니라면, 개별적으로 불친절한 사람이든 아니든, 혹은 술만 먹었다 하면 뻘소리를 하든 말든 별로 핵심사항은 아니다.
태사랑에 등장하는 한인업소들도 해당 '업소의 본업'이 주 평가의 대상이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본다. 게스트 하우스가 가격대비 온당한 방수준과 여행상품을 소개하는가. 식당이 가격대비 괜찮은 음식을 팔고 있는가 등. 물론 친절여부를 부차적인 것으로 봐서는 안될 업종들이 다수지만, 이 친절이라는건 약간, 혹은 경우에 따라선 아주 많이 주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손님을 아주 벌레 보듯 하여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던가, 여행자에게 반말로 지껄여 화나게 했다던가 등 한인업소와 관련한 이런 글은 아직까지 태사랑에서 본적이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라면 별로 회자될 일이 없는 사연들이 이곳에 올라올때 조금은 의아하다. '서울 무슨무슨 식당이 특별히 불친절하다'는 게 '정보공유' 차원에서 올려지는 일도 별로 없겠거니와 어디 주목이나 받겠는가.
한국에서라면 만족스럽진 못하더라도 그냥 지나칠만한 별로 대수롭지 않은 사연이 태사랑에서 가끔씩 부각되는 게 국외 여행지의 한인업소라는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어쩌면 외지에서 같은 동포를 만났을때 내가 반가운듯 상대도 나를 반가워 해줄 거라는 기대가 국내에서보다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지극히 주관적인, 또는 빗나간 여행자의 글로 인해 가뜩이나 참 살기 쉽지 않은 나라에서 어려운 생계를 이어나가는 이들에게 좌절감을 주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