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는 왜 "standby"라고 대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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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종사는 왜 "standby"라고 대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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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는 이야기다. 


일부 항공사들은 교신청취 서비스를 제공한다. 승객들이 AVOD 오디오시스템을 통해 조종사들과 관제탑의 교신청취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자신이 현재 탑승하고 있는 비행기 부근에 있는 비행기 조종사들과 관제탑이 교신하는 모든 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한국 국적기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본 적이 없다. 


각국 조종사들과 관제사들마다 제각각인 영어발음을 듣는 것은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도쿄관제탑 여성 관제사였다. 특유의 강한 일본엑센트 영어발음이 또박또박 정확해서 마치 일본 만화영화 나레이터를 듣는 것 같았다.


영어발음이 제각각이긴 해도 사용하는 용어가 제한적이고 반복적이어서인지 서로 못 알아듣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서로간에 의사를 전달할 때마다 상대의 말을 분명하게 다시 복창함으로서 소통이 완료되었음을 확인한다는 점 이었다.  

  

외부 청취자가 잘 알아듣기 어려운 교신내용도 많았다.


“도쿄콘트롤 투 아시아나 원식스X   디센딩 투 식스-제로, 어프로치 델타델타리마”


무슨 소리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고도를 6 천 피트까지 낮춘 후 DDL 이라는 활주로로 접근하라는 말 아닐까 생각했다. 


“유나이티드에어 에잇에잇투 투 도쿄타워, 위 아 디센딩 투 투투제로”


마침 유나이티드항공편으로 오고가는 여정에서 이런 교신내용을 두 번 듣게 되었는데 이 교신직후 ‘띵” 하고 안전벨트사인이 들어왔다.


고도가 2 만 2 천 피트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적으로 안전벨트사인이 들어오는것 같았다.


며칠 전 대한항공 북미노선의 비싼 요금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캐나다 알버타 주 동포 사이트에 올렸던 이 글이 외부포털에 잠깐 오르는 바람에 조회수가 단기간에 1 만 건을 훌쩍 넘었다.


나는 이 글에서 한국국적기의 비싼 요금이 한국계 고객들이 한국 국적기를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가수요현상을 바탕으로 조성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렇다면 캐나다나 미국국적기를 선호하는 소수의 한국계 고객들은 단지 저렴한 가격때문에 그 비행기들을 선택하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들 중 일부는 좀 더 다른 기준으로 항공사를 선택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객실승무원들이 하인처럼 굽실거리는 서비스를 친절로 생각하고 항공사 선호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좌석의 편안함과 기내식의 맛대가리 여부로 항공사를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고객들은 단 한 가지 항목만을 독보적인 항공사 선택기준으로 삼는다. 


운항승무원들의 직무능력이다. 


직무능력 가운데 핵심적으로 중요한 것은 영어이해와 전달능력이다. 전 세계에 통일된 항공교신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이다.  


승객의 입장에서는 항공기정비나 운항승무원의 품성이나 조종기량같은 것을 열람해서 평가할 방법은 없지만, 과연 그들이 타고있는 비행기의 조종사들이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 공항 그라운드와 타워관제의 안내와 명령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아듣고 초속 270 미터의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오류없이 핸들링할 수 있느냐 여부는 궁금할 수 밖에 없다. 


항공안전시스템이 워낙 견고해서 언어장벽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언어장벽으로 인한 near miss 는 자주 일어난다. Near miss 는 항공안전당국의 조사대상이기는 하되 일반에 알려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나는 언젠가 9.11 사태 당시 진짜 끔찍한 커뮤니케이션 오류 사태를 일으켰던 대한항공 085 편 사례를 거론하며 대한항공측의 해명을 요구한 적이 있지만 그 항공사는 21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사건의 진상을 솔직하게 밝힌 적이 없다. 


이 인천발 뉴욕행 비행기 조종사들은 2001 년 9 월 11 일 오전,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ce Command, 일명 NORAD)의 영공폐쇄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교신오류를 저질러 승객, 승무원 215 명이 한꺼번에 몰살당할 뻔 했다. 


같은 항공사의 같은 항로 (인천발 뉴욕행) 비행기 조종사가 관제탑에 기내환자발생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밑도끝도없이 “Dangerous” 라는 엉뚱한 용어를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인 JFK 에 항공기납치상황을 가정한 비상매뉴얼을 발동하게한 유명한 사건은 한국 국내언론에 보도나 되었는지 모르겠다.     


맨 아래 동영상은 아주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오류의 또 다른 작은 사례들 중 하나다. 


한 가지 질문을 할테니 알아맞춰 보시기 바란다. 


왜 대한항공 조종사는 “standby” 라고 대답했을까? 


