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나란히 앉은 무 대리 vs 고 대리.

어라?? 가만 있어보자,...
경쟁을 해야하는 적과,.. 일정도 똑같은데,..
공항 가는길서부터 함께 가야하나?
이런걸 적과의 동침이라고 하는거야? 그런거야??

고 대리는 가이드를 시작한지 이제 6개월 됐다...
까이마이다.... 까이(가이드) 마이(신참)

그런데 요즘 무슨 일인지 고 대리는 요즘 나가는 팀 마다 엄청난 실적을 보이며
순풍에 돛단듯 잘 나가는 회사의 까이마이 중에 떠오르는 태양이다.
근데 나는 이게 모다냐... 이런 까이마이하고 경쟁을 해야하는 신세가 됐으니,..
에고.... 역시 생존경쟁의 시대에 살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고 : 근데예~~~ 형님예,... 마사지 할 때예...
'여기는 마사지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태국말로 뭐라케요?

고 대리는 태국말을 아직 못한다.
그런데도 아침 저녁으로 차 타고 회사 다니는 것도,
하루 세끼 밥 사먹으면서 태국서 사는게 신기할 뿐이다.
하지만,... 뭐 그게 그리 신기한 일도 아니다.
태국 가이드 15년 됐어도, 행사할 때만 태국말로'어디 가자' 밖에 모르는 사람도 많다.
태국 말 몰라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으니 ... 배우기 싫으면 그만이지 머...

나 : 그건 갑자기 왜? 오늘 마사지 할 때 아팠냐?

고 : 아뇨,... 지난번 손님이 발을 다쳐서 ...
마사지 할 때 발은 빼고 해달라는데,...
머... 말을 할 줄 알아야지 말을 해주죠... 흐흐..

나 : 얌마~~ 그럴땐 손으로 발을 가리키면서 손가락을 좌우로 살살 흔들면서,
고개도 함께 흔들어주면 되자너. 태국말 못해도 다 된다~~~!!! (큰소리 벅벅~)
(하지만,...얌마... 나도 그런 말 할줄 몰라... 왜 묻냐 X팔리게... ㅡ,.ㅡ)

고 : 물론 저도 그렇게 해서 넘어갔죠... 흐흐...

나 : 흠냐.... 구래???? 그럴땐 말이지 그걸... 태국말로는 말이쥐~~
마이똥(하지마라) 탐누엇(마사지) 티(전치사) 콰카우(오른발)..
이정도 얘기하면 알아 들을거야...

고 : 아.... 네.... ^.^*
어깨는요? 허리는요? 옆구리는요? 머리는요?

나 : 머리는 어쩌고,..저쩌고,... 이러쿵,... 저러쿵....

최대한 자세히 가르쳐 줬다... 왜냐하면,...

초보 가이드가 태국에 처음 오면,
초보 가이드로서 일 하는 것을 보고 배우기 위해서 다른 선배의 차에 탄다.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쉴 새 없이 메모를 해도 모자란다.
특별한 교재가 있는 것도 아니요,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기 스스로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고 직접 다녀보며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고 대리가 처음 일을 배울 때,... 내 차를 처음으로 탔다.
즉 나한테 일을 배웠다고 해도 된다 .... ㅡ,.ㅡ

그때를 돌이켜보면,...
공항에서 파타야로 향해서 내려가는 시간은 대략 2시간 남짓.
한시간 정도 가다가 중간에 촌부리라는 곳에 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그리고 촌부리에서 파타야까지 대략 40분에서 정도 걸린다.
고 대리는 내가 행사하는 모습을....
하늘 같은 대 선배가 하는 성경 같은 구구절절한 멘트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차에 타서 눈을 껌뻑거리다가 촌부리도 못가서 졸고만 있었다.
메모는 하나도 안 했다....
손님들도 졸아서 짜증나는데,.... 첫 날 온 까이마이가 같이 졸고 있으니,...
짜증 지대로였다... 잊혀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고대리가 일을 못해서 욕을 먹을 때면,...
'얌마~~~ 너 누구 차 타면서 일 배웠어~~~~!!!!'
'무 대리 차 탔습니다..... ㅠ.ㅠ'
'그래? ... 으째 무 대리 까이마이 때랑 똑같냐..... 으그..'하면서 항상 같이 욕먹었다.
그래서인지 누구보다도 정이 많이 가고 챙겨주고 싶은 후배 녀석이다.... ㅋㅋㅋ

