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랩 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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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랩 케잌

이런이름 2 183

꽃게에서 살만 발라 마요네즈에 버무려서 튀긴 음식인 크랩 케잌(crab cake)은 이견의 여지없이 볼티모어를 대표하는 음식입니다.

바다가 내륙으로 들어와 있는 지형인 만(灣)을 품고 있는 메릴랜드 주는 여러 종류의 해산물이 풍부하게 나오는데 꽃게가 가장 유명합니다. 그리고 그 꽃게로 만든 음식 중에 하나가 크랩 케잌이고요.

게살은 그 자체로도 과하지 않은 단맛이 있는데 이걸 마요네즈에 버무려 튀겼으니 '단맛 +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몇몇 조리법에서는 고소함을 증폭시키기 위해 버터를 넣기도 하더군요.) 

크랩 케잌의 기본 재료는 게살과 마요네즈 2가지 입니다. 이외의 재료들은 접착력을 높히고 양을 늘릴 목적으로 크래커나 빵을 부수어 넣고 비린내를 지우려고 양념과 향신채를 섞는 거지요. 

식당에서는 보통 공을 반으로 자른 반구체 모양으로 크랩 케잌을 만듭니다. 크기는 야구공을 반으로 잘라 놓은 정도고요. 
(한국의 동그랑땡처럼 납작한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 모양의 크랩 케잌은 게살보다는 빵가루가 더 많이 들어간 냉동식품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고요.)

크랩 케잌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소스를 뿌려 먹기도 합니다. 많이 사용되는 소스는 타러 (tartar)² 소스와 레이물라드(rémoulade) 소스로 아시겠지만 타러소스는 상큼한 마요네즈 맛이 나고 레이물라드 소스는 약간 매콤한 케이준/크리올³ 양념 맛이 납니다. 

볼티모어 홍보물에서는 실내 시장터인 렉싱톤 마켓 안에서 팔고 있는 크랩 케잌을 소개하는데 저는 여기 크랩 케잌은 좀 별롭니다. 샐러리 씨를 갈아 넣은 양념을 좀 많이 넣는지 향이 강해서 게맛을 온전히 음미하는데 방해가 되요. 
(현지인들에게 소문난 맛집들은 대부분 양념 향이 약해서 게살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게살이 들어간 음식이라면 태국도 빠질 수 없지요. 태국은 게살 생산량이 많아서 그런지 게살볶음밥, 게살볶음국수, 게살오믈렛, 게살커리 등과 같이 다른 나라에서는 비싼 혹은 고급 음식으로 대우받는 음식들이 길거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특히 게살오믈렛으로 유명해진 노포들이 있는데 사용하는 양념은 다르지만 게살이 듬뿍 들어가서 그런지 크랩 케잌과도 꽤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차이점은 역시 고소함이죠. 같은 게살이라도 마요네즈에 버무려 튀긴 것과 피쉬소스로 간을 해서 익힌 거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태국에 게살 음식이 흔하길래 혹시 크랩 케잌도 있을까 하고 꽤 열심히 찾아 봤는데 역시 없는 거 같더군요. 미국에서도 체서피크 만(灣) 인근에서만 파는 지역 특산물에 가까운 음식이라서 외국에서 찾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좀 아쉽더라고요. 

파는 게 없다면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나마 저렴한 게살 가격에 만족해야겠지요. 아래는 크랩 케잌의 본고장 메릴랜드에서 만드는 방식의 조리법입니다. 

재료 (240ml 계량컵 기준) :
• 게살 450g
• 빵가루 ½컵 (40g)
• 마요네즈 6큰술 (85g)
• 달걀 1개
• 머스타드 1큰술
• 체서피크 베이 시즈닝¹ 1작은술
• 파슬리 1큰술
• 레몬즙 2작은술
• 소금 & 후추 ¼작은술

조리법 :
① 큰 그릇에 게살과 빵가루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섞는다.
② 게살을 넣고 부서지지 않게 살살 버무린다.
③ 빵가루를 조금씩 나눠 넣으며 반죽을 만든다.
④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 오븐에서 굽거나 기름에 튀긴다.

