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야기 싹 뺀 청와대 관람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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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와대에 다녀왔습니다.
귀신이 나온다고 하도 설레발을 치는 바람에 저도 안 가려고 하다가 자의반 타의반 우연반 필연반 들르게 되었습니다.
북악산에 올라본 사람들이라면 산 남쪽 아래로 펼쳐진 경복궁과 청와대, 광화문을 중심으로 뻗어나가있는 서울시내의 기품있고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됩니다.
누가 이 곳을 두고 터가 세니 악귀가 창궐한 흉지니하는 소리들을 늘어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법사 플러스인 제 직관으로 미루어 이 곳은 역시 두 말할 나위없는 명당 중 명당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만 나오면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들처럼 서로 패가 갈려 목소리를 높이면서 험한 말들을 주고받거나 영락없이 격리방으로 가야하는 특이한 문화를 십분 존중하여 여기서는 정치와 관련된 청와대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터가 아니라 건물들에서 발견했는데, 특히 관사(숙소)에서 제가 깨달은 바가 있어 ‘아, 그거였구나!’하고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던 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본 관사 첫인상을 말하라면, 관사입구에 ‘북악산 팬션’이라는 간판만 하나 내걸면 딱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고나 할까요?
단층으로 된 기억자 한옥인데 기차처럼 길기만 했지 주거지의 아늑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하다못해 황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경호상 이유였겠지만 기둥과 통창으로 된 유리창들은 육중하고 튼튼해 보였는데, 그 유리창문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내실풍경이 또 가관이었습니다. 60 년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새로 지어진 이층양옥집 실내 인테리어 냄새가 물씬나는 고색창연한 구조입니다.
여기서 고색창연이라는 말은 빈티지라든가 클래식하고는 거리가 먼, 저 안에 formica 칠을 한 나무장식 가죽소파세트만 가져다 놓으면 영락없이 70 년대 TBC 연속극에 나오는 벼락부잣집 응접실같은 분위기라고 하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이라고 표현해도 좋고, 나이키 신발에 프라다 숄더백 걸치고 5번가에 나타난 개발도상국 부패권력자 유학생 딸의 촌스러운 외모를 연상시킨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어쨌든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관사에 대한 총평은 딱 한 마디 였습니다.
Awkward!!
그 한 마디를 중얼거리고 난 후 드디어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는 의미로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자 함께 동행했던 지인이 ‘목이 불편하시냐’ 고 물었습니다.
보는 눈이라는 게 다 비슷비슷한 건지, 옆에서 지나가던 관람객 중 몇 명이 한결같은 말을 합니다.
‘우리집보다도 못하네..’
아래 부터 5 장이 문제의 관사 사진
그래도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