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다녀왔습니다.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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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다녀왔습니다. (5부)

위싸누꺼다이 15 690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해변에 앉아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괜시리 나약한 마음이 듭니다.
후회스런 마음도 들고... 서럽기도 하고.... ㅠ.ㅠ


그때,...
가이드님~ 하며 자상한 목소리로 음료수를 권하며 다가오는 아주머니.
아니... 아주머니란 표현은 잘 맞지 않는다.
'부인' 정도 해야 어울릴만한 자태다.
사람 상대하는 직업이니 척보면 어느정도 감이 잡힌다.

버스 앞에서 왼쪽 두번째 자리에 나란히 앉은 노부부가 있다.
허름한 삼베 저고리 같은 복장에 흿긋흿긋한 백발이 자연스레 연륜을 말하고 있으며
손을 꼬~옥 잡고 아무 말 없이 서로 마주보며 깊은 눈빛을 교환하던 아름다운 노부부 한쌍.

사실 말이지만,
이번 팀이 옵션 제로인 결과를 유발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분들이다.
이 두분이 맨 앞에 앉아서 '옵션 하실거 생각해 보셨어요?'라는 질문에
'저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요...'라고 말하며 내 말을 막아버린...
그 어조와 음색에 기가 눌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네... 괜찮습니다... 히죽~~~'

거기에 아가씨들이 뭔가 속닥이는게...
분위기상 많이 할거 같아서 상황을 반전해보려고
모두 건너띄고는 아가씨들한테 물었더니~
"저희도 아무것도 안할래요~~~ 꽥꽥~" 하게된 상황이었다. 크크...

부인 : 고생하셨네요... 시원한 음료수 좀 드세요.
나 : ^_____^ 씨익~ 감사한 마음을 넘어서 감동입니다.
부인 : ㅎㅎㅎ 부탁 좀 하나 해도 될까요?
나 : 네... 제가 가능한거면 뭐든지 해드릴게요.
부인 : 미얀마 가는 항공권 예약 좀 부탁드려요. 9~12만원 정도면 된다는데,...
나 : 네??? 미얀마요? 거기 가시려고요?
부인 : 네,...
나 : 한번도 안 해봤는데....흠.....
두 자리 예약하면 되나요? 며칠날요?
부인 : 아니.... 한 자리면 되요. 아저씨 혼자만 갑니다.
나 : 무슨 일로 혼자만 가시는지요?
부인 : ㅎㅎㅎ 아무튼 예약 가능한지 부탁 드립니다.
나 : 네... 지금 섬에서는 전화가 안 터지니까, 밖에 나가는데로 바로 확인해 드릴게요.


여차저차한 섬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다시 파타야로 돌아왔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 들어가서 샤워라도 하고 나왔으면 좋겠는데,
호텔까지는 30분 거리...
왕복으로 1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면 오후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다.
섬에서 나올때 파도가 높다보니 시간이 지체되서 벌어진 상황 ㅠ.ㅠ
(이럴땐 고객의 반응을 살펴서 대처하는게 상책..)
그래서 버스 안에서 은근슬쩍 의사를 타진했다.

나 : 네,.. 물놀이 재밌었죠?
오후 일정으로 태국 최대의 민속촌인 농눗빌리지 관광이 있습니다.
아주 넓은 정원에 열대 나무와 꽃들이 ...... (중략)
그래서 지금 호텔 가셔서 샤워라도 하고 가는 방법과,
바로 가서 관광 시간을 여유있게 갖는 방법이 있는데,..

결과로, 바로 가자 / 씻고 가자는 의견이 반반이었다.
하지만, 바로 가자는 분들의 목소리가 컸다(?)..
모른다 사실 내가 바로 가고 싶었다...ㅋㅋㅋ

이후 저녁 식사 일정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는데,
저녁에 시티투어 나가기로 한 11명의 사람들,...
(저녁 먹기 전부터 반응을 봤지만,.. 이미 예감했지만..)
오전 물놀이와 오후 땡볕에서 관광을 한지라 식사 후에 모두 지쳐버렸다.

이구동성으로 모두들 안 나가고 쉬고 싶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
옵션 제로는 하루이틀이냐.... 에고에공...
(그래도 어제부터 피곤하고 졸려서 안 나간다는게 왜이렇게 반갑다냐 ㅋㅋ)

하지만,...
피곤한 것도 식사 후에나 잠시 피곤할 뿐,...
8시만 지나면 모두들 피로가 좀 가시고 심심하기 때문에
모두들 뱀파이어처럼 해가 떨어지면 밖으로 나간다는걸 이미 알고 있다.

호텔 로비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아저씨가 바로 내려와서는 비행기표에 대해서 내게 묻는다.
로비 한적한 곳에 앉아서 얘기를 나눴다.

