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비행이 금지될 항로들 (한국노선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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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영국+EU 간에 벌어진 민간항공기 비행 및 착륙금지 공방으로 비행기 여행이 큰 차질을 빚게됐다.
스위프트코드 봉쇄 등 고강도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역시 머지않아 러시아의 보복제재 대상에 오를지 모른다.
미친놈의 마인드를 읽을 줄 아는 사람들만이 전쟁을 예측했고 항로봉쇄도 예상했지만, 오늘은 전쟁 이야기는 빼고 항로변경 이야기만 하겠다.
우선 러시아의 첫 번째 제재대상이 된 영국 브리티시 에어웨이스의 동아시아 항로는 이제부터 사이베리아 항로가 아닌 북극항로를 경유해야 한다.
지구를 거꾸로 돌아가는 것인데, 이를테면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알래스카와 그린랜드, 아이슬랜드 상공을 통과하여 런던 히쓰로 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소비에트 유니언 시절 한국에서 유럽을 가려면 이런 항로를 택했는데, 항로거리가 워낙 멀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급유와 휴식을 위해 한 번 기착해야 했다.
항속거리가 긴 신형 비행기라면 중간에 기착 안 하고 한 번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열 여섯 시간 쯤 걸릴 것이다.
민간항공기가 러시아 영공비행금지명령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함도 있을 터인데,
뉴욕발 앵커리지 경유 김포행 대한항공 비행기가 금지된 소비에트 유니언의 영공을 비행하다 극동군 사령부 연방공군 소속 수호이 전투기에서 발사한 공대공 미사일을 맞고 승객 전원이 몰살당한 사례를 답변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상징이던 김지영 씨가 태어나서 첫돌을 맞은 해에 일어난 일이니까 별로 먼 과거도 아니다.
미국, 캐나다, 일본, 한국 국적 비행기들이 러시아 영공을 통과 못하게 되면 동아시아와 북미 간의 비행시간도 길어진다.
서부도시들은 한 시간 정도, 동부도시들은 두 시간 이상 길어질 수도 있다. 캄챠카 반도와 북극해를 통과하는 러시아 극동항로 대신 일본 중부 센다이를 통과하는 북태평양 횡단항로를 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주나 뉴질랜드를 가면 모를까 북반구에서 좀 멀게 이동하려면 십중팔구 러시아 영공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기저기서 하늘길이 가로막히게 생겼다.
항로가 길어졌으니 그 복잡하기 짝이없는 비행스케쥴 다시 짜야하고 항공료는 당연히 폭등할 것이다.
역병이 물러가니 전쟁이 돌아왔고 (미국도 돌아오긴 했는데 거지꼴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코비드 대전으로 비싸진 비행기값(국내선 제외)은 더 오르고 또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