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젖은 오므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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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젖은 오므라이스

sarnia 14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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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께서는 오므라이스와 카레라이스를 싫어했다. 내가 들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968 년 홍콩과 일본에 출장을 갔는데, 태풍때문에 예정된 날짜에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서 일주일 이상을 호텔에 갇혀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는 온라인 송금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고 도쿄에 지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 귀국 비행기가 뜰때까지 돈을 아껴써야 했다. 


그러다보니 가장 싼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결국 일본에서 가장 싸구려 음식에 속하는 오므라이스와 카레라이스를 며칠 동안이나 번갈아 사 드셨다고 한다.   


선친과는 달리 나는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편이다. 


토마토와 계란은 그 맛의 조화에 있어서 찰떡궁합이기때문에 안 좋아하기가 어렵다.  


신촌에 있는 현대백화점 음식코너에 가면 돈가스 + 오므라이스를 8 천 원에 파는 집이 있는데 (지금은 훨씬 더 올랐을듯) 한국여행 갈 때마다 한 번 씩은 간 것 같다. 


2018 년 가을엔가, 한국에서 최고의 오므라이스를 하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간 적도 있다. 


누구에서 소개받은 것은 아니고, 넷플릭스 드라마 심야식당에서 오므라이스집으로 나온 걸 본 것이다. 


늘 그렇듯이 순진한 나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드라마만 믿고 갔다가 낭패를 봤다. 북촌에 있는 뭉치바위라는 집은 오므라이스집이 아니라 쌈밥집이었다. 


도쿄 긴자에 렌카테이라는 유서깊은 식당이 있다. 


煉瓦亭이라고 쓰고 한국발음으로는 연(련)와정이라고 읽는다. 


한국사정에 어두운 내가 쌈밥집을 오므라이스집으로 잘못 알고 찾아갔듯이, 일본사정에 어두운 누군가는 이 집을 오므라이스집으로 잘못알고 찾아갈 수도 있다. 


포크커틀릿을 돈가스로 개조한거나 오믈릿을 오므라이스로 현지화한 게 모두 이 식당의 작품인 연유로 돈가스와 궁합이 잘 맞는 오므라이스를 사이드메뉴로 팔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집은 돈가스집이다. 


돈가스는 육식을 금지해 온 메이지 이전의 전근대에서 벗어나 서양의 육식을 일본식으로 처음 재창출한 음식이라는 점에서 개혁의 상징으로 꼽힌다.   


돈가스먹고 튼튼해져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국주의 열강에 올랐던 일본은 그 ‘돈가스 정신’으로 아시아 주변나라들을 서구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고 근대화시켜줬다고 지금도 자부하고 있다.  


유서깊지만 결코 비싸지 않은 이 허름한 돈가스집은 일본의 그런 자부심을 상징하는 노포라고 하니,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기분나쁘고 잘못된 자부심이기는 하지만, 아 그런 사연이 있는 식당이구나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고, 


도쿄 여행 중 긴자에 갈 일 있으면 궁금하니까 한 번 쯤은 사 먹어 볼만도 하지만, 먹방후기를 남길 마음은 전혀없다. 


왠지 자존감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14 Comments
sarnia 03.15 10:03  
오므라이스는 절대 죄가 없으니 다른 방으로 쪼까보내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
필리핀 03.15 11:18  
지금 이 시점에서 오무라이스는
한일 간의 정국을 상징하는 음식이죠~ㅎㅎ

저도 춘부장님처럼 카레라이스는 싫어합니다.
20~30대에 등산을 거의 매주 다녔는데,
그때마다 매번 산에서 숙박을 했고,
숙박을 할 때마다 카레라이스를 해먹었는데,
그때 하도 먹어서 질렸거든요ㅠㅠ
헌데 제가 싫어하는 건 '카레'고 '커리'는 좋아해요^^

입치료가 필요했던 일본 출신 메이저리거는
수년 동안 아침으로 카레라이스만 먹었다네요.
그 얘길 듣고 참 지독한 넘이라고 생각했어요...
sarnia 03.16 09:00  
[@필리핀] 저녁을 두 번 먹는다는 말은 야반도주의 은어이기도 하고.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는 테네시 주 멤피스로 트랜스퍼된 한니발 렉터가 임시감옥에서 감시경찰관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기 직전에 저녁을 두 번 먹기도 하지요. 세컨디너로 시킨 게 엑스트라 레어 양고기 스테이크 였어요.

