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칵테일 슈림프

홈 > 커뮤니티 > 그냥암꺼나
그냥암꺼나
- 예의를 지켜주세요 / 여행관련 질문은 묻고답하기에 / 연애·태국인출입국관련 글 금지

- 국내외 정치사회(이슈,문제)등과 관련된 글은 정치/사회 게시판에 

그냥암꺼나2

나의 완벽한 칵테일 슈림프

이런이름 9 190

칵테일 슈림프가 갖춰야할 가장 큰 미덕은 야들야들하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이죠. 

푹 삶아서 새우맛은 다 빠져 나가고 육질은 질겨서 고무 씹는 듯한 식감을 준다면 그걸 칵테일 슈림프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래 소개하는 조리법은 최상급 식당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인데 생각보다 간단해서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 새우는 큰 걸 고르는 게 좋습니다. 
(새우가 클수록 가격은 비싸지지만 더 맛있잖아요. 16-20 크기가 좋은데 이게 상급 이상의 식당에서 나오는 크기입니다. 가성비 식당에서 나오는 크기는 26-30 정도이고 이보다 작으면 좀 초라해 보여요.)

• 껍질이 있는 새우를 사용해야 합니다.
(껍질이 있는 채로 데쳐야 새우맛이 빠져 나가지 않습니다. 머리를 잘라놓은 새우가 잡냄새도 덜하고 조리하기에도 편해요. 등 쪽 내장은 당연히 제거하고 조리해야 하고요.)

• 조리법 :
(새우 500g, 240ml 계량컵 기준)
① 물 6컵, 설탕 ¼컵, 소금 ¼컵, 레몬 2개를 잘라 넣고 끓인다.
② 물이 팔팔 끓으면 불을 끄고 새우를 넣는다. 
③ 불이 꺼져 있는 상태로 새우가 익도록 (새우 크기에 따라) 2-4분 정도 놔둔다.
④ 새우가 익어 껍질이 빨갛게 변하면 건져서 얼음물에 넣고 재빨리 식힌다.
⑤ 새우가 식으면 용도에 따라 껍질을 벗긴다. 

(처음 만들면 "이거 익은 거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는데 다 익은 거 맞아요.) 


데치는 방법은 간단하죠? 
만들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조리법은 간단해도 식감은 최고입니다. 

위의 방법으로 데친 새우는 식감이 좋아서 칵테일 새우 이외에도 샐러드, 카나페, 롤 등 데친 새우가 들어가는 여러 음식에 사용하면 아주 좋습니다. 음식의 품격이 한 단계는 상승한다고 할 수 있을만큼 좋아요.

저는 슈림프 롤로 만들어 먹을 때가 많습니다. 칵테일 새우는 끼니가 안되지만 슈림프 롤은 1개를 먹으면 간식이 되고 2개를 먹으면 끼니가 되거든요.

슈림프 롤을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핫도그 빵에 버터를 발라 살짝 구운 후에 데친 새우를 놓고 그 위에 녹인 마늘버터를 뿌리고 파마산 치즈채를 얹는다.' 입니다. 치즈채 대신 딜이나 파슬리같은 향신채를 잘게 다져 조금 뿌려도 좋고요.
(뉴잉글랜드식 롤은 데친 새우를 마요네즈에 버무리는데 제 취향에는 마늘버터가 조금 더 맞더군요.) 




칵테일 새우는 소스맛이 매우 매우 아주 중요한데 시판되는 칵테일 소스는 대부분 맛이 없어요. 가장 많이 팔린다는 하인즈사의 제품은 텁텁한 뒷맛이 있어 먹으면서도 짜증이 약간 날 정도지요. 그래서 저는 새우는 코스트코에서 파는 냉동 자숙새우를 사용하더라도 소스만큼은 시판 제품을 피합니다. 

칵테일 소스의 기본 재료는 [케첩 + 겨자무 + 설탕 + 레몬즙] 입니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우스터셔 소스를 넣기도 하고 핫소스를 넣기도 하지요.
(이것저것 많이 넣는다고 더 맛있어지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상해져요.)

