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한국에 있으니까 행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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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동에 학림다방이 있다면 명동에는 카페 ‘가무’가 있다. 비엔나커피를 파는 오래가게(노포) 다방들이다.
가끔 달달한 커피가 땡길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비엔나커피가 생각난다. 꿩대신 닭이라고 비엔나커피가 땡길때는 캐러멜 마키야토를 대신 주문하기도 한다.
상념에 잠긴채 봄비내리는 충무로를 내려다 보며 비엔나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가무를 추천한다.
하동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가무에서 비엔나커피를 주문했다.
1972 년 개업해 51 년 째 영업중이다. 원래 이름은 까뮈였다고 한다. 까뮈라는 카페이름은 프랑스(알제리) 국적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알베르 까뮈에서 따왔다고 한다.
당시 한국정부가 무슨 발작을 일으켰는지 갑자기 외래어 상호명을 바꾸라고 닥달을 해대는 통에 카페이름을 까뮈에서 가무로 바꾸었다.
외래어 상호를 전부 우리말로 바꾸라는 명령은 청와대에서 내려왔는데, 나는 청와대 누군가가 그런 명령을 내린 이유가 외래어 상호때문이 아니라 카페 까뮈때문이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까뮈는 프랑스 공산당과 알제리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이 있는 사회주의자였다가 나중에 우익으로 전향한 전력이 있는데, 내심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 그가 그 빌어먹을 카페이름을 없애버리라고 명령했을 것이라는 게 내 느낌적 추론이다.
그는 알베르 까뮈의 책이라곤 구경조차 해 본 적이 없으나 정보장교 출신이라는 특수업무배경이 그로하여금 까뮈의 사상적 배경정도의 기본지식을 갖게 했을 것이다.
알베르 까뮈는 전향은 했으되 동지를 팔아먹지는 않았는데, 동지를 수 백 명이나 죽음으로 몰아넣고 변절한 그에게는 까뮈라는 이름이 매우 기분나빴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그의 얼굴피부가 까무잡잡하다는 것도 까뮈라는 이름이 그의 기분을 더 잡치게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만 까뮈만 특정해서 상호를 바꾸라고 강요하면(특별개명) 너무 속보이는 수작이므로 모든 외래어 간판들을 전부 다 바꾸라는 명령(일반개명)을 내렸을 것이다.
이상은 정치적인 의도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이 카페 가무의 강제개명과 관련된 지나간 역사를 합리적 추론에 근거한 뇌피셜로 심심해서 이야기한 것이니 그냥 심심풀이 정도로 읽어주시면 되겠다.
커피는 진한 어메리카노였고 풍성한 휘핑크림 위에 계피가루같은 게 뿌려져 있었다. 어메리카노는 뜨거운 물로 농도를 조절하는데 휘핑크림이 커피를 연하게 하므로 커피는 조금 진하게 내려야 한다.
가격은 6 천 원. 케잌조각이라든가 마카롱같은 게 곁들여 나오지는 않는다.
실내 인테리어와 테이블, 소파는 70 년대 초반부터 사용해왔던 그대로다.
2 층부터 4 층까지 3 개층이 카페인데, 세대간 장벽과 segregation이 존재하는 이 나라의 현실을 반영하듯 2 층에는 장노년층 고객들이, 그 윗층들에는 2 ~30 대 고객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문화를 존중하라는 속언에 따라 어르신인 나는 2 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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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캐나다에 세 개 밖에 없는 (장사가 파리날리는 거지) 스타벅스 리저브가 한국에는 80 개가 넘는다.
연매출 300 억 달러에 육박하는 미국 커피재벌이 한국에 꽂아놓은 빨대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많이 빨대를 꽂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등을 처 먹었으면 로스터리라도 하나 건설해 주든지,,
참고로 진짜 스타벅스 리저브인 ‘리저브 Roastery’는 미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 세군데밖에 없다.
상하이(중국), 도쿄(일본), 밀라노(이탤리),
뉴욕시티(뉴욕), 시카고(일리노이), 시애를(위싱턴),
그중 가장 규모가 큰 볶음공장은 2019 년에 개장한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공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