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커피에서 차로 취향을 넓혀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길라잡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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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커피에서 차로 취향을 넓혀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길라잡이 글

깨몽™ 7 167
제목 그대로 커피에서 차로 취향을 넓혀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글을 다섯 꼭지에 나눠 써 보려고 합니다.
차 입문자를 위한 글이므로 흔히 알려져 있거나 혹은 여러분이 아시는 사실과 약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제 글에 덧붙여 차 입문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입문자를 질리게 할 수도 있는 어려운 내용은 빼고  되도록 쉽고 재밌는 내용으로 덧붙여 주신다면 저에게도 영광이겠고 입문자 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1편. 들어가는 말 / '차'(茶)에 취미를 들이기 위한 첫 걸음
* 2편. 차의 갈래 : 발효 정도에 따라서
* 3편. 차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 ←지금 이 글
* 4편. 차를 우리는 기본적인 방법
* 5편. 차의 세계에 발을 들여 보기 / 차(茶)와 차 생활이 가지는 좋은 점
* 6편. 붙임 :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보고 처음 발을 들이시는 분에게 실제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얘기를 덧붙일 생각입니다.


차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딱히 없습니다.
사실 차 입문을 위한 글을 보면 여러가지 도구와 자세에 대해 써 놓고 있고 그건 다른 취미생활에서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하다 못해 건강한 몸뚱이만 있으면 되는 걷기, 조깅, 등산 같은 취미 생활에서도 갖추어야 할 여러가지 장비나 자세, 상식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모두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재주 자랑, 장비 자랑은 흔해도 오히려 꼭 좀 갖추었으면 하는 예절, 예의 같은 것을 가르쳐 주는 데가 별로 없어 좀 아쉽습니다. 몰라서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민폐가 얼마나 많은지…)
차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아마도 ‘차’라고 하면 ‘다도’ 같은 걸 떠올리는 분도 계실테고, 기본적인 도구로써 다기나 찻잔 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취미를 붙이고 흥미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또 갖출 수 있으니 처음부터 갖출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먼저 ‘다도’에 대해서부터 말씀드리자면, 사람들과 함께 차를 마시기 위한 기본적인 예절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필요한 예절이지 차 생활에 기본으로 요구되는 예절은 아닙니다.
‘다도’라는 것은 거의 모든 것에 형식적인 갖춤을 좋아라 하는 일본이 그 뿌리라는 것이 많은 분들의 의견입니다.
그렇다고 ‘다도’에 대한 가치 평가를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차 생활이 예절 교육의 일부이거나 명상 등의 위한 방편이라면 나름의 ‘도’를 갖추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그리고 실제로도 차가 몸도 편하게 해 주지만 마음을 차분히 하거나 명상에 어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차를 취미로 즐기려는 사람이라면 ‘다도’ 같은 형식적인 것은 잠깐 접어두시기를 바랍니다.


