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생각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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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비가 오면 생각나는..

도시기 5 326
9년전 모스크바 시내관광때 한국인이 운영하는 단란주점에서 우리 일행과 러시아 현지인들간에 사소한 시비가 붙은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는 3명 그놈들은 대략 8, 9명정도 되었었다.
양손에 맥주병을 깨들고 테이블위에서 기를 과시하는 당시 칠성파에 있던 동생에게 러시아놈이 웃으며 손짓으로 일대일 맨주먹 맞짱을 제의했다.
그러자 어려서부터 맞짱이라면 자신있던 내가 나섰고 러시아놈들중에서도 한녀석이 나섰다.
머리숱이 적었던 그 러시아놈은 덩치는 컷지만 인상은 아주 순해보였다.
대개 서양인들은 주먹은 잘쓰지만 발은 잘 쓸줄 모른다.
권투 자세를 취하고 대쉬하는 덩치에게 선방으로 낭심을 걷어차올리고 움츠리는 순간 그놈 양머리를 잡고 이마로 박아버렸다.
녀석에겐 완전한 변칙공격이었으리라..
박치기의 느낌이 참 좋았다.
쓰러져 정신을 잃은 녀석을 보면서 내 머리가 이렇게 깨질만큼 아플정도면 저놈 머리는...
일대일로 지자 녀석들은 다행이도 사과하고 술한잔씩 부딪히고 자리를 떠났다.
그날 내게 박살난 그녀석 왈 일대일로 져보기는 처음이랬다.

귀국 후 먹고사느라 바뻐 그사건이 기억속에서 까마득히 묻힐때쯤 우연히 TV를 보던중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때 나하고 1대1로 싸웠던 러시아 녀석과 비슷한 선수가 나오질 않은가..
혹시나 해서 그때 같이있었던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시켰더니 동생 역시 맞는것 같다고 하는것이다.
그녀석이었다.
나랑 러시아에서 맞짱떴던놈. 순한 인상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때보다 체격이 더 좋아지고 머리숱은 더 많이 빠져 있었다.
녀석....이종격투기 선수가 되었구나..
왠일인지 반갑기도 하고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좀더 지켜보니 녀석이 매우 유명한 선수인것 같았다.
그의 지난 경기 하일라이트 모음을 보여주는데 많은 KO승을 기록하고 있는것 같았다.
나와 싸울때는 주먹밖에 못쓰는것 같았는데 그새 다양한 기술을 익힌것 같았다.
역시 선수는 다르구나 하는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지금 싸운다면 내가 안되겠지....

얼마 후 그가 한국을 방문한다는 언론보도를 본 후 수소문 해서 호텔로 찾아간 나를 녀석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엄청나게 반기며 끔찍했던 그때 그일을 통역을 통해 웃으면서 일행들에게 말했다.
나한테는 이종격투기에 데뷔하지 말라는 농담성 부탁과 함께..
암튼 난 그날이후 그와 호형 호제 하는 사이가 되었다.
녀석과 난 요즘도 이메일로 서로의 근황을 묻고 있다.
비가오니 오늘따라 효도르가 보고 싶군....

5 Comments
멍멍이 2006.10.20 01:43  
  얼굴순하게 생긴넘이라서 ...  호도르인줄 짐작했지
새시 2006.10.20 02:19  
  멋진데요~
fly_dubai 2006.10.20 04:00  
  미국 유학생 버전도 있는데...
동동도령 2006.10.20 14:13  
  난 비가오면 타이슨이... 보고 싶도다
앨리즈맘 2006.10.21 01:09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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