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칵테일 슈림프
이런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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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 12:35
칵테일 슈림프가 갖춰야할 가장 큰 미덕은 야들야들하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이죠.
푹 삶아서 새우맛은 다 빠져 나가고 육질은 질겨서 고무 씹는 듯한 식감을 준다면 그걸 칵테일 슈림프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래 소개하는 조리법은 최상급 식당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인데 생각보다 간단해서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 새우는 큰 걸 고르는 게 좋습니다.
(새우가 클수록 가격은 비싸지지만 더 맛있잖아요. 16-20 크기가 좋은데 이게 상급 이상의 식당에서 나오는 크기입니다. 가성비 식당에서 나오는 크기는 26-30 정도이고 이보다 작으면 좀 초라해 보여요.)
• 껍질이 있는 새우를 사용해야 합니다.
(껍질이 있는 채로 데쳐야 새우맛이 빠져 나가지 않습니다. 머리를 잘라놓은 새우가 잡냄새도 덜하고 조리하기에도 편해요. 등 쪽 내장은 당연히 제거하고 조리해야 하고요.)
• 조리법 :
(새우 500g, 240ml 계량컵 기준)
① 물 6컵, 설탕 ¼컵, 소금 ¼컵, 레몬 2개를 잘라 넣고 끓인다.
② 물이 팔팔 끓으면 불을 끄고 새우를 넣는다.
③ 불이 꺼져 있는 상태로 새우가 익도록 (새우 크기에 따라) 2-4분 정도 놔둔다.
④ 새우가 익어 껍질이 빨갛게 변하면 건져서 얼음물에 넣고 재빨리 식힌다.
⑤ 새우가 식으면 용도에 따라 껍질을 벗긴다.
(처음 만들면 "이거 익은 거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는데 다 익은 거 맞아요.)
데치는 방법은 간단하죠?
만들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조리법은 간단해도 식감은 최고입니다.
위의 방법으로 데친 새우는 식감이 좋아서 칵테일 새우 이외에도 샐러드, 카나페, 롤 등 데친 새우가 들어가는 여러 음식에 사용하면 아주 좋습니다. 음식의 품격이 한 단계는 상승한다고 할 수 있을만큼 좋아요.
저는 슈림프 롤로 만들어 먹을 때가 많습니다. 칵테일 새우는 끼니가 안되지만 슈림프 롤은 1개를 먹으면 간식이 되고 2개를 먹으면 끼니가 되거든요.
슈림프 롤을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핫도그 빵에 버터를 발라 살짝 구운 후에 데친 새우를 놓고 그 위에 녹인 마늘버터를 뿌리고 파마산 치즈채를 얹는다.' 입니다. 치즈채 대신 딜이나 파슬리같은 향신채를 잘게 다져 조금 뿌려도 좋고요.
(뉴잉글랜드식 롤은 데친 새우를 마요네즈에 버무리는데 제 취향에는 마늘버터가 조금 더 맞더군요.)
ㅁ
칵테일 새우는 소스맛이 매우 매우 아주 중요한데 시판되는 칵테일 소스는 대부분 맛이 없어요. 가장 많이 팔린다는 하인즈사의 제품은 텁텁한 뒷맛이 있어 먹으면서도 짜증이 약간 날 정도지요. 그래서 저는 새우는 코스트코에서 파는 냉동 자숙새우를 사용하더라도 소스만큼은 시판 제품을 피합니다.
칵테일 소스의 기본 재료는 [케첩 + 겨자무 + 설탕 + 레몬즙] 입니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우스터셔 소스를 넣기도 하고 핫소스를 넣기도 하지요.
(이것저것 많이 넣는다고 더 맛있어지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상해져요.)
겨자무로 번역되는 horseradish는 고추냉이처럼 매운맛이 나는데 보통은 곱게 갈린 상태로 병에 담겨 판매됩니다. 제 기준으로는 이게 칵테일 소스의 핵심 재료입니다. 겨자무를 넉넉히 넣어야 맛있는데 사용하는 케첩 양의 ½ 정도를 넣으면 고급 식당에서 만드는 것과 맛이 비슷해집니다.
(겨자무를 구하기 어렵다면 고추냉이로 대체할 수도 있을 거 같긴 한데 시도해 본 적은 없습니다. 고추냉이 값이 훨씬 더 비싸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