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MMS 시험방송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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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글] MMS 시험방송에 관하여..

M.B.K 0 324
참으로 오랜 만에 글을 씁니다. 개인적으로 사업 관계로 인해 올 한 해는 AV 관련 활동을 잠시 중지해야 할 것 같아 그 동안 인터넷도 거의 접속하지 못했습니다.

MMS 관련 소식은 저도 뒤 늦게 접해 들었고 오늘 사실 관계를 명확히 확인한 뒤 그 어이없고 허탈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군요. 아무리 개인적으로 바쁘더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HD 방송에 대해 잘 모르시는 일반인들이라면 왜들 저러나 싶겠지만, 작금의 MMS 건은 HD 방송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경천동지할 사건이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기만하는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방송국 측 보다도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 사업건에 대한 시험방송 허가를 내 준 방송위원회 측입니다. 방송국과 이해를 같이 하여 알면서도 이렇게 한 것인지, 아니면 이 사건이 몰고 올 파장을 전혀 몰라서 이와 같이 결정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우리들에게는 어이 없는 주장으로  HDTV 방송의 진행을 무려 4년씩이나 지연시켰던, 그 옛날의 DTV 논쟁의 악몽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흥분만 한다고 일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논란의 초점에 대해 한 번 차분히 생각을 해 봅니다.

논란의 주 포인트는 현재 방송사에서 MMS 시험방송에서 송출하는 HD 방송의 품질이 기존의 17~19Mbps의 1080i에서 13Mbps 정도의 720p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이 것을 다시 두 가지로 분리하자면 (1) 전송률의 저하와 (2) 출력 주사선(1080/720) 및 방식(인터레이스/프로그레시브 스캔)의 변화로 나누어 말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핵심 포인트는 "전송률의 저하" 바로 이 것 한 가지입니다. 오로지 이 것이 문제입니다. 1080i이냐 720p이냐는 표면적으로는 사실 큰 시비 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720p를 화질 저하의 주범으로 놓고 이야기를 하게 되면 진의가 잘 못 전달될 수도 있고, 지금 국민을 기만하고 계신 분들의 논리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포커싱이 분산되어 설득력과 응집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는 핵심 포인트는 일단 무조건 "전송률의 저하"에 두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720p 건도 시비 대상이기는 합니다. 720p라는 포맷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만, 도대체 "왜 지금 갑자기 720p가 대두 되게 되었는가?"하는 배경을 생각해 보면 이 것도 분명 문제입니다.

좀 더 자세히 언급해 보지요.

(1) 1080i 과 720p

1080i가 좋으냐 720p가 좋으냐 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논쟁거리입니다. ATSC에서는 오랫동안 1080i가 대표주자로 홍보가 되어 왔고, 그 것은 NHK 연구소에서 최초로 HD 포맷이 연구되던 시절부터 거의 고정적인 인식이었습니다. 전체 주사선 수와 그에 따른 정보량만 가지고 따지면 분명 1080i가 산술적으로 더 우위에 있습니다만, 실제 영상의 품질이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감안해보면 720p가 1080i 보다 영상 품질에서 더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720p는 영상의 밀도감이 훌륭하고 더 깨끗하고 산뜻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빠른 동작의 영상에서는 1080i 보다 더 안정적입니다. 한편 1080i는 색채감이 화사하고 정적인 영상에서는 훨씬 더 화려하고 정세한 느낌을 줍니다. 두 가지 포맷에 대해 우열을 따지려면 같이 언급되어야 할 부수 조건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다 언급하기가 그렇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까요.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1) 원본 소스가 무엇이냐, (2)디스플레이 기기의 종류와 스펙이 어떻게 되느냐, 그리고 (3) 중간단계의 프로세서는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720p와 1080i에 호불호가 갈립니다.

소스가 DVD일 경우, i/p 변환을 거쳐 출력되는 포맷이 대개 480p입니다. 이 경우는 확실히 720p가 1080i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그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480p를 1080i로 바꾸게 되면 스케일링 과정 속에서 상당히 많은 화질의 열화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이 것은 원본이 프로그레시브 일 때입니다.