선진께서 일본 출장 간 해는 1968 년이 맞을 겁니다.
유치원 다니던 꼬꼬마였지만 제가 기억하거든요.
연필깎는 통을 선물로 사 오셨고, 비오는 날 김포공항 전망대도 생각나고..
누군가가 그때 도쿄올림픽 이 있었다고 말한 걸 들은적이 있는데, 그건 아닌게 확실해요.
도쿄올림픽은 1964 년 이었는데 제가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1964 년 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때는 한일국교정상화 전이라 한일간에 정규노선도 없었을 겁니다.

저는 카레(오뚜기)를 싫어하지는 않는데 잘 안먹고 필리핀님처럼 커리는 좋아합니다.
밥보다는 주로 난에 찍어먹어요. 버터치킨도 난하고 잘 어울리죠.
Vagabond 03.15 11:36  
교토 지쇼지에서 내려오면 철학의 길이란 개천 옆길이 있는데
변변한 간판도 없이 노부부 두분이서 운영하는 식당이 있어요
할아버지가 오므라이스를 기가막히게 하십니다
저 혼자만 알고있던 맛집이었는데 아내를 데려가보니 역시나 맛있다고 하네요
연세도 많으셨는데..
아직도 운영하시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일본의 카레와 오므라이스는 질리거나 물리는 그런게 아닐텐데요 ㅎㅎ
난생 처음 도착한 카오산에서 첫메뉴로 그린커리를 한숟가락 먹고는
이틀정도 커피와 맥주만 마시고 지냈어요
인도에서도 그럭저럭 먹었는데 태국의 커리는
정말 드릅게 맛없더군요 ㅎ
DDM 3층 5인실에서 함께 죽때리던 분들의 권유로 국수를 먹으러 갔다가
팍치를 처음 접하고는 추가로 3일을 더 굶었습니다
다시 태국에 가게되면 열린 마음가짐으로 새로 Try 해보려합니다

정치글이라며 귀양 보내질까봐 아무말이나 막 해봤습니다
ㅋㅋㅋ
sarnia 03.16 09:08  
[@Vagabond]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일들이라서요 ^^
쌍욕이 나와야 되는데 웃음만 나오니 더 이상합니다.

근데 어디일까요?






Vagabond 03.16 12:43  
[@sarnia] 지쇼지에서 내려 오자마자 오른쪽 즈음에 있습니다
은각사와도 가깝죠..내려오는 방향이니 왼쪽은 개천가구요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생긴 개천이 동네마다 어디에나 흔하게 있는데
우리와 다른점은 물고기가 살고있다는 점입니다
마지막 방문이 5년쯤 전인데
이미 그때도 연세가 많아보여 당장 은퇴하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 사이에 COVID-19도 그렇고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예측이 어렵군요...
오사카의 40년 된 오코노미 야끼집도 있는데
할아버지 은퇴 후 다행히 아드님이 이어받아 영업중이더군요
남바 위에 아메리카무라 즈음에 있습니다
작은 가게에 혼자오거나 둘이 오는 손님들끼리
그 심야식당 드라마처럼 실제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눠요
저도 영어를 못하지만 저보다 더 못하는 일본 사람들이
더듬더듬 저에게 말도 걸고요
엄청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오코노미 야끼는 아시다시피 오사카와 히로시마 두군데가 원조예요
교토 니시키 시장에 그 오코노미 야끼의
원조가 있긴 합니다만 맛과 스타일이 좀 다릅니다

사진이 있나 찾아보니 금연 하기전에
담배 피고있는 흉한 사진밖에 없어서 못올리겠군요..ㅠ
sarnia 03.17 09:24  
[@Vagabond] 옛 조선반도 출신(이게 원래 워딩입니다) 해외 이주민으로서 일본이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은각사는 참 탐이 나더군요.
금각사보다 오히려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심야식당에 나왔던 한국 오므라이스집은 여깁니다.
사진을 찍어 놓은 게 있네요.
실제로는 오므라이스집이 아니라 쌈밥집입니다.


