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잘못했네.
1월 20일, 워싱톤 DC 지역은 추웠습니다. 전날인 19일에 내린 눈이 녹지 않은 채로 얼어 붙어 시각적으로도 추웠지요. 가장 추운 시간대인 새벽녘의 기온이 -9도였고 사람들이 활동하는 낮 시간대의 기온도 영하 4~5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날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일반 시민부터 외국 원수들까지 이런저런 사람들이 다 모여 들었죠. 트럼프에게 직접 초청받았다는 같지 않은 거짓말을 하며 온 목사도 있었고 행사장에 못들어가고 (본인은 안들어갔다고 주장) TV로 중계된 행사를 호텔 방에서 구경한 지방 도시 시장도 있었지요.
(그 지방 도시 시장은 초대받은 행사장 입구까지 갔었지만 -13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 입구 밖에서 줄을 선 채로 장시간 기다렸다가 입장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호텔로 돌아 와 측근들과 모여 TV로 행사 참관을 했다고 주장)
이거 뭔가 이상하죠? 한국서는 취임식에 참석하면 트럼프와 독대라도 할 거처럼 떠버려댔었는데...
(취임식은 보통 국회 의사당 앞 야외에서 열리는데 이번엔 22만 장의 입장권을 배포했었죠. 근데 취임식이 실내로 변경되면서 진짜로 초대받은 600명만이 식장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 지방 도시 시장이 초대받아 갔었다는 장소는 취임식장이 아니라 어중이떠중이들을 모아 놓고 취임식 장면을 TV 전광판으로 보여 주는 체육관이였지요. 취임식에 초대받아 참석한다고 큰소리 치고 와서 한 거라곤 호텔에서 TV나 보고 간 거죠.)
근데 그렇게 한 핑계가 날씨더라고요.
아무튼 이날 워싱톤 DC 지역의 새벽 최저 기온은 -9였고 행사 전후 기온은 영하 4~5도였습니다.
(기록상 온도는 정오 기준 -3도였고 실제 온도든 체감 온도든 -13도를 밑도는 온도 분포는 없었습니다.)
설마 사람이 거짓말을 했겠습니까?
그 지방 시장의 말대로 못맞춰 준 날씨가 잘못한 거지요.
ㅁ
워싱톤DC 관광을 하면 조폐국을 들려 보라고 추천하곤 했었어요. 여기 가면 돈 만드는 걸 볼 수도 있지만 1달러짜리 32장이 인쇄된 전지를 자르지 않은 채로 살 수 있어서 기념품으로 괜찮았거든요.
(대충 스타벅스 1호점에서만 파는 텀블러 같은 위치인 셈이였죠. 꼭 거기 가야만 살 수 있는 기념품)
문득 생각나서 찾아 보았는데 이제는 안파는 모양입니다. 대신에 온라인에서 달러 전지를 살 수 있어요. 근데 32장짜리 전지가 아니라 50장짜리 전지더군요.
돈 받고 돈 파는 미국 정부 사이트입니다. $1부터 $100까지 종류별로 다 팔아요.
https://www.usmint.gov/paper-currency/uncut-currency
달러 전지가 더이상은 DC 관광 고유의 기념품이 아니라는 생각에 혼자만 과거를 기억하는 듯한 우울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