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입국 인종차별?..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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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욕을 먹고 있다.
한국매체들이 태국현지언론을 이용해 보도한 내용을 추려 전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출입국외국인 사무소가 태국인 입국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많은 경우 입국장에 따로 마련된 ‘진실의 방’으로 끌고가 과도한 인터뷰로 닥달하다가 추방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에 분노한 태국인들이 ‘한국 여행 가지마!’ 를 외치며 ‘한국은 인종차별을 일삼는 문화적 후진국’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나는 한국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태국인들에게 유별나게 인종차별적인 입국심사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바로 며칠 전에 이 기관과 관련해 좋은 경험담을 올린 사람으로서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어쨌든 나는 33 년 만에 다시 서울시민이 된 역대급 저출산국의 예비역 국민으로서,
내국인은 물론 합법적 체류자들조차 하려 들지 않는 궂고 험한 일들을 도맡아 이 엔진만 거대하고 바퀴는 없는 것 같은 나라를 굴러가게 하는데 큰 힘을 보태고 있는 14 만 주한 태국인 서류미비자분들께 비공식 감사패와 훈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서울의 한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내가 목격한 상황 하나가 있는데, 위 내용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내 옆옆 창구에서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이 불만을 터뜨리며 직원에게 뭔가를 항의하고 있었다.
이 외국인의 항의는 두 칸이나 떨어진 내 창구에서도 또렷이 들릴만큼 컸는데, 이에 응대하는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모기만한 소리로 단문답식 응대나 질문을 할 뿐이었다. 직원이 잘 못알아듣는지 그 민원인은 “노노, 유아낫 리스닝”(아주 무례하고 공격적인 표현이다)하며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고용주 서류 어쩌구 하는 말로 미루어 저 외국인은 한국에서 일하며 사는 사람같은데, 출입국사무소 직원이 언어에 압도당해 외국인 민원인에게 끌려다니고 있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한국에 돈벌러 온, 또는 살러 온 외국인 민원인에게 영어로 응대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가 아니다. 당연히 한국말로 해도 된다. 민원인이 한국어를 모르면 통역을 부르면 된다.
출입국외국인 사무소 직원은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비영어권 나라 대통령이 미국의회에 가서 되지도 않는 영어로 지껄여 귀염둥이 취급이나 받을 필요가 없듯이 비영어권 나라 공무원이 그 나라에 일하러 왔으면서 시건방을 떠는 외국인에게 기가죽은 영어로 응대할 필요는 없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캐나다나 미국공항의 입국심사관들 중에는 외국출신들이 허다하다. 밴쿠버 공항으로 입국한다면 아마 당신은 내가 인도에 잘못 온 게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로 인도계 입국심사관이 많은 것을 목격할 것이다.
요즘은 입국심사를 인공지능이 하므로 입국할 때 입국심사직원을 만날 일이 없지만, 내가 본 한국계 입국심사관도 두 명이나 있었다.
과연 인도계 입국심사관이 인도에서 온 입국자를 대할 때 힌디나 펀자비로 말할까?
그 한국인 입국심사관은 나를 보고 ‘어, 한국분이세요? 나도 한국인이에요, 반가워하면서 한국어로 응대할까?
절대 아니다. 캐나다 공용어인 영어로 말한다. (하긴 그 한국인 입국심사관은 첫 마디로 한국인이시죠? 라고 물어보긴 했다. 한국분이시죠가 아니라 한국인이시죠 라고 물어봤다는 건 그 사람이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입국심사관은 그 나라의 공무원이다. 다른 공무원은 몰라도 출입국 공무원은 자기나라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 나라 공용어로 외국인을 상대하고 필요하면 통역을 부른다.
출입국 공무원은 자신이 외국인 상대에게 언어주도권을 빼앗기고 언어로 압도당하며 호구잡힐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하는 게 정석이다.
내가 며칠 전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목격한 상황은 도대체 누가 외국인 민원인(신청인)이고 누가 심사관인지 주객이 전도된 의아한 시추에이션이었다.
명색이 대한민국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대한민국 법무부 공무원이 외국인 신청인에게 거꾸로 심사를 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면 안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