참견을 하자면...

게살은 반드시 덩어리 게살(lump crab meat)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건 절대적입니다. 잘게 부서져 있거나 푹 익힌 통조림 게살로 만들 거라면 차라리 게맛살로 만드세요.

신선한 파슬리는 다져서 1큰술을 넣고 건조된 파슬리를 사용한다면 1작은술을 넣으면 됩니다.
(파슬리는 아예 안넣어도 상관은 없어요.)

익히는 방법은 구운 게 더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오븐을 예열하고 어쩌구 하려면 번거로워서 저는 튀기는 방법을 선호합니다. 튀기면 굽는 거에 비해 조리 시간이 많이 짧아지니까 식당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굽는 방법으로 만드려면 반죽에 녹인 버터를 1큰술 넣으세요. 더 맛있어집니다.
(요즘은 에어 후라이어로도 만들 수 있어 편하죠. 저는 일단 튀기고 다시 덥혀 먹을 때는 에어 후라이어를 사용합니다.)

조리할 때 주의할 점은 게살이 부서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마트에서 파는 밀봉된 게살은 살균처리 되어 판매되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됩니다. 이미 익어 있는 상태인 거죠. 그래서 만들 때 "덜 익있나?" 하고 걱정해서 오래 튀길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음... 빵가루를 ½컵이라고 했지만 저는 1컵을 넣어 만들어요. 빵가루가 없을 때는 리츠(ritz) 크래커를 부셔서 넣고요. 맛은 리츠 크래커를 넣는 게 조금 더 고소한 거 같습니다.) 




참고¹ : 체서피크 베이 시즈닝 (chesapeake bay seasoning)은 해산물이 많이 나오는 메릴랜드 체서피크 만(灣) 지역에서 사용하는 양념입니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올드 베이 시즈닝 (old bay seasoning)과 비교하면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제 입맛에는 체서피크 베이 양념이 조금 더 거칠고 향이 강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둘 중에 어느 걸 사용해도 맛에는 별 차이가 없어요. 
(체사피크 베이 양념을 구할 수 없다면 올드 베이 양념으로 대체해도 같은 맛이 납니다. 그마저도 없다면 케이준 양념이 약간 비슷한 느낌은 줄 거 같습니다.)

참고² : tartar sauce는 해산물 튀김이나 생선 구이 등에 주로 사용되는 마요네즈 비슷한 소스입니다. 국내에서는 타르타르 소스라고 부르더군요. 영어 발음은 [타러] 소스입니다. 
(우스터셔(worcestershire) 소스도 예전에는 우스타 소스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부릅니다. 음식에도 일본식 표현이나 발음이 은근히 많아요.) 

참고³ : 케이준이나 크리올을 조리법 혹은 양념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원래는 혼혈인을 구분하는 표현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요. 루이지애나 주에 주로 거주하는 혼혈인들이 사용하는 양념이 널리 퍼지면서 아예 음식을 가르키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는 거지요. 
(두 양념 사이의 차이는 별로 없습니다. 루이지애나에서는 크리올 양념을 도시의 맛, 케이준 양념을 시골의 맛이라고 한다는데 크리올 양념에서 재료 몇 개를 빼고 저렴하게 만들면 케이준 양념처럼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2 Comments
필리핀 04.10 05:10  
텃만꿍이 크랩케잌이랑 비슷하겠네요.
텃만꿍은 새우살로 만드는데
재료만 게살로 바꾸면 되겠어요.
이런이름 04.10 09:58  
[@필리핀] 그나마 텃만꿍이 약간 비슷하긴 하죠.

몇 년 전에 크랩 케잌에 관해 질문을 했었는데 그때 요술왕자님이 '허이쩌'라는 게살튀김 음식을 소개해 주신 적이 있었어요.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qna_thai3&wr_id=50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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