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vs 스노우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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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vs 스노우볼

이런이름 0 35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음식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팥빙수입니다. 

예전에는 제과점에서 얼음 가는 주철 기계 위에 덩어리 얼음을 올려 놓고 손님을 기다렸지요. 주문이 들어오면 손으로 회전 바퀴를 돌려 얼음을 갈고 그 위에 연유를 뿌리고 달게 졸인 팥고명을 얹어 주었습니다.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면 그 시원함과 달콤함이란... 

팥빙수도 진화하며 팥 이외에 다양한 토핑이 사용되어 이제는 팥빙수보다는 빙수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고 얼음을 가는 기술도 발전해서 얼음 알갱이가 씹히던 빙수에서 눈처럼 사르르 녹을 정도로 곱게 갈아 주고 얼음 자체도 맹물이 아니라 우유 등으로 만들면서 맛도 품질도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신문 기사에서 보니 (허영심을 얹어 파는지) 한 그릇에 15만원이 넘는 빙수까지 등장했다더군요. 

미국에도 스노우볼(snowball)이라고 부르는 빙수 비슷한 것이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갈은 얼음 위에 식용 색소를 탄 시럽을 뿌려 먹는 건데 얼음이 으드득 씹힐 정도로 얼음 알갱이가 굵습니다. 주로 길거리 가판대에서 파는데 한국의 빙수와는 비교하는 게 무안할 정도로 구시대적인 식감을 줍니다. 아이스크림도 흔한 나라에서 이런 조악한 품질의 스노우볼이 팔린다는 게 오히려 더 신기할 정도지요. 

혹시 스노우볼이 궁금해서 맛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예전에 나무로 만든 통에 넣고 다니며 팔던... 한번 쭉 빨면 물감이 빠져 나와 허연 어름덩이로 변하는 5원짜리 아이스께끼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근래에 하와이 음식을 자주 언급했는데 일본인들이 뿌려놓은 또다른 하와이 음식 중에 하나가 쉐이브 아이스(shave ice)입니다. 팥빙수죠. 이건 스노우볼에 비해 얼음 입자가 좀 곱습니다. 본토에서는 천대(?)받는 하와이 음식들이지만 거의 유일하게 본토 음식의 영역을 잠식하는 게 쉐이브 아이스 입니다. 

여기서 잠깐... shave ice라는 이름에서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들이 꽤 많을 겁니다. 네, 문법적으로는 틀린 표현이죠. 제대로 하자면 쉐이브드 아이스(shaved ice)가 맞는 표현입니다. 이걸 처음 팔기 시작한 일본인의 영어 실력이 변변치 않았었는지 형용사처럼 쓸 수 있는 동사의 과거분사형이 아니라 원형을 그대로 썼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게 이름으로 굳어졌고요. 근데 이 이름이 상당히 어색하게 들려요. 그래서인지 쉐이브드 아이스라고 정정해서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긴 한데 아직까지는 쉐이브 아이스가 우세인 거 같습니다. 

빙수, 스노우볼, 쉐이브드 아이스 3중에서 제 취향으로 우열을 가리자면 한국식 빙수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그다음은 하와이언 쉐이브드 아이스 그리고 꼴찌는 미국식 스노우볼입니다. 

물론 한국식 빙수끼리도 그 안에서 더 세분화하여 우열을 가릴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진 모르겠고 대만의 망고빙수에 관한 신문 기사나 블로그 글들도 꽤 있던데 못먹어봐서 이 역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저는 하겐다즈나 벤앤제리 아이스크림 파인트(474ml) 한 통이면 매우 만족해서 빙수에는 별 관심도 없고 사먹지도 않지만 그래도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음식이라 써봤습니다. 

태사랑에 올리는 글이니까 어떻게든 태국을 언급해 보자면... 태국서는 시럽 듬뿍 넣은 땡모빤이나 아이띰까티면 흡족합니다. 근데 땡모빤을 슬러쉬처럼 갈아서 만들기도 하던데 이거 어찌 생각하면 빨대로 빨아 먹는 수박빙수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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