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에서 서양인 커플 구해준 썰~^^
피피를 출발한 페리는 140분 동안의 무료 바이킹 체험을 마친 뒤 무사히 푸켓 라사다항구에 도착했다.
배 안에서부터 여행사 직원들이 다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교통편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푸켓타운으로 가야 하는데 150밧을 달라고 한다.
항구에서 타운까지는 차로 5분 남짓한 거리인데 150밧은 너무 비싸다.
썽태우를 타기로 마음먹고 항구를 빠져나온다.
썽태우는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교통수단으로 버스처럼 운행된다.
짐칸에 좌석이 두(썽) 줄(태우)로 놓여 있어서 썽태우라고 한다.
항구에서 타운까지의 요금은 20밧 내외?
대신 자주 다니지 않아서 한참을, 때로는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썽태우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커다란 배낭을 멘 서양인 젊은 남녀가 들어선다.
그들과 짧게 눈인사를 나눈 뒤 스몰토크를 한다.
여기가 썽태우정류장 맞냐?
맞다.
남자애가 만족한 웃음을 띤다.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
한국인이다. 너는?
나는 독일이고 얘는 우크라이나다.
오! 나 독일 가본 적 있다. 26년 전에.
구래?
대충 그런 대화를 나누고 멀뚱하게 있는데 갑자기 두 남녀가 말다툼을 한다.
우크라이나 여자애가 화난 목소리로 쏘아붙이기 시작하고, 독일 남자애가 뭐라고 해명을 하는데 얘도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여자애는 러시아어로 남자애는 영어로 말을 하는데, 이런 내용인 거 같았다.
비도 오는데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택시 타자.
택시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 우리는 시간도 많으니까 썽태우 타자.
내가 끼어들 상황이 아니어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데 둘의 말다툼은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그때 마침 항구를 빠져나가던 승용차 한 대가 우리 앞에 섰다.
누군가를 항구에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빈차였다.
운전석에서 내린 태국 청년이 우리에게 어디 가냐고 물었다.
나는 푸켓타운 간다고 말했다.
독일애는 잠시 내 눈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어디로 갈지도 결정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1명 당 100밧씩 300밧 내라고 운전사가 말했다.
그러자 독일애가 200밧!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운전사가 250밧!이라고 했다.
독일애는 다시 200밧!을 외쳤다.
내가 독일애에게 말했다.
내가 100밧 낼 테니까 너희 둘이 150밧 내라.
그러자 독일애가 OK했다.
차 트렁크에 각자의 짐을 넣은 뒤 나는 운전사 옆자리에 타고 서양애 둘은 뒷자리에 탔다.
5분 뒤, 내가 예약한 숙소 앞에 도착했다.
내가 차에서 내리는데 서양애 둘도 내리더니 내가 예약한 숙소로 따라 들어왔다.
체크인을 마치고 윗층의 방으로 올라가는데 등 뒤에서 독일애가 방 있냐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방에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밖이 소란스러워 문을 열어보니 내 방 맞은편 방으로 두 서양애가 들어서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독일애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윙크를 했다.
나는 엄지 척으로 화답하며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저 커플, 내가 구해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