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오토바이 절대 타지 말라는 글을 잃고..... (현재 재활치료중입니다.)
아래 오토바이 이야기가 나와서 미루었던 저의 현 상황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고3부터 바이크를 즐기는 라이더입니다.
지금 중년 남성분들의 로망이었던 효성스즈키 '감마 모노' 모델을 처음구입했었죠.
당시엔 최신트렌드의 상대적 고성능 바이크였습니다.
두달간 바이크 구입을 부모님께 숨기다가 동네 아지메에게 딱!! 들킨다음 부모님의 귀에 들어가자 조심해서 탄다는 조건으로 어렵사리 허락을 받았지요.
뭐... 이런 저런 자잘한 사고가 많이 났습니다.
10대 후반의 질풍노도의 시기처럼 바이크와 한몸이 된듯 미친듯 달렸으니 오죽할까요.
슬립해서 어디 까진것 말고는 골절이나 기타 심각한 사고는 없었더랬죠. 다행스럽게도 운이 좋았더랬습니다.
십수년간 바이크를 타다가 결혼 전 예비신부의 '오토바이랑 나랑 둘중 택해!!!' 라는 진부하디 진부한 선언에 바이크를 접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10년의 생활동안 무지 열심히 일하는 중 몸속에 봉인되어있는 바이커의 피가 들끓습니다.
몇년간의 회유, 협박, 단식, 부탁을 동원했지만 역시나 허락보단 용서가 쉽다고 " 지까짓꺼 사오면 쎄리 뿌수기야 하긋나?? " 시전.
bmw 1200cc 바이크가 집에 들어오는 날 마실오신 장모님께 똬~~악!!! 들키고 말았지요. (사위 이기는 장모 못봤습니다)
허락보단 용서!! 이것은 중년남성에겐 마치 바이블이요 코란이며 불경입니다.
요렇게 몇년간 잘 타고다니다 두어번의 기변을 하고 저에게 딱 맞는 미들급 바이크를 재구매후 5년 후 떠날 유라시아 횡단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 중 사고가 납니다.
2021년 8월 3일 정오를 잠시 넘긴 시간에 신호를 위반한 택시를 그대로 추돌해 버립니다.
기절한 저는 얼마 후 눈을 떠보니 부산대학교병원 응급실에 옆에는 와이프가 눈물, 콧물범벅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사고당시는 어떠한 관련기억이 없으며 엠블런스 실려가는 상황에서 제가 와이프의 전화번호를 속삭이듯 불러 주었다네요. (몇군데의 종합병원에 연락하였는데 바이크 사고환자라니 거부를 했었답니다)
안와골절, 팔목골절, 무릅인대파열, 반월상연골골절, 치아파절, 뇌진탕... 등 합산 28주의 상해를 입고 약3개월의 입원을 거쳐 총6개월의 재활기간을 뒤로하고 지금은 회사에 복귀 후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헬멧, 라이딩자켓, 라이딩글러브.. 등 보호장구를 하고 있었던 탓인지 팔다리는 상대적으로 멀쩡한데 80만원짜리 헬멧이 쪼개질 정도의 충격에 얼굴뼈 함몰은 막을 수가 없었네요.
얼굴뼈 함몰로 신경의 이상감각이 아직도 완전하게 돌아오지 않고 있으며 치아는 파절된 부분외에 주변치아가 많이 흔들려서 차후 발치를 할 수도 있다는 소견이며 팔목, 무릅은 많이 호전되어 일상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랫 앞니하나가 텅 비어 있습니다.)
사고의 규모에 비해서 아직은 큰 장애가 없는, 정말이지 조상님이 도우신 운이좋은 사고였다고 담당 의사들의 혀차는 소리가 생생하네요.
택시의 과실 100% 이며 12대 중과실 해당이라 형사합의를 원만하게 합의했으나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태이니 민사합의(치료)는 좀 더 미루어 질 듯합니다. (택시기사님 운좋게도 운전자보험 든지 4개월만에 사고)
이번 사고로 바이크는 바로 폐차했으며 당시 착용하고 있던 헬멧, 보호장구, 블랙박스. 핸드폰등은 보상이 끝난 상태입니다.
이 사고는 연로하신 부모님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워낙에 젊어 바이크로 속을 썩여드려 가족들이 비밀로 하고 있네요
사고 8개월이 지난 시점 다시 바이크를 타고 싶은 맘에 와이프에게 살포시.. 운을 띄웠더니 찍~~ 소리도 못할 정도의 사자후와 갈굼으로 씨알도 먹히지가 않네요. (사고 당시의 기억이 환전 없다보니 트라우마가 없나 봅니다. ㅎㅎ)
그냥 조그마한 뽈뽈이 스쿠터라도 허락해달라니 그놈의 스쿠터는 오토바이 아니냐며 도끼눈을 하고 달라듭니다. (진심 무서움..)
결국은 바이크를 접을려고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장비를 처분하고 있습니다.
저는 평생을 바이크를 탔고 이전에 수많은 취미생활에 가산을 탕진할 정도의 몰입을 했었고 지금은 유일하게 즐기는 취미가 바이크였지만 포기할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사진, 오디오, 자동차, 복싱, 낚시....)
바이크와 더불어 유일한 취미인 복싱도 안와골절로 스파링을 비롯, 시합을 나갈수 없는 상황이라 접을수밖에 없네요.
바이크 사고... 정말 순식간이며 일단 사고가 나면 심각한 데미지를 입는 것은 부정할수가 없어요.
이전엔 이런 사고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것이라는 무지와 라이딩스킬 자부심의 오만함이 절정이었다면 지금은 두렵습니다.
간혹 자동차 운전중 신호도 지키지 않고 미친듯 째고 다니는 배달라이더를 보면 섬뜩합니다.
저러다가 한방에 훅 가면 누구를 원망할까요....
많은 선후배 라이더들이 이 글을 보고 있겠지요?
너무 개인적인 사고에 선입견을 대비해서 주절거렸는데 꼭 이것은 지켜주세요.
안전운전하시고 보호장구엔 돈을 아끼지 말아주십시오.
풀페이스 헬멧을 덥다고 하프헬멧으로 쓰고간 날 사고나서 얼굴뼈가 깨어졌고 무릅보호대 있는 라이딩팬츠가 덥다고 그냥 청바지 입은터라 무릅이 아작났습니다.
오토바이 사고 .... 이렇게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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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지인들의 걱정소리가 지겹습니다.
바이크말고 다른 취미를 가져보라구요.
저는 그때마다 항상 이런 말로 받아칩니다.
바이크를 끊을려면 '도박' '마약' '여자' 밖에 없는데 나보고 그걸 즐기란 말이냐?? 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