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vs 탐험가? 꼰대같은 헛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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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vs 탐험가? 꼰대같은 헛소리

sarnia 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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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의 해저탐지기술력은 역시 대단하다. 오션게이트 잠수정 ‘타이탄’이 수압에 의해 내파된 직후 이미 그들은 그 사실을 감지하고 있었다. 북대서양 해저에서 활동중인 remotely operated vehicle (ROV)이 잠수정내파를 탐지해 낸 것이다. 그랬으면서도 잔해가 발견될 때까지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잠수정을 수색한 주체는 미국해안경비대 (US Coast Guard)와 캐나다해안경비대(Canadian Coast Guard)였지만, 실제로 사고를 탐지하고 잔해를 발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부서는 미국해군(USN)이었다. 미국해안경비대의 평시작전지휘부서는 국토안보부로 해군과는 다른 지휘라인에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잠수정의 implosion(내파) 속도는 1000 분의 1 초 이내였을 것이기 때문에 탑승자들은 자신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사고를 당한 분들의 유가족들께 조의를 표한다. 


이 사건을 두고 또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그들이 초호화 관광객이었다는 주장과 탐험가였다는 주장이 갈려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관광객이면 개죽음이고 탐험가면 다소 숭고한 죽음이라는 걸 각각 주장하려는건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천하에 쓰잘떼기없는 소리들은 그럴듯한 논리들이 첨가되어 어느 한 편으로라도 쏠려서 속아넘어가기 십상이다. 


“타이타닉의 비극은 관광객들이 잠수정 타고 내려와 그 현장을 둘러보라고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라는 꼰대형 훈계는 일견 그럴듯하게 들리는지 찬동하는 의견이 많아 보인다. 


‘해저관광에 25 만 달러나 쓸 돈이 있으면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라’는 비난도 빠지지않고 등장한다. 


그런데 나는 왠지 그런 주장을 입밖으로 내서 하는 사람들 중에는 단돈 25 불도 기부한 적이 없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일 거라는 본능적인 확신이 든다. 


실제로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당위때문에 기부하는 게 아니라 기부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남을 훈계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부 운운 하는 사람들은 남을 위해 무엇을 기부할 때 기분이 좋아지거나 마음이 편안해질리가 없을 것 같기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들이 관광객이면 비난받아야 하고 탐험가라야 비로소 애도를 받을 자격이 있나? 그럼 관광객이나 탐험가 대신 여행자라는 단어를 쓰면 좀 중립적으로 보이나?      


관광객이 곧 탐험가이고 탐험가가 곧 관광객이다. 단어가 주는 어감이 달라보일 뿐,  출발동기가 생명의 기본동력 중 하나인 curiosity 라는 점에서는 관광객이나 탐험가나 동일한 본질을 가진다. 


그들이 관광객이면 25 만 달러 짜리 황제여행일 뿐이고, 탐험가라면 좀 더 가치가 있는 투자자들 처럼보이는 건 착각에 불과하다. 


관광객과 탐험가 사이에 가치서열 같은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탑승객들은 한 명을 제외하면 이미 고도의 리스크테이킹 탐험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이 심해항해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파키스탄 사업가 Shahzada Dawood의 열 아홉 살 짜리 아들 Suleman은 자신은 진짜 잠수정에 탑승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침 항해 출발일이 Father’s Day(6 월 18 일) 여서 아빠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함께 탑승했다고 전해졌다.


모험을 사랑했던 48 세의 아버지와 두려움을 무릅쓰고 그 아버지와 동행했던 아들의 죽음에 특별한 조의를 표한다. 


관광이건 탐험이건 우주여행보다 어렵다는 심해여행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완벽에 가까운 잠수정 제작이 필수인데, 타이탄의 비극이 미래의 안전한 잠수정 제작에 역설적인 공헌을 하는 계기역할을 할 게 분명하다. 


해저음향탐지와 식별을 하는데 신의 경지에 이른 미국과 7,000 미터 해저에서 700 기압을 견딜 수 있는 잠수정 소재개발 및 제작에 성공한 중국의 기술이 만나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게다가, 


현재 인류의 능력으로는 동물의 세포와 신경조직처럼 복잡한 현재의 공급망을 인위적으로 재편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뒤늦게나마 깨달았으니 이것 또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1000 불만 내고 타이타닉 탐사여행을 떠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



그건 그렇고, 


나는 오늘 깜짝 놀랐다. 