원본 자체가 interlaced 포맷의 1080i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리얼 720p로 촬영한 소스를 변환 없이 그대로 720p로 내보낸다면 모를까, 1080i로 촬영한 소스를 720p로 내보낸다면 이 때에는 필연적으로 어느 과정에서던 I/P 변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I/P 변환과 주사선 수 변경, 다시 말해 디인터레이싱과 스케일링 두 가지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1080i 원본을 540p로 만들어 720p로 업스케일링 하느냐 또는 1080i를 곧바로 1080p로 디인터레이싱을 한 뒤 720p로 다운 스케일링 하느냐의 문제가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화질이 열화가 발생할 틈새가 많이 생기게 됩니다. 전자의 경우는 화질의 열화가 더 큰 편이고요, 후자의 경우도 디인터레이싱 프로세서의 성능이 어떠하냐, 1080p → 720p 다운 스케일러의 성능이 어떠하냐에 따라 다소의 화질 열화를 감수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일단 가장 바람직한 것은 원본이 1080i이면 1080i로, 원본이 720p 촬영 소스이거나 1080p로 텔레시네 된 영화 소스라면 720p로 보는 것입니다. 1080p를 720p으로 보는 것보다 1080i로 보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일부 주장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볼 때 아까 언급했던 중간에 개입되는 프로세서 문제 때문에 가급적 프로그레시브는 프로그레시브로 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한편 1080i 소스에 대해서는 그 역시 좋은 프로세서만 준비된다면 720p로 바꾸는 것이 더 좋지 않느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으며, 저 개인적으로도 일부 이에 공감하고 있습니다만, 1080i 고유의 화사함도 무시할 수 없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이에 대한 선택은 소스 기기의 성능에 따라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일단은 1080i 소스는 1080i로, 720p/1080p 소스는 720p로 보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잠정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사용되는 HD 카메라는 대부분이 1080i 포맷이고 이 방식으로 촬영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1080i 방송이 기본원칙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즘은 텔레시네되는 해외 영화들이 1080p로 되는 경우가 주종을 이룹니다. 이 경우는 720p가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이 것은 프로세서가 1080p 입력을 허용하여 720p로 변환한다는 조건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고요, 이 조건을 충족하는 양질의 기기들을 방송사들이 갖추고 있는지는 사실 의심스럽습니다만, 이건 제가 보지 못한 것이라 뭐라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단, 자칫 1080i로 어설프게 변환한 것을 다시 720p로 더블 스케일링을 했다가는 이건 1080i로 내보낸 만도, 720p로 내보낸 만도 못한 죽도 밥도 아닌 그림이 나오기 십상입니다.

프로세서와 원본 소스 못지 않게 실제 영상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최종 디스플레이 기기의 스펙입니다. 브라운관이 아닌 고정화소 방식의 LCD, DLP 및 PDP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1080p를 Full HD로 간주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조건의 디스플레이 기기들은 아직 그다지 많지 않지요. 대부분은 입력된 1080i 소스를 자신들의 고정해상도에 맞게 바꾸어 내 보내고 있습니다. 역시 720p가 많지요. 브라운관의 경우는 들어온 대로 나가는 것이 원칙입니다만, 역시 리트레이스 타임 등을 고려할 때 Full HD 스펙을 지원하는 기종은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어지간한 고가 기종의 브라운관이나 CRT 프로젝터가 아니라면 역시 Full HD를 보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점을 감안할 때 720p가 1080i 보다 나쁘다고 일방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풀 스펙이 아니더라도 고정화소가 아닌 브라운관 HDTV에서는 참 당혹스러운 노릇입니다.)

720p 전송에 초점을 맞추어 이번 건을 비판하게 되면 그 것은 "몰라서 그러는 것"으로 자칫 매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720p가 1080i 보다 낫다고 볼 수 없는 이유도 앞서 말씀 드렸습니다. 최종 디스플레이의 스펙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화면 사이즈가 커지고 더 높은 주사선수와 픽셀 해상도를 지원하는 제품들이 개발되는 것은 사실 시간 문제이니까요.

