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좀 바꿔 주세요.
댓글을 보니 사전에 앉고싶은 자리 미리 지정해서 앉은 자린데 왜 바꿔주냐 라는 의견이 많네요.
글을 읽다보니 태국에 처음 여행갔을때 탔던 TG653(확실치는 않습니다. 보딩패스 잃어버렸어요)이 떠오릅니다.
김포에서 돈무앙가던 비행기였습니다. 오후 5시즈음에 출발했던거 같아요. 두 번째 타는 국제선이라고 여유를 부리며 출발시간 임박해서 공항에 도착했었습니다. 태국은 처음가는 길이었는데, 무슨 배짱으로 그랬는지 그냥 젊은 시절의 객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통로자리 달라고 하니까, 근무하시는 분이 씨익 웃으면서 한 자리 남았다고 하더군요. 화장실 앞 중간열의 가운데 자리였습니다. 3-4-3 구조였던거 같습니다.
시간되서 배낭하나 메고 비행기를 타러 갔습니다. 보딩패스 들고 자리를 찾는데 제 좌석에 웬 아저씨가 앞자리에 팔을 기대며 서 있더군요. 제가 자리에 앉으려 하자,
"혼자야?"
하시더군요. 뭐 웬 반말 이런 생각도 없었습니다. 해외여행 자유화 되서 여권 처음받는 분이 많던 시절이었거든요.
"네. "
"자리좀 바꿔줘. 어머니 옆자리가 외국인이라 불편하시데"
그러면서 자리를 알려주는데 통로자리였습니다. 원래 원하던 자리를 찾아가는 법인가 봅니다. 제 오른쪽 창가자리에는 부인분이 가운데 자리에는 덩치큰 남편분이 앉아 계셨지요. 예의상 "Hi" 하면서 인사하는데 폴란드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비행기에는 단체관광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모든 창가에 연세드신 분들이 앉아 계셔서 가이드가 이렇게 좌석배정을 미리하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인도계로 보이는 여자분이 오셔서 영어로 뭐라고 앞자리 창가에 계신 아주머니께 말씀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본인 자리라는 이야기 였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그 말을 못알아 들으셨고, 아마 본인 자리 아닌데 앉은걸 아셨는데 본인 보딩패스를 주는 동작을 취했습니다. 아마 자리를 바꿔달라는 이야기겠지요. 인도계 여자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승무원을 불렀습니다. 태국인 승무원은 영어를 했지만 우리말은 못했습니다. 결국 어떻게 어떻게 가이드로 보이는 남자분이 오셨고, 결국 아주머니는 창가자리를 인도계 여자분께 내어드렸습니다.
이 비행 이후 탔던 어느 비행기에서도 자리 바꿔달라는 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없는 일은 아닌가 봅니다.
그냥, 비오려고 하는 흐린 오후에 예전 추억이 떠올라서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