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라면 크루즈를 안 탈 이유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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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라면 크루즈를 안 탈 이유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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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한국여행을 중단한다. 

터무니없는 항공료와 놀라울만큼 폭등한 현지 숙박비, 외식비가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크게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봄 나들이 행선지를 유럽으로 정했다. 

10 여 일 정도 짧은 기간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닐 수 있는 이동수단을 연구하다보니 크루즈가 시간절약과 가성비 면에서 압도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숙소와 여행지를 스스로 짜면서 육로로 이동하는 자유여행자체가 귀찮아졌다.  


크루즈 초보자이니 가장 일반적인 서지중해 루트를 선택했다. 

에드먼튼에서 서지중해 크루즈 출항/도착지 바르셀로나로 가는 항공료는 에어캐나다 기준 서울인천행의 절반가격에 불과하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을 제외한 유럽행 항공료는 서울인천행에 비해 대체로 비슷하거나 비쌌는데 지금은 아예 더블로 역전된 상태다.


크루즈를 하려면 알래스카 크루즈를 먼저 하라는 조언이 있었지만, 글레이셔베이가 포함된 알래스카 크루즈는 크루즈 자체의 비용이 높아 출항도시인 밴쿠버나 시애틀에 살지 않는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유럽 크루즈를 가는거와 별 차이가 없었다. 

AMA, 크루즈닷컴, 익스피디아 전부 알아보았는데 다 마찬가지였다. 

알래스카 크루즈의 항해전경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일단 알래스카 크루즈는 가을로 미루고 크루즈의 첫 시작은 서지중해의 잔잔한 봄바다에서 시작한다. 


선박과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코스타 사의 18 만 톤급 Smeralda 가 유력하다. 

코스타 사는 2012 년 크루즈 좌초사고로 33 명의 사망자를 낸 적이 있는 그 회사다. 

선장이 구명정을 타고 먼저 탈출하는 바람에 코스타 사 뿐 아니라 선박국적지인 이탤리가 개망신을 당했었다. 

당시 이탤리 토스카나 항만책임자가 구명정 위에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선장에서 쌍욕을 해가며 배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출항하여 칸느(남프랑스), 제노바(이탤리), 플로랑스-라스페치아 (피렌체, 이탤리), 치비타베키아(로마, 이탤리), 로마 출발 먼바다로 나가 전일항해 후  팔마데마요르카(스페인)를 거쳐 바르셀로나 출발 8 일 후에 다시 바르셀로나로 입항한다. 


기항지는 루트를 선택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대체로 대동소이한 것 같다.  

기항지투어비용은 보통 CN 100 불 내외로 알래스카 크루즈 기항지투어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알래스카 크루즈의 기항지 투어가 비싼 이유는 빙하위에 기착하는 헬리콥터 투어와 고래를 보러 고속정을 타고 바다를 돌아다니는 whale watch tour 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기항지 투어에는 개썰매와 같은 야만적인 동물학대투어도 비싼요금을 받으며 운영하고 있다. (역시 미국은 아직 멀었다) 

이에 비해 서지중해 기항지투어는 대부분 셔틀투어버스를 타고 기항지 인근 도시에 나갔다 돌아오는 일정이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서지중해 크루즈 자체비용은 발코니객실 7 박 8 일 기준 CN 1,500 달러 (1 인) 정도다. 

맨데토리 봉사료가 하루에 CN 15 ~ 18 달러 정도 승선카드를 통해 등록된 승객의 신용카드로 자동차지되므로 CN 100 달러 정도의 별도비용을 추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 ~5 성급 호텔룸에 해당하는 선실에서 7 박하며 6 개 여행지를 잠자는 동안에 데려다주고 크루즈요금에 포함된 5성호텔급 정찬과 버페를 포함한 식사를 24 시간 아무때나 할 수 있는데다 브로드웨이급 공연을 매일 밤 관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비용이 그다지 비싸보이지는 않는다. 


귀찮은 점이 두 가지 있다면, 


첫째, 정찬 레스토랑의 경우 두 번 정도 드레스코드가 있는 저녁식사가 있으므로 수트재킷과 타이, 구두, 원피스 (성이 선택이 된 시대에 굳이 '여자의 경우'라고 특정하지 않는다) 정도는 따로 준비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먼바다에서는 인터넷이 안되는데, 크루즈사에서 제공하는 선상 모바일 옵션은 인공위성 신호를 이용하므로 무척 비싸다. 모바일 옵션을 드링크패키지와 묶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술을 마시지 않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불리하다. AMA 나 익스피디아 고급회원이라면 선상 모바일과 드링크패키지를 제공받는 특전을 누릴 수도 있으니 잘 서치해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어쨌든 당분간,


태평양은 그만 건너가고 대서양을 건너가자. 

