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렇게 보게될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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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야 별 관심가질 일이 아니라 뉴스에라도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이틀 전 여왕여사가 갑자기 북망산으로 갔다.
끝까지 사과를 거부한 채 버티다가 영국 새 총리를 접견한 다음다음 날 사망한 것이다.
병든 노구를 이끌고 대서양을 건너와 단풍국 원주민들에게 무릎끓고 참회하는 시늉이라도 한 교황선생보다는 그 격이 몇 수 아래인, 그저 평범한 부잣집 할머니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여지없이 증명했다.
여왕이 여왕년(queen bitch)으로 격하되어 갑자기 단풍국 시민들의 관심을 끌게 된 직접적 동기는 원주민 어린이 유해발굴사태였지만, 자신의 손주며느리 매건 마클의 반란으로 드러난 왕실의 시스테믹한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문화 역시 중대한 이슈로 등장했다.
어쨌든 자연인 메리의 죽음에는 조의를 표한다.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다.
저승에서 며느리가 두 눈 부릅뜨고 기다리고 있을것인데, 발각되지 않도록 변장이라도 잘 하고 가시기 바란다.
작년 여름, 밴쿠버와 위니펙에서 나치문양과 KKK 낙서가 그려진 채 땅바닥으로 끌어내려진 여왕여사의 동상
그건 그렇고,
여왕여사가 서거한 날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탑건 매버릭
개봉할 때부터 볼까말까 망설였던 영화다.
이런 영화는 역시 극장 시트가 움직이는 D-BOX에서 봐야한다.
만화같은 장면들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연으로 구현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
배우들이 실제 전투기에 탑승해 초음속비행을 하며 기내촬영까지 했다고 하니 그 장인정신에는 점수를 후하게 주고싶다.
영화에 투입된 전투기 주력기종은 F/A-18F Super Hornet.
미국 해군에서 지금도 운용하는 다목적 함재기다.
맥도넬 더글라스사가 최초 설계했고, 그 회사를 인수한 Boing Defence Space & Security 가 생산라인을 이어받았다.
궁금해서 항공기 제원을 찾아보니 영화에서와는 달리 음속의 1.8 배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면 안된다고 되어있다.
미사일 방어망을 우롱하며 자유자재로 회피기동할 수 있는 극초음속비행(마크10)은 불가능한 전투기라는 의미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가장 눈에 띄게 등장하는 장면이 두 개가 있다.
첫째는 성조기와 일장기, 청천백일기 (대만국기), 유엔기 패치가 달린 항공복을 입고 등장하는 매버릭이고, 둘째는 그 매버릭이 헬밋도 착용하지 않은 채 카와사키 모터사이클을 몰고 기지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노골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내던지며 시작하는 전형적인 미국영화지만,
안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극장에서 상영종료하기 전에 결국 보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