나는 당시 JFK 관제사가 그 이유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매우 적절한 대답을 했다고 생각한다.  


It's a story that I once introduced few years ago.


Some airlines offer ATC communication disclosure services. When passengers choose a communication program between pilots and control towers through the AVOD audio system, they can hear everything that pilots and control towers communicate with each other in real time near the plane they are currently on board. I've never seen such a service on Korean Air or Asiana Airlines.


It was fun for me in each country to hear different accents. The most impressive one was a female controller of the Tokyo Control Tower. The unique strong Japanese accent English was fun-accurate, so it was like listening to a Japanese animation narrator.


Although the accents were different, the terms used were limited and repetitive, so they seemed to understand each other. The most impressive thing was that whenever they communicated their opinions, orders, or directions to each other, they clearly repeat the other's words to confirm that the communication was completed.


There were also many communication contents that were difficult for me to understand.


"Tokyo Control to Asiana One Six X Descending to six-zero, approach Delta Delta Lima"


What does that mean?


I was not clearly sure, but I thought maybe they should lower the altitude to 6,000 feet and approach the runway called DDL.


"United Air 882 to Tokyo Tower, We are descending to two two zero"


Just in time, I heard this communication twice on the way to and from by the United Air, and immediately after this communication, a seat belt sign came on.


When the altitude fell below 22,000 feet, the seat belt sign seemed to come on automatically.


A few days ago, I posted an article about the high fare of Korean Air's North American route.


The number of views easily exceeded 10,000 in a short period of time as the article, which was posted on a Korean-Canadians site, was briefly posted on an external portal.


In this article, I estimated that the high cost of Korean Air was based on the phenomenon of Korean customers' overwhelming preference for Korean Air.


So do a small number of Korean customers who prefer Air Canada, and or other the North America based airlines choose the planes just because of the low price?


Maybe, but some of them choose the airlines on a more different basis.


Some people may consider cabin crew's grovelling service as kindness and use it as a standard of airline preference, while others may evaluate the airline by the comfort of the seat and the taste of the in-flight meal.


However, some customers look at only one item as a unique airline selection criteria.


It is the job competence of flight crews.


The key important thing among job skills is English communication ability. This is because English is the almost only language of aviation communication in the world.


As a customer, there is no way to evaluate aircraft maintenance, flight attendants' character or performance capability, but one can only wonder whether pilots on their planes can accurately understand airport ground and tower control instructions in real time and handle planes flying at 270 meters per second.


The aviation safety-management system is so solid and sophisticated that language barriers rarely lead to major accidents, however, near misses due to language barriers often occur. Near miss is a subject of investigation by aviation safety authorities, but it is rarely known to the public.


I once asked for Korean Air's explanation long time ago, citing the case of Korean Air Flight 085 that caused a real terrible communication error during the September 11 incident, but the airline has never honestly revealed the truth of the incident for 21 years.


On the morning of September 11, 2001, the pilots of the Incheon-bound flight to New York almost killed 215 passengers and crew members at once due to a serious communication error during the 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 (NORAD) airspace closure process.


Another famous incident in which a pilot of the same airline company, same route (from Incheon to New York) used the wrong term "Dangerous" to be ending up launch an emergency manual assuming the hijacking of an aircraft at the world's busiest airport. 


The Korean media did not properly report the incidents.


The video below is another small example of a very trivial but never trivial communication error.


I'll ask you a question, so please guess.


Why did the Korean Air pilot answer "standby"?


I think the JFK controller at the time saw through exactly why and gave a very appropriate direction to the pilots of the Korean Air flight.


2022.12. 3 17:45(MST) sarnia



 

7 Comments
sarnia 2022.12.04 10:51  
마침 당시 JFK 어프로치 관제사가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한국계 베테랑 관제사였기에 관제언어인 영어대신 한국어로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Vagabond 2022.12.04 13:00  
저분에겐 단지 직업이겠지만
우리 항공기 조종사들 입장에서는 특파원 동료였겠네요
어리버리 했던 시절 딱 30여년 도와주고
다들 잘 할때되니 딱 은퇴 ㅎㅎ

