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비행기안의 철저한 계급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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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비행기안의 철저한 계급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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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면 비행이 덜 지루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코노미보다 좀 쉽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루하고 피곤한 건 마찬가지다.


에드먼튼에서 토론토 비행거리는 약 2,700 km 

대략 인천에서 하노이 정도 거리다. 

약 네 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클래스를 막론하고 비행하기 딱 좋은 거리는 여기까지다. 

내 경험으로는 4 ~ 6 시간 정도가 비즈니스 클래스 가성비가 가장 좋은 지점이다.


이코노미와는 달리 비즈니스는 거리 대비 요금이 지수함수그래프처럼 비대칭적으로 급격하게 올라간다. 

인천 뉴욕 항로의 비즈니스 요금은 이코노미에 비해 3 배 이상 비싸다.   

비행거리가 길어질수록 함부로 넘나들기 어려운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다시말해 장거리일수록 계급 사이의 벽이 높아진다. 

이런 장거리 노선은 마일리지 발권을 하든지 bidding 을 통해 낙찰받아 신분상승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즈니스 클래스의 가장 큰 효용성이 풀플랫침대형 좌석에 누워가는데서 생긴다고 믿기 쉽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장거리라 해도 실제로 누워가는 시간은 영화 한 두 편 보는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라운지와 기내에서 무제한 제공되는 고급주류와 200 달러 짜리 풀코스 기내식에서 그 메리트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나처럼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은 비즈니스를 타는 게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손해를 만회하고 본전을 뽑기 위해 기내식을 싹싹 긁어먹거나 디저트를 두 가지 이상 챙기지만 술고래들이 즐기는 알뜰한 가성비를 따라잡기에는 택도 없이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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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캐나다 Signature/Business Class  전용 체크인 카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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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가 이코노미와 구별되는 점들 중 가장 처음 와닿는 것은 공항 어디에서도 줄을 설 필요가 없다는 거다.

팬데믹 이후 돗대기 시장이 된 공항풍경을 감안한다면 이거야말로 큰 혜택이다. 

사전 체크인을 하는 요즘에는 카운터에 갈 일이 거의 없긴하지만, 심지어 보안검색도 별도라인에서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는 건 특장점이다. 


공항에 따라 다르지만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은 NEXUS 라인에서 보안검색을 따로 받는다. 

보딩패스 QR코드 아래 Priority Security 라는 녹색마크가 찍혀있다.   

넥서스 라인이란 캐나다-미국 구간 여행자 중 low-risk, pre-approved, TRUSTED travelers로 등록된 여행자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보안검색 및 국경통과라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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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비즈니스 클래스라는 구식용어는 이제 그만 사용할때도 됐다. . 

프리미엄 클래스(상위클래스)라고 해야 개념과 맞는 말이 된다. 


항공사마다 프리미엄 클래스 이름이 따로 있다. 

대한항공 프리미엄 클래스 이름은 프리스티지 클래스다. 


에어캐나다는 Signature Class 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엄 클라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유럽노선과 일부 대륙횡단 노선에 투입되는 중대형기종에 Signature Class 를 장착하고 있다. 


대부분 항공사들은 말만 많고 공석으로 수익성도 좋지않은 일등석(퍼스트클래스)을 없애는 추세다. 

아무데서나 폼잡기 좋아하는 촌놈들이 즐겨타는 일등석을 없애는 대신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스튜디오형태의 실속있는 프리미엄 클래스로 전환하고 있다. 

일등석을 밀어내고 프리미엄 클래스가 비행기 안의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등장한 사건은 봉건제와 절대왕정을 밀어내고 부르주와가 권력을 장악한 시민혁명에 비견될만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에어캐나다의 Signature 클래스도 스튜디오형 프리미엄 클래스다. 

내가 타 본 프리미엄(비즈니스) 클래스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싱가포르항공, 에바항공, 타이항공, 에어캐나다 정도인데, 

이 중 싱가포르항공, 에어캐나다는 캐빈매니저가 승객 전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탑승환영인사를 했다. 

에어캐나다는 이번 여행의 경우 이름까지 불러주며 따로 필요한 게 없는지 살피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늘 그러는 건 아니고, 캐빈매니저에 따라 인사방식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 같다.   

대한항공은 캐빈매니저의 승객개별인사 서비스를 일등석에서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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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직후 제공되는 음료와 견과류는 거의 모든 항공사의 공통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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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캐나다의 훈제연어 에피타이저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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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메뉴는 다양한 편이다. 주로 안심스테이크를 시키는데 오늘은 스테이크가 없다. 