지금까지 저는 장황하게 1080i와 720p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 놓았습니다. 이번 MMS 시험 방송의 핵심 포인트, 향후 방송사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의 가장 큰 핵심 포인트는 당연히 "전송률의 저하"입니다. 1080i이든 720p이든 전송률이 높으면 별 문제가 안 됩니다. 문제는 전송률이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제가 장황하게 720과 1080론을 늘어 놓은 이유는, 전송률을 낮춘 상태에서 제기될 수 있는 화질의 열화 문제를 무마하기 위한 보상 수단으로 720p가 마치 무슨 전가의 보도라도 되는양 인용하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은 예전 DTV 논쟁 때 호주의 예를 들 때부터 늘상 "720p를 사용하면 전송률이 낮아도 화질의 열화가 거의 없다", "원래 720p가 화질이 훨씬 좋은 것인데 우리는 잘 못 알고 1080i를 써 왔다. 지금 720p로 바꾸면 전송률을 낮춰도 좋은 화질의 HD를 볼 수 있다"는 식의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고 하는 말인지 모를 이야기를 하시던 분들을 연상케 합니다. 그 분들이 정작 720p 영상과 1080i 영상을 오랫동안 시청하고 비교해 본 경험은 있는지, 아니면 그런 경험이 별로 없을지라도 스스로 원하는 결론을 얻기 위해 목적론적으로 720p 운운 붙여 대는 것인지 크게 의심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분들에게는 720p가 "전송률의 저하"를 상쇄 시켜 줄 무슨 특수 마법 지팡이 역할을 합니다. 제가 앞서 장황하게 1080/720론을 떠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절대로 720p는 마법 지팡이 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같은 전송률이라면 720p와 1080i가 원본 소스의 조건, 프로세서의 성능, 디스플레이 기기의 스펙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 720p에 점수를 더 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1080p 고정화소 디스플레이 기기가 보편화 되면 720p 포맷으로 촬영한 영상을 업스케일링 한 영상이, 1080i 포맷으로 촬영한 영상을 좋은 디인터레이서를 거쳐 1080p로 보내는 것 못지 않게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좋고 나쁨의 차이를 10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저하된 전송률"이 미치는 악영향은 그에 오십배, 백배 정도는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720p는 절대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전송률이 저하 되면 720p 아니라 720p 할아버지를 갖다 대어도 화질의 열화는 막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현재 방송사들은 720p 포맷의 촬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 미국 등에서 입수하는 HD 방송도 대부분이 1080i입니다. 이를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환하려는지도 의문입니다.

방송사들의 최종 목표는 "전송률"을 낮춰서 다채널을 확보하자는 것인데, 17~19Mbps의 1080i 영상을 13Mbps의 1080i로 낮추자니 화질의 열화가 대번에 눈에 띄겠지요. 그래서 그 걸 어떻게 무마해 볼 작정으로 슬며시 붙여댄 것이 720p로의 변환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사선 스캔 방식의 변환이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전송률 저하의 문제점을 슬며시 상쇄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이 됩니다.

이 것은 4년 전 DTV 논쟁을 시작할 무렵, 엄연히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HD 방송과 이동수신의 두 가지 배반사건을, 마치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한 것처럼 혼동하여 주장했던 분들의 예를 기억나게 만듭니다. 그때 그랬듯이 지금 720p 운운도 말장난입니다.

17~19Mbps의 현재 전송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720p로 전환을 하겠다면 그 것은, 진정으로 어떤 것이 국민들을 위해 더 좋은 화질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제기하는 것이 될 수 있으므로 논의 자체를 환영합니다. 물론 이 경우도 기위 이제까지 구축되어 왔고, 다른 나라에서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1080 시스템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 그렇게 해서 얼마나 더 큰 득이 있겠느냐 하는 점에서 다소 회의적인 측면이 있습니다만, 어쨌든 국민에게 좋은 품질의 영상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제기되는 "720p론"이므로 이는 매우 고맙게 여길 노릇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720p론은 그 것이 아니지요. 지금의 720p론은 저하된 1080i 화질을 무마하기 위한 얄팍한 대체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720p가 더 우수한 포맷이라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일단 "높은 전송률"과 720p에 알맞는 소스 및 프로세서를 전제로 한다는 조건을 반드시 달아야만 그 저의가 의심받지 않을 것입니다.