조종사의 스탠바이는 "잠시만요" 쯤 같습니다 ㅋ

건글코 저는 상위클래스 좌석을 타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기내식을 단 한번도 맛있다고 생각한적이 없습니다 ㅋ
뱅기를 첨 타보던 시절 한두번 사진 찍어보고는
이내 이딴걸 내가 왜 찍고있냐는 의문이 들더군요
항공사에서도 기내식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생존식 개념이 있기때문에 사실상 맛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같은 이유로 칼로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음식이라는
발표를 읽은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인도 델리로 가는 뱅기 안에서
빵에 발라 먹으라고 받은 기내식 버터와 쨈을
먹을거 없을때 요긴하게 쓰겠다고 주머니에 챙겼다가
잊고다니다 그게 주머니 안에서 터져서
그지같은 제 자신을 며칠동안 자책했던 일도 생각나네요ㅠ
sarnia 2022.12.04 23:21  
[@Vagabond] 제 생각에는 조종사가 '라과디아 공항 출발관제 때문에 그쪽으로는 30 도 턴을 못한다'는 관제사의 설명을 못 알아들은 것 같아요.
지시든 안내든 관제사의 말에는 무슨 말이든 반드시 반응해야하기 때문에 일단 스탠바이라고 해 놓고 옆 사람에게 무슨 말인지 물어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못 알아들을 수도 있죠.
라디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 경우에 따라 잡음이 생길 수도 있고 무슨 말인지 클리어하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면 다시 말해 달라고 해야지 딴 소리를 하면 안 됩니다.
관제사는 역시 베테랑답게 조종사가 스탠바이라고 한 이유를 알아채고, 조종사들이 기내대화를 하기위해 라디오채널 바꾸기전에 즉시 한국말로 설명을 해 준 거라고 밖에는 다른 추정을 할 수가 없네요.
뿜뿌e 2022.12.04 16:04  
물론 Korean pilot들이 영어로 좀 문제를 일으키긴 합니다..그러나 중국 pilot들 비하면 조족지혈 입니다..중국 pilot들이 일으킨 문제를 안다면 중국항공사는 더 이상 타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한때 한국 pilot들이 중국 항공사들로 이직을 많이 할 때 중국 항공사들이 한국인 조종사를 선호한 이유중 하나가 영어 수준이 높아서라내요.

https://www.yna.co.kr/view/MYH20160326004400038

Youtube에서 Chinese pilot English 라고 치면 많은 예들이 나옵니다.. 그 중 하나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KanHBY7eA4
sarnia 2022.12.04 23:24  
[@뿜뿌e] 영어 못하기로는 러시아나 동유럽 조종사들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통역앱이든 동시통역무선망이든 언어장벽을 비상시 해결할 수 있는 기술들이 등장할테니 앞으로 언어는 크게 문제가 안 될 겁니다.
북미주요도시 공항에는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관제사들이 많아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으면 조종사들이 자국어로 통신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무선통신은 해당 비행기 뿐 아니라 구역을 비행하는 모든 비행기의 조종사들이 다 들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합니다. 

문제는 언어가 아니라 태도인데,
못 알아들었으면 다시 반복해 달라고 확실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저 동영상에 나오는 조종사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기내환자발생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JFK 에 항공기납치 비상상황을 발령하게 한 대한항공 조종사 이야기는 좀 심하다 싶은데,
그는 아마도 환자상태가 위중하다는 의미의 critical 대신 dangerous 라는 뚱딴지같은 말을 하는 바람에 사람들을 놀라게 했을 겁니다.
Roundout 2022.12.08 15:45  
조종사 입장에서는 standby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기상 회피를 위해 다른 heading을 요청 - 거부 - 재요청 - 거부 및 이유 설명의 상황인데 기상 레이더를 볼 수는 없지만 040에서 우측 방향으로는 악기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조종사는 옵션이 두 가지죠. 위험을 안고 뚫고 가느냐, 긴급 상황을 선포하고 비상 시 기장의 권한을 사용하고 좌측으로 가느냐. 기본적으로 모든 결정은 기장이 최종적으로 하지만 그 전에 양 조종사 간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위한 standby로 보이고 못 들었다면 ”say again“입니다. 뉴욕 디파쳐 관제사 분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른쪽은 힘드냐고 물어본 것으로 생각됩니다.
sarnia 2022.12.09 10:23  
[@Roundout] 그럴수도 있겠군요. 본인들이 밝히지 않으니 해석이나 추론은 여러가지 다 가능하다고 봅니다.

제가 조종사가 관제사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거라고 추정한 이유는 첫째, 관제사가 즉시 한국말로 다시 반복한 것이고, 둘째 조종사가 그 한국말을 듣자마자 자신이 요청하던 30 도 턴을 철회하고 관제사의 지시를 받아들였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관제사는 30 년 경력의 베테랑이었고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한 사람이었는데, 한국계 이민 1 세 답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고국 국적기의 파일럿들이 머뭇거렸던 이유를 본능적으로 간파했기 때문에 관례를 깨고 한국어로 말해 준 거라고 봅니다.

한 가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다면 관제사가 왜 영어문제가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들에게  ‘No Chance’ 또는 ‘I cannot do that’  과 같은 전달이 분명한 표현을 하지 않고 ‘I can’t do that’ 이라고 했을까 입니다. I will round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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