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롤 (egg roll)
이런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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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08:58
에그롤은 1930년대 뉴욕에서 중국인 요리사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미국 음식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그롤을 중국 음식이라고 착각합니다.)
에그롤의 높은 인지도와 인기에 힘입어 치즈스테이크 에그롤, 치즈버거 에그롤, 타코 에그롤, 피자 에그롤, 파스타 에그롤, 크림치즈 에그롤, 씨푸드 에그롤, 크랩케잌 에그롤, 아보카도 에그롤, 디저트 에그롤 등등 다양한 속재료를 사용한 퓨전 에그롤이 등장했지만 뉴욕에서 처음 만들었던 에그롤이 뉴욕 스타일이라고 불리며 에그롤의 원조 혹은 교본쯤의 위치를 차지합니다. 아무런 설명없이 에그롤이라고 말하면 당연히 뉴욕 스타일을 의미하고요.
전통적인 에그롤은 데친 양배추와 당근을 볶은 다짐육과 섞어 양념한 후에 단권피에 말아 튀깁니다. 디핑 소스로는 주로 북경오리를 먹을 때 나오는 달달한 맛의 플럼소스를 사용하고요.
들어가는 재료가 무척 단출하지요? 심지어 가격까지 저렴해서 직접 만든다면 재료비로 들어가는 돈은 얼마 안됩니다. 식당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지만 동시에 하나하나 일일이 말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직접 만드는 걸 기피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에그롤을 한자로 쓰면 단권(蛋卷)이 됩니다. 사촌쯤 되는 음식으로는 춘권(春卷)이 있는데 단권과 춘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껍질입니다. 춘권피에 비해 단권피는 훨씬 더 두껍기도 하고 튀겨 놓으면 질감과 식감이 완연하게 달라집니다.
(단권피는 표면에 기포가 많이 생기며 울퉁불퉁해지지만 춘권피는 매끈하죠. 식감은 단권피는 씹는 맛이 있는 바삭바삭함인데 비해 춘권피는 그저 바스러지는 듯한 바삭바삭함만 있습니다.)
그리고 에그롤은 춘권에 비해 2배 이상 크게 만드는 게 일반적입니다. 에그롤과 춘권은 형태만 같을 뿐 슬쩍 보아도 다르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에그롤과 춘권을 구별하지 못하고 모두 에그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이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마찮가지더군요. 춘권피를 사용하면서 에그롤이라고 하거나 단권피를 사용하며 춘권이라고 하는 블로거나 유투버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단권이나 춘권과는 궤를 조금 달리 하지만 하권(夏卷)도 있습니다. 셋 다 말이 형태의 음식이지만 단권과 춘권은 튀김이고 하권은 신선한 재료를 쌀종이에 싸서 그냥 먹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summer roll이라고 부르는 하권은 베트남의 고이 꾸온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거 같습니다. 실제로도 베트남 식당에서 주로 취급하고요.)
egg roll = 에그롤/단권
spring roll = 스프링롤/춘권 = 짜조
summer roll = 써머롤/하권 = 고이 꾸온
(한국의 달걀말이도 영어로 직역하면 egg roll이 되어야겠지만 미국인들은 튀김만두와 같은 에그롤을 연상할 겁니다. 달걀말이는 오믈렛 롤(omelet roll)이라고 번역하는 게 무난할 거 같습니다.)
아래는 뉴욕 스타일, 올드 스쿨 또는 클래식 에그롤이라고 부르는 전통적인 에그롤을 만드는 영상입니다. 이제껏 본 중에서 원조에 가장 가까운 조리법이며 이런저런 팁도 많아 인터넷에 돌아 다니는 에그롤 영상 중에서는 가장 잘 만든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길긴한데 에그롤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는 10분이 될 겁니다.
https://youtube.com/watch?v=jEhEHF7TsHQ&si=VfT_11ENkOhZ59Oe
(영상 길이 10분 38초)
(영상 길이 10분 38초)
ㅁ
저는 만들기 쉬운 타코 에그롤을 주로 만들지만 전통 에그롤을 만들 때는 속재료에 삶은 당면과 데친 새우를 추가로 넣어 만듭니다. (내키면 목이버섯도 넣고요.) 이렇게 만들면 잡채와 비슷한 느낌도 나는데 그냥 에그롤보다는 더 맛있더군요.
타코 에그롤은 [다짐육, 타코 시즈닝, 양파, 아보카도]를 넣어 만듭니다. 멕시칸 치즈를 넣는 조리법이 대부분이지만 저는 치즈보다는 잘 익은 아보카도를 넣는 게 취향에 더 맞습니다.
(타코 에그롤의 디핑 소스로는 싸우어 크림을 사용합니다. 소스를 따로 만들 필요도 없고 싸우어 크림은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타코와 제일 잘 어울립니다. 싸우어 크림에 실란트로를 다져서 조금 넣으면 맛도 향도 진짜 타코에 꽤 가까워집니다.)
저희 집에서는 새해에 만둣국을 먹는데 만두를 먹다가 문득 만두와 비슷한 에그롤이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