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윤석화씨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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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윤석화씨와의 추억

필리핀 0 12


1992년 2월, 살림출판사에 입사했다.
그 무렵 살림은 이문열의 <사색>,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기형도의 <짧은 여행의 기록> 등 베스트셀러를 연속으로 펴낸, 속된 말로 잘 나가는 출판사였다.
<문학과지성> 출신 소설가이면서 <문예중앙> 편집자로 일했던 심만수 사장은 
살림이 웬만큼 자리를 잡자 오랜 꿈이었던 문예지를 창간했다.
1993년 가을, 주인석을 주간으로, 임재철 서영채 강헌 김종엽을 편집위원으로, 
이문열 황지우 이창동 박광수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계간문예지 <상상> 창간호가 나왔다.
'문학의 새로움, 문화의 새로움'을 주창하면서 표지에 영화배우 사진을 싣고 
대중음악 리뷰를 수록하는 등 문예지로는 파격적인 내용을 선보인 <상상>은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창간호가 매진되어 재판을 찍는 사태까지 벌어졌던 <상상>은, 
편집진과 발행인의 의견 대립으로 기존 편집진은 2호만에 사퇴하고 
1994년 봄호부터 장경렬 정재서 진형준 류철균이 새로운 편집위원이 되었고 
그해 겨울호부터는 김탁환이 편집위원으로 합류했다.
당시 살림출판사 기획실장이었던 나는 
<상상> 창간호부터 편집장을 겸하며 배후(?)에서 실무작업을 도왔는데, 
편집위원 물갈이가 이루어진 3호부터는 전면에 나섰다.
<상상>의 대표 연재 꼭지였던 '상상에서 만난 사람들'은 
당시 화제의 문화인물을 인터뷰했는데 한동안 그 꼭지의 인터뷰어를 맡았다.
 '상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어를 하면서 
강우석 감독, 여균동 감독, 주철환 피디, 손석희 기자 등을 만났다. 
1995년 겨울호 '상상에서 만난 사람들'에서는 당시 초연을 앞두고 있던 
뮤지컬 <명성황후>의 탄생 주역인 소설가 이문열, 연출가 윤호진, 연극배우 윤석화를 만났다.
<명성황후>는 이문열의 희곡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윤호진이 연출하고 윤석화가 주연을 맡은 국내 최초의 대형 뮤지컬이었다.
연습장 한쪽 구석에서 이루어진 인터뷰 내내 세 사람은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간다는 기대와 떨림을 숨기지 않았다.
그때 윤석화씨가 "명성황후는 한국의 잔다르크입니다."라고 했던 게 기억 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족1: 인터뷰하는 동안 연습장에서는 한 여성이 
시종일관 큰 소리로 외치며 연습을 이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박칼린 음악감독이었다.
*사족2: <상상> 창간 멤버 가운데 주인석씨는 삼성출판사와 손잡고  <이매진>을 창간했고, 
서영채씨는 남진우씨와 손잡고 <문학동네>를 창간했고, 김종엽씨는 <창작과비평>에 합류했다. 
수년 전 어떤 평론가는 모 문예지의 기고문에서 "그때 <상상> 창간 멤버가 깨지지 않았으면 
지금의 <문학동네>는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논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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