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민족주의적 마스터베이션 <한반도>
영화를 보면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영화적‘리얼리티’이다. 스토리 전개의 ‘리얼리티’와 ‘개연성’이 붕괴되어져 관객의 동의와 납득을 외면해 버린다면, 그것은 애니매이션적 공상 쟝르가 되고 말 것이다.
그 대표(?)적 영화가 <한반도>가 아닌가 싶다.
“남과 북이 통일을 약속하고 그 첫 상징인 경의선 철도 완전 개통식을 추진한다. 그러나 일본은 1907년 대한제국과의 조약을 근거로 개통식을 방해하고 한반도로 유입된 모든 기술과 자본을 철수하겠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압박한다.”
이러한 스토리로 시작되어지는 <한반도>에서의 갈등의 시작은 세계대전 후 승/패전국간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의하여 필연적 원인무효가 된다. 과연 어느 전쟁과 세계 역사에서 패전국의 이익과 청구권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말인가.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전문(前文)과 본문 7장(chapter)으로 구성된다. 본문 7장은 다시 27개에 달하는 조(article)로 세분된다. 각 장(章)과 조는 편목이 다음과 같다.
▲1장 평화(PEACE) : 제1조 ▲2장 영토(territory) : 제2-4조 ▲3장 안보(security) : 제5-6조 ▲4장 정치ㆍ경제조항(political and economic clauses) : 제7-13조▲5장 청구권과 재산(claims and properties) : 제14-21조 ▲6장 분쟁해결(settlement of disputes) : 제22조 ▲7장 결론조항(final clauses) : 제23-27조.
제2장 '영토' 제2조에서는 △한국에 대한 독립 인정과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right)와 권원(title)과 청구권(laim) 포기 △대만(Formosa)과 팽호도(the Pescadores)에 대한 모든 권리 포기 △쿠릴열도와 사할린 및 그(사할린) 부속 섬들에 대한 모든 권리 포기 △태평양제도에 대한 권리포기와 유엔의 신탁통치 실시 인정 △남극에 대한 모든 권리 포기 △남사군도(Spratly Islands)와 서사군도(the Paracel Islands)에 대한 모든 권리 포기라는 6개 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미 <한반도>는 그러한 역사적 모순과 억지(?)에서 시작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허구성’과 ‘과장성’이라는 기법을 인정하고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2시간 내내 계속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1. 문성근/안성기/조재현이라는 명배우들 사이에서의 차인표의 연기력은 눈에 거슬릴 정도로 함량미달이다. TV에만 머물러 있음이 상호이익이 될 듯 싶다.
2. 국새가 그렇게 간단히(?) 찾아지고 발굴되어진다는 코미디성 설정이다.
3. 1차로 찾아진 국새가 추적,도난되어지는 과정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다.헐리웃 영화를 흉내내는 최첨단 기법들. 하지만 어색한 3류 첩보영화를 연상시킨다.
4. 그러한 과정에서 국새의 운반을 책임졌던 차인표가 어떻게 집권층으로 아무런 해명없이 복귀하여 스토리를 이끌어갈 수 있는가? 사형감 아닌가? 국정원 직원들과 조직이 시골 동사무소 공무원들인가?
5. 문성근으로의 권력이동 이후, 거세(?)된 前 국정원장이 SWAT 작전차량에 타고서 실질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한다는 설정이다. 일국의 前 국정원장이라는 캐릭터를 충무로 영화계의 일개 스텝級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차라리 쿠데타 세력이 있었다고 말함이 더 설득적이다. 軍 및 경찰/정보조직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개그 스토리라고 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6. 의식을 회복한 안성기가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수행하는 문성근 및 그 추종 세력 몰래 일본 외상과 진짜 국새를 놓고 반전을 이루어 낸다. 이 대목에선 정말 혼란스럽다. 대한민국의 권력과 시스템이 개그 콘서트의 개그맨 수준도 되지 않는다는 상황 설정이다. 과연 가능한가? 백보 양보하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왜 즉시 대통령직을 회수하지 않고, 일국의 대통령이 숨어서 코미디를 하는가? 이미 이 대목에선 한 국가에 국가 원수가 복수로 존재하고 있다. (오히려 문성근측에 그 국가 권력 획득의 정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안성기측에서 그 대통령직 인수를 정식으로서두르지 않는다면…)
7. 안성기로부터 교전권을 부여받았던 해군제독 독고영재가 막판 또 다시 등장하여 이 3류 코미디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국가권력이 이동하여 그 대응과 전술이 사실상 변경되어진 그 며칠동안 동해의 한일대치 접점에선 아무일도 없었다.??? 영화적인 표현에선 단지 서로 목끝에 날카로운 칼날을 겨누며 몇 주를 밥도 안먹고 잠도 자지 않고 정지해 있었다. 머 그런 황당무계한 얘기를 하고픈가 보다.
8. 그리고 문성근은 안성기와의 설전 이후, 걸어나간다. 그리고 정지영상..그냥 혼란스러움을 넘어선 민망함과 허탈감이 밀려온다. 권력찬탈도 아니고 쿠테타도 아니였다면, 일국의 대통령역을 맡았던 안성기는 (6)에서 로우 원맨쇼를 펼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권력 그리고 외교적 관계는 한 편의 코메디가 되고 말았다.
150분 길고 긴, 민족주의적 마스터베이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너무나 무겁고 많은 민족주의적 오바와 당위를 영화에 담으려다 보니..그 무거움과 진지함이 지나쳐 3류 코메디 한 편을 보고 난 느낌이다.
제발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 배급되지 않았으면 싶다. '람보'류와 같은 화끈한 액션조차 없다면, 이 거대(?) 담론들을 지탱해 줄 영화적 리얼리티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다면 이 스토리는 배설구일 뿐이다. 부끄러워질 듯 싶다. 차라리 [Loose Change] 혹은 [화씨 911]과 같은 마이너적 고발 필름들이 제대로(?)된 역사관과 세계관을 시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차라리 아래의 필름을 보라. 강우석 대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한국적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블럭버스터보다 더욱 소중한 가치와 균형을 던져주고 있는지 모른다.
http://video.google.com/videoplay?docid=-2301934902458285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