나 : 저... 교수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제가 보기에 정년퇴직한 교수님쯤 보이시는데요.
아저씨 : 허허... 가이드 선생도 이제 직업 바꿔도 되겠구먼...
교수 부부 맞네그려 ... 나는 퇴직 교수, 마님은 현직 교수...허허..
나 : 아... 사모님도 교수님이시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혼자서만 미얀마로 들어가시나요?
아저씨 : 잠시 멈칫...(웃통을 반쯤 들어서 배를 내밀어 보인다. 가슴에서부터 아랫배까지 개복한 깊은 수술자국...)
위암으로 수술을 하고, 절대적인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삶이 됐네.
미얀마에 좋은 명상소가 있다고 해서... 거기서 여생을 보내려고...
나 : ㅇ.ㅇ 헉... (그럼... 지금 여행이 이별여행? 생애의 마지막 함께 보내는??)
그러면 두분이서 함께 미얀마로 가시지 왜 혼자만 가시려고요?
아저씨 : 경비가 만만치 않아서 그렇지,...
한국에서 바로 미얀마 가는게 태국을 거쳐서 가는거 보다 비싸니까,
여기서 미얀마 가는 겸, 같이 여행도 할 겸.. 해서 온거지.
나 : 미얀마 가는게 12만원 밖에 안하는데.... 제 생각에는 두분 함께 가시는게 좋을것 같은데요.
그래야 사모님 한국 가셔도 마음이 편하실텐데,...
아저씨 : 형편이 좀 어려워... 수술하느라 빚까지 진 상태고,...
아무리 못해도 가기 전에 자네 팁이라도 좀 줘야하고,..
내일 올라가면서 다만 한두개라도 사줘야 않겠나?
나 : 허허...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티켓 두 장 값은 있다는 말씀이니, 제가 두 장 예약하겠습니다.
팁 안주시고 물건 안사셔도,.. 함께 가주시는게 저를 위해 더 고마울 뿐입니다.
아저씨 : (말 없이,... 눈빛으로 마음을 알수 있었다.)
그럼 부탁하겠네.... 하고는 들어가신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 하는데,...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 온다...
총각 둘...
(저 지칠줄 모르는 집념... 진정한 한국 예비군의 자세다..)

총각 : 아저씨... 오늘은 확실한데로 데려다주세요. 어제는 완전 꽝이었어요.
나 : 확실한데 어디???? 안 도망가는 이쁜 아가씨들 있는데?
총각 : (끄덕끄덕 ^___^)
나 : 에효.... 나두 좀 일찍 들어가서 쉬자~~~ ㅠ.ㅠ
총각 : 오늘이 마지막인데 한번만 더 도와주세요.
나 : 알았어... 거기 소개만 해주고 난 먼저 들어간다.
총각 : 거기는 안 도망가여?
나 : 거기 아가씨들은 아침 되서 손님들이 가도 좋다고
사인해주는 쪽지 받아다가 업소 갖다주면서 돈 받아가니까 걱정하지 말어.
총각 : 같이 술한잔 해여... 저희 영어도 짧고 말도 안 통하는데 어떻게해요...
나 : 그럼 내가 옆에서 통역해주리? 무슨 말 통역해줘야하냐? ***고 싶어, ###고 싶어.. 이런 말들??
총각 : ㅡ.ㅡ;;
나 : 거기 애들은 한국말도 몇 마디 하니까 걱정 마라~
총각 : 그래여? ^.^~ 그럼 됐어여...가요...

여기서 시간 지체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붙잡힐까...후딱 호텔을 나와서,
총각들을 가라오케 데려다 주고는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방에 와서 사무실 직원과 전화 통화로
미얀마 티켓 구하는 문제와, 사모님의 돌아가는 비행기편 취소,
미얀마에서 한국 가는 방법 등에 대해 확인하고 해결하니,... 대략 11시.
맥주 한 잔 마시고 잠이나 자자~~~~~

순간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핸폰 소리....

어흑.... ㅠ.ㅠ

6부로 이어집니다.

15 Comments
달빛그림자 2007.02.15 19:28  
  6부 너무 기대되요 ㅋㅋㅋㅋ
바클리 2007.02.15 19:31  
  ^^ 너무 재미있습니다... 행사 진행하시면서 상당히 힘드셨을텐데 이렇게 재미있게 써주시다니..
글을 보며 웃고 있는 제가 좀 미안해지네요..
6부 기다립니다~~ 부탁드려요~~얼른~~
월야광랑 2007.02.15 19:36  
  설마 아가씨들?
가이드 안 보인다고 호출? ^>^
월야광랑 2007.02.15 19:38  
  그 두 청년, 얼마나 맺힌게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갑자기 인생이 불쌍해지는...
삼계탕 2007.02.15 19:38  
  오늘 올라오나요? 보고 퇴근할려구요...
스팀이 2007.02.15 20:11  
  가이드의 애환이 담겨있어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어느 직업이나 힘들지만  그직업도 만만치안네요
에공 ~~~~,,,,,,,,,
닝궁 2007.02.15 20:49  
  너무 재미있습니다.. 힘내시고.. 앞으로는 좋은 한국분들 많이 만나시기를..
여행남 2007.02.15 23:39  
  넘 재미있게 잘보고있습니다 앞으로 행사에얼힎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한번 내어보심이 정말 best seller가
될것입다 내일이기다려 지는군요
☞™산▲☜ 2007.02.15 23:59  
  정말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조은분들 마뉘 만나실꺼에요  ^^
참새하루 2007.02.16 09:42  
  가이드의 생활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
잘보고 있습니다
goodterry 2007.02.16 10:53  
  이번편에서는 눈물날뻔 했어요....ㅠ.ㅠ
덧니공주 2007.02.16 12:34  
  가이드의 고단함이 보여서,슬퍼지는데,왜이케 그총각들은 웃겨요.....
재친구도 저런경험 있는데,참고로 여관아줌마한테당한.ㅋㅋㅋ
페도라 2007.02.16 17:44  
  갑자기 총각들 등장에 분위기 깨는 ㅋㅋㅋㅋㅋㅋ 위싸누꺼다이님 힘드시죠??? 타향살이 힘내서 화이팅 하세요!!
흰곰 2007.03.02 13:43  
  다음 이야기 기대 만빵~!
위싸누꺼다이 2007.03.02 15:25  
  뜬금없는 리플에 깜딱~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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