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다녀 왔어요~
우리의 제주도 지내기 이력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십수년전 서귀포시 중문 근처의 민박집에서 한달간 방을 빌려서 살았던게 그 시작점이였어요.
그 당시 중문살이를 할때 차 사고가 크게 나는 바람에, 원래는 한달살이로 계획했던 일정이 한달 반살이로 강제 연장이 되었는데요... 그것마저도 지금 생각하면 다 추억이네요.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차가 반파되었는데 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은게 얼마나 운이 좋은거에요. ^^ 하여튼 그 이후에도 애월에서 펜션을 빌려 한달 머무른적도 있고 뭐 그랬답니다.
다들 그러하시겠지만 저희도 여행 목마름 현상이 더 진해진데다가 날도 춥고해서 조금이라도 따뜻한 남쪽 제주도로 향했어요.
차를 가져가는 여정이여서 일단은 목포로 갔고요 거기서 퀸메리호를 타고 5시간 넘게 항해해 제주항에 도착합니다.
제주에 가족이 살아서 일부 신세 좀 졌구요 ^^ 자차로 이동하여 사람 없는 곳으로 골라 다녔더니 사람과 대면하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신창 풍차해안도로
원래 제주가 바람이 강한 지역인데 올해는 오십몇년만의 한파와 기록적인 폭설이라 그런지
날이 쨍한 날에도 바람이 엄청 불더라고요.
해안가니까 바람은 말해 뭐하겠어요. 아주 머리카락 휘휘 날렸네요.
1100 고지앞에 서있는 마스크 쓴 하르방.
코로나 방역을 위해 한시적으로 생태관찰로를 막아놓기도 하고 제주시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어요. 입도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출입할수 있게 추진중이라고 기사도 잠깐 나왔었는데, 실행상의 어려움이 매우 커서 자연스레 유야무야 된것도 기억이 나네요. 하여튼 민관군 다들 고생이 많을따름이에요. 하르방도... ㅠㅠ
신화월드라고 제주도에 거의 유일한 테마파크가 있다길래 구경 갔어요.
저는 이런 놀이기구를 잘 못타고 그냥 파크 구경이나 할려고 갔었는데요 생각보다는 규모가 상당히 작더라고요. 여름에는 워터파크도 같이 운영한다던데... 그때는 활기가 돋겠죠. 올겨울은 상당히 쓸쓸한 모양새네요. 사람이 없어서 놀이동산을 둘이서 전세 냈어요.
간김에 놀이기구 한개는 탔는데 타는 내내 눈을 한번도 뜨지못했어요. 너무 무서워요. ㅠㅠ
저는 제주도에서 제일 예쁜 해변이 바로 이 협재-금능해변이라고 생각되는데...
현무암과 하얀 모래사장, 거기다 앞바다에 떠있는 비양도가 어우러저 너무 예쁜 모습이에요.
투명한 물빛을 보니 제 맘도 따라 맑아질....ㅋㅋ
그럼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여튼 풍경이 너무 좋았어요.
제주에는 멋진 까페들이 정말 많고 또 랜드마크 역할까지도 하는데....
우리는 둘다 까페를 거의 가지않는 성향이라서, 제주에 가면 오름이나 산에 타박타박 올라가는게 주 액티비티에요. 여기는 금오름
이시돌목장 안에 있는 테쉬폰
서귀포시를 지나다가 밥때가 되어서 들어간 식당 안거리밖거리에요.
블로그 후기도 많고 평도 괜찮았는데,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뭔가 상차림에 성의가 없었어요. 돔베고기도 민망할 정도로 나오고, 특히나 밥 그릇이 너무 작아서 숟가락질 하는데 너무 옹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반찬그릇은 작아도 괜찮은데 밥그릇은 어느 정도 크기가 있어야 좋은데 말이에요. 흐흑...
올해 제주도에 눈이 얼마나 왔는지 며칠은 숙소에 갇혀서 못나간 적도 있었는데요...
중간에 눈발이 약하게 날리는 공기를 가로질러 간 사려니 숲길이에요.
온통 하얀 세상에 녹색의 곧게 쭉쭉 뻗은 나무라니... 이곳을 걷다보면 약간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게다가 사람도 없으니 더 그러했던거 같아요.
동백꽃 필 무렵 ~
여수에서 본 동백꽃도 정말 아름다웠는데....추운 겨울 이런 쨍한 녹색과 붉은 색을 마주하면
마음이 살짝 말랑말랑해져요. ^^
섭지코지 등대로 가는 계단이에요.
여름에는 차 대기도 힘들다고 하던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고요, 다만 바람은 엄청 불어서 외투 단단히 여미게 되더군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에 섭지코지 올때 앞뒤로 거의 사람들이 줄 서서 행군하듯 인파들로 북적였던 장면이 스쳐갑니다.
섭지코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휘닉스 아일랜드 민트 앞에 이런 그네가 생겼네요.
성산일출봉을 향한 창 같아요 .
표선에 머물때 먹은 각종 광어 음식. 광어회, 광어미역국, 광어물회국수
광어 양식장에서 운영하는 식당이였는데 바로 바닷가 2층에 있는 곳이라서 전망이 그야말로 백점 만점이였어요.