(2) 낮은 전송률의 영상이 보이는 일반적인 현상

오늘 TV 화면을 지켜 보신 분들은 모두 느끼셨을 겁니다. 바로 그 점이지요.

국내에 보급된 디스플레이 기기들이 풀 HD가 아직 많지 않으므로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전혀 말이 안 됩니다. 화질 문제는 주사선 수가 아닌 전송률의 변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720p 고정화소수 디스플레이 기기를 통해 보더라도 당연히 "19Mbps의 1080i 영상"이 "13Mbps의 720p 영상"보다 월등 좋습니다. (480p급의 SD 급 디스플레이 기기라면 혹시 모르겠습니다.)

전송률이 떨어지면 ① 화면의 정세감이 현격하게 떨어지며 특히 롱샷에서 이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② 색 순도가 떨어져 물에 씻긴 듯한 컬러가 나오고, ③ 계조표현력이 심각하게 낮아집니다. ④ 마지막으로 HD 고유의 높은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떨어져 색상이 밋밋하고 윤기를 잃어 버립니다. 720p 영상의 특징 중 하나가 영상이 깔끔하고 단정해 보인다는 측면인데 전송률 자체가 떨어져 버리니까 이로 인한 장점의 증가 요인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심각하게 떨어지는 화질이었습니다. 월드컵 축구의 경우, 급격한 동화상이 많으므로 720 출력이 1080 출력에 비해 깍두기는 덜 생길지 모릅니다. 그러나 비트 레이트가 낮으니까 자연히 빠른 동작에서 윤곽부분이 더 확실하게 뭉개질 겁니다. 색 순도가 빠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늘 본 영상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중간에 개입된 프로세서의 성능도 다소 의심이 갑니다. 테라넥스인지 스넬 앤 윌콕스 또는 파루자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아무튼 MMS가 이루어진다면 국내에서 진정한 HD 화질은 확실하게 사라진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지난 수 년 간 HD 영상이 주었던 기쁨과 희망을 일순간에 국민들에게서 빼앗아 가버리는 결과가 됩니다. 현재 HD를 즐기고 있는 국민들의 권리는 물론이고, 현재는 HD에 대해 잘 모르는 국민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언젠가 미래에 확실하게 누리게 될  기쁨과 행복에 대한 미래의 권리까지도 완전히 앗아 버리는 결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어리석기 한이 없는 DTV 논쟁의 지리한 터널을 거쳐 어렵게 뚫고 나왔는데 난데없이 맨 마지막에 이런 어이 없는 반전을 맞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방송사에서는 일반 국민들은 전송률의 저하를 눈으로 그 차이를 못 느낄 것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어불성설이지요. 고품질의 화질을 평가하는 기준을 HD와 SD 개념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한다면 그건 의도적인 기만입니다. 사실 HD 영상을 일정 시간 이상 경험한 분들이라면 그 사람이 영상에 민감한 사람이든 아니던간에 관계 없이 누구나 작금의 MMS 방송이 보여주는 낮은 전송률의 HD가 예전의 HD와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HD에 익숙한 분들을 대상으로 화질의 저하 문제를 논의해야지, HD가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화질 저하가 별로 없다고 이야기 하면 전혀 말이 안 되지요.