그 다음으로 갖추면 좋은 도구인데, 앞서 말했듯이 딱히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차 생활을 위한 도구라면 먼저 차를 끓이는 도구(주전자 등), 차를 우리는 도구(차 우리개. 작은 주전자 모양이거나 손잡이가 달린 그릇에 꼭지가 달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다관’이라고 합니다. 외울 필요 없습니다. ^^), 그리고 물식힘그릇(흔히 ‘숙우’ 혹은 ‘공도배’라고 하고, 끓인 물을 알맞은 온도로 식히거나, 우린 차물을 나눠주기 전에 담는 그릇), 그리고 차를 나눠 마시기 위한 찻잔만 있으면 되겠습니다.
이런 것을 다 갖추시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구실을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고 대부분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갈음해서 쓸 수 있습니다.(‘다구’, ‘다구 종류’ 등으로 찾아보시면 수많은 다구를 보실 수 있는데, 재미로만 보시고 그냥 못 본 척 하시기 바랍니다. 취미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다시 접하게 될 것입니다.)
물을 끓일 때는 일반 쇠주전자를 써도 되지만 뭉긋하게 열을 올릴 수 있고 또 품을 수 있는 도구-도자기류-면 더 좋고 요즘은 차를 하시는 분들도 간편하게 전기포트도 많이 씁니다.
물도 그냥 수도물을 써도 되는데 조금 정성을 들이자면 수도물을 받아서 하루 정도 재운 물이면 좋고 파는 생수도 좋지만 요즘은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이 말이 많지만, 차 맛을 내기에는 그냥 무난하다 하겠습니다.(혹은 수도물을 쓰면서 끓일 때 뚜껑을 열어서 염소를 날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합니다. 염소는 아무래도 냄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물에 석회 성분이 적은 편이고 수도물의 수질이 좋은 편이라 합니다.)
간혹 샘[약수터] 물을 쓰는 것도 훌륭하겠으나 샘에 따라서는 특정 광물이 많이 들어서 오히려 차 맛을 해친다고도 하니 그냥 무난하게 수도물을 하루 정도 재우는 방법으로 물을 마련하거나 파는 생수 혹은 집에서 수도물을 걸[정수;필터링]러 쓰시면 되겠습니다.
차를 우리는 차우리개(다관) 역시 아무 그릇 혹은 주전자나 괜찮지만 이왕이면 열기를 좀 품을 수 있는 도자기 종류면 더 좋습니다. 다만 찻잎을 거르기 위해 거르는 구멍이 있거나 거름망이 있으면 좋겠습니다.(하다못해 그런 것조차 없다면 좀 성가시겠지만 흔히 중국 사람들이 하듯이 뚜껑으로 찻잎을 거르면서 따라도 됩니다. 아니면 좀 모양은 빠지지만 체망을 받치던지…)
이것저것 다 없거나 귀찮으시면 조그마한 다시망-건강을 생각한다면 이왕이면 플라스틱보다는 쇠 망이면 더 좋겠습니다.-을 구해서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다시망에 찻잎을 조금 넣고 담갔다 알맞은 시간에 빼는 간편한 방법을 써도 됩니다.(다만 다른 냄새가 배는 것은 막기 위해 차 전용으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찻잔도 이왕이면 열기를 잘 뺏기고 쥐기도 불편한 쇠만 아니면 어떤 것이나 괜찮습니다. 커피(에스프레소 등)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열을 잘 뺏기는 쇠 잔은 향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유리잔도 열을 잘 뺏기기는 하지만 요즘은 진공 이중 유리잔을 쓰시는 분도 꽤 있는 듯 합니다. 아울러 따뜻한 커피가 그렇듯 손 안에 쥔 찻잔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차의 느낌을 더해주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아울러 흔히 ‘차상’이나 ‘퇴수구’ 같은 걸 쓰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차 쟁반 하나에 물을 닦기 위한 수건 정도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차를 다루다 보면 물을 흘리게 마련인데 이것을 받히기 위한 쓰임새입니다.)


만약 따로 다구를 갖춘다면 다구는 커피에서와 마찬가지로 세제 같은 것을 쓰지 않고 물로만 씻는 것이 좋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물로만 헹구어 내어 자연스럽게 찻물이 배도록 하기도 합니다. 특히 세제는 특유의 냄새가 배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유약을 바른 도자기의 경우에는 오래 이렇게 쓰다 보면 실금 속에 찻물이 배어들어 색이 드는데 오랫동안 차를 즐긴 증거로 여겨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합니다.(이는 마치 이탈리아 사람들이 모카포트나 에스프레소 잔을 씻을 때 세제를 쓰지 않고 물로만 씻어 색이 배어든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차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다구

위 이미지는 차를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다구인데, 왼쪽 위가 차식힘그릇, 오른쪽 위가 차우리개(혹은 차주전자), 그리고 찻잔입니다. 모두 이미 가지고 있는 그릇과 도구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퍼온 곳 : ‘우주 문’ 님의 누리방.)