14 Comments
필리핀 2023.12.10 10:58  
장거리여행이 부담스럽고 크루즈여행이 땡긴다면
이제 바야흐로 할배의 길로 접어드신 겁니다^^;;
sarnia 2023.12.10 11:41  
[@필리핀] 크루즈 연령대가 다양해졌다고 해요.
편하고 가격도 내려가고.
한국출발 크루즈도 생각해봤는데 이미 가 본 곳이 많고,
무엇보다 동선이 길어 하루종일 또는 며칠간 망망대해를 밑도끝도없이 항해해야 하는 코스더군요.
내가 항해사도 아니고,
망망대해는 날씨가 안 좋아 파도가 높으면 개고생 할 위험도 높고,,
그건 인기가 가장 많다는 캐러비언 크루즈도 마찬가지더군요. 
갔다 와 본 사람들 말 들으니 그저 지중해가 딱 이예요. 
알래스카는 오로라나 빙하보기 어려운데 사는 여행자들한테는 괜찮지만 나야 뭐..
필리핀 2023.12.12 06:40  
[@sarnia]


저는 요거 타보려고 해요.
우선 가까운 데서 출발해서 좋고
게다가 여행기간이 길어서 좋고
무엇보다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제게는 딱이에요^^
2025년 8월에 출발하는 코스가 맘에 드네요.
sarnia 2023.12.14 10:28  
[@필리핀] 우와. 일정이 엄청나네요.
내년 첫 출항은 4 월 13 일인데 총선 끝나고 출발하시면 되겠어요.
요코하마 출발 고베 도착 석달 반 짜리 여정인데,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콜롬부스도 아니고,,