Vagabond 03.17 11:30  
[@sarnia] 네 맞습니다
누가봐도 금각사보다 은각사죠
개인적으론 청수사가 최고이긴 합니다만..
저는 심야식당을 조금 보다말아서 잘 모르긴한데
혹시 고독한 미식가 아닌가요?
뽀뽀송 03.17 23:33  
이게 오므라이스 추억담으로 퉁칠 일인지,
지지율 오르내림으로 끝낼 문제인지...

한일합방 당시의 조선민들의 분개가 어땠을지
미루어 느껴보는 요즘입니다.
sin12 03.18 00:05  
유서깊은 노포의 오무라이스 먹방짤을 sns에 올리고 싶은 여사님의 소망이 작금의 한일회담의 결과가 아니기를 바랄뿐입니다.

너무 어이가없다보니 별 상상을 다해보다가 문득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옵니다. '젠장 아직도 4년이나 남았구나!!!'
sarnia 03.18 08:55  
조마조마


는 아니고 여기에서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본문은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에 올린 글 입니다)
다만, 1985 년 플라자호텔에서의 치욕을 한꺼번에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는,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외교적 대압승을 거둔 나라의 굴러들어온 행운이 경이로울 따름이지요.
변제해 준 상대가 미국이 아닌 제 3 자 변제 좋아하는 어느 제 3 국이니 그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건 그렇고,

심야식당과 고독한 미식가는 다른 드라마입니다.
고독한 미식가와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이 식당투어하며 음식이야기를 하는 먹방튜브인데 비해 심야식당은 심야에 영업하는 작은 밥집에서 음식을 앞에 놓고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넷플릭스 드라마인 방랑의 미식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나저나 청수사는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네요.. 



Vagabond 03.19 16:55  
[@sarnia] 물론 두 작품이 헷갈리진 않습니다
심야식당은 시즌1을 보다가 점점 정서가 안맞아서 말았는데
그 칼자국 남성의 식당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밤에만 여는 작은 식당에서 서로 다른 스토리의 사람들끼리 대화도 나누고 풀어가는..
나중엔 한국에도 오나봐요?
어디 다니면서 식당 찾아다니는건 고독한 미식가만 그런줄 알았네요 ㅎ
한국인중에 고독한 미식가를 보고
마치 성지순례처럼 드라마속 식당을 찾아다니는 분들이 아직도 더러 있다던데
대부분 맛집도 아니고 심지어 지금은 없어진 집도 많다고 합니다
(애초에 맛집이 아니다보니 곧 망한거죠)
국익을 위해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묻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드라마 팬을 자청하며 씰데없는 얘기나 하고있으니
할렐루야 입니다
sarnia 03.19 22:15  
[@Vagabond] 심야식당 오므라이스편에 도쿄에서 외노자로 일하는 한국여자가 나옵니다.
식당 고객 중 이 한국녀를 좋아하는 일본 물리학자가 귀국하게 된 그 한국녀를 따라 그 부모가 하는 식당까지 찾아간다는 스토리지요.
북촌에 있는 뭉치바위라는 식당인데, 드라마에서는 오므라이스를 잘 하는 집으로 나와요. 
그냥 스토리 설정일 뿐 그 식당이 실제로 오므라이스를 파는 집은 아닙니다.
한국녀를 연기한 배우이름이 고아성인가 그래요. 나는 처음보는 배우입니다.

용산 윤씨가 고독한 미식가 팬이라는 말은 얼마 전 뉴스에서 봤어요.
드라마 원작인 만화작가 구스미 마사유끼가 그걸 소재로 산케이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을 조선일보가 받아서 보도했군요.
Vagabond 03.19 23:20  
[@sarnia] 쿠스미 머시깽이는 관상이 안좋아 별로고
드라마는 마쓰시게 유타카가 다 살렸죠
기타노 다케시와 함께나온 피와뼈부터 인상적이었던 연기파 배우입니다

제가 알기론 윤씨의 본관은 파평과 해평 두군데로 알고있는데
용산 윤씨의 시조가 생겨났군요...
오만 한씨, 도이치 김씨와 더불어 대한민국 3대 성씨네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