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가이드분이 쓰신 행사글 읽고..
전 태국에서 일했던 다이빙 강사입니다. 뭐, 조만간 다시 들어가서 있게되니
전직이라고 이야기 하긴 그렇네요.
밑에 행사하신 글을 보니까 정말 공감도 가고 저도 우스개 소리같이 한마디
덧붙여보고 싶네요. 물론 모든 손님이 그렇지는 않지만, 오래 일을 하다보면
기억나는 에피소드들이 있기 마련이죠..
한국분들이 다이빙을 배우러 오시면 거의 90%쯤은 초급 단계인 오픈워터
코스를 시작합니다. 4일간 교육(이론,수영장,바다)을 거치면 운전면허증과
비슷한 의미로 전세계에서 어디서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
니다.
4일간의 교육과정.. 절대로 놀면서 할만한 수준의 교육은 아닙니다.
5개 단원으로 이루어진 이론교육, 각 단원후 퀴즈, 최종 이론시험.. 9시간
5개 단원으로 이루어진 수영장 20가지 기술교육 및 응용.. 9시간
4개 단원으로 이루어진 바다 기술 평가 및 적응교육.. 총 4번 다이빙..
거기에 대략 2~3시간정도 걸리는 지식복습 숙제까지.. ^^
놀면서 즐겁게 배우자라는 분들.. 물론 그렇지만.. 이어지는 공부와 숙제에
나름 스트레스 받기도 합니다.
기억 1.
해외여행이 처음인 두 남자 학생.. 둘다 예비군 된지 얼마 안되는..
수업때면 졸음을 참지 못하더니.. 밤만되면 쌩쌩해집니다. 어디 어디가면
놀기 좋다고 가르켜주고 알아서 놀라 그랬더니 마지막날 같이 놀잡니다.
"쌤.. 놀아줘요.."
타지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강사랑 같이 교육받는 친구 뿐입니다. 몇번 숙소
주변에서 놀러 다녀봤는데 신통치 않았나봅니다. 만만한게 강사죠.. ^^
"어케놀고 싶어?"
"(우물쭈물하며) 제가 아직 경험이... 삐리리리.. 오늘.. 삐리리리~~~
여기 여자들하고 놀기 좋다고.. 삐리리리~~~"
그 기분 잘 압니다. 20대 중반의 예비군들.. 환락 속에 빠져보는 것도
태국에서의 좋은 추억이겠죠.. 데리고 유흥가로 갑니다.
애들 고생하기도 했고, 강사 초창기때라 성심성의껏 같이 다녀줍니다. 4일
동안 같이 고생한 애들 막내 동생뻘정도 되는 애들이니 나름 정이 갑니다.
작은 다이빙 강사 월급에 펑펑 사줄 수도 없고, 그래도 나이먹은게 죄인지라
성의껏 사주면서 데리고 다닙니다. 1차 정도 사주고 나머지는 각자 내곤하죠.
봉쑈, 게이쑈, 토킹바..
헤벌래하더니 여자들이랑 놉니다.. 영어 안되니까 왔던애들 그냥갑니다.
마지막으로 좀 과격하게 놀아주는 바로 데리고 갑니다. 설명하자면.. 코요테
어글리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푸켓 가보신분 교복집이라고 아실겁니다.
과격히 놀아주는 곳이라 수질 개판이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괜찮은 애들 두
명 붙여놓고 놀라고 냅뒀습니다. 한참을 해벌래 거리더니 그러더군요..
"제 취향이 아니에요.."
( ㅡ,.ㅡ" )
돌아오는 교통편, 가격 알려주고 알아서 놀라고 냅두고 돌아옵니다.
다이빙 강사하면서 아가씨 소개시켜주는 뚜쟁이짓까지 하긴 싫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 결국 소원풀이 못했다더군요..
기억 2.
장소는 똑같이 교복집입니다.
강사 개발 과정을 마치던 학생들.. 장기간에 걸친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 풀다
우째우째 교복집까지 흘러왔습니다.
XX대 나왔다던 교육생.. 처음부터 진상이었습니다. 강사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교육 교재를 왜 사야 하냐고 물어봅니다.. 교재가 있어야지 공부하고
그대로 가르키지.. 그걸 못산다고 합니다.
시험요? 떨어졌습니다. 안봐도 뻔했죠.