아시아 돌고 수에즈운하 통과해서 유럽돌고
대서양 건너 뉴욕 갔다가 남하한 후 파나마운하 통과해서 알래스카까지 북상했다가 일본으로 귀환하는 세계일주네요.
발코니캐빈 얼마인지 알아봐야겠어요.
필리핀 2023.12.17 05:38  
[@sarnia] 발코니 캐빈...혼자 쓰시면 정상가는 7,500만인데 할인가는 4,500만원쯤 하고
쉐어하시면 정상가는 4,400만원 할인가는 2,500만원쯤 하네요.
Vagabond 2023.12.11 11:02  
나중에 후기도 부탁드려요 ~
크루즈는 임박해서 땡처리 티켓도 쏠쏠 하다던데
다녀오시고 많은 정보 공유 해주세요
포털 검색해보면 정보는 없고 죄다 자랑질들만 해놓은거라
건질게 없어요ㅋ
sarnia 2023.12.11 12:33  
[@Vagabond] 저는 태생적으로 겸손은 힘든데,
그동안 크루즈를 집중연구한 결과 타보기도 전에 크루즈여행사 차려도 될 정도가 되었으니까 뭐든 물어보세요.
초보자는 무조건 밴쿠버에서 출발해서 밴쿠버로 돌아오는 7 박 8 일 알래스카 인사이드패시지 루트로 시작하는 걸 추천드려요.
항해전경이 아름다워서 크루즈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거리 항해가 자기에게 맞는지 러프하지 않은 조건해서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죠.
처음부터 덮어놓고 먼바다로 나가야 하는 크루즈로 시작했다가 멀미로 혼찌검이 나면 다시는 크루즈와 친해질 수 없어요.
Vagabond 2023.12.11 16:59  
[@sarnia] 일단 궁금했던 디테일요..
1.그렇게 큰 배도 멀미가 있는지요..제가 좀 심해서리..
2.그렇다면 객실 선택시 가급적 윗층이 좋은지 아랫층이 좋은지요
3.예를들어 발코니 객실과 내측 객실이 서비스상 차별이 있는지요
4.카지노 외에 선내에 유료시설은 어떤게 있는지요
sarnia 2023.12.11 22:49  
[@Vagabond] 1. 크루즈선에는 대부분 stabilizer 가 장착되어있어 모션을 흡수하기 때문에 잔잔한 바다를 순항할때는 승객들은 움직임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파도가 높은 공해상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배가 아무리 커도 바다에서는 한 조각 낙엽이지요. 심하면 승객들 뿐 아니라 승무원들도 멀미를 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중지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2. 가장 좋은 캐빈위치는 배의 중간부분 너무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으며 위아래가 같은 캐빈이라고 합니다. 너무 높은 층은 멀미위험이 높고 너무 낮은 층은 구명정같은 게 시야를 일부 가릴 수 있습니다. 예약등급에 따라 선실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3. 저는 발코니객실로 예약했는데 객실등급별로 서비스 차별은 없습니다. 다만 스위트객실의 경우에는 돈을 따로 내야하는 스페셜티 전용시설을 무료로 제공받기도 합니다.     
4. 다이닝과 버페는 요금에 포함되어 있지만 스페셜티 레스토랑은 돈 따로 내야하고요. 술도 돈을 내야 합니다. 드링크패키지를 따로 구입하면 돈 안 내도 됩니다. 모바일이나 스파 마사지 당연히 유료고요. 수영장 사우나 운동시설 공연 등등은 다 요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Vagabond 2023.12.11 23:01  
[@sarnia] 허허참 이런 시원함이 다 있나요..
한 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키오 2023.12.15 16:24  
[@Vagabond] sarnia님께서 답변을 자세히 해 주셨기에 추가로 생각 나는 점 몇가지만 말씀 드립니다.
1. 몇번의 크루즈를 타 본 경험으로는 미국 선사 크루즈선이 식사도 푸짐하고 시설도 좋더군요. 물론 제 한정된 경험에서 나온 말이니 틀릴 수도 있겠네요.
2. 스페셜티 레스토랑 적극 추천합니다. 생각에 따라서는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용 대비 가성비가 정말 좋습니다. 상당히 전문적인 식사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정통 프랑스식당, 이태리 식당 등이 좋았습니다.
3. 원칙적으로 주류 반입은 안 되지만 일일이 검색하는 것도 아니니 술 즐겨하시는 분이라면 팩소주 등을 충분히 가져 가시는 것도 도움이 될듯 싶습니다.
4. 파도가 많이 치면 배멀미로 고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가급적 (발코니가 있는) 객실에 머물기보다 선내 중심부분에 위치한 공용시설을 이용하는게 도움이 됩니다. 가령 중앙공간 휴게장소에서 같이 간 일행과 브릿지게임 같은 카드게임에 몰입하면 멀미를 덜 느낄 수 있습니다.
5. 크루즈는 코스에 따라 젊은이들 위주라든지 elder person이 많든지 한데 구성원에 따라 크루즈 분위가가 꽤나 달라지더군요. 이 분위기가 중요하니 사전에 그런 것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6. 크루즈 예약은 early bird rate와 normal rate가 꽤 차이가 납니다. 가능하면 일년전쯤 어디로 갈지 계획을 세우고 인터넷 검색으로 몇군데 크루즈를 비교해 가면서 좋은 조건을  찾으면 좋겠죠?
7. 크루즈는 부부나 커플 달랑 둘이 가면 놀 수 있는게 제한됩니다. 적당히 4 커플 정도가 같이 가면 한 dining table을 여행 내내 고정좌석으로 확보할 수 있어 서양인과 피곤한 말상대 안해도 되고 편하더군요. 즐길거리도 많아지고.
8. 영어 구사가 능숙하지 않은 분들이 걱정이 많으실텐데 매일 발행되는 알림지, 혹은 알림메세지를 보고 해석이 힘들면 구글 렌즈앱 등 번역기를 이용하면 해석 가능하지요. 음성방송은 못 알아들을 때도 있어 불편한 점이 있긴 할겁니다만 그게 결정적 장애는 안될듯 싶습니다. 확실히 알려면 자꾸 물어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지요.
9. 크루즈예약은 인터넷이나 국내 에이전트를 통해 할 수 있지요. 인터넷 예약이 에이전트 수수료가 없고 또 special deal이 뜨기도 해서 추천 드리지만 처음 가시는 분이라면 에이전트를 이용하는 게 맘 편할 수도 있습니다.

이상 생각나는대로 써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Vagabond 2023.12.15 21:00  
[@키오] 정성어린 답글 감사합니다
kairtech 2023.12.11 21:19  
vacation to go 라는곳을 드나들며 눈팅중인데
가까운 싱가폴출발 푸켓들려 다시싱기폴로 돌아오는 코스가 그나마 현실적으로 가능한 스케쥴인데
사르니아님은 대서양쪽으로 진출하실모양이니  향후 승선소감을 기대해봅니다
sarnia 2023.12.11 22:53  
[@kairtech] 한국에서 출발해서 가신다면 꽤 먼 거리를 이동하시네요.
거리가 가까워도 인사이드 패시지가 아닌 먼바다 항해는 날씨가 여행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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