이런 분위기파악 끝까지 못하는 멍충이인 줄 알았던 어떤 사람이 어제 베트남에선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캐나다가 AI 강국이 된 이유가 문화적 다양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는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그 말을 듣고 그 의미를 이해했다면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초일류기업들과 초일류기술들이 어떤 협업 생태계를 통해 탄생했다는 것도 깨달았을테니 다행 중 천만다행한 일이다.  


술취해서 나온 소리일 수도 있으니, 뭐 더 두고 봐야알겠지만,, 


한국 혼자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8 Comments
Vagabond 2023.06.25 10:54  
어쩌면 처음부터 생존자 구조작전이 아니라
사고 잠수정 수색 및 인양 작업이었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해류에 쓸려갔다쳐도 잠수 포인트 기준으로 9t짜리 쇳덩어리가 얼마나 갔겠어요
수색범위가 남한면적의 25%라는 얘기 들으면서부터 이상했습니다

건글코
탐험가가 관광객이나 여행자보다 왠지 쓰레기는 더 많이 버리고 다닐것 같네요
얼어죽을 탐험가ㅋ
sarnia 2023.06.25 11:20  
[@Vagabond] 순간적으로 implosion 된 후 바닷물이 들어올 사이도 없이 다시 explosion 되어 산산조각이 났다고 합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시간은 1 천 분의 1 초.

시신은 조각조차 발견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바닷속에서 산화되었을 것이고 5 인치 두께의 잠수정 벽 조차 파편화되어 해저바닥에 흩어졌을텐데,,

연평도 앞바다에서 그 신출귀몰한 기적을 일으켰던 쌍끌이어선도 없는 미국 해군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잔해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필리핀 2023.06.25 12:56  
수백명이 탄 난민선이 침몰할 땐 침묵하던 언론이 호들갑 떠는 걸 보면서 천민자본주의 세상이라는 걸 절감했어요.
(이런 일에만 눈알을 부라리며 침을 튀기는 관객들도 도찐개찐이지요.)
남들보다 돈 쫌 많이 벌었다고 오만해진 인간들의 최후가 어떠한 건지도 잘 목격했구요.
그나마 산소 부족으로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지 않고 눈깜짝할 사이에 죽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죠.
sarnia 2023.06.25 22:24  
[@필리핀] 그래서 제가 그 눈을 부라리며 침을 튀기는 관객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중이예요.
어쨌든 이 사건은 좀 더 안전한 잠수정, 잠수선, 잠수함, 잠수차(? 노노 이건 아니고)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또 그렇게 될 거라고봐요.
타이타닉 침몰후에 배가 더 안전해졌고, 대연각호텔 참사후에 한국의 화재안전매뉴얼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듯이 말이죠.

놀이공원에서 잠수정을 한 번 타 본 적이 있는데,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답답하고 다시는 탈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근데 심해여행은 해 보고 싶어요.
뽀뽀송 2023.06.26 19:46  
[@필리핀] 고통...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네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배 밖으로 대피해란 말 한마디면 됐을 텐데...
필리핀 2023.06.27 06:06  
[@뽀뽀송] 아이들 꺼냈을 때 손이 엉망으로 망가져 있다고 들었어요...
얼마나 나오고 싶어서 몸무림 쳤으면...ㅠㅠ
뽀뽀송 2023.06.26 19:42  
술자리서 누군가 술취해 떠든 소리 귀에 담았다가 내뱉는 건데, 놀랄일 일까요?
대한민국의 모든 국정 운영이
술자리 취중 만담에 주워들은 얘깃거리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얘들이야 이게 뭔가 싶겠지만,
학부모들 속 상한한 불안감은 어찌 달래야 할 런지...

술자리 만담 수준에,
주무장관은 한 수 배운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이 지금
그렇게 돌아가고 있네요.

하.................
sarnia 2023.06.27 09:05  
[@뽀뽀송] 트럼프가 공화당을 망가뜨려 놓았듯이,
저 부부가 그 나라 보수주류를 망쳐놓을 게 확실시 됩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상상을 초월한 비겁자가 되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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