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나쁘다는 두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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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나쁘다는 두 도시

sarnia 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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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는 어디냐고?  

내가 살기 좋은 도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의 Global Liveability Index 2023 에 랭크된 도시들 순위는 절반정도 참고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와 도시가 그 개인의 운명의 절반정도를 결정한다는 말에 대체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EIU 는 영국에 본사를 둔 매체에서 운영하는 인덱스/평가 전문기관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회사니까 영국인의 관점에서 평가했을 거라는 지레짐작은 촌스러운 편견이다. 

영국인의 시각에서 평가했다면 영국 도시가 한 개라도 상위에 랭크될만도 한데 영국도시들 중에는 상위에 랭크되기는 커녕 상위 근처에 간 도시조차 없다. 

특정 문화권 시각만을 중심으로 평가서를 작성하는 평가기관은 곧바로 퇴출되는 세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뉴욕이나 서울같은 도시가 각각 50 몇 등과 60 몇 등에 불과하다고 해서 서운하지 않다. 

하긴 두 도시 모두 여행하기 즐거운 도시이지 살고 싶은 도시가 아니기는 하다.         

그런 도시에 살고 싶은 사람들은 따로 있을 것이다. 


어떤 분야든 첨단 트렌드에 도전해서 승부를 보고 싶은 야망을 가졌다면 뉴욕에 살아볼만하다. 

맨해튼에 있는 방 한 개 짜리 아파트에 렌트비를 매달 6 천 달러씩 내가며 살면서 쥐가 돌아다니는 지하철이나 타고다니더라도 뉴요커가 되고 싶어 하는 엘리트들은 전 세계에 차고 넘친다. 

하지만 평양감사도 제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고 나같은 사람이 뉴욕의 삶의 질을 평가했다면 50 몇 등이 아니라 시리아의 다마스커스 비슷한 170 등을 매겼을지도 모르겠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는 은마아파트라는 오래된 아파트먼트 건물군이 있다. 

백마탄 왕자의 백마보다 한 단계 높은 은마라는 의미의 이름인데, 사람들이 못 알아볼까봐 그랬는지 한자로 銀馬라고 써 놓았다. 

1970 년대 캬바레 이름 비슷한 이 아파트를 모르는 사람이 가서 보면 영락없는 정부보조 빈민촌라고 해도 믿을 수 밖에 없어 보이지만, 그 아파트 주민들은 그 낡아빠진 아파트에 산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금도 여전히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내가 그 아파트에 방문했던 10 여 년 전에는 그랬다.  

프라임무비 한국영화 House of Hummingbird 에 나오는 은희네 집도 바로 그 은마아파트다.   



삶의 질 탑 10 에 뽑히는 도시 중에는 캐나다 도시 세 군데와 일본 도시 한 군데가 늘 단골로 등장한다. 

밴쿠버, 캘거리, 토론토, 오사카가 그 도시들이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이 단골 사형제가 모두 탑 10 안에 들어갔다.

순위도 위에서 나열한 순으로 늘 같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이 도시들의 공통점을 한 가지 발견해 놓은 게 있다. 

모든 게 예측하고 기대한대로 돌아가는 도시라는 점이다. 

공무원형 삶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도시들이 천국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같이 은퇴를 몇 년 앞 둔 어르신도 마찬가지다. 

(참, 공무원 이야기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수 년 안에 공무원 업무 상당부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우선은 하위직일수록 대체율이 높다. 절대 안정된 직업이 아니니 공무원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EIU 는 삶의 안정성 요소들만을 삶의 질 기준으로 판단하고 평가순위를 매긴것 같은데, 이제는 좀 다른 기준들을 적용해서 사람들의 취향별로 평가를 내놓은 인덱스가 따로 나올때도 된 것 같다. 


매년 거의 똑같은 순위 이제는 보기도 지겹다. 


사람들의 취향, 가치관, 리스크테이킹 정도는 다양하게 분화하는데, 

이코노미스트도 변하지 않으면 그저 권위에나 의지하고 전통에나 안주하는 이류매체로 하루아침에 전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4 Comments
필리핀 2023.06.26 11:53  
저는 전국 3대 짬뽕...이런 멍멍이 소리는 안 믿는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것도 역쉬 멍멍이 소리라고 생각해요.
지구상의 수많은 인간들은 그 생김새 만큼이나 삶의 취향도 다양한데
어찌 그걸 몇몇 주관적 기준으로 재단해서 순위를 매길 수 있나요.
이런 순위가 얼마나 지독한 멍멍이 소리냐는 것은,
상위권 도시가 대부분 물가가 천문학적으로 비싼 도시라는 걸로 증명이 되죠.
차라리 졸부들이 살기 좋은 도시 순위라면 믿겠어요!ㅎㅎ

갱상도, 특히 대구 경북권 출신들은 '으'와 '어' 발음을 잘 구분 못하는데,
그래서 요즘도 밤늦은 시간에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택시를 잡아타고
'엄마아파트 가자!'고 외치는 취객들이 종종 있다지요? ㅎㅎㅎ
sarnia 2023.06.27 09:00  
[@필리핀] 재건축 바라보며 20 년 넘도록 그런곳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분들의 행복감도 존중받아야 하지요.
한국에서는 정신승리라는 말을 나쁜 의미로 쓰던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남과 비교나하면서 불행해지는 사람보다는 스스로 정신승리하면서 행복해 하는 삶이 훨씬 나은거라 생각해요. .

그건 그렇고,

EIU 인덱스는 주관적이라기보다는 평가항목이 너무 적고 적용기준도 고답적이라 이젠 좀 바꿀때도 됐어요.
바꾸기 싫으면 더 다양한 평가기준들을 만들던가요.
kairtech 2023.06.28 08:26  
이젠 키보드누르는것도 귀차느짐으로 뜸해지네요
보는것도 눈이침침해져서  자제하면서
푸른 녹음을보며  TV 안보면서  그리지내다보니 그또한 한가지 방편이기도하네요
부지런한 사르니아님은 여전히 왕성하게 여기저기 잘다니시면서 꾸준히 글올리시네요
sarnia 2023.06.29 08:30  
[@kairtech] 제가 부지런하다기보다는 태사랑이 예전에 비해 많이 쓸쓸해져서 그래요.
저도 예전에는 할 말이 있을 때 올렸지만 요새는 심심할 때 한 번 씩 올리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보다는 TV 앞에 앉아있거나 나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아져 여기는 별로 들여다 볼 시간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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