겨자무로 번역되는 horseradish는 고추냉이처럼 매운맛이 나는데 보통은 곱게 갈린 상태로 병에 담겨 판매됩니다. 제 기준으로는 이게 칵테일 소스의 핵심 재료입니다. 겨자무를 넉넉히 넣어야 맛있는데 사용하는 케첩 양의 ½ 정도를 넣으면 고급 식당에서 만드는 것과 맛이 비슷해집니다.
(겨자무를 구하기 어렵다면 고추냉이로 대체할 수도 있을 거 같긴 한데 시도해 본 적은 없습니다. 고추냉이 값이 훨씬 더 비싸거든요.)



9 Comments
필리핀 03.07 16:57  
사진이 있으면 더욱 좋을텐데 아쉽네요ㅠㅠ
근데 왜 요리 이름에 칵테일이 들어가죠???
이런이름 03.07 18:41  
[@필리핀] 이름의 유래에 대한 정설은 없어요. 떠도는 이야기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믿으면 그게 유래일 거예요.

저는 칵테일 잔에 소스를 담고 잔 테두리에 새우를 걸쳐 놓아서 칵테일 새우라고 부른다는 의견이 마음에 들어요.
(실제로 식당에서 나오는 모양도 마가리타와 같은 칵테일을 담는 테두리가 넓은 잔에 나옵니다.)

참고로 멕시코 음식 중에서 coctel de camaron도 직역하면 칵테일 새우인데 이건 소스가 국물에 가까워서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해요. 마지막엔 잔을 들고 후르륵 마시기도 하고요. 보기에는 블러디 메리같이 좀 걸죽한 칵테일에 데친 새우, 아보카도, 실란트로 등을 넣은 거 같은 모양인데 (한국인이 보면 "어! 물회네." 라고 말할 형태죠.) 이것도 역시 잔에 담아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칵테일 형태에 더 가깝습니다.
망고찰밥 03.07 18:20  
요즘 눈이 너무 침침해서 화면 글씨가 잘 안보인답니다.
그러니까 큰 미더덕은 야들야들하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이라는거죠?
쿨럭....
이런이름 03.07 18:59  
[@망고찰밥] 제가 미더덕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 보긴 했는데 본 적도 먹은 적도 없어서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보기에는 해삼과 비슷해 보이는데 (혹시 비슷한 거라면) 위의 방법으로 데친 새우는 해삼 껍질에 있는 물렁뼈처럼 좀 딱딱한 부분은 없고 부드럽고 탱글거리는 식감은 좀 비슷해요
이런이름 03.08 03:54  
[@망고찰밥] 이거 농인 거죠?

망고찰밥님 농담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려요. 그래도 이번엔 빨리 찾아냈네요. 
(전에 영어를 잔뜩 섞어 쓴 농담 댓글은 이해하는데 3년 걸렸어요.)
망고찰밥 03.08 13:35  
[@이런이름] 에구..... 농담이라고 한게 이해할수도 없는 소리로 다른사람을 오랫동안 헷갈리게 한다니.... ㅠㅠ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대화가 거의 없이 살다보니 뭔가 대화감각이 이상한가봅니다. ㅠㅠ
사실 미더덕은 한국에서 꽤 소비되고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먹은 기억이 없을겁니다.
그냥 물주머니만 있는 생물이라 직접 씹어 먹을것도 못되고 아구찜에 넣어서 물주머니가 터져 국물맛을 내는 용도로만 쓰니까요.
이런이름 03.10 12:59  
[@망고찰밥] 그 글의 다른 댓글을 보면 다른 사람은 바로 눈치채고 웃었으니 망고찰밥님이 아니라 제 이해력의 문제지요.
(다른 댓글들이 없었다면 저는 아직까지도 그게 농담인 줄도 몰랐을 겁니다.)

제 언어 이해력은 한국어와 영어가 뒤죽박죽이라 영어 단어 사용 자체가 농담이란 걸 눈치채지 못하고 글자 뜻으로만 이해해서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하는 건지 몰랐던 거였지요.
굿97d4091f 03.08 01:29  
허허 여기는 여행이주제지 요리가 아님니다.
이런이름 03.08 03:47  
[@굿97d4091f] 여행에서 먹는 재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지 않나요?

여행 명언 중에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던데 이 말은 먹는 거에도 해당되요. 아는 것만큼 먹을 수 있다는 거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