같이 갔던 모교수님 기분좋게 아가씨들한테 레이디 드링크도 날리고 즐겁게
놉니다. 아가씨들 좋아하죠. 그 교수님 주변으로 몰려들어서 놉니다. 그걸 옆
에서 바라보고 있던 그 학생 술에 취해서 온갖 추태를 벌이다가.. 여자애들
치마속으로 손 넣고 주물럭 거립니다. 여자애가 "뻐큐"라고 하고 가버립니다.
태국에서 살면서 여자 종업원이 손님한테 뻐큐라고 하는거 그날 첨봤습니다.
당연히 그날 분위기 그 순간부터 싸해졌죠.
기억 3.
이건 저도 선배 강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나름 다이빙 많이 하고 여기저기 다녀본 사람인가봅니다. 무진장 자랑했답니
다. 자기가 뭐 어디어디서 얼마나 어케 했는데.. 물론 비싼 돈 내고 4박 5일동
안 배타고 다이빙하는 프로그램 하러 왔습니다.
바닥에 잠자는 상어가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보고 지나가면 되는거였죠.
그런데 상어가 잠만 자고 있으니까 바로 옆으로 가서 꾹꾹 찔러봅니다.
상어 귀찮아 하면서 몸 한 번 뒤척이고 다시 잡니다. 이번엔 칼을 꺼내서
푹푹 찔렀다더군요.. 성질 좋은 상어 그래도 가만히 있습니다.
이 아저씨.. 나름 존심인지 뭔지 상어 꼬리를 잡고 흔들어댑니다.
전해준 사람의 말로는 상어를 잡고 자이언트 스윙을 해댔다는 후문이...
당연히.. 담당강사가 다이빙 중단시키고 올라와서 장비 뺏습니다.
더이상 다이빙 하지 못하게 합니다. 주변에서 봤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
데요.. 주변에서 더 난리칩니다.
이 아저씨.. 더 큰소립니다. 내가 내 돈 내고 다이빙 하는데 뭔 상관이냐고..
우여곡절끝에 정리되었지만.. 밤마다 술판이 벌어집니다. 배에 실리던 짐에
소주가 박스로 몇개 있었다더군요.. 물고기 회 쳐달라고 안하는게 다행인 상
황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다이빙 시작해야 하고, 과다한 음주는 좋지 않다
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상관없답니다.... (분명히 상관 있습니다.. ㅡ.ㅡ;;)
그 다음날 아침에 술냄새 풀풀 나면서 다이빙 준비합니다. 당연히 강사는
말려야 합니다.. 차라리 쉬고 그 다음 다이빙 하시라고..
돈 냈으니 다 해야 한답니다.. 그러다가 큰 문제 생기면 분명히 강사탓 할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 내면 왕인줄 압니다.
기억 4.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 올 때에 그날 먹었던 음료수나 맥주값을 계산하면서
그날 여러가지로 도와준 태국 스탭들에게 작은 팁을 줄 수 있겠냐고 물어봅니
다. 이건 태국 직원들만 받는거지 저희 강사들하고는 전혀 상관 없습니다.
하루에 10만원짜리 투어 나온 사람들.. 하루종일 자기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
해주고 물심 양면으로 도와준 사람들에게 주는 팁.. 아까워하며 20바트짜리
한 장 내놓습니다. 천바트짜리 골프 치러가서 캐디팁은 200~300바트씩
따로 꼬박꼬박 챙겨주면서 3천바트짜리 다이빙 투어 나온 사람들이 팁을 20
바트 내는것도 아까워합니다.
가끔 저한테도 팁을 주시려고 하시는 분이 계시더군요. 많아봐야 100바트정
도? 물론 안받습니다. 호텔에서 가방 하나 들어줘도 1달러는 줍니다.
그런데 하루종일 같이 다이빙 해주고, 모든거 다 챙겨주고 같이 놀아준 사람
팁을 주는데 100바트라.. 저도 한국사람이니 아에 안받는게 낫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어짜피 전 그날 가이딩 혹은 교육을 한 댓가를 받습니다. 그 팁보
다 훨씬 많죠. 그 이상도 바라지 않습니다. 내심 서비스업 종사자가 되는게
자존심 상하는가 봅니다. 그냥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고맙고, 시원한 음료
수 한 잔 건내주시면 저희한테는 그게 최고의 팁입니다.
