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는 걸립니다.
정말 해외여행은 2년 넘게 못 가다 휴가지로 7월 후반에 방콕 항공권 예약하고 혹시 코로나 걸릴까 걱정되어서,
백신의 후유증이 너무너무 무서웠지만 백신 4차를 맞았어요.
3차까진 열이 38도가 넘어가거나 기타 등등 후유증에 죽는구나 싶어서 4차는 피하고 싶었는데,
4차 백신 예약하라는 문자를 받고 버티다가 이번에 노바백스 선택이 가능하면서 부작용이 덜하다기에 즈질 건강 때문에 여행 결정하고 맞았지요.
노바백스 후유증은 금요일 맞고 주말에 근육통이 오는 걸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잘 버틸 수 있는 정도였어요.
그런데...허걱...맞고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코로나에 양성 나와서 자택격리 당했어요. =ㅅ=;;;
수욜부터 목감기가 와서 직장에 폐가 될까 자가진단키트를 해봤는데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약국에서 품절인 얼마 안 남은 테라플루를 며칠 들이 부어도 감기가 안 떨어지고,
묘한 근육통이 오면서 식은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느낌이 쎄한....
금요일에 진통제로 버티며 야근하고 와서 다시 자가진단 키트를 하니 두 줄...
설마 이 진단키트가 불량이겠지 하며 다시 해도 두 줄이 선명 또렷 명확, 게다가 줄 색깔은 어찌 그리 화사한 자주색인지...ㅡㅡ;;
토요일 7시부터 일어나서 식은땀을 흘리며(이 날 부터 식은땀 시작) 선별검사소를 뒤져서 찾아갔어요.
선별검사소들이 많이 사라졌더라고요.
PCR 검사소 직원분이 저의 상태(식은땀+한 번 터치면 멈추지 않는 기침)와 두 줄 키트를 보더니 직접 창구에 설명하며 얼른 검사 장소로 보내주시더라고요.
딱 보니 양성이다 싶은지 간호사분께서 제가 자가진단키트 하는 것보다 안 아프게 넣어주셔서 감사했죠.
요새 직장에 확진자가 없었는데 추접스럽게 이번 주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 걸리다니...
선별검사소에 다녀와서 집에서도 마스크 쓰고 앉아 양성이면 가족도 직장 근처 호텔을 잡아줘야하나 고민하는데 오후에 띠링~
PCR 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메시지.
갑자기 근육통이 좀 덜 아픈 것 같기도 하고 기침이 덜 나는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ㅋ
그런데 그렇게 선명하게 자가진단키트 2개가 두 줄인데 이상하더라고요.
그런데 일욜에도 기침은 터지면 갈비뼈를 부여잡게 만들고(이전에 기침하다 갈비뼈 금 가서...-_-;;),
식은땀은 계속 나고...화장실은 배를 부여잡고 계속 들락거리고...
이러다 혹시 양성인데 직장에 퍼뜨리면 주 후반에 직장에서 중요한 일정에 나 하나가 아니라 외부 참석자한테까지 퍼뜨리면......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해보다 마음이 불편하여 남은 자가진단키트 하나를 다시 해 봅니다.
아주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양쪽 코를 깊이깊이 찌르고 돌려서 해보니 오...한 줄...인 줄 알았는데 흐릿하게 두 줄 ㅡㅡ;;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한 번 더를 외치며 편의점에 갔더니 타액 키트만 있다더군요.
열감으로 바짝 마른 입에서 30초간 목과 입의 모든 침을 우주의 기를 모으듯 정성스레 모아 떨리는 손으로 쉐킷쉐킷 흔들어서 떨어뜨리니
역시 한 줄...인 듯 하다가 2~3분 후 나타나는 흐릿한 다른 한 줄.
아..4번이나 백신을 맞았더니 이겨내는 중이 아닐까? 그럼 괜찮은 것이 아닐까?
기침약을 먹고 진통제를 먹고 출근하면 나의 4차 백신이 모두 해결해주는 것이 아닐까?
내일 다시 사서 검사하면 한 줄이지 않을까?
근육통 중 주사맞은 팔이 유난히 아픈데 거기 백신이 열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파서 못 잤는지 망상 속에 못 잤는지 알 수가 없게 밤새 고민하다가 월욜 아침이 되어버렸어요.
직장에 연락해서 말했죠.
"흐릿하게 두 줄입니다. 4차 백신을 맞았으니 괜찮을 것 같아요. 찜찜하니 근처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하고 바로 들어갑니다."
이비인후과를 가서 두 개의 흐릿한 키트를 내밀며 엇그제 PCR도 음성이며 난 4차 백신을 맞았다! 라고 당당히 말했지만
의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목과 코를 깊이 찔러주셔서 켁켁대며 검사 나오는 동안 병원 밖으로 쫓겨났어요.
그리고 불러서는 선명한 두 줄을 보여주며 의사 선생님은 말합니다.
"양성입니다. 격리 7일이고 팍스로비드를 처방해드리죠."
그랬었죠...이젠 무조건 확진 날짜에서 7일 격리였죠.
이미 다 알면서 우겨 봅니다. "저 수요일부터 아팠어요! 자가진단키트 두 줄은 금요일부터였고 PCR은 토요일에 했고요. 그래도 7일인가요?"
의사쌤은 들은 척도 안하고 처방전을 쓰고 계시네요.
팍스로비드 보유 약국이 많지도 않더라고요.
수령하러 가면서 직장에 전화하니 분위기가 '너 두 줄이라고 할 때부터 우린 너 격리될 줄 알았어. 뭘 신속항원하고 바로 들어와? 코로나를 지금 물로 보는 거야? 그러게 4차는 왜 맞았니? 니 일은 이미 차곡차곡 쌓아 놓고 있으니 잘 해봐' 뭐 이런 ...또르르...
4차를 맞는다니 3차까지 그 고생을 하고 황금 연휴에 4차 맞으러 가는 절 다들 경이롭게 봤었든요.
격리는 당한거고 급한 일은 재택하면 된다지만...하...뭔가 주말 내에 1년은 폭삭 늙은 기분이네요.
아직도 모르겠어요...왜 토욜 오전 PCR은 음성이었는가.
이빨 닦고 코 풀고 정갈하게 하고 가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못 걸러내면 유전자 증폭이 맞나 싶기도 하고요.
허망함에 멍하니 있다가 문득 든 생각.
오늘부터 계산해보니 40일 안에 휴가 날짜가 포함됩니다.
그럼 돌아올 때 ATK 면제? 그럼 필요한 서류는?
오잉? 그럼 이제 취소불가 가격으로 호텔 예약해도 되는 건가!!!!
결국...식은땀을 흘리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의 결론은 기승전휴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