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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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이런이름 6 678
흑인들이 노예로 부려지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남부 경제에 근간이 되던 플랜테이션은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요. 근데 북부에서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자유민으로 살아가는 흑인들이 생겨나고 이는 남부의 흑인 노예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북부의 산업화로 인한 발전은 남부의 영향력을 축소시켰고 굳이 노예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던 북부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노예제도에 대한 비판은 남부의 몰락을 불러 올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상적(?) 문제였습니다.

남부의 대지주들이 느낀 위기감은 꽤 컸던 모양입니다. (결국 북부를 상대로 전쟁까지 했으니까요.) 흑인들을 계속해서 노예로 부려먹을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했고요.

그리고 미국 최대의 종교세력으로 특히 남부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남침례교에서는 '흑인들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교리를 확립하여 흑인들을 집에서 기르는 가축의 한 종류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흑인에게 폭력을 가하고 살인까지 저지르더라도 그들의 종교로는 그냥 짐승 한 마리를 도축한 셈이 되는 거지요.) 

이 교리는 백인 노예주에게는 흑인들을 노예로 부리는 거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며 면죄부를 주었고 흑인 노예들에게는 반발심을 꺾고 순종하게 만드는 (세뇌)도구로 이용되었습니다.

당나라 때 어느 스님이 조주선사께 '개에도 불성이 있냐?'는 물음을 던졌었다는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흑인들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설파했던 남침례교의 이야기가 떠올라서 써봤습니다.

끽다거(喫茶去)로 더 유명한 조주선사 일화를 읽다보니 차 한 잔이 마시고 싶어져서 사과맛이 가미된 블랙티를 타왔습니다. 1포에 55원 정도하는 싸구려지만 사과향만큼은 그럴 듯 합니다. 이 차도 스리랑카의 어느 농장에서 재배하는 찻잎을 일당 몇 달러를 받는 누군가가 하루 종일 딴 잎사귀로 만든 거겠지요.
6 Comments
비육지탄 2021.05.06 11:32  
그 사람들은 사실 해방이라도 되어 노예신분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도 있었지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신분과 운명이 정해져있는,인도의 카스트만큼 지독한 노예제도가
그 사람들보다 백년이상 더 유지되던 나라입니다
저는 과연 우리가 그사람들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격이나 있는지 의문입니다
태클 아닙니다ㅎㅎ 그냥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얘깁니다
우린 우리 앞가림이나 신경써야지 우리 스스로 snobbish people이 되어선 안되지 않을까요
이런이름 2021.05.06 13:28  
글의 배경이 노예시대라서 노예제에 관한 글로 이해한 모양이로군요.

이 글은 (불편함을 느끼는 기독교인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패악스러운 교리를 가르친 종교에 관한 글입니다.

개미에서부터 부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갖고 있다는 불성을 설명하는 글을 읽다가 차별의 교리를 만들어낸 종교가 생각났고 그런 교리가 나온 배경을 설명하려니까 노예제가 언급된 건데... 아쉽군요.

아! 그 교단은 훗날 그 추악한 교리는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에서 신도수가 가장 많은 종교 세력이며 그 세력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는 합니다.

여담으로 대명률을 따르던 조선의 국법은 사사로운 이유로 노비를 죽인 주인을 장형 100대로 다스린다는 법조문이 있었다는 거 알고 있었나요?

(장형 100대면 맞다가 죽던가 맞고나서 장독으로 죽을 수 있을만큼 무거운 형벌입니다. 안죽어도 그 후유증이 상당히 오래 가고요.)

사랑을 전하는 종교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생명에 대한 존중을 조선의 국법에서는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비육지탄 2021.05.06 14:05  
넵 ㅎㅎ 죄송해요
제가 주제를 잘못 이해했네요
개인적으로 종교에 갖고있던 무관심의 의식이 주제파악을 다른쪽으로 쏠리게 했나봅니다
모든 종교는 그 자체의 순작용보다 오히려 갈등을 야기하고 인간에게 고통인 경우가
훨씬 많다고 믿다보니...
이런이름 2021.05.07 03:22  
죄송하기는요. 글의 방향성을 한번 더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람쥐 2021.05.08 05:03  
모든 종교는 인류을 발전 시켜왔지만,
그 종교를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인류는 고통을 받고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종교라는게 과연 원래 만든 이념을 유지하는 종교가,
과연 단 하나라도 존재할까요?

현대의 종교는 그냥 샤머니즘 치료사나 정신과 의사같은 역활을 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걸 악용하는 종교 지도자와,
죵교의 교리를 재대로 읽고 판단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신도들이죠.

사실 많은 나라의 국민들이 아이큐 70이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의미를 가지자면,
창의적 판단 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이 지구상에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죠.
그러니 머리가 좀 돌아가는 자 중 거리낌없이 나쁜짓을 하고 지배하는 것이죠.

인간의 지능은 1만년 전 원시인보다 퇴보가 되었다고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런이름 2021.05.09 06:45  
그렇지요.

저는 이런저런 종교의 종파들이 가르치는 구체적인 교리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그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행동을 보면서 "저 종교는 저렇구나." 하고 짐작할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1938년 장로교 총회는 일제가 강요한 신사참배에 참여하는 결정을 합니다. 제삿상을 차리는 것조차 우상숭배라고 비난하며 지옥에 떨어질 짓이라고 부르짖던 그 목사들이 말이죠.

이 사건의 의미를 구구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안에 있는 것은 반드시 밖으로 드러난다.'는 말이 있더군요. 결국 신사참배라는 이 결정은 그동안 분칠로 가려놓았던 화장발을 뺀 장로교의 '쌩얼'이고 목사들의 '민낯'이였던 거죠.

다람쥐님의 지적처럼 종교와 관련된 자들이 만들어 내는 문제이며 종교보다 그런 자들을 더 추종하는 얼빠진 사람들이 세력을 이루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더 안타까운 건 이런 현상이 현재에도 진행중이라는 거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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