저는 특히 모든 것에서 ‘첫 경험’, ‘첫 경험 때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것이 마음가짐과 자세에 배어들고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왕 차를 취미로써 알아가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만약 이렇게 버릇이 들고 나면 나중에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느긋하게 하는 데에 차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차’를 ‘느긋함’, ‘편안함’과 같이 생각할 수 있게 되고 차를 마심으로써 느긋함, 편안함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좋은 품질의 차나 좋은 다구보다도 저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경험이란 것이 비록 주관적인 것이기는 합니다만)저는 차분한 가운데서도 기를 끌어 올리고 싶을 때는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시고, 기를 편안히 하고자 할 때에는 차를 내리는 편입니다.(좋은 향 하나 곁들이면 더욱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좀 더 여건을 마련한다면, 차 공간을 따로 두고 거기서 차를 즐기다 보면 그 공간에 들어서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취미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자신도 모르게 흔히 쓰는 방법이지요.)


정리 : 차분하고 느긋한 마음과 함께, 집에 이미 있는 도구들을 잘 살려 쓰시면 됩니다.

7 Comments
망고찰밥 03.21 23:23  
차(茶) 라는 이름에 대해 좀 내용을 보태자면,
차(茶) 라는 한자는 중국 지역에 따라서 다른 음으로 읽히기도 했는데,
한국까지 전해지면서 '차'와 '다' 두가지 발음으로 정착되었습니다.
다도, 다구 등에는 '다'
차나무, 차례 등에는 '차'
혼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말랏 03.22 12:12  


이것저것 많이도 사봤는데 저의 마지막 다구
망고찰밥 03.22 14:46  
[@말랏] 차 우려내는 그릇 하나를 줄일수 있겠네요.
말랏 03.22 15:09  
[@망고찰밥] 여행할때 편해요.  물론 저거 없어도 되지만요 ㅎㅎ
이런이름 03.23 05:22  
좀 뜬구름 잡는 말로 들릴 수도 있는데 다도교실 선생님이 물은 얼으면서 기운을 모으고 녹으면서 그 기운을 품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물을 구할 수 없다면 질그릇에 물을 담아 놓고 얼었다가 녹은 물을 사용하면 좋다더군요.

제 생각으로는 수돗물이라도 숯을 띄워 놓았던 물을 사용하면 냄새나 미세물질 제거에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동의보감 수품론에 나오는 33가지 종류의 물이라는데 신기해서 링크를 걸어 봅니다.

https://m.cafe.daum.net/fishingmsc/459U/275
망고찰밥 03.23 20:24  
[@이런이름] 물의 기운으로 설명하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인 느낌을 이야기해보자면 물의 저장온도에 따라 분명히 차이가 있더군요.
마시는 물도 찬물을 마시거나 찬물을 따뜻한 정도로만 데워서 마시면 개운한데,
완전히 팔팔 끓인 물은 다시 식혀서 마셔도 뭔가 갑갑하고 기운이 빠집니다.
제 생각에는 물속의 용존산소 때문인것 같습니다.
인터넷 어디서 본 내용으로는 홍차 다즐링 마실때는 물을 팔팔 끓이지 않고 끓기 직전 멈추어 용존산소를 남도록 하여 다즐링을 우리면 더 산뜻하게 된다고 하던데 시험해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아마도 물을 추운 밖에 놔두어 얼때까지 천천히 온도를 내리면 다시 산소가 많이 녹아들어가지 않나 싶습니다.
(산소뿐만 아니라 저는 몸에서 남들이 잘 못느끼는 여러가지 느끼는게 많답니다. ㅎㅎ)
이런이름 03.24 00:39  
[@망고찰밥] 오! 물에 포함된 산소량으로 생각하면 그 선생님 말이 이해가 될 듯도 하네요. 좋은 거 배웠습니다.

그 선생님 말로는 맛좋게 우러나는 찻물 온도가 대충 80도 안팍이라고 했던 거 같아요.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 다도교실은 제가 다닌 게 아니라 집사람이 다녔고 저는 티 세레모니에 초대받아 2시간 정도 대화를 한 게 전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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