소니가 SACD 기술을 개발할 때, 길거리에 지나가는 할머니, 할아버지, 시장 보러가는 아주머니, 학교가는 학생들 모두 불러 모아 놓고 테스트 했을까요? 그 분들이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하면, "아, SACD가 별로 큰 음질 개선 효과가 없구나, 이 연구 그냥 땡치자"하고 포기 했을까요?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HD 포맷에 대한 연구가 처음 시작된 곳은 일본의 NHK 연구소였습니다. 동경 올림픽 직후였지요. 그때 그들은 왜 그런 이상한 짓을 했을까요? 일반인들이 알지도 못하는 포맷을 왜 개발하려고 애를 썼겠습니까? (그러고보니 어느 나라 어떤 공영 방송국은 국민들에게 좋은 화질을 주기 위해 없던 것을 만들고, 어느 나라 어떤 공영 방송국은 방송국의 광고수입을 위해 국민들에게서 있던 것을 뺏어가고... 참 우습군요

이런 식이라면 작은 모니터에서 보면 똑 같은 데 뭐하러 DVD를 개발했으며, 나중에 비디오로 보면 될텐데 뭐하러 극장 가서 영화 보냐는 이야기도 유추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뭐하러 자동차는 사람들이 일일이 신경도 쓰지 않는데 안전장치며 제동장치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요? "ABS 달린 것 하고 안 달린 것 하고 아마 일반인들은 잘 모를겁니다. 따라서 ABS 같이 원가 많이 들어가는 것들은 앞으로 뺄 겁니다"라고 자동차 회사에서 말한다면, 확실히 이상하겠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방송국에 계신 분은 이런 종류의 말씀을 하시는군요.

국민들이 아직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더 큰 행복감과 만족을 주기 위해 열심히 품질을 개발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방송사나 가전업체 등의 당연한 의무이며 기본입니다. 특히 방송사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전사들은 OLED이니 SXRD이니 DLP니 하는 것들을 일반인들이 알지도 못하던 시절부터 열심히 개발해 왔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별로 좋지도 않은 기술을 좋은 것인냥 포장하는 식이라면 그런 회사는 오래 못 갑니다. 진짜로 대중들에게 더 좋은 화질, 더 좋은 음질, 더 좋은 품질을 선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들 합니다. 국내 가전사들이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한 채 "뭐 일반인들이 화질 구별할 줄 알겠어?"하는 식의 안이한 생각으로 혼수용 제품을 만드는 것을 우리들은 그동안 꾸준히 비판해 왔습니다. 그런 식으로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마케팅과 개발 정책으로는 백날 남의 뒤꽁무니만 쫓아가다가 만다고 이야기했지요.

그런데 지금 국내 방송사들은 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중이 아직 잘 모르더라도 자신들이 앞장 서서 보다 나은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물밑에서 열심히 노력해야 마땅할텐데, 이건 어떻게 된 것이 정반대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고품질의 화질을, 대중이 잘 못 알아 볼 것이라는 빈틈을 이용해 저품질 화질로 낮추려고 시도를 합니까?

두 가지 경우를 가정해 봅니다.

1) 화질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자신들의 목적인, 광고수입 증대를 위해 짐짓 이런 식으로 추진을 했다고 한다면, 이 것을 저를 "기만"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기만을 하는 것이지요.

2) 만일 그 것이 아니라 지금 드러나 보이는 화질의 저하를 직접 보고서도 '뭐 내가 보기에는 예전하고 고만고만한데..."라고 진정 생각해서 그대로 당초 계획을 밀고 나가려고 한다면 그건 한 마디로 "무능"입니다. (예전에 DTV 논쟁 때도 언뜻 느낀 것입니다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위치에 계신 분들 중에서 HD 영상이나 방송 화질에 대해 구분이 잘 안되는 분들이 더러 계신 것 같더군요.)

"기만"이든 "무능"이든, 그 어느 쪽이든 이는 국민에 대한 불성실이요, 무책임입니다.


(3) 지상파 방송의 MMS 계획은 포기되어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 방송사 보다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곳이 시험방송 허가를 내 준 방송위입니다. HD에 대한 주사선 규정만 되어 있고 전송률에 대한 언급이 없는 현실에서 정통부가 이를 통제할 방법은 당장은 없어 보입니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방송위에서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고 자신들의 결정이 섣불렀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입니다.

지금의 사태는 "국민들의 고품질 영상에 대한 권리"를 방송사의 "광고 이익"과 바꾸려는 것으로 단정지을 수 있습니다.

