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타보니 김정은 심정 이해가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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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타보니 김정은 심정 이해가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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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튼에서 출발한 열차는 65 시간만에 토론토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6 년 전 평양사람 김정은이 하노이까지 열차타고 65 시간 동안 여행한 적이 있다.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기차여행이 독립운동이다.

밀양사람 김원봉이 만주 봉천으로 가는 기차에서 한 말이라는 설이 있다. 


캐나다는 지금 남쪽에 있는 초강대국으로부터 뜬금없는 영토합병위협을 당하고 있다. 

정확히 120 년 전, 

내가 태어난 나라도 이웃 강대국에 의해 주권침탈을 당했었다.

그때는 내가 그 자리에 없어서 그런 일을 당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 해와 같은 을사년에, 

이번에는 내가 선택한 나라가 영토침탈위협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무례한 놈이 지껄이는 개소리가 농담이나 협박이 아닌 진심인 걸 알았을 때 어이가 없었다. 

이런 시국에 국토횡단 기차여행은 새롭고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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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은 좌석과 침대로 상호변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으면 여행하는 동안 줄곧 침대로만 유지해도 된다.

돔카와 파크카 등에서 좌석이나 소파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캐빈은 굳이 좌석으로 변환할 필요가 없기도 했다. 

캐빈에는 독립된 화장실과 싱크가 설치되어 있다. 

타올과 어매니티도 호텔수준으로 제공된다. 

샤워실은 객차마다 하나씩 있는데 붐비지 않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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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힌 대평원에는 혹독한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사스카츄완 주 사스카툰 역에 도착했을때 현지 외기온도는 영하 35 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토일렛과 샤워실이 파이프 동파로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나는 다른칸으로 방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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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열차는 에드먼튼 출발 30 시간 만에 매니토바 주 위니펙 중앙역에 도착했다.  

캐나다의 지리적 중심에 위치한 위니펙 시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인권박물관이 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한 국가폭력과 만행 및 인권유린상황을 입체적으로 재현해 놓았다. 

실행은 실패했지만 2024 한국사례가 선진국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학살만행 미수사건으로 이 박물관에 전시될 가능성이 높다. 


Breaking the Silence (침묵은 똥이다)

이 박물관의 모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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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함경북도 경흥사람 엄인섭이 하얼빈으로 가는 열차에서 한 말이라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쉴새없이 흔들리는 기차여행은 순식간에 배를 꺼지게 한다.

삼시세끼 뿐 아니라 카페칸에 진열되어 있는 스낵과 음료도 알뜰하게 챙기자. 

뜨거운 물이 항상 준비되어 있으므로 컵라면도 오케이 

삼시세끼만 챙겨줬다는 삼식이 삼촌보다 간식도 주는 기차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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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버타 주 에드먼튼에서 출발했지만 이 열차의 출발기점은 BC 주 밴쿠버 퍼시픽 센트럴 역이다.


총 주행거리 4,466 km, 4 박 5 일 97 시간의 대륙횡단여행을 마치고 열차는 온타리오 주 토론토 유니언 역에 도착했다. 

토론토에서 출발해 밴쿠버로 향하는 웨스트바운드 열차를 The Canadian 1 이라고 부르고, 밴쿠버에서 출발해 토론토로 향하는 이스트바운드 열차를 The Canadian 2 라고 부른다.  


대륙횡단 기차여행의 장점

  1. 여행자들로 하여금 강제로 책을 읽게 만든다.

  2. 다이닝카에서 매번 다른 사람들과 합석하게 되므로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3. 무엇을 해야 한다는 당위가 사라지므로 마음이 자유롭고 편안해진다. 


아래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이 기차여행을 피하는 게 좋다. 


돔카에 앉아 일출과 일몰, 밤하늘의 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을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

뜨거운 브루드커피에 쿠키를 찍어먹으며 책을 읽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

모르는 타인과 스몰톡하는 걸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

성질이 급해 기차가 연발착 할 때마다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

사색이라는 단어와는 도통 거리가 먼 사람 

토일렛과 샤워실은 늘 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는 캐나다 대륙횡단 열차여행을 추천하지 않는다.   

2 Comments
필리핀 02.18 05:57  
비좁은 공간에서
열량 높은 음식과 간식으로
65시간 동안 사육 당하셨군요^^
체중은 몇 키로나 늘었니요?
sarnia 02.19 12:03  
[@필리핀] 기차여행은 신기해서,
좁고 답답하기도 했던 그 3 박 4 일이,
며칠 지나지도 않아 그리워지네요.

토론토-몬트리얼-퀘벡-할리펙스로 이어지는 동부 3 박 4 일 검색 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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