언젠가 대구요리를 주문해서 먹은 적이 있는 데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어 반쯤 남긴 후로는 비행기 안에서 생선요리를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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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플랫 침대형 좌석에서 질감이 좋은 진짜 요와 이불을 깔고 덮고 누워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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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면 승무원들이 미소를 지으며 이코노미 클래스 입구를 막아선다. 

비즈니스 승객들이 먼저 모두 하기하고 나면 그제서야 이코노미 승객들이 내릴 수 있도록 길을 비켜준다. 



I hope you fly classy!! 

8 Comments
필리핀 03.10 06:55  
어머! 사니아님이 술을 안 드시는군요...
저는 동남아쪽만 비쥐니스 타봤는데
본점 뽑으려는 욕심으로
모든 종류의 주류를 한잔씩 마시다보니
매번 꽐라가 되어 여행 첫날을 망치더군요ㅠㅠ
sarnia 03.10 09:45  
[@필리핀] 평소에도 술은 잘 안마시지만, 특히 비행기에서는 전혀 안 마시게 되었어요. 
고공알러지가 있는지 비행기에서 술 마시고 컨디션이 안 좋아진 경험이 몇 번 있어서 그 후론 전혀.
와인이나 샴페인이 있어야 할 자리에 토마토주스가 있잖아요.
비행기가 아닌 지상에서 토마토주스를 마신 적이 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네요.
Vagabond 03.10 10:16  
기내식은 추락하고 고립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생존식에 기초한거라
기본적으로 열량이 높고 맛에는 그닥 중점을 두지 않았다는 얘길 들은적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아무거나 맛있다고 하는 저같은 미각장애인도
한번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없네요..
물론 이코노미 얘기입니다 ㅋ
기내식 사양하고 맥주두캔 쫙 들이키고 잔적도 많습니다
그 별로인걸 받아서 펼쳐놓고 사진찍는 사람들이
오히려 저는 쫌 그렇던데...
sarnia 03.10 10:42  
[@Vagabond] 조리했다가 얼리고 열을 가해 녹인 음식이 제대로 맛이 날리가 없죠.
게다가 기압저하로 인해 승객들의 미각까지 무뎌지니 기내식에서 맛을 기대하는 건 무리예요.
음식을 빨리 상하거나 불게하지 않고 맛까지 되살리는데 첨단과학을 동원한 연구와 실험이 엄청나다고하죠.
말라비틀어진 크롸쌍 쪼가리에 요거트나 던져주는 저가항공이 아니라면 대한항공만해도 이코노미 기내식에 들어가는 단가가 상당히 높을 겁니다.
콩나물밥과 비빔면을 제대로 만들어 기내에서 제공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수 없이 겪었다는 회고담은 눈물없이는 들어주기 어려울 정도예요.
햇반이 구세주지..
아마 씨제이가 햇반을 처음 개발할 때 기내식을 염두에 두고 만들지 않았을까..
이런 기내식은 이코노미 기내식이라도 돈받고 팔려면 50 달러는 받아야 수지가 맞을 겁니다.
울산울주 03.11 01:35  
뉴욕 같은 곳을
이코노미로 가고 나면 2. 3일간 아파요

유튜버들은
싱가폴 뉴욕 노선도 도전하던데

비행기는 4시간 넘어가면서 고통이죠
그나마 에어프레미아 프리미엄 좌석이
미주 가는 데는 가성비 구세주
sarnia 03.11 02:56  
[@울산울주] 그게 세계에서 가장 긴 노선이죠.
싱가폴-뉴욕
18 시간. 생각만해도 끔찍해요.
뉴욕에 안 살길 다행이지..
옛날에 싱가폴항공이 싱가폴-서울(김포)-밴쿠버 노선을 다녔었는데 나는 한 번도 안 타봤지만 그때 교민들 싱가폴항공 칭찬이 자자했었어요. 대한항공보다 훨 낫다고.
정작 싱가폴항공은 싱가폴하고 말레이시아 갈 때 타봤는데 비행기도 깔끔하고 식사도 괜찮았어요.
물에깃든달 03.11 14:28  
저는 사실 어디서든 어떤자세건 머리만 대면 잘자는 사람이라 의석은 잘 모르겠어요..ㅋㅋ
sarnia 03.12 09:24  
[@물에깃든달] 저는 이상하게 비행기에서는 못잤는데,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어버드 말고)을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잠깐씩 졸때도 있어요.
처음부터 헤드폰을 안 쓰면 모르지만 헤드폰을 썼다가 벗으면 비행기 소음이 얼마나 거대한지 느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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