지금 과연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이미 채널은 넘치고 넘쳐 공급과잉에 이른 상태입니다. 케이블, 위성 및 DMB 채널만 해도 도대체 몇 백개인지 모릅니다. 컨텐츠가 부족해 재방송에 재방송이 꼬리를 무는 형편입니다. 그 많은 채널을 다 충족할 컨텐츠를 개발했다가는 어쩌면 나라가 결딴이 날 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지금 케이블 방송도 급속히 디지털화 되고 있습니다. 열악한 S/N 비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는 셈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방송사들이 과연 채널을 늘리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국민들이 볼 만한 채널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얼마 전 개통한 지상파 DMB는 물론이고, 이에 대한 포석으로 종일 방송을 허용했지만 아직 이들 추가 공급 채널조차도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충실히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송위원회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HD 방송을 희생해 가며 채널을 늘리는 것은 지금 메이저 방송사들이 할 일이 아닙니다. 그 것은 국민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HD 방송을 확대하고 방송 품질을 늘리는 것이 국민들을 위하는 방향입니다. 내용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고품질 영상을 보여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고품질의 HD 영상은 평범하게 보이던 기존 프로그램도 단숨에 비범한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내용이 좋은 프로그램은 채널이 없어서 못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채널과 무관합니다. 한편 고품질 영상은 그 동안 정부와 가전업계, 국내 애호가들이 정열에 정열을 다 바쳐 간신히 이루어낸 고귀한 성과물입니다. 하루 아침에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HD 방송, 영상의 고품질화는 방송사와 방송위원회가 앞장 서서 추구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그 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입니다.

이런 식으로 방송사들의 이익을 위해 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월드컵을 앞두고 한 달 동안 시험방송을 한다는 것에는 심한 불쾌감을 느낍니다. 기위 허가를 내 준 시험방송이니 지금와서 취소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진정한 시험방송이라면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시간대, 즉 평일 낮 1:00~4:00 쯤 되는 시간대에서 지엽적으로 실시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굳이 프라임 타임대와 월드컵 중계를 망칠 필요는 없습니다. 혹시라도 HD에 대해 잘 모르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어, 채널이 늘었네? 야~ 좋구먼" 하는 소리를 유도하려는 얄팍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더불어 한 달 동안의 시험방송이 끝난 후 MMS에 대해 보다 전문적이고 냉철한 평가를 거친 뒤 궁극적으로는 이 계획은 포기가 되어야 합니다. 방송사의 수입 증대라는 요소를 계산에 넣지 않는다면, 결코 지상파 SD 채널의 증가는 HD 영상 품질의 열화를 갈음할 수 있는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더불어 720p 운운하는 "흙탕물 튕기기 식"의 논리가 허구라는 점은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채널은 어디에나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고품질 방송은 한 번 놓치면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HD 방송의 품질과 양을 늘리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이 점을 우리는 방송위 및 국회 문광위 등에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13Mbps의 방송품질이 기존 HD 방송에 대해 얼마나 떨어지는지, 이로 인한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전송률 떨어지는 720p는 진정한 720p가 아니라는 점을, 그리고 다가올 Full HD 시대, 그리고 대화면 시대에 13Mbps 전송률의 영상이 얼마나 한심한 스펙인지 설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실은 한 가지입니다. 13Mbps의 화질이 기존 HD 화질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하는 분이 방송위나 국회 문광위 등에 계시다면 종로 한 복판이나 시청 앞 광장에 스크린 하나 걸고 프로젝터 쏴서 맞비교 해보면 그냥 드러날 겁니다. 그래도 차이를 모르겠다고 한다면 영상이 갖추어야 할 품질 요소들을 하나씩 하나씩 거론하면서 짚어드리지요.  화질에 큰 차이가 있다는 fact 자체가 명약관화한데 '눈가리고 아웅'을 아무리 해본들 진실 자체가 바뀌겠습니까? 그 어떤 견강부회 하는 논리를 붙여도 눈 앞에 번연하게 드러나 있는 사실 그 자체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출처: http://www.kavforum.co.kr/Visual/Read.asp

        KOREA AV FORUM에 AV전문가 최원태님이 올리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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