이러쿵 저러쿵 하다보니,.. 공항에 도착했다.
고 대리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서로가 경쟁 상대면서 금요일날 괜찮은 팀이 있는 것 자체를.... 으흐흐...
챙겨 주긴 하지만,.. 이번 만큼은 이겨야 한다.

나 : 이번에 700불 매꾸기라면서?
그걸 어떻게 매꾸라고 하는 소린지.... 에효.... 그게 사람이 할 짓이야?
난 이번 팀은 포기다.
그냥 편히 쉬라고 하고, 나는 클럽이나 가서 놀란다.
일이 잘 안될때는 가끔 쉬는 것도 좋은거야....

고 : 그러게요,... 700불을 어떻게 매꿔요 ㅠ.ㅠ
한참 고민 했는데,... 형님 포기한다니,.. 마음이 놓이네요...
포기해도 되요?.... 그냥 저도 포기할랍니다. ^.^
형님... 파타야 내려가서 클럽 갈 때 전화 주세요.
저도 이쁜 아가씨 좀 소개시켜주세요... 흐흐....

나 : 구래?.... 내일 저녁에 시티투어 나가지?
난,.. 대충 10시 이전에 모두 끝내고 일찍 들여보내고 클럽 갈건데,..
너도 후딱 끝내고 나랑 같이 가자.
너 좋아하는 스타일에...쥑이는 애 하나 구해놨다.... ^.^*

고 : 아후... 전 시티투어 하면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디 좋은데 없나요?
아.... 형님 저랑 일정 같죠?
그럼,... 형님... 내일 시티투어 같이 가죠...
두 명 보다는 네 명이 다니기 더 좋고,... 이참에 좋은데 좀 갈켜주세요.

나 : 음...그래 ??? 그럼 알카쟈 끝나고 같이 움직이자~!
알카자 앞에서 낼 보자~~~ 수고해~~~

(으흐흐.... 이미 포기하기로 한 행사.... 끄으으으....기분 쬐진다~~~~
게다가... 같이 다니면서 내가 허니문 케익이랑 이벤트 준비한 걸 보여줘서,...
녀석 팀의 분위기를 좀 죽이고,...
녀석이 일정을 빨리 끝낼 때,..
나는 반대로 나이트를 서비스로 해주면서,...
우하하하하하.... 역시 난 똑똑해~~!!!!

게다가,... 나는 홈 그라운드,... 고 대리는 어웨이 그라운드...
행사를 진행하며 다니는 업소에서, 가이드를 반갑게 맞아주며 친한 직원들,
내가 그동안 거기에 뿌린 팁이 얼만데.....냐하하하하하~~~~
반면에 고 대리는 처음 가는 곳이라서
가이드도 손님과 마찬가지로 두리번 거리면서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면,..
어느 손님이 마음 놓고 따라다니겠는가.... 냐하하하하...
완벽해~~~ 완벽해~~~~~!!!)

"희망 찬 미팅~~!! 보람 찬 샌딩~~~!!!"의 실현~
이것이 가이드의 표준 문구 하니겠냐~~~ 으흐흐흐... ^_______________^**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깨가 들썩들썩...

고 : 형님 어디 다치셨어요? 걸음이 이상해요...??
나 : 윽.. ㅡ,.ㅡ ;;
고 : 형님 초옥디 하시고~ 낼 뵈요~~~
(초옥디 : 행운,복... 촉디 하세요~~(행운이 있길~~))

4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