표선읍 가시리에 있는 두루치기 식당은 약간 실망... 고기가 너무 작더라고요. ㅠㅠ
하지만 서비스로 주는 제주도 순대몸국을 먹을걸로 상쇄가 되긴합니다.
아주 난이도가 있어서 요왕은 한술 뜨고 포기 했는데 저는 반은 먹었어요. 피맛과 해초맛 콜라보~
성산에 있을때 눈이 어마무시하게 오는거에요.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해서 요왕이 차에 체인 감고 가서 사온 치킨.
가장 가까운 식당이여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답니다.
동네 치킨집이였는데요, 아무래도 프랜차이즈에 비해서 양이나 튀기는 기술이나 맛이 좀 다른 차원이긴 했어요. 하지만 이런 맛은 여기만 낼수 있는거니까~ 하면서 잘 먹었어요.
구좌읍 종달리에 가면 종달미소라는 식당이 있는데 점심뷔페가 단돈 8천원이였어요.
식당이 정갈하고 음식도 맛있는 걸로만 정성스레 단정히 나오게 게다가 주인장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청 좋으세요. 할머니는 사근사근하고 손맛이 좋으시고 , 할아버지는 말이 없으시지만 우리가 미처 가져다 먹지 못한 김을 접시에 담아 옆에 슬쩍 놔주시고요.
작은 식당이라 전경 사진 찍기가 뭐해 그냥 우리 밥 그릇만 찍었는데 종달리 근처에 가시거든 한번쯤 꼭 들러보세요. 저희는 여기서 점심을 배불리 먹었더니 , 그날 위장에 아무것도 더는 안들어가더라고요.
게장, 제육볶음, 피조개무침에 다른 맛깔스런 반찬까지 아주 밥을 부르는 반찬들이에요. ^^
월정리
협재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라온 호텔이에요.
골프장과 리조트가 시설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호텔동은 딱 한동이데요.
비수기에다가 손님이 없어서 그런가 맨꼭대기 층 비양도 뷰 객실로 주더라고요. 여기 있는 동안은 어디 나가고 싶지가 않았어요. 사실 나가봤자 눈비에 고생...ㅠㅠ
호텔방에서 리오 맥주에 콜드컷
협재에 있는 돈까스 집. 식당이름이 '뷰깡패'
가게에 우리밖에 없어서 제일 좋은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런 뷰에 단돈 8천원이라니 , 고맙습니다~ 하고 먹었습니다.
돈까스는 중문 근처의 연돈이 유명하다던데 거기는 도저히 기다려서 못먹을거 같아요.
서귀포에서 들린 점심 뷔페집 미래
이곳은 일인당 7천원이였는데요, 근처에 농장일 하는 분들이 주 고객인가봐요.
제육볶음이랑 프라이드 치킨 맛있었어요.
개다가 요왕이 앉은 자리는 한라상 정면뷰라서 이게 웬떡이냐 싶었어요.
여기서도 과식해서 저녁은 못먹게 되었어요. ㅠㅠ
새섬에서 바라 본 서귀포항
서귀포에서 유명한 쌍둥이 횟집.
저녁에 가면 2인상에 7만원 정도 한다던데 후기를 보면 호불호가 좀 있네요.
하긴 모든 곳들이 다 호불호가 있죠. ^^
저희는 점심메뉴인 회덮밥을 먹었어요. 일인 만원인데 요모조모 잘나오고 마지막엔 팥빙수도 줬어요. 근데 저 시레기 된장국은 전골 냄비에다가 왜 주는지 모를... 그냥 국그릇에다 주면 될텐데, 일손 힘들게 왜 이렇게까지? 싶긴 하더라고요.
영험한 기운이 서려있는 듯한 분위기의 돈내코 계곡의 원앙폭포입니다.
멧돼지들이 물 먹으러 내려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돈내코 라던데...
여름에는 여기서 물놀이도 가능한가봐요. 9월부터는 입수 금지라고 하는거 보니 말이에요.
비밀스런 숲, 투명하고 푸른 물, 켜켜이 쌓인 돌들... 이 모든것들이 모여서 자아내는 기운이 정말 인상적인 곳이였어요.
산방산 근처의 송악산 둘레길도 걸어보았어요.
예전에 여름에 이곳을 걷다가 돌고래떼를 본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 기억이 오래 가네요.
쨍한 하늘 아래 파란 물빛을 바탕으로 검은 돌고래들이 첨벙첨벙 전진하는데 자유로운 느낌이 바다에서 막 피어오르는듯... 지금은 갈대가 멋있게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제주도 올때마다 한번은 올라가보는 새별오름
목포로 돌아올때는 현대조선에서 만들어 작년에 취항한 퀸 제누비아를 타고 육지로 귀향합니다.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눈발이 휘날려서 좀 조마조마했는데 무사히 집에 도착했어요.
추운 날씨와 눈때문에 고생을 좀 했던 여행이어서 그런지 집에 도착해서 짐 풀고나니 왜 이리 좋은지...^^
우리는... 여행이 암만 좋아도 그건 돌아갈 보금자리가 있을때의 이야기란걸 또다시 느끼게 되었어요.
(끝)