그런 분들.. 술집가서는 아가씨들한테 천바트, 웨이터들한테 백바트씩 팁 퍽
퍽 쓰더군요. 전 웨이터랑 동급인가봅니다. 아가씨들보다는 1/10 정도의 급
이고요..
기억 5.
다이빙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학생중에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
맥주를 권합니다. 한 캔 정도야 시원한 맛에 먹을 수 있습니다. 감사하다고
이야기 하면서 먹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해야 할 일이 많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귀가하는데 지장을
줄 수 있기에 사양 할 때가 있습니다.
술에 약간 취한 학생.. 도착해서 컴플레인겁니다.
"아니 무슨 강사가 배에서 술을 마시냐고.."
그 다음날부터 강사들의 선내 음주는 전면금지되었습니다.
다이빙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학생들과 맥주 한 잔은 강사의 로망입니다.
사준 사람도, 권한 사람도 그 사람이었습니다.
컴플레인 건 사람도 그 사람이었습니다.
기억 6.
20대 후반의 여자 학생들 3명..
수업, 숙제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언제나 수업 끝나고 뭐 먹을까, 오늘은 어
디가서 놀아볼까 그게 관건입니다.
3일동안 죽어라 나가서 놀더니 뭔가 더 바라는게 있나봅니다.
"쌤~~ 같이 놀아요"
같이 놀러갔는데 12시쯤 되서 한명씩 사라집니다. 혼자 남은 학생 벌그라니
취해서 저보고 그럽니다..
"쌤은 여기서 혼자 사세요? 방은 어디세요? 영화같은거 있으면 보면 좋겠
다..." "ㅡ.ㅡ;;;"
그러더니 조용한데로 옮기자고 하곤 온갖 스토리 이야기합니다. 남자친구 이
야기가 거의 100%의 확률로 나옵니다. 그리곤 취해서 쓰러집니다.
당연히 학생들 어디에 묵는지 압니다. 데리고 가서 눕혀줘야죠.. 전 그 다음
날 새로 온 팀들 아침부터 교육시켜야 합니다. 근데 방 키는 다른 친구들이 가
지고 갔고, 방에 가보니 아무도 없더군요..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다이빙 강사가 학생들이랑 일정이상의 관계가 되는건 가장 금기 사항입니다.
특히나, 여행지의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더 철저히 지켜야 하는
항목입니다.
친구들 들어 올 때 까지 문연 가게 찾아서 놀아줘야 합니다. 아니면 숙소 근
처 벤치에서라도 그 스토리 다 들어주고 기다려야죠. 혼자 냅두고 어케 갑니
까?
어느새 새벽 4시가 다 되었고 친구 한 명 들어옵니다. 다행히 방키 들고 있더
군요. 방에 들여보내고 아침에 나가는거 배웅해주러가니 저 처다도 안보더군
요. 내심 기분나빴나봅니다.
저희는 one night stand의 대상이 아닙니다.
매일 새롭게 바뀌는 학생들을 가르키는 강사일 뿐입니다.
휴...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더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건 차마 이런 공개 석상에 적을만한 이야기는 아
닌거 같습니다.
한가지.. 꼭 당부드리고 싶은건..
현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현지 수준에 맞는 급여를 받고 생활합니다.
놀러오신 분들.. 그 수준으로 저희가 매일 따라다니면서 흥청망청 쓰고 살 수
가 없습니다. 그랬다간 여기서 생활 못하지요.. 그리고, 매일 여러 사람들을
보내고 남아 있어야 하는 저희들 심정도 이해해주세요.
저희는 사람들에게 쉽게 정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선 저희가 더 힘들기 때문
이죠.. 애인이라도 된것 마냥.. 꼭 다시 올께요.. 그때는 뭐뭐..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다시 온 사람 5%도 안됩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그 약속때문에 상처받는건 남은 사람입니다.
저야 이번에 결혼하고 그러니 별 상관없지만.. 괜히 바람만 잔뜩 넣고 돌아가
서 힘들어하는 강사들 많이 보았습니다. 여행에서의 기분으로 사람을 만나고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아쉬울 따름입니다..
휴...
남아있는 사람.. 이제 한 달 뒤면 또 그 생활로 돌아가는군요.
그냥.. 잠도 안오는데 넉두리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