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살면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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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으로 이사간다.
나처럼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적당하고 쾌적한 사이즈다.
아파트는 처음이지?
노노. 35 년 전 한국에서 아파트에 산 적 있다.
35 년 만에 다시 아파트살이로 돌아가는 셈이다.
복층 공동주택을 아파트먼트타입 콘도미니엄이라고 한다.
보통 그냥 콘도라고 부른다.
이 콘도는 에드먼튼 리버밸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지은지 오래됐지만 관리가 잘된데다 리저브 펀드가 좋고 전망이 뛰어나다.
콘도 바로 앞에 강과 숲이 동서로 넓게 펼쳐져 있다.
지금 사는 집도 리빙룸 앞에 숲길이 있어서 풍경이 잔잔하기는 하지만,
콘도 위치상 사라지지 않을 영구조망권이 큰 매리트인건 분명하다.
이 콘도 주인은 엑스와이프였다.
어제 엑스와이프 변호사에게 잔금지불하고 등기완료했다.
6 년 전 토론토로 이사간 엑스와이프는 이 콘도를 세입자에게 월세 놓고 있었다.
작년 말 아들부부가 초대한 플로리다 여행에서 만났을때 나한테 사라고 제안했다.
자기는 부동산 수수료 아끼고, 나는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으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라고 열변을 늘어놓는 통에 그런가보다 하고 샀다.
이런 거래는 변호사와 세무사를 통해 세금문제에 깔끔하게 대비해야 한다.
이례적인 거래라서 연방국세청이 혹시 무슨 개수작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둔 예비시니어인 내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콘도살이가 내키지는 않는다.
고층에 살면 건강에 안좋고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연구 데이터가 많다.
유산률이 18 퍼센트 올라가고,
아이들 머리도 나빠지고,
고양이가 시름시름 앓다 죽고,
기압이 낮아 우울증 위험에 노출되고,
창문통풍이 안돼 자연방사능농도가 올라가고,
응급상황시 심폐소생률이 제로고,
건물이 늘 미세하게 흔들려 수면장애가 일어난다는 등 설득력 있는 분석에서부터,
지상보다 중력이 약해 시간이 빨리 가는 바람에 일찍 늙고 빨리 죽는다는 구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고가 존재한다.
(이 개소리 주장을 한 인간은 아마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구라의 영감을 받았을거다)
7 층이라 치명적인 고층이 아니고,
화재시 고가사다리차가 닿을 수 있는 안전고도지만 어쨌든 사람의 최적 거주고도(2 층)와는 거리가 멀다.
다운타운과 유니버시티에 가까워 출퇴근시간 교통이 혼잡한 것도 문제다.
공항도 멀다.
콘도피(관리비)도 월 CN910 달러로 비싼 편이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수영하고 운동해서 비싼 관리비 본전 뽑아야 한다.
과연 아파트먼트타입 콘도가 투자가치가 있을까?
없다.
엑스와이프가 자기 콘도 사라고 하도 난리를 치는 바람에 놀라서 산거지 좋아서 산 거 아니다.
그건 그렇고,
아파트의 본고장은 역시 한국이다.
앞으로 한국친구들에게 아파트살이에 대해 조언을 구해야겠다.
비행기 고도가 낮아졌을때 보이던 그 거대한 한국 아파트단지들이 생각난다.
그 아파트단지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재건축이 불가능하다고 봐야하는 초고층 아파트들은 앞으로 슬럼화될 일만 남았다는 게 전문가들이 친척과 지인들에게만 암암리에 공유하는 공통된 견해다.
멀지 않은 장래에 그 고층 아파트들의 가격대폭락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아파트와 대지를 가진 단독주택간의 면적당 파격적인 가격역전이 태풍처럼 밀어닥칠 가능성이 압도적이다. (여기는 처음부터 단독이 훨씬 비쌌고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사실은 이게 정상이다.)
여기서 드는 강한 의문 한 가지 : 왜 그 나라 언론은 이런 보도를 안하는 걸까?
내가 산 에드먼튼 콘도는 한국 고층아파트들에 비해 용적률이 낮기는 하지만 단독이나 타운하우스에 비해 ‘원론적 의미의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집은 투자목적으로 사는 게 아니다.
거기 살기 위해 구입하는 거다.
7 층 콘도유닛이 투자가치는 적지만 남은 여생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은 독거시니어에게 적당한 집일까?
은퇴후 수입으로도 관리비 감당할 수 있다면 오케이.
영하 30 도 날씨에 눈치우고 땀 뻘뻘 흘리며 잔디깎는 쓸데없는 짓 안해도 되고, 에너지 절약을 주장하는 환경보호론자로서 공동주택살이는 일단 잘